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6화(38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6화
“이게 뭐예요?”
일주일 후, 신라자산운용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오늘은 기존 오피스 바로 위층에 임대한 사무실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고, 입주하는 날이었다.
기존에는 이만큼 사무실이 커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보안도 좋지 않고 크기도 작은 사무실을 임대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잡상인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이 불쑥불쑥 찾아와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인제는 보안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춘 사무실을 가지게 되었다.
“아까 리에게 물어봤는데 한국에서는 사무실을 새로 오픈할 때 이런 문화가 있다네.”
신라자산운용의 미국인 직원들은 사무실 한쪽에 차려진 모습을 보고 흥미로운 듯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창 이들이 궁금해할 때 도경이 사무실로 들어섰고, 모두의 시선이 사무실 중앙에 선 도경을 향했다.
“여러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풍경입니다.”
도경은 말 그대로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설명을 원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기 아이패드에 있는 돼지머리가 신기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겠죠.”
기실, 오늘 사무실 한쪽에는 고사告祀상이 차려져 있었다.
진짜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으면 직원들이 기겁할까 봐 도경은 영화 주인공이었던 꼬마 돼지의 얼굴을 태블릿PC에 띄워놓았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액운을 없애고 행운을 빌기 위해 신에게 제를 올립니다.”
물론 도경은 고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취향에도 맞지 않는 행위였고.
하지만, 미국인 직원들이 한국의 회사에서 일하며 조금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이 행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샤머니즘(Shamanism, 무속신앙)인데, 저는 여러분들이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준비했습니다.”
도경은 직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타국의 전통을 아는 것만큼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진행할 겁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진지한 얼굴로 집중했다.
“어쩌면 그 나라만의 관습에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때는 오늘을 떠올려 주십시오.”
적어도 이들이 타국의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이해하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상을 바라보았는데 한국의 고사상에 올라가는 닭 대신 KFC의 치킨 버켓이 올라가 있었다.
김우혁이 열심히 준비해 보겠다고 말하더니 고사상 위는 동서양의 화합 그 자체였다.
도경은 얼굴에 미소를 지우고는 진지한 얼굴로 절을 하고는 지갑에서 달러를 꺼내 돼지 사진의 앞에 내려두었다.
‘부디 큰 사고 없이 미국에서의 사업이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
여러 이유에서 준비한 자리기는 했지만, 지금 도경은 진심으로 자신과 회사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빌었다.
“자, 한번 해보실 분?”
“보스, 제가 한번 해볼게요!”
도경의 말에 모든 것에 적극적인 더스틴이 나섰다.
더스틴은 사무실이 처음 개설되었을 때부터 함께한 직원이었는데 증권가의 인물답지 않게 괴짜적인 면이 있었다.
도경은 더스틴을 앞으로 불러 방식을 가르쳐 주었고, 더스틴은 진지한 태도로 제사에 임했다.
“신라가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가 되게 해주세요. 아니, 월가에서 최고가 되게 해주세요!”
더스틴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더스틴, 그거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데.”
“앗! 그래요? 그럼 취소.”
“뭐야? 우리가 최고가 되길 바라지 않는 거야?”
김우혁의 장난에 더스틴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모두가 크게 웃었다.
이후로도 여러 직원이 더스틴을 따라 고사를 지냈다.
“흥미롭네요. 정말 아름다운 문화인 것 같아요.”
도경은 옆에서 말을 하는 테일러 우드를 바라보았다.
테일러는 진심으로 감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모두가 모여서 새로운 출발에 행운을 비는 제를 지낸다는 게요. 너무 아름다운 풍습 같은데요.”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도 하죠? 혹시 아나요? 우리의 기도를 들은 신이 테일러의 앞날에도 행운을 가져다줄지 모르잖아요.”
“글쎄요. 저는 이미 이곳에 합류한 것 자체가 인생에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테일러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해볼까요? 행운은 더 많으면 좋을 테니까요.”
테일러가 그리 말하고 고사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 도경은 뿌듯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테일러의 합류와 더불어 여러 직원이 새로이 합류했다.
처음에 오피스를 개설할 때만 해도 여러 반대가 있었고, 또 미국에서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하지만, 인제는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찾아와 자신을 채용해 달라고 하는 위치까지는 올라왔다.
‘열심히 해야겠는걸.’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이런 상황은 도경에게는 부담보다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우리 팀원 모두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빌어주세요.”
그때 도경의 귓전으로 테일러의 기원이 들려왔고,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 * *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도경은 숙소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는 서울에 보고를 하고 있었다.
-윤 이사, 이제는 너무 커버린 거 아닌가요?
노트북 화면에는 신라자산운용의 서용원이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반겨왔다.
-블룸버그에 나왔을 때는 신라의 직원들 모두가 사무실에 있는 화면 앞에서 떠나지를 못했다더군요.
도경도 최우진을 통해 전해 들었다.
물론 블룸버그 채널에 나온 한국인 전문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신라와 유성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두가 그 상징성에 놀라고, 또 전 세계에서 블룸버그 채널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라의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뿌듯해했다.
-윤 이사 덕분에 저도 한국의 언론과 인터뷰를 꽤 했습니다.
“체크했습니다.”
-미국에서도 국내 기사를 체크하고 있군요?
“네. 아무래도 서울의 부서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도경의 말에 서용원은 흡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고를 받을까요?
“한국에서 송금받은 PI 자금으로 투자한 일라이 릴리 등 헬스케어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아직은 좀 더 갈 수 있다고 보고 수익 실현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현재 14%의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8천만 달러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서용원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돈으로 약 1천억 원을 송금받아 투자에 나섰다.
“그렇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의 포지션이고……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국채 30년물에 숏포지션을 잡았습니다. 일종의 헷지 개념으로 잡았고 현재 3%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시장이 참 재미있네요.
서용원은 심주원이나 류태화와 달리 프론트 오피스 출신의 대표였다.
랩어카운트를 이끌며 일선에서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시장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근래의 시장 상황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스닥이나 S&P 500 같은 주식시장 지수는 내리는데 개별 기업은 강세를 보이고, 더군다나 채권시장도 단기물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장기물은 어려운 상황이고요.
최근 시장의 모습은 양면의 얼굴을 띄고 있었다.
개별 기업의 강세가 강하다 보니 시장이 상승할 거라 생각하고 베팅을 하게 되면 웃는 얼굴로 반겨주던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 참여자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야말로 플레이어의 실력이 갈리는 시기 아니겠습니까?
서용원의 말마따나 이렇게 개별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장에서는 누가 더 기업에 관해 조사를 했는지, 어떤 산업 분야가 강세를 보일 것인지 선택을 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어의 실력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점에서 윤 이사는 늘 그렇듯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요.
서용원의 칭찬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일단은 포지션을 홀드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네. 오래는 아니겠지만, 조금은 더 가져가 보려고 합니다.”
-최고투자책임자이니 윤 이사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면 한국 소식을 좀 들려줘야 할 것 같은데.
서용원은 그리 말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물밑에서 진행하던 유성과 신라의 합병 작업이 마무리 단계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룹에서 파악하기로는 아마 이번에 합병을 하게 되면 자산 규모로는 태산과 비등해지고, 매출은 태산에 조금 뒤처지는 그림일 것 같다고 합니다.
멀어 보였던 태산과의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그리고 3인 체제였던 부사장직이 4인 체제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직을 개편합니다.
“그럼 대표님께서…….”
-네. 저는 신설되는 조직인 자산운용본부의 부사장이 될 것 같습니다.
유성의 부사장은 다음 대표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자리였다.
서용원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리고 윤 이사의 전략투자부문은 그대로 제가 관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다행이었다. 괜스레 다른 본부로 편입되어서 인수인계를 하고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들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직책도 그대로일 것 같고요.
“다행입니다. 내부에서 변화가 적을수록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시다시피 한창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저도 그 점을 어필했고, 회사에서는 받아주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면 얘기하도록 하고……. 계속 미국에 있을 예정입니까?
“네. 합병되면 들어가서 서울을 관리해야겠지만, 지금은 미국 오피스가 막 확장한 터라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 너머의 서용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을 텐데 좀 쉬세요.
“네. 대표님, 보고드릴 것 있으면 자주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먼 곳에서 건강 잘 챙기고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화면이 꺼지자 길게 심호흡을 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도 자리 잡았고, 합병 이후의 문제에 대한 걱정도 이제는 사라진 상황이었다.
내부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는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한밤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만에는 환하게 불을 밝힌 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 월스트리트까지 우리 팀의 이름을 알려야겠어.”
월스트리트에서 팀의 이름을 알린다는 것인즉,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는 얘기였다.
“이제는 정말 꿈을 향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도경은 누군가 듣고 있다는 듯 그렇게 혼잣말을 했는데, 손에 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윤도경 씨의 곁에서 늘 함께하겠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2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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