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화(3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화
“너무 강경하게 말하지 않았나요?”
이틀 후.
지난 토요일의 방송 출연 때문인지 월요일 아침 회의가 끝나자마자 도경은 지점장 류태화의 호출을 받아 독대하고 있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류태화는 진심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물었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그런데 톤 조절을 나름 열심히 했는데…….”
“물론 해야 할 말이었고, 필요한 말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라고 도경 씨를 불렀을 테니까요. 하지만, 조현석 박사는 팬이 많습니다.”
물론 류태화는 도경이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었고, 방송에 나가서 한 말도 그다지 문제가 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일 여러 증권사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연락도 많이 왔다. 대부분이 도경을 칭찬하는 말들이었다.
시장참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도경이 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상대였다.
“오늘 아침에 본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회사로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하더군요.”
“전화요?”
“네, 조현석 박사의 팬들이거나…… 그의 말을 듣고 주식을 판 투자자이거나겠죠.”
류태화는 안타까움이 묻어 나오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고, 도경 또한 상황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고르고 골라서 산 기업의 가치보다 조현석과 같은 비관론자의 말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분들 마음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믿음은 단순한 믿음을 넘어 맹신으로 향했고,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시장이 회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조현석의 말을 듣고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주식을 팔았는데 시장이 회복되어서 주식이 오르기라도 한다면?
더 나아가서 시장이 완전한 회복을 맞아 주가가 오르는데 자신은 여전히 불안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희망을 심어주는 말을 하는 도경의 모습이 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분들보다 적극적인 시장참여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류태화를 향해 얘기했다.
“떨어지길 빌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얘기는 없으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화를 해 따지는 것은 일개 PB가 정유주가 오른다. 증시가 오를 것이다라고 말해도 되느냐는 물음이 제일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날 라이브 방송에서 제가 한 말들은 모두 본사의 컴플라이언스를 획득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회사 내부의 준법 감시 시스템을 얘기했다.
물론 금융업계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자본시장법, 금융투자업 규정 등 법과 국가기관에서 정해둔 규정을 따르는지 감시하는 것이었다.
도경은 증권사의 직원이었기 때문에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할 말들을 모두 유성투자증권 내부의 준법감시팀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단적인 예로 이연지가 소속된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은 본사에서 나온 보고서를 참고한 말만 할 수 있었다.
도경은 애널리스트가 아닌 PB였지만, 그 규정은 같이 적용되었다.
“본사에서 정유 분야를 추천하는 보고서에서 나온 말들과 또 올 하반기 증시 전략에 대한 보고서에서 나온 말들을 참고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얘기해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혹시라도 그와 관련해 조현석의 팬들이 도경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해 올 수도 있었다.
미리 예방주사를 놔주는 차원이기도 했고, 그들이 전화를 걸어오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뜻에서 류태화는 얘기해 준 것 같았다.
“본사에는 제가 따로 얘기해 뒀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경은 류태화에게 고개를 숙였다.
“늘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도경 씨가 PB로 보직 전환을 한 이후에 지점이 잘되고 있는 걸 보니 제가 좀 더 신경 써야지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지점장님께서 처음으로 농담을 하셔서요.”
“하하하, 반은 진담입니다. 어쨌든 고생합시다. 문제가 생기면 내게 꼭 얘기하도록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지점장실을 나섰다.
* * *
“어, 정 이사. 납니다. 조현석.”
한편, 조현석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온종일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고 있었다.
“요즘 증시에 관해서 어떻게 봐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평소 왕래가 잦은 증권사 임원이었는데 자신이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앓는 소리를 해오기 시작했다.
-아이고, 박사님. 말도 마십시오. 죽겠습니다. 아니, 그나저나 박사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 시장이 좋지 않은 건 나도 알지요. 내가 말한 대로 지금 내리꽂고 있잖아요.”
-……아, 네.
상대는 씁쓸한 목소리로 답해왔지만, 조현석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시장 상황이 아니라. 증권사 내부에서는 좀 다른 움직임들이 있냐 이거지요.”
-다른 움직이라시면…….
수화기 너머에서는 무언가 탐탁지 않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부정보는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는…….
“하하하, 거 정 이사도 참. 제가 내부정보를 달라고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뭐 시장참여자가 늘고 있다거나 그런 정보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좀 어떻습니까?”
조현석은 무언가 마음이 급한 사람처럼 답을 보채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장참여자는 줄고 있지요. 저희는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는 고사하고, 펀드 상품의 예치금까지 줄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이고, 상황이 많이 안 좋네요.”
-예, 다른 회사도 똑같을 겁니다. 주식만 내리꽂으면 그래도 돈은 빼지는 않을 텐데, 코인이 크게 폭락하니 주식시장이 그 장을 따라갈까 봐 다들 몸을 사리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예상한 것과 틀리지 않은 답이 나오자 조현석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내가 요즘 시장 정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말에 주읽남 봤습니다.
“예?”
-유성투자증권 주니어의 말에 신경을 쓰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수화기 너머의 말에 조현석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주읽남 채널을 업계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증권사 임원의 입에서 그 얘기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허허, 거참. 제가 지금 PB의 말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놀랐습니다. 자신감 있게 증시에 관해 얘기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관련 보고를 받았는데…….
“어떤 보고가 올라왔습니까?”
조금 전까지 기분 나쁘다는 듯 얘기하던 조현석은 구미가 당긴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저희 쪽 매니저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더군요. 물론 그 주니어의 의견에 동의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거 보십시오. 귀담아들을 가치도 없는 얘기였습니다. 나는 그저 그 친구가 자신감 있게 얘기하길래 혹시나 싶었던 겁니다.”
-그러시군요……. 어쨌든, 증시에 대해 좀 살살 얘기해 주십시오. 아주 죽겠습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내 또 분위기를 봐가며 떠드는 사람이라……. 어쨌든 고맙습니다. 고생하세요.”
-예, 박사님. 들어가십시오.
통화를 마친 조현석은 굉장히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지. 제깟 게 아무리 떠들어봐야 경제가 이런데 어쩌겠어?”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던 젊은 PB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참에 버릇을 좀 고쳐줘야 할 것 같은데.”
잠시 고민을 하던 조현석은 무언가 떠오른 듯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유 상승의 끝이 보인다.]그렇게 첫 줄을 잡은 조현석은 씩 웃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늘 고객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이번 난관도 잘 헤쳐 나가리라 믿으며, 정보 드리겠습니다.】
【추천 종목: T오일】
【요주의 종목: KOSPI10 인버스 ETF】
【우리는 회원님과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도경은 라이브 방송 당일 수신된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그날 조현석에 어울려 줘야겠다고 마음을 먹도록 만들어준 메시지였다.
“오늘도 장 시작부터 좋지는 않은데.”
도경은 메시지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뜬 트레이딩 시스템을 번갈아 보았다.
T오일이야 도경도 오를 거라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주에 이미 많은 고객의 포지션을 T오일에 배치했다.
마치 그 확신을 지지한다는 듯 메시지는 추천 종목에 T오일을 올렸다.
“문제는 저 인버스인데.”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 지수 펀드)는 여러 가지 종목을 하나의 종목에 묶어둔 펀드형 주식이었다.
예를 들자면, 반도체 ETF의 상품에는 반도체를 대표하는 미래전자부터 유성반도체, 그리고 기타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을 넣어두는 ETF가 있었다.
이번 메시지가 요주의 종목으로 말해온 저 인버스 ETF는 코스피 상위권 10개 종목의 하락에 거는 ETF였다.
즉, 주식시장의 지수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수익을 내는 일명 숏Short 상품이었다.
“인버스가 요주의 종목이라면, 지수는 오른다는 말이겠지.”
당연하게도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종목이 요주의 종목에 들고, 그 종목이 하락한다면, 당연히 지수는 상승한다는 말이었으니까.
요주의 종목 또한 도경의 생각을 지지한다는 듯 고른 종목 같았다.
“조현석이 더 장난질을 치기 전에 반등의 시그널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은 좋지 않을 수 있었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주식시장의 반등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뭄과도 같은 지금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단비 같은 반등 신호가 메시지로 왔다.
도경은 설렘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잉- 지잉-
한창 시장의 상황을 살피던 와중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PB 윤도경입니다.”
-윤도경 PB님, 안녕하세요. 저는 투데이머니 기자 오성은이라고 합니다.
“네? 어디요?”
-투데이머니입니다.
투데이머니라면,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경제지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주읽남 채널 잘 봤습니다. 그와 관련에 취재하는 중인데. 혹시 잠시 인터뷰할 수 있으실까요?”
“네, 짧은 인터뷰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신입 PB인 도경에게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좋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흔히 있는 기회도 아니었고.
-혹시, 그날 토론의 상대였던 조현석 박사님의 페이스북을 보였을까요?
“페이스북이요?”
-네, 오늘 아침에 글을 올리셨던데…….
“어…… 죄송합니다. 제가 그분을 체크하지는 않아서요.”
-아, 아닙니다. 죄송하실 일이 아니죠. 내용을 좀 말씀드리자면, 유가가 곧 하락할 거라고 보시던데…… 그날 윤도경 PB님은 정유주를 눈여겨보라고 하셨잖아요.
도경은 기가 찼다. 그는 결국 또 오지 않을 하락에 기우제를 지내듯 베팅하며, 여러 투자자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 자신과 같은 PB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윤도경 PB님의 생각은 여전히 똑같으신가요?
수화기 너머에서 묻는 기자의 생각은 오직 하나일 것이다.
도경과 조현석의 예측 싸움이 더 확대되는 것.
롱(Long, 매수)과 숏(Short, 매도), 극명하게 갈리는 두 사람의 의견은 결과 또한 시장의 반응으로 명확하게 나올 테니까.
언론사에서는 소위 말하는 팔리는 기사나 다름없었다.
“네. 여전히 똑같습니다. 유가는 하락해도 정유주의 장래는 밝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정제마진 상승 폭은 정유사들의 실적 상승의 청신호입니다.”
언제까지고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조현석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말을 지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말씀이시죠?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도경은 확신에 가득한 표정으로 망설임 없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비관론자는 스타가 되고,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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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