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9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90화(39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90화
“조금 전 위안화 환율이 곤두박질쳤습니다.”
도경은 급하게 팀원들을 소집해 대응 회의에 나섰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위안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합니다.”
한 국가의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는 건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수출 물가는 싸지고 수입 물가는 비싸진다는 이야기였다.
수출할 때 상품 가격이 저렴해져 더 많은 수출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원재료 등 수입을 해올 때는 같은 양을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와야 했다.
물론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매출은 오를 수 있었고, 경제가 좋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수입 물가가 높아진다면 이는 내수 경제를 자극하는 일이었다.
“위안화의 가치가 이만큼 폭락했다면, 중국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 경제를 자극한다는 건, 한 가정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였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소비를 줄인다. 문제는 이렇게 줄여진 소비가 기업의 매출을 줄인다.
수출이 늘어나 수출 기업들의 매출은 늘 수 있지만, 내수 기업들의 경제는 점점 나쁜 상황으로 향한다.
국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율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전 세계 어느 나라든 환율에 대한 개입은 확실했다.
“저는 조금 전 테일러에게 미국 국채 10년물에 공매도 포지션을 잡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채권을 주로 다루는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직원들은 의아하다는 얼굴이었다.
“테일러, 모두에게 설명해 주세요.”
도경의 말에 테일러 우드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시중에 풀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문제로 삼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 때문이었다.
“문제는 돈을 이렇게 풀면 당연히 위안화가 시장에 늘어나니 위안화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테일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이치가 그랬다.
뭐든 흔하면 가격이 싸진다.
“그렇다면 당연히 중국 당국은 외환 시장에 개입을 하게 될 겁니다.”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은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인데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져 내수 경제를 자극하는 것을 지켜볼 정부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중국 정부는 보유한 외화를 시중에 내다 팔 겁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 대비 가격이 저렴했다면, 미국의 달러를 가지고 중국의 위안화를 사들이면 될 일이었다.
즉,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찍어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위안화를 기업이나 가계에서 사용한다면, 그것을 미국 달러로 사들이며 유동성도 공급하고 환율도 안정시킨다는 이야기였다.
“중국 정부의 현재 달러 보유고입니다.”
[3조 1,839억 달러(한화 약 4,300조 원)]화면에는 중국의 미국 달러 보유액이 떴다.
“지금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보다 더 줄어든다면…….”
중국은 어디선가 미국 달러를 구해와야 했다.
환율을 방어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였으니까.
“현재 저희가 파악했을 때 중국은 3조 달러의 보유 외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를 써서 환율을 방어하면서도 달러를 일정량 보유한다고?”
더스틴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이 언제부터 달러를 찍어냈…….”
더스틴은 말을 하려다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다물었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기도 하니까요.”
테일러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가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올 초부터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전년도에 대비해 10% 이상 줄였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신들이 보유한 미국의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아 달러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금 보유량을 끌어 올렸죠.”
미·중 분쟁 영향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확실한 건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파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얘기였다.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 채권을 시장에 풀어버리면, 채권 금리는…….”
“붐!”
더스틴의 말에 모두가 심각한 얼굴이었다.
도경은 그런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지훈 부장님.”
“네. 보스.”
“우리 PI(자기자본) 투자는 빠르게 주식시장에 잡은 포지션도 정리해 주세요. 내리는 비는 피해야겠죠.”
물론 주식시장은 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경은 언제나 그렇듯 서서 내리는 비를 맞는 걸 즐기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블라인드 펀드와 개인 고객자산 운용 상품들은 평소보다 더 팔로우해 주시고요.”
도경은 당부 사항을 얘기하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시장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더 배려하자고요.”
시장이 좋지 않으면 직원들은 날카로워진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모진 말이나 행동을 동료에게 할 수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 날카로운 감을 가지고 지금 상황을 대처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나나 리에게 얘기해 주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회의를 끝냈고, 팀원들이 방을 나가자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한국인데…….”
당장 팀의 대응에도 신경을 쏟아야 했는데, 우리나라의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선제적으로 나서서 대응해도 모자랄 텐데…….”
물론 도경은 행정가들의 입장도 이해했다.
하루아침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고, 해서도 안 되는 프로세스라는 것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속에서는 빠르게 대응하고 치고 나가는 것만이 이 모진 풍파를 버티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서울에 알리는 것이 좋겠지.”
유성이나 신라의 포지션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도경은 전화를 들어 최우진의 번호를 눌렀다.
* * *
“위안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 총재실.
금융위원장 이혜연은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사람 중 자신과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급락했다지요.”
“문제는 이것이 미국의 국채금리가 오르는 도중에 일어나는 일이라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원화 대비 미국 달러, 유럽 유로화, 일본의 엔화가 강세로 돌변한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돈을 빌렸을 때 지급하는 이자율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리가 오르면 돈의 가치도 오르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달러가 빠져나가는 와중에 위안화의 가치까지 하락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양쪽에 둘러싸여 피를 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위원장님 심각한 것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왜 없습니까?”
“정부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총재님. 총재님은 정부의 구성원이 아닙니다. 한은의 총재시지요.”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성격과 역할이 정해진 독립 기관이다.
법에서 이들의 역할은 통화의 정책을 정할 수 있고, 그 정책은 자율적으로 집행되고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한은의 총재로서 할 일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혜연의 말에도 한은 총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한은이 정녕 할 일이 없다고 느끼십니까?”
“있겠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나도.”
환율이 문제인 상황인 건 분명했지만, 그것을 해결할 해법으로는 행정부의 정책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왜 나서지 않으시고 이곳에 계십니까?”
“내가 나서게 되면 언론에서는 떠들 겁니다. 정부와 한은이 충돌한다고요.”
그런 역사는 늘 반복되었다.
한은에서 빠른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한마디 하게 되면, 늘 언론은 정부와 한은의 불협화음이라며 프레임을 잡았다.
한은의 역할을 한 것일 뿐인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늘 불편한 시선을 한은에게 보냈고, 이후로 협력 업무의 분위기도 변했다.
“뒤로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않습니까?”
“위원장이 나에게 찾아온 것은 부총리를 만나셨겠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이곳에 가만히 있었을 것 같습니까?”
한국은행의 총재도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다.
공식적으로 자신이 직접 경제부총리에게 건의하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비공식적 라인도 사용했다.
“아마도 내가 받은 대답을 위원장도 받았을 것 같군요.”
한은 총재의 말에 이혜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일이라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나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오직 한 가지였고, 그것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계속해서 물밑으로 부총리와 경제관료들을 압박해야지요. 필요하다면 V(VIP, 대통령)께 직접 건의를 드리든가요.”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혜연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제 무례는 용서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나도 위원장의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한은 총재의 말에 이혜연은 진심이 담긴 눈빛을 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웃는 얼굴로 보았으면…….”
똑똑-
그때, 총재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심각한 얼굴을 한 임원이 들어왔다.
“총재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영국 채권 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미국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30분 만에 0.3%P 상승했습니다.”
임원의 말에 한은 총재와 이혜연은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초, 총재님.”
“위원장, 조금 전 물밑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총재는 무언가 마음을 먹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총재로 임명되던 날 내 오랜 친구가 해주었던 말이 있습니다. 정부의 완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몽둥이뿐이라고요.”
총재가 그리 말하며 걸음을 옮기자 이혜연은 총재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3-08-24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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