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7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79화(37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79화
“리. 너도 이거 들으러 왔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에 준비된 한 작은 강의실에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는데, 인제 막 강의실로 들어선 한 청강생은 자신의 친구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반가운 듯 인사했다.
그러고는 옆자리에 앉으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어. 오늘 강연하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꽤 유명하거든. 그나저나 나야 한국인이니 저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지만, 앨빈 너야말로 이 강의를 들으러 올 줄은 몰랐네.”
“아, 나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있어서.”
“그래? 웬일로?”
“다음 주 케이스 스터디 주제가 아시아 증권사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케이스 스터디는 공부량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유명했다.
속된 말로 빡센 강의였는데, 특정 분야의 기업들의 케이스를 준비해 짧은 시간 동안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해야 했다.
“혹시라도 오늘 질의응답 시간에 뭐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나와봤지.”
“그럼 잘 왔네. 오늘 강연하는 윤도경은 한국의 탑 플레이어거든.”
한국 출신 동기의 말에 앨빈의 두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 강의실의 빈자리를 채워갈 때쯤, 강의실 앞문을 통해 교수와 한 사람이 같이 들어왔다.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예고했듯 현직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에게 자산운용업계에서 바라보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강연을 합니다. 오늘 우리의 초청에 응해준 신라자산운용의 CIO 미스터 윤도경을 환영해 주길 바랍니다.”
초청을 해준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도경은 강연대 앞에 섰다.
띄엄띄엄 빈 곳이 보이는 좌석들이 많았지만,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박수로 도경을 반겨주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신라자산운용 CIO 윤도경입니다. 먼저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라파엘 로메로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도경은 앞에 앉아서 자신의 강연을 듣는 교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피터 브라운이나 워런 버핏 같은 거장들은 학교 측에서 초청을 해 거의 모든 학생이 서로 참여하려 했겠지만, 도경은 한 과에서 진행하는 강연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보거나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니었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 증권계에 있는 현직자로서 제가 느끼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도경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화면에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띄우기 시작했다.
“저는 올해 초까지는 미국의 경제가 후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있으신가요?”
도경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도경은 걸음을 옮겨 맨 앞에 앉아 손을 든 사람의 입에 마이크를 가져다 댔다.
“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전에 경제침체가 찾아왔으니까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뒷사람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댔다.
“침체가 없이는 다시 상승이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뒷사람도 답을 하자 도경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모두 나왔다는 듯 자리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철저한 사이클 주의자였습니다.”
증권가에서 사이클 주의자는 일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했으니,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이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얘기했다.
즉, 경제는 순환하고 반복된다는 주의.
“하지만, 올해 초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생각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경기침체는 이미 와 있고,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도경의 말에 순간 강의실 내에 있는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모두가 도경의 말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도경은 화면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화면에는 커다란 글씨가 떠 있었다.
“미국 예외주의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도경의 물음에 여러 사람들은 손을 들어 올렸다. 몇몇은 자부심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손을 내려주세요. 네. 맞습니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모두에게 퍼뜨릴 ‘특별한 국가’라는 이야기였는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책에서 주장한 이야기였다.
“올해 초 한 차례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왔을 때 미국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올해 초에 있었던 중소 은행들의 붕괴를 떠올렸다.
“기존에 있었던 비슷한 상황에서 배운 것이죠.”
[쓸데없어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을 준비해야 최소한의 손실로 위기를 진화한다]“빨랐습니다. 연준에서는 아주 신속한 대응책으로 무너지는 중소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했고, 메가뱅크들은 빠르게 중소은행들을 인수하며 더 위로 위기가 번지지 못하도록 했죠.”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런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경의 말에 각자 생각에 빠진 듯 그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 전에 말했으니까요.”
“미국 예외주의.”
한 사람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기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대응과 차별화된 대응을 했습니다. 거대 법안들의 통과로요.”
[인플레 감축법, 반도체 육성법]“지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몇 가지의 거대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인플레 감축법과 반도체 육성법입니다.”
물론 당시에 법안이 상정될 때는 여러 논란이 있었다.
아무래도 경제가 어려울 것이 뻔한데 대규모로 자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한다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이 법안들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법안입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법안이니까요.”
실제로 법안의 효과로 인해 다른 나라들이 경제침체를 겪고 있을 때 미국의 시장은 미친 듯 오르고 있었다.
“법안으로 인해 제조업들의 건설 지출이 늘어나며 지역 경제를 부양하기 시작했고, 법안의 영향을 받는 산업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며 관련 산업이 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조업 건설 지출 증가율]화면에는 그래프가 한 가지 떴는데,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건설 지출을 비교하는 차트였다.
“법안의 영향을 받는 제조업계는 비제조업에 비해 건설 지출이 80%나 더 많습니다.”
건설은 대표적인 경기부양책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에 상권이 형성된다든지 사회기반시설들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산업의 지출이 늘수록 지역경제는 활성화되었다.
“초반의 부정적이었던 구간을 지나 현재는 엄청난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국은 현재 개개인의 지출은 틀어막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연방과 주정부의 지출을 늘림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착시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경기침체가 현재 찾아왔으나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주식시장은 우상향하고 있고, 연방정부의 지출이 늘어나며 사회엔 계속 돈이 도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도경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견지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침체를 막았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막대한 지출을 위해 정부는 계속해서 국채를 발행했는데, 이와 같은 지출로 막대한 이자 비용과 임금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는 평가도 있으니까요.”
결국, 누군가는 이 비용을 모두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저는 경기침체는 이미 찾아왔으나, 그로 인한 발작은 우리가 모두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화면에 자신의 주장을 받쳐줄 수 있는 자료를 띄워가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미국이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하는 이자 비용은 여러 가지 지출을 제치고 가장 많은 규모의 지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나은 상황을 얘기했다면, 도경은 빛의 이면에 있는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뿐만 아닙니다. 기업들의 세후 이익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 이자가 빠른 속도로 올랐기 때문이죠.”
도경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앞으로 기업체를 이끌어갈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기업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한 성장치를 맞추기 위해, 또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쉬운 것은 고용시장의 후퇴입니다.”
당연히 사람을 자르는 것이 가장 쉬웠으니까.
“앞서 저는 사이클을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언제 있었을까요?”
도경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청중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1910년 스페인 독감과 세계 1차대전 상황이 현재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공급망 쇼크와 급격한 고용시장의 후퇴…… 각국의 지출 증가.”
도경은 당시의 상황들과 현재의 상황이 비교된 자료로 자신이 한 말의 이론을 보충했다.
“물론 앞서 보았듯 현재 상황이 이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때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모든 경제 지표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완곡하게 말해오고 있었지만, 경제지표를 바꾸어야 한다는 뜻인 건 알 수 있었다.
경제지표들은 앞으로의 경제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행지수들은 모두 경제침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두되는 경기침체가 없이 이대로 흐른다? 이는 지금의 경제지표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입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현재 선행 경제지표들은 원자재 등 제조업을 대표하는 경제지표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지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죠.”
지금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은 애플, 구글과 같은 디지털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었다.
“현업자인 저는 매크로를 볼 때마다 현재 시장 상황과 너무 달라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디지털 기업들이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경의 파격적인 말을 모두가 놓칠세라 메모를 하며 들었다.
“제 말을 종합하자면, 현재 경기침체 상황은 이전과 다르게 왔을 수도 있다. 만약 지금이 경기침체 상황이라면, 현재 경제지표를 손봐야 한다.”
도경은 지금까지 길었던 자신의 말을 한 줄로 압축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케이스 수업에 관련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열띤 토론으로 진행된다고요. 혹시 제 의견에 질문이나 이견이 있으신 분?”
도경의 물음에 한 사람이 손을 들었고, 도경은 손을 들어 지목했다.
“맨 처음에 현재 상황에 의한 발작이 다른 형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형식일까요? 말씀하신 건 너무 범위가 넓어 쉽게 떠오르지 않아서요.”
질문에 도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을 말해보자면, 미국의 이자 지출이 계속해서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채권을 발행해 그런 것이죠. 이것을 저나 질문하신 분 개인의 상황으로 치환해 봅시다.”
도경은 강단 위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돈이 없어 대출을 계속해서 받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앞으로 가장 좋지 않은 발작이 무엇이 있을까요?”
“…….”
“간단하게 생각합시다. 대출을 계속해서 받을 수 없습니다. 내 소득대비 대출이 늘어나면 어떤 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용등급의 강등?”
그때 청중석에서 답이 나오자 도경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죠. 신용등급의 강등.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파격 그 자체인 예측이었기 때문이다.
* * *
“잘 다녀오셨습니까?”
이틀 후, 동부에 있는 보스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다녀온 도경은 서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네.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왔네요.”
“동부에 다녀오셨는데 시차로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메시지가 준 능력 덕분이었는데, 이를 말할 수는 없었다.
“부럽습니다. 이사님의 지치지 않으시는 체력이요.”
“왜 이러십니까? 지훈 부장님도 체력이 좋으시면서. 어쨌거나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0명을 컨택하면 4명 정도 면접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6명은 완곡한 거절을 하겠고요?”
“네. 아무래도…….”
도경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해서 이름값을 키울 수밖에. 그래서 면접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 상황에 대한 이해를 대부분 못 해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여기 면접을 진행한 사람들의 프로필과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저도 좀 보고 이야기를 다시 나누어보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
똑똑-
도경과 이지훈이 한참 얘기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사색이 된 얼굴의 김우혁이 방으로 들어섰다.
“이사님, 지금 블룸버그 속보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우혁의 말에 이지훈은 방 한편으로 다가가 리모컨을 들고 TV 전원을 켰다.
TV 화면 속에서는 앵커가 속보를 발표하고 있었는데,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09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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