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7화(38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7화
-이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며칠 후, 출근을 하기 전 숙소에서 준비를 하던 도경은 반가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저는 이사님 덕분에 여기저기서 칭찬받으며 잘살고 있습니다. 이사님께서도 아주 스펙터클한 삶을 살고 계시던걸요.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도경이 출자한 재단법인을 운영 중인 이사장 신재현이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도경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나저나 재단에 관한 일은 모두 일임해 드렸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습니까?”
-아무리 일임을 해주셨다고 하더라도, 이사님께서는 우리 재단의 사외이사기도 하시니까요. 보고를 드려야지 않겠습니까?
도경은 재단을 이끌어가는 신재현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그는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고, 세계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보니 재단의 자산을 불리는 방식이 다양했다.
“하하하, 그럼 보고받아 볼까요?”
-평소 이사님께서 개인적으로 후원하시던 덕혜원 아이들에 대한 후원을 재단에서 넘겨받고 덕혜원의 오래된 시설부터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신재현은 듣던 중 반가운 말을 도경에게 해오고 있었다.
덕혜원은 청소년 자립 지원단체였는데, 도경이 개인적으로 후원해 오던 것을 몇 달 전부터 재단이 넘겨받았다.
-덕혜원이 아무래도 지어진 지 50여 년이 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수리를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이 지금도 살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일단 숙소 건물을 신축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숙소 건물 뒤편에 놀던 땅이 있어서요.
“잘하셨습니다. 리모델링을 해도 워낙 단열이 잘 안되는 건물이다 보니…….”
도경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숙소 건물은 따로 짓고, 기존 건물은 리모델링을 해 아이들의 공부 장소로 쓰려고 합니다. 외부에서 선생님들도 초청을 하고요.
“대안학교 성격으로 하시려고요?”
-원장 수녀님과 말씀을 나눠보니 그쪽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번화가에 있는 학교에 통학을 하기 힘들어해서요.
“네. 그건 이사장님의 선택대로 해주십시오.”
-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공사비에 17억 원 정도를 사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년 학교를 운영하는 지원비 조로 2억 원을 지출할 것 같고요.
도경은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가 지출이고, 수입은 빌딩에 공실이 생겼습니다.
도경이 그룹의 회장인 한태오에게 받은 빌딩 이야기였다.
도경은 저 빌딩을 출자해 재단에 넘긴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한국도 오피스 임대 상황이 좋지는 않을 테니까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흐름이었다.
빌딩 내 사무실들의 임대가 나가지 않고 있었다.
-네. 그나마 이곳은 번화가라 매일같이 임대를 원하는 분들이 구경을 하러 온다는 게 다행이네요.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가 파산 위기를 맞을 정도로 사무실 임대 사업은 불황을 맞고 있었는데, 그나마 입지가 좋아 다행이라는 얘기였다.
“빠르게 빠졌으면 좋겠네요. 임대사업이 재단의 파이프라인(고정 수입)이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임대료를 좀 낮추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거야 한국에 계시는 이사장님의 선택입니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재산만 출자해 놓고 모든 걸 이사장님께 떠넘겨 늘 송구스러울 뿐이네요.”
-하하하, 이사님도 참. 저는 천직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사님께서 터치를 잘 안 하시니 편하고 좋은걸요?
신재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언젠가 불시에 감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쿠, 무서워서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하하하, 이사장님. 제가 이제 출근 시간이라 전화를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사장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도경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침부터 좋은 소식을 들으니까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겠는데.”
평생 꿈꿔왔던 재단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만큼 자양강장제가 없다고 생각한 도경은 가방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 * *
“중국이 재정투입을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부총리실에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서열 1, 2, 3, 4위가 모여 있었다.
“중국 상황이 매우 좋지 않나 봅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에 한국은행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근래 중국은 부동산 규제가 심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대 초반까지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해 왔다.
하지만, 3연임에 성공한 지도자의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한마디에 부동산 규제를 시작했고, 내수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미중 경쟁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이 죽어버리자 부동산 규제를 풀고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
“인제 와서 부동산 규제를 풀려 하니, 기존에 규제가 너무 심하고 알력 다툼으로 여러 부동산 회사가 쓰러진 상태라 부양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2022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사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중국의 부동산 1위 기업인 에버그란데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라는 사건이 터지며 아시아 시장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시장을 흔들어놓았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때는 그렇게 눌러놓고 이제 와 다시 부양한다는 일이 말입니다.”
경제부총리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오늘 이들이 이렇게 모여서 중국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도 지금 한국 경제에는 중국의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오늘 달러 환율이 장중에 1,330원을 돌파했습니다.”
몇 달간 이제는 잡혔다고 생각했던 달러 환율이 장중에 치솟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외국인들이나 내국인들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한화를 매도해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 직접적인 영향이었다.
“문제는 이번 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경제부총리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동산이 위기이자 중국이 오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 이는 시중에 위안화가 대량으로 풀린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앞서 중국 이야기를 나눈 이유가 부총리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원화와 위안화가 커플링(coupling, 연결) 되어 있으니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국이 경기부양을 해 시중에 위안화가 대량으로 풀리게 되면, 위안화는 값싼 화폐가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수출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당연히 위안화의 가치가 내려가면 같은 돈의 미국 달러로 위안화 가치가 높을 때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되면 다른 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압박한다.
우리나라도 수출 대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고 원화의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아시아 시장을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단 한국은행장이 입을 열었다.
“아시아 국가는 모두 수출국입니다.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원화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하락한다면 수입해 오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여러모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골치가 아픈 문제였다.
경제부총리는 자리에 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한은에서는 나름대로 환율 방어에 나설 겁니다. 1,350원을 지지선으로 그어놓고 방어에 나설 것이고…….”
한은과 기재부는 보유한 달러로 원화를 사들이며 환율 방어에 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화폐 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려면 달러로 원화를 사들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제도적으로 환율을 방어할 방법을 찾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금융위원장 이혜연은 경제부총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오기 전에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 이야기를 하자고 제의를 하고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결국엔 필드에서 뛰는 현직자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중요할 테니까요.”
경제부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안화의 가치는 빠르게 내려갈 겁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제도적으로 원화의 가치를 올릴 방법을 빠르게 찾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금감원은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달러 중에 이상한 흐름이 없는지 찾아주시고요.”
오늘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원화 가치 방어.’
이들은 서로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원·달러 환율이 1,344원입니다.”
이틀 후, 도경은 이지훈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꽤 심각한 얼굴이었다.
“중국 문제겠죠?”
“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엔화 가치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중국의 위안화 가치까지 떨어지니 한국의 원화는 버틸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미국에 나와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차원적인 생각이겠죠.”
미국에서 달러로 투자하고 돈을 버는 입장에서는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달러를 한국에 송금했을 때 더 많은 원화를 얻을 수 있으니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도경의 말마따나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근간은 한국의 유성투자증권이자 신라자산운용이었다.
원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당연히 타격이 올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중국이 올해 경제의 뇌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언젠 안 그랬나요.”
이 바닥에 있다 보니 근래 중국의 존재가 정말 도경을 힘들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피치레이팅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장이 어려운데,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더더욱 장을 힘들게 만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미국에 집중합시다. 원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라면,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면 될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은 괜찮죠?”
“네. 보안도 올라가고, 직원들도 자리를 넓게 쓸 수 있어 좋아합니다. 더군다나 휴게실도 생겼으니까요.”
국내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미국의 사내 직원 복지는 어마어마했다.
회사 안에 게임을 할 수 있는 피시방이 있다든가,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든가.
이는 인재들이 자신의 회사에 찾아오도록 만든 미끼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신라는 미국에 사옥이 없었고 규모도 작아 저런 휴게실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인제는 구색을 갖추었다.
“내일 블룸버그 터미널 두 대가 들어올 겁니다. 잘 사용해 주세요.”
“네. 직원들이 좋아할 겁니다. 한 대를 나눠 쓰느라 힘들어했거든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보고드릴 게 있으면 내려오겠습니다.”
“네. 고생하시고요.”
이지훈이 방을 나가자 도경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들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경제 상황이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서도, 이런 상황은 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짝짝-
양손으로 두 볼을 두드린 도경은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자고.”
늘 그렇듯, 메시지의 가르침대로 하겠다고 다짐하고는 책상 위에 널브러진 자료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한창 자료를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도경은 휴대전화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위원장님. 윤도경입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2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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