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7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77화(37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77화
“오늘 같은 날 사무실에 있었으면 난 죽었어.”
사흘 후, 휴가를 맞아 도경은 선배인 최우진과 함께 낚시를 하러 왔다.
퀀트엣지의 대표 황성현도 낚시의 멤버였지만, 회사의 휴가가 달라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냐고, 더워 죽는데 사무실에만 있어봐.”
“여기가 더 더워요, 지금. 사무실에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산통을 깨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살짝 도경을 노려보았다.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어?”
도경은 자신이 한 농담에 약이 잔뜩 오른 최우진을 보며 즐겁다는 듯 말했다.
“그나저나 웬일이야? 평소 같았으면 윤 이사는 휴가 기간을 나랑 다르게 잡더니?”
아무래도 도경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최우진마저 없으면 사무실이 걱정되어 서로의 휴가 날을 달리 정했었다.
“이제는 팀원들을 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뭐?”
“그동안 말로만 믿는다고 하고 믿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배님을 남긴 거죠.”
“그랬던 거야? 난 또 내가 싫어서 그런 줄.”
최우진은 농담으로 도경의 말을 받았다.
“뭔가 좀 한 꺼풀 벗어던진 느낌이네.”
“벗어던진 게 아니라 좀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도경은 자신의 마음을 최우진에게 털어놓았다.
“이제는 동료들을 믿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겠구나.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지지해 주고 함께해 줄 동료들이 있으니까. 이 생각이에요.”
“하하하, 쉬겠다는 게 아니고?”
“쉴 수야 없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니까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가장 중요한 시점이지.”
최우진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국이라는 글로벌 무대에 이제 발을 들여놓았으니까.”
“왜 저보다 생각이 많으신 표정을 하고 계세요.”
“점점 같이 일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기분이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윤 이사는 앞으로 미국의 업무를 더 많이 보게 될 거고, 우리도 합병을 준비 중이니까.”
최근 신라자산운용 내부의 분위기는 신규 프로젝트를 줄이고 현상 유지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성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그런 지침이 내려왔다.
“좀 더 옆에서 같이하고 싶은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디를 가든 첫 번째로 부를 사람은 선배님이니까요.”
“정말?”
“그럼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진은 자신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봐준 사람이었고.
지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도경을 프로젝트에 합류시켰던 사람이었다.
“나는 또 오해했네. 다른 팀원들을 믿게 되었다길래 나는 이제 쓸모없나 하고.”
“무슨 그렇게 오해를 많이 하세요.”
이제는 자신의 농담을 되받아쳐 오는 도경을 보며 최우진은 피식하고 웃었다.
“좋아. 나도 그러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어.”
최우진도 무언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윤도경에게는 철밥통이더라도 능력이 뒤처지면 안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
“하하하.”
도경은 최우진의 다짐에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선배와 있으면 늘 마음이 편안해요.”
“어우, 징그럽게. 빨리 결혼해. 이게 결혼을 하면 다른 것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힘들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얘기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더라니까?”
“그래요?”
“솔깃하지?”
“아뇨.”
도경의 단호함에 최우진은 김이 샌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물론 부럽죠. 그런데 말씀드렸듯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덜컥 나 좋자고 결혼해서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할 자신이 없어요.”
“이해해.”
“뭐, 엄마도 타이밍을 놓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어떡하겠어요. 평생 혼자 살다 가야지.”
“얼씨구, 윤도경 능력이면 나이가 오십이 되어도 서로 데려가려고 할 거야.”
“오십까지 결혼 못 할 거라고 저주하시는 것 같은데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헛기침을 했다.
“크, 크흠. 들켰나.”
“하하하, 일어나시죠. 밥 먹으러 가게.”
“어디 갈 거야?”
“뼈다귀해장국 먹으러요.”
“어제도 그거 먹었다며.”
“해외에 오래 있었더니 너무 그립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때 많이 먹어두게요.”
“하여간 하나에 꽂히면…….”
최우진은 투덜거리면서도 그런 도경이 싫지 않은 듯 뒤를 따라나섰다.
* * *
“제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죠?”
일주일 후, 도경은 장기간의 휴가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미국에서 해야 할 프로젝트가 많았다. 아무래도 한국의 사업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멈춘 상태니 미국에 집중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네. 별일 없었습니다. 찰스 머피와 다른 고객들의 자금도 잘 돌아가고 있고요. 얼마 전엔 첫 배당금이 나와 찰스가 고맙다는 전화도 해왔습니다.”
“아! 제게도 이메일이 왔더라고요.”
찰스 머피는 도경에게 큰 도움을 준 첫 고객이었는데, 투자를 한 이후 첫 배당금을 받고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랐다는 인사를 해왔다.
“하버로지스틱스에서 배당을 늘렸다고요.”
“네. 이사님의 예측대로 지금 물류창고가 전례 없는 호황입니다. 매출이 높으니, 새로운 창고를 짓고도 돈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도경은 역시 고정적인 수입엔 땅장사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사님이 없으실 때 서울에서 재무팀 직원들이 나와 위층도 임대를 완료했습니다.”
“그것 또한 보고받았습니다.”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바로 위층을 임대했다.
이유는 본사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규모를 확장해도 좋다는 허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이었는데, 역시 성과를 내니 회사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위층에는 아마도 새로운 직원들의 사무실이 생길 것 같습니다. 오피스 전문 리모델링 업체도 계약을 끝내서 이달 안으로 공사가 끝날 것 같고요.”
“좋습니다. 그럼, 리모델링 기간을 데드라인(Deadline, 기한)으로 하고 신규 직원들을 구해야죠.”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헤드헌팅이 일상인 나라라서 그쪽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네. 저도 한번 나서볼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헤드헌팅이라…….”
아무래도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공채 문화가 없었다.
최근 국내도 공채 문화를 없애고, 뜻이 맞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뽑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래도 국내와 정서가 달랐다.
네트워크를 통해 인물을 추천받는다거나 전 일터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을 당겨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보다 더 큰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을 지금의 연봉보다 더 주며 당겨오거나 하는 방식인 스카우트 형식의 채용이 주를 이뤘다.
“나는 뭐 인맥도 없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도경은 작게 읊조리며 말하며 컴퓨터 마우스를 잡았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사이트를 하나 검색했다.
“링크드인…….”
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회원 가입을 한 도경은 자신의 커리어와 소개를 적기 시작했다.
도경이 들어간 사이트는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였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이곳은 구인·구직을 위한 곳이었다.
지금 도경이 하는 것처럼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적고, 또 자신의 소개를 적으며 내가 필요하다면 먼저 접촉하라든지, 네가 우리 회사로 오고 싶으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라고 말하는 취지의 사이트였다.
“어우, 인재들이 정말 많네.”
도경의 입장으로서는 눈이 돌아갈 것 같은 커리어를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하버드를 나왔고, 메릴린치에서 일하고 있구나. 마침 우리가 필요한 자산운용부문에서 일하고 있고.”
도경은 한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있었는데, 한번 이야기라도 나누어보고 싶었다.
“이런 사람들이 뭣 하러 신라를…… 아니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려던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사람들과도 접촉을 해봐야지.”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오히려 지금 신라로 온다면 앞으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자신감이 지금 도경과 신라의 무기였으니까.
뭐, 그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겠지만.
“스팸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그렇게 마음먹으며 도경은 여러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띵띵-
한창 이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알림음이 울렸고 도경은 사이트 상단에 있는 종 모양 표시에 숫자 1이 적힌 것을 발견했다.
“오, 답장이 벌써 왔나?”
도경은 기대하며 종 모양 버튼을 눌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스터 윤! 보내주신 제안은 잘 보았습니다. 미스터 윤 또한 리우 샤오의 인터뷰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도경은 겸손한 자기소개를 보냈었는데 상대는 역시 같은 세계에서 일하는 플레이어답게 리우의 인터뷰를 본 것 같았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안정적인 지금 직장을 옮겨 모험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봤으면 좋겠습니다.]완곡하게 표현해 왔지만, 결론은 거절이었다.
이후로도 여러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거절하는 메시지들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신라로의 이직을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저들의 처지에서는 모험이 맞지.”
도경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보다 눈을 낮춰 인재를 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고 싶진 않아.”
물론 한국에서처럼 팀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직원들이 필요했다.
지이잉-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빌, 오랜만입니다.”
* * *
“HBS에서 강연을 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 시간 전, 파미르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 윌리엄 마셜은 비서가 해오는 말에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HBS에서?”
“그렇습니다. 수강생들을 상대로 현업에서 느끼는 경제에 관해 강연을 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HBS는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약자였다.
세계 최초의 경영학 석사(MBA)과정이 생긴 하버드의 경영대학원이었는데, 세계 최초인 만큼 명성이 어마어마했다.
“그 잘난 HBS 출신들은 뭐 하고 나한테 연락이 오는 것이지?”
빌은 HBS와 1, 2위를 다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경영전문대학원인 와튼스쿨 출신이었다.
“아시잖아요. HBS의 명사 초청은 출신지를 따지지 않는다는 거.”
“그게 기분이 나쁘다는 거지. 마치 나를 깔보는 것 같잖아.”
HBS는 미국의 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세계적인 컨설턴트 그룹인 맥킨지의 설립자 그리고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JPM의 회장 제프리 다이먼의 출신 학교였다.
포춘지에서 선정하는 500대 그룹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MBA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영광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겠지만…….
“하지만, HBS의 강연에 나가시면 현직자들도 많고, 정치인들도 많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HBS에는 월가에서 활동 중인 현직자들이나 미래의 스타들과 더불어 정치인 꿈나무들도 많았다.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분명 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봐. 내가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야? 파미르 캐피털이 너한텐 그렇게 쉽게 보여?”
하지만, 빌은 파미르 캐피털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고, 또 자신의 이름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실제로 빌은 능력이 있었고, 월가의 모두가 파미르의 후계자인 윌리엄 마셜의 전화번호를 받고 싶어 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됐어. 거절…… 잠시만.”
짜증을 내던 빌은 무언가 생각이 바뀌었다는 듯한 얼굴로 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서는 그런 행동이 익숙한 듯 전화번호가 적힌 공문을 건넸다.
“나보다 더 뛰어나고, HBS의 꿈나무들에게 더 도움이 될 사람이 있어.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HBS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말이야.”
빌은 무언가 신이 난 듯 혼잣말을 하며 공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파미르 캐피털의 윌리엄 마셜입니다. 제안해 주신 것은 아쉽게도 제가 일정이 있어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대신해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네. 저보다 스토리도 풍부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빌은 확신에 찬 얼굴로 전화를 이어나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0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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