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1화(38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1화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는 롱으로 갑니다.”
다음 날, 오전.
미국의 주식시장은 열리자마자 전날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를 이기지 못한 것인지 폭락을 하고 있었다.
“현재 S&P는 -2.1%, 나스닥은 -2.8%가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오히려 저는 이것이 조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경은 이지훈과 김우혁을 포함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전 직원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S&P와 나스닥 지수가 2% 이상 하락했다는 것은 개별종목으로는 3~5% 많게는 10% 이상 폭락을 한 종목도 있다는 얘기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도경이 롱(Long, 매수)을 얘기해 오자 다들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
“먼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주가지수와 채권 장기물 외에 다른 지표들이 튀지 않았습니다.”
도경은 직원들을 바라보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국채 CDS(신용부도스와프)도 지수가 멀쩡하고, 2011년과 달리 유로존의 반응도 미적지근합니다.”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증시도 전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폭락했지만, 다른 지표들이 멀쩡했다.
“모두가 2011년의 공포를 떠올립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 든 생각은 2011년의 여파였으니까요.”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큰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유럽과 신흥국들의 경제가 무너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여파였다.
“저는 경제는 순환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과거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참고하지, 현재도 과거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2011년과는 다릅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메모를 하며 집중했다.
“첫째, 미국이 디폴트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도경은 2011년과 지금이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2011년은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미국이 디폴트(파산) 위기에 놓였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강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신용평가사인 피치에서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뿐이었다.
“둘째, 앞서 말했듯 주식시장과 장기채권 금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표가 안정적입니다.”
시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주식시장에서는 그간 너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을 할 구실이 필요했고, 마침 건수를 잡아 수익 실현을 하는 물량이 나온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셋째.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입니다.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강하고요.”
피치의 우려에 도경은 일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경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미국의 달러는 기축통화입니다.”
도경의 한마디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달러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라는 말이었다. 미국 달러의 가치를 믿지 않으면, 전 세계 그 어느 곳 화폐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반대로 전 세계 모든 화폐를 믿지 않더라도 달러는 믿어야 했다.
“저는 미국의 반대편에 서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영원한 스승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미국의 반대에 서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짓은 없다고 했다.
그가 미국인이기 이전에 이미 전 세계의 경제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롱으로 가겠지만, 헷지는 해야겠죠.”
다시 말해, 시장에서 주식은 사들이면서도 지금 경제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는 수단도 함께 가져가겠다는 말이었다.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았는데,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굴리던 PI(자기자본거래) 자금 중 약 8천만 달러가 오늘 아침 샌프란시스코 어카운트로 입금되었습니다.”
최우진이 이끄는 증권투자본부에서 운용 중이던 한국 주식 몇 가지를 처분하고, 미국 시장 투자를 위해 넘겨받았다.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중 70%는 우리가 그동안 눈여겨봤던 주식을 매수하겠습니다. 철저하게 저점으로 매수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는 매일 회의를 거치며 숏리스트(Shortlist, 매입후보명단)를 구성 중이었다.
“숏리스트를 다시 철저하게 분석해 주세요. 오늘 종가에 맞춰서 들어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혁 대리님.”
도경은 어쩌면 이번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을 수 있는 김우혁을 따로 불렀다.
“네. 보스.”
아무래도 미국 직원들이 함께 있다 보니 김우혁은 호칭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고 편리한 호칭을 정한 것 같았다.
“나머지 자금 30%로는 미국 국채 30년물에 숏을 치겠습니다.”
도경의 입에서 그가 생각한 헷지 수단이 나오자 모두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피치가 그저 정부를 향해 시비를 건 게 아니겠습니까?”
한편, 월가에 있는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사무실에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날 갑작스레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사건에 관해 대응책을 이야기 중이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그리 얘기하자 모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용평가사를 포함한 금융사와 정부의 줄다리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서로 각자의 무기를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2011년 강등은 당시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디폴트 위기까지 몰렸었습니다. 그때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명분이라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명분이 없고.”
“피치에서 명분이라고 들이민 것이 너무 궁색합니다.”
이미 부채한도 협상이 끝나 미국 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은 늘어난 상태였다.
한도가 있었기 때문에 유한해 보였지만, 사실상 무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피치는 이런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나서 문제라는 말을 해오고 있었다.
“미국의 달러는 기축통화입니다. 아니, 전 세계에서 미국 달러만큼 신뢰를 가지고 있는 돈은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부채를 얼마나 늘리든 그것은 신용등급을 강등할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얘기해 오는 것이었다.
“그러면 피치가 왜 그랬을까?”
상석에 앉은 사람의 물음에 조금 전까지 열변을 토하던 사람은 입을 열었다.
“근래 미국 재무부에 무디스 출신들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공직사회는 열린사회였다.
증권사나 은행, 신용평가사에서 일하다가도 공직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미국의 재정을 컨트롤 하는 재무부 장관 자리에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지금 피치가 재무부를 견제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디스의 인원들이 재무부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무디스가 반사이익을 볼 테니까요.”
한때, 미국 재무부는 GS라는 투자은행 출신들이 휘어잡고 있었는데, 이 당시 GS는 중국 시장 개척 등 많은 배려를 받으며 엄청난 성장을 했다.
로비가 합법인 나라답게, 인적 네트워크가 그 누구보다 중요한 곳이었다.
“보나 마나 자신들의 인물도 데려가 달라 이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거치고는 사고를 너무 쳤는데. 테일러.”
상사가 말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부르자 모두의 시선이 테일러에게로 향했다.
“네. 보스.”
“채권시장은 어때?”
“장기 채권 금리가 조금은 올랐지만, 아직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오히려 주식시장에서 건수를 잡은 양 수익 실현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테일러의 말에 상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닐의 말대로 시장 모두가 피치의 행동이 무리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의 포지션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상사는 조금 전까지 열변을 토하던 남자를 향해 물었다.
“볼 것 없습니다. 지금 매력적인 금리에 포지셔닝 되어 있는 10년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권 금리가 내려갈까?”
상사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잠깐의 금리 상승을 줬을지는 몰라도, 경제는 이미 연착륙을 했습니다.”
모두가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고용시장이 강력합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비제조업 분야의 고용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산업, 물가, 고용은 3대 경기 선행지표였다.
실업자가 줄며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고용 지표는 경기의 선행지표였기 때문에 고용시장이 강해졌다는 것은 경기도 좋아질 거라는 이야기였다.
“현재 5%대로 세팅되어 있는 10년물 금리가 내년 초에는 3%대 후반, 말에는 2%대 후반으로 타겟팅을 잡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채권 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은 채권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이익을 본다는 얘기였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가격은 싼 것이고,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의 가격이 올라간 것이니까.
“지금이 적기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좋아. 10년물에 포지션을 잡자고.”
상사는 그리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한데 말석에 앉은 테일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테일러.”
“네. 보스.”
“결론이 마음에 안 드나?”
상사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테일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채권 담당자로서 할 말이 있으면 해도 돼.”
“……아직 조금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고 상사가 발언권을 주기는 했지만, 테일러보다 더 위의 상사가 밀어붙이는 거래였다.
미국의 회사 문화는 자유롭다고 모두가 생각하겠지만, 금융권은 예외였다.
“아직 3분기 정부의 채권 발행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앞으로 시장에 나올 채권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때 강력하게 채권투자를 주장했던 상사가 입을 열었다.
“이미 시장에 풀린 채권들이 소화가 되고 있어.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부채한도 협상에서 내년 정부 지출을 동결하기로 발표하지 않았나?”
“…….”
사실이었다.
내년 미국의 지출은 올해와 똑같을 것이다.
여야가 그리 합의를 보고 부채한도를 늘렸으니 지켜질 수밖에 없었다.
“지출이 올해 수준으로 고정된다면 채권 발행량은 많지 않을 거야.”
“테일러, 반박할 수 있겠나?”
최고 상사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그를 뒷받침해 줄 논리가 자신에게는 없었다.
“좋아. 그럼 10년물에 포지션을 잡는 것으로 이번 주는 방향을 잡자고.”
그렇게 회의가 끝나자 자리로 돌아온 테일러는 멍하니 생각하다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윤도경, 윤도경…….”
테일러는 어젯밤에 본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몸담은 금융가에서는 미국의 재정 상태를 걱정하는 말이 간혹 나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방주사를 놓는다는 생각이었지.”
그러나 화면 속에서 자신이 넘치게 강연을 하는 남자는 달랐다.
마치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해 왔다.
파격적이었지만, 남들보다는 한 발짝 더 나간 진단이었다.
“아무리 피치가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지금도 업계에서는 피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떠다니고 있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었지만, 피치는 S&P나 무디스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미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황에서 메신저인 피치를 욕하고 무시하는 것은 한 발짝 앞으로 더 나갈 자세가 되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다.
“보자.”
테일러는 컴퓨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익숙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사이에도 엄청난 컨택이 와 있네.”
테일러는 혼잣말을 하고는 쪽지함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쌓인 쪽지들 사이에서 조금 전 떠올렸던 이름을 찾은 테일러는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일전에 스카웃 제의를 주신 테일러 우드입니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 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게 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광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그렇게 써 내려간 쪽지를 보며 길게 심호흡을 한 테일러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1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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