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8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88화(38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88화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합니까?”
며칠 후, 샌프란시스코 금융가.
한국인 두 사람이 빌딩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회사에서 가라는데 어째? 까라면 까야지.”
이들은 투덜거리며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속 장소로 올라간 두 사람은 사무실 앞에 적힌 현판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 사람 앞에서 싫은 티 내지 마.”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은 투덜거리는 후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러나저러나 위원장님께서 직접 만나보고 청취하라고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후배는 선배의 입에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한숨을 내쉬고는 선배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미국인 직원이 이들을 맞아왔다.
“FSC 코리아에서 왔습니다. 오늘 미스터 윤도경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명함을 건넸는데,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보스께 오신다는 얘기 전해 들었습니다.”
직원은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을 데리고 사무실 한쪽에 있는 방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사무실 풍경을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또 조용했다.
자신들이 아는 장중 자산운용사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어느새 방 안에 고한 것인지 직원은 방으로 들어가 보라고 말했고, 두 사람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어서들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윤도경입니다.”
방으로 들어가자 이 두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한 인물인 도경이 반겨왔다.
“안녕하십니까? 파견 재경관 김우석입니다. 이쪽은 제 보좌역인 이홍재 계장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갔어야 했는데 이곳 일이 워낙 다사다난해서요.”
“아이고,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했는데 당연히 찾아뵈어야지요.”
김우석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기획재정부 소속의 해외 파견 재경관과 그의 보좌였다.
재경관은 고위 공무원직이었는데 미국, 중국, 영국 등 주요 국가 대사관에 파견되는 직책이었다.
도경은 그동안 보았던 고위 공무원과는 다르게 나긋나긋하게 말해오는 김우석의 첫인상이 좋다고 생각했다.
“방에 준비된 것이 없어서요. 위스키가 있긴 한데 마실 자리는 아닌 것 같고요.”
도경은 차가운 음료수를 이들 앞에 내려놓으며 농담을 했다.
실제로 방 한편에는 고급 위스키 한 병이 놓여 있었는데, 윌리엄 마셜이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하하하, 위스키를 마실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김우석은 도경의 농담을 친근하게 받았고, 보좌역이라던 이홍재는 진심으로 위스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위원장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환율 문제 때문에 제 의견을 청취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위원장님께서는 화상으로 대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기재부를 통해 저와 이 계장을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융위원장 이혜연은 일전에 도경과 여러 일로 만났다 보니, 도경을 대우해 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윤 이사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중국 상황이 정말로 좋지 않습니다.”
김우석은 심각한 얼굴로 서두를 떼기 시작했다.
“비구이위안이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것 아시지요?”
비구이위안은 중국 3대 부동산 개발 업체 중 하나였다.
에버그란데와 같은 부동산 기업들이 부도 위기를 겪으며 회사가 여기저기 조각 나 팔려 나갔을 때도 굳건하게 버틴 기업이었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국가 지도자의 당파가 아닙니까?”
도경의 물음에 김우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에버그란데의 부도 위기 때와는 이면이 다릅니다. 비구이위안은 에버그란데나 완다같이 중국의 파벌 싸움에 걸친 기업이 아니니까요.”
중국 3대 부동산 업체 중 에버그란데나 완다는 현재 중국의 국가 지도자와 반대되는 당파 소속의 파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부도에는 파벌 싸움의 영향으로 국가 지도자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애초에 부동산을 표적으로 규제책을 발표한 게 부도가 난 두 기업을 타겟으로 한 것처럼 보였다.
“윤 이사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비구이위안은 국가 지도자 파벌과 연관된 기업이라 이번 파산 배경이 더 아이러니합니다.”
도경도 며칠 사이 중국의 매크로 상황에 집중했다.
어떤 문제를 시장에 가지고 올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구이위안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순이익이 270억 위안(한화 약 5조 원)이었고, 작년에도 그렇게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순이익 흑자를 기록하였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김우석의 말에 집중했다.
“이런 회사가 겨우 500억 위안(한화 약 10조 원)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질문이 실례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이번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려면 정보가 필요합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순간 흠칫했다.
맥락을 따져보면 도경은 지금 정부에서 취득한 중국 내부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알려 드릴 수가…….”
보좌역인 이홍재가 입을 열려 하자 김우석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깊은 것까지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런 정보까지는 원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들으신 것은 이 자리에서 잊으셔야 합니다.”
김우석은 굳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봤지만, 자신들의 상사가 눈앞에 앉은 남자의 머리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솔직히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저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었다.
“좋습니다.”
“이 정보는 미국 재무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만, 아무래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기업들을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우석의 말에 도경의 눈썹은 꿈틀했다. 아예 생각하지 못한 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음모론 쪽으로 빠지는 것 같아 생각의 발전을 멈춘 것뿐이었는데, 미국 재무부가 그리 판단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김우석과 이홍재는 놀란 듯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중국 내부의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비구이위안 같은 기업이 터질 일은 없을 겁니다.”
정치적인 문제로나 기업의 재정 문제로나 겨우 10조 원의 이자를 갚지 못해 터질 기업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정말로 돈이 없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부에서 나섰을 것이다.
부동산 규제를 풀고 부양책을 하는 도중에 가장 큰 부동산 기업이 쓰러진다면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체면을 구길 것이 뻔했으니까.
“마침 미중 분쟁이 심해지고 있고, 이 상황에서 중국이 경기 부양책으로 꺼낸 것이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국유화하는 데 거침이 없는 중국이라면…….”
도저히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식적으로 하기 힘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늘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국가들은 있었다.
“에버그란데나 완다를 국유화해 기업을 살려놓겠다고 하면 지지율이 낮아질 겁니다. 왜?”
두 기업의 오너들은 평가가 좋지 못했다.
회장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여러 문제를 일으키며 중국민의 공분을 산 행동을 많이 했으니까.
“두 기업은 말 그대로 부자들을 위한 건물을 지은 기업들이니까요. 하지만, 비구이위안은 다릅니다.”
바구이위안은 앞선 두 기업과 달리 소규모 주택 단지를 주로 건설했고, 이는 중산층의 실거주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앞선 두 기업과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결국,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그를 충실히 이행할 기업이 있어야겠죠.”
중국의 지방정부 수익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국유지인 땅을 팔아 충당했다.
60%가 넘는 수익이 국유지 매각대금으로 채워졌는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면 지방정부의 수익도 늘어날 테고, 이는 경기부양을 원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원하는 그림이었다.
“물론 바구이위안은 이자를 갚을 겁니다.”
아직 ‘파산 위기’였지, 파산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한 달간 유예된 이자를 결국엔 지급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중국 중앙 정부로서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타당성을 국민에게 보여줄 건수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아직은 밝혀진 것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중국의 저러한 행동으로 인해 불안에 떠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팔고 미국 달러로 돈을 바꿔 중국을 떠나고 있었고.
더불어 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은 돈을 찍어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위안화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었다.
이는 근접 국가이자 같은 수출국인 우리나라에는 굉장히 좋지 않은 신호였다.
도경은 말을 끝내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김우석과 이홍재의 입이 작게 벌려져 있었다.
“그…….”
도경의 말을 들은 김우석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이쪽에서 모든 걸 다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도경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추측만으로.
도대체 얼마나 넓은 인사이트를 가진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말씀하신 것이 지금 저희가 파악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두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결국 위안화 하락에 따른 원화 가치 훼손을 막을 방법을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놓지 않았습니까?”
“좋은 선례요?”
김우석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답은 영국에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영국을 떠올린 김우석은 잠시 생각을 하다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저희 태산에서는 미국에 있는 부동산 자산을 정리한 돈이 달러로 있습니다. 이를 국내로 들여올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면 돕겠습니다.”
한편, 정부과천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는 금융위원장 이혜연의 주재로 일선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사장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결국 원화 가치를 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투자 중인 자금을 회수하는 성격이라 손해가 막심합니다.”
태산증권의 경영이사가 그리 말하자 이혜연의 눈썹은 파르르 떨렸다.
“저희도 일정 부분 포기를 하고 들여오는 것이니 인센티브를 조금 주셨으면…….”
조금 전부터 이 자리의 대화는 도돌이표였다.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모인 자리였는데, 다들 자신들이 달러 자산이 얼마가 있고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해 오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것인데, 지금 급한 것은 정부였지 저들이 아니었다.
“가령 이번에 들여오는 자금을…….”
태산의 이사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와중에 금융위원장 이혜연의 보좌관이 회의실로 조용히 걸어 들어왔고, 이혜연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보좌관이 전한 말에 이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순간 회의실은 조용해진 채로 모두가 이혜연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정부가 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기관이었다.
태산의 무리수 때문에 이혜연의 심기가 불편해지진 않았는지 모두가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아, 잠시 급한 연락이 와서요. 이야기들 나누고 계시지요.”
이혜연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미국에서?”
이혜연은 보좌관을 향해 말했고,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우석 재경관입니다.”
보좌관이 휴대전화를 건네자 이혜연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댔다.
“위원장입니다.”
-위원장님, 힌트를 얻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김우석의 목소리는 약간 상기되어 있었는데, 이혜연은 들뜬 심정을 억누르고는 입을 열었다.
“윤도경 이사가 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니요?”
이혜연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WGBI 지수가 있었습니다. 답은 영국에 있었습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21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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