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5화(3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5화
“테일러, 반갑습니다. 신라자산운용의 CIO 윤도경입니다.”
한편, 도경은 사무실로 갑작스레 찾아온 테일러 우드와 미팅을 하고 있었다.
“윤, 이렇게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테일러 우드입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고, 도경은 테일러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손짓했다.
“앉을까요?”
도경의 말에 테일러 우드는 긴장이 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도경은 그 맞은편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테일러 우드, 하버드 컬리지 출신이시네요.”
흔히 우리에게 알려진 하버드 대학교는 하버드 컬리지라 불리는 학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학부생들을 1학년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여러 과목을 배웠는데 2학년 때쯤 자신의 전공을 정했다.
이는 하버드가 인재를 양성해 내는 방식이었다.
“경제학과 출신으로 학부 졸업 이후 HBS에서 석사과정을 했고요.”
도경이 자신의 프로필을 읊어오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졸업 이후 왜 HBS로의 진학을 선택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테일러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느 점에서 말입니까?”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곧잘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했죠. 그런데 제게는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었죠.”
도경은 가만히 테일러의 말에 집중했다.
“친구도 별로 없었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대놓고 얘기하기보다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는 것에 익숙한 어린 시절이었고, 학부 생활을 하는 동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HBS로의 진학을 선택했군요?”
“네.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가면 리더십과 사람을 대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차 회사를 경영할 사람들을 위한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웠나요?”
도경의 물음에 테일러는 잠시 고민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도 강하게 제 생각을 말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사람을 대하는 것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네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과정을 선택했길래, 그 선택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테일러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이력을 보며 재미있어했으니까. 창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왜 헤지펀드에서 일하냐는 물음들이 종종 있었다.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서던캐피털에 입사했네요.”
서던캐피털은 꽤 유명한 헤지펀드이자 투자은행이었다.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절대적인 수익을 내려고 노력했고 많은 월가의 헤지펀드들 사이에서 오래 살아남은 집단이었다.
그들의 보수적인 운용 방식에 안전한 자산에 투자를 원하는 자산가들이 좋아했다.
“서던캐피털에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었다라.”
도경은 예상과 다른 답을 해오는 테일러를 바라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네, 말씀드렸듯 저는 진취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보수적인 서던캐피털의 사내 분위기와 투자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곧잘 적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네요.”
“내가 좋아했던 분위기가 사실은 도태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테일러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수적인 방식은 경제가 호황일 때나, 불황일 때나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 직원들 모두가 익숙해져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일러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전 회사를 흉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경직된 조직 분위기로는 이 변화무쌍한 시기를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테일러는 자신이 사직을 마음먹은 이유를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있는 회사니까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들이 계속해서 누적된다면 언젠가는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직서를 낸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전 회사가 좋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저나 회사나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테일러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선택 중에 가장 파격적인 것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도경의 물음에 잠시 테일러는 잠시 생각을 하다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전혀 모르는 남에게 도움을 구한 일입니다.”
테일러는 진심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말씀드렸듯 저는 남에게 요구하는 것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HBS에서는 1학년 때 남에게 잘 요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경영학을 다루는 학교였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일이다.
일종의 설득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때 배웠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회사와 제가 바른길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어떻게 바른길로 가는 방법인가요?”
도경은 테일러에게 더 자세하게 설명하라는 듯 물음을 이어나갔다.
“회사의 윗선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제 논리가 부족했습니다. 아마 회사가 완전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제 논리를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 빠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원하는 답을 얻었나요?”
“그렇습니다. 제 논리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설득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회사의 결정을 바꾸었나요?”
“아닙니다.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테일러는 확신에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자신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타성에 젖어 회사의 방향이 옳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 저나 회사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제자리에서 안주하기 싫습니다. 이 업계는 변화무쌍하고, 수많은 파도가 제 앞길에서 언제든 저를 덮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저는 그 파도를 함께 이겨 나갈 수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서류를 덮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질문들이 무례했다면 용서하세요. 나는 그동안 테일러가 살아오며 어떤 선택을 내렸고, 그 선택으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테일러는 실망한 얼굴이었다.
자신의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 본 사람들은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내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요.”
인생을 바꿀 결정을 내려보았다는 것은 큰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도경이었다.
자신이 그랬듯, 타인도 그 결정을 해보았다면 다음에는 더 나은 길을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테일러 우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서던캐피털에서 받던 연봉에 20%를 더 주겠습니다. 업무는 채권 트레이딩을 하게 될 거고요.”
도경의 말에 테일러는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제 손이 무안해하는걸요.”
놀란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던 테일러는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경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테일러의 얼굴에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듯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 * *
“보스, 그렇게 긴장하고 앉아 있어도 되는 거예요?”
사흘 후, 도경은 긴장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도경의 그런 모습을 직원들은 방에 들어와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놀리듯 말하는 직원의 말에 도경은 아무런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긴장이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스의 저런 모습 처음 보는데요. 리는 본 적이 있나요?”
“아니, 나도 오래 모셨지만 처음 보는걸.”
도경은 자신의 속을 모르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코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10초 후에 들어갑니다.
도경은 귀에 낀 무선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세를 고쳐 앉아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신라자산운용의 윤도경 CIO를 만나보겠습니다.
귀를 타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윤도경입니다.”
-윤, 반갑습니다. 블룸버그의 맷 앤더슨입니다.
오늘 도경은 블룸버그의 한 뉴스 채널에 출연을 한다.
사흘 전, 걸려온 섭외 요청에 도경은 적잖이 놀랐다.
물론 블룸버그에는 여러 헤지펀드나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들이 자주 섭외를 받아 인터뷰를 하지만, 자신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맷,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오히려 저희가 영광이죠. 그럼 바로 질문을 해볼까 하는데요. HBS 강연 영상이 이렇게 퍼질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도경이 이들의 섭외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소셜미디어상에 도경이 HBS에서 한 강연이 클립(Clip, 짧은 영상)으로 추출되어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증권인들의 영원한 친구인 블룸버그 터미널을 만들고 공급하는 블룸버그의 뉴스 채널이었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렇게 알려진 사람이 아니라서요.”
-하하하, 그렇다면 윤에게는 아주 좋은 상황이군요.
도경은 현재 블룸버그에 방송되는 화면을 슬쩍 바라보았는데, HBS에서 한 강연이 나오고 있었다.
터미널만큼 방송 채널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진 못했다.
CNBC와 같은 여러 경제 방송과 경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맷 앤더슨의 말마따나 도경에게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어디라도 나가는 게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피치레이팅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이틀 전에 이와 같은 발언을 하셨는데요. 예상하신 거죠?
“강연 전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연을 듣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파격적인 가정을 한 것뿐입니다.”
도경은 그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블룸버그에서 속보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확인했을 때는, 제 입이 재앙을 부르는 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강연의 내용을 저도 보았는데요. 피치레이팅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하며 이유로 든 것과 같은 이유였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예상하였을 겁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할 수 있었던 기회가 제게 온 것이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하는데요.
이후로 도경은 10분가량 현재 미국의 상황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후…….”
도경에게는 억겁의 시간과도 같았던 인터뷰가 끝이 나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자 사무실에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휘익-
몇몇 직원들은 휘파람까지 불었고, 도경은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스, 아주 멋있던데요.”
“이제 우리도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가는 건가요?”
“서부의 월스트리트에서 진짜 월가로!”
직원들의 말에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글쎄, 그건 더스틴 네 책상 위에 있는 밀린 일들이 다 해결되어야 갈 수 있지 않을까?”
도경의 말에 더스틴은 울상을 지었다.
“다음 주에 위층 오피스가 열리는데, 아직 새로운 친구들 소식은 없나요? 일이 너무 많아요.”
더스틴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 리나 열심히 구인·구직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고생해 줘.”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직원들과 도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PC에서 알림음이 들려왔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는데 링크드인이라는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온 알림이었다.
띠링-
띠링-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도경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이력서를 여러 사람이 보내오고 있었다.
“더스틴, 진짜로 금방 구해질 것 같은데?”
“정말요?”
“응. 링크드인에서 지금 이력서가 쏟아지고 있거든.”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기쁜 듯 손뼉을 쳤고, 도경 또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17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이 책은 KWBOOKS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본사의 허락없이 본서의 내용을 무단복제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