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39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398화(39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398화
헤지펀드 Hedge Fund.
헤지펀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은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오고, 반은 적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변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헤지펀드는 위험을 회피(Hedge)하고 절대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이야기했다.
헤지펀드의 최초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른바 ‘롱숏 전략’을 고안해 낸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을 사고(롱, Long),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은 판다(숏, Short).’
이 전략은 시장이 나쁘든 좋든 수익을 올렸고, 그런 점에서 많은 돈이 모였다.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수익의 20%를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더욱 좋아했다.
하지만, 이런 펀드는 당시의 법으로는 불법이었고 이후 헤지펀드는 ‘투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부자들만을 상대로 99명만을 모집할 것, 광고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으로 살아남았다.
사사롭게 투자자들을 모집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가 헤지펀드다.
‘부자들을 위한 펀드.’
광고를 일절 하지 못했고, 소수의 부자만을 상대하라고 제한을 받아 사사롭게 투자자들을 모집하다 보니, 알음알음 부자들을 상대로만 퍼져 나갔고.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빠른 속도로 자산을 불려 나간 고액 자산가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줄 수 있는 헤지펀드를 찾았고, 이때부터 헤지펀드들은 냉혹한 야만인들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갔다.
‘금융 마피아 천국, 헤지펀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금융 약탈자.’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시중 대형 은행이 해외의 헤지펀드에 팔려 나가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팔려 나간 이후 수십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은행을 매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걸었고,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신라의 윤도경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헤지펀드들은 약한 고리였던 국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끊임없이 공격했고, 기업 사냥꾼이 되어 우리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도경의 눈앞에 서 있었다.
“하하하,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나와 내 친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이거든요.”
모리스 코헨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를 말입니까?”
“그럼요. HBS 강연을 풀 비디오로 시청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의 강연이 너무 재미있던걸요.”
모리스 코헨은 도경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한 강연을 얘기해 왔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나와 내 동료들은 생각하지 못한 컨트래리안(Contrarian,역발상)을 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모리스와 얼라이의 모두가 좋게 봐주었다니 영광입니다.”
얼라이는 모두가 꿈꾸는 헤지펀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가치는 오직 하나였다.
‘고객을 위해 최대의 수익을 낸다.’
그 과정은 처절했고, 누군가를 밟고 가야 한다면 거침없이 짓밟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당위성이 있었다.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
그 명분은 고객에게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주었고, 수많은 업계의 플레이어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럴 게 아니라, 나중에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리요?”
“네. 후에 제가 우리 본부가 있는 텍사스로 윤을 초청하겠습니다. 혹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모리스 코헨의 말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나누어보시지요.”
도경의 말에 모리스 코헨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오직 모리스 코헨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만이 적혀 있었다.
회사의 이름은 없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분들께만 드리는 명함입니다. 얼라이의 모리스 코헨이 아닌 그저 모리스 코헨이고 싶을 때만요.”
모리스의 말에 도경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저는 회사 명함뿐이네요.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내가 조금 별난 것일 뿐이지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빌, 나중에 또 보자고.”
모리스 코헨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떠나자, 빌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벌쳐들의 대장이 왔네요.”
“대장이요?”
“얼라이에 관해서는 윤도 잘 알 텐데요?”
모리스 코헨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죠. 우리 시장을 여러 번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모리스 코헨이 이끄는 얼라이는 지독하게도 법망을 이용했다.
그의 전공은 이 업계에서 CEO에 오른 사람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법학 전공이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타인의 앞에서는 저렇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는 시간이 오면 잔혹하게 물어뜯는 사람입니다.”
“평가가 박하네요.”
“나는 모리스 코헨과 같은 인물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위한다는 위선을 떨며 뒤로는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인간들이거든요.”
빌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방금 나와 윤 앞에서 사람 좋은 양 미소를 지은 인간은 아르헨티나의 눈물을 만든 사람입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이후 현재까지도 경제가 힘든 나라였다.
“2001년에 저 모리스 코헨은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알아보았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고정환율제였거든요.”
고정환율제는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IMF 구제금융에 빠지게 했다.
고정환율제는 특정 통화의 환율을 자국의 통화와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는 것을 얘기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우리 돈 1천 원이 미국 달러 1달러에 해당한다고 고정해 둔다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개입해야 했다.
1천 원=1달러가 변하지 않는 것이 고정환율제였다.
“고정환율제의 약점은 명확합니다. 정부가 계속해서 자국의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시중에 푸는 것이죠.”
“…….”
“이 부분은 달러가 많은 헤지펀드들에겐 아주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을 겁니다.”
정부가 하는 행위의 반대로 해당국의 통화 가치를 계속해서 떨어뜨리면 됐으니까.
결국 정부는 고정환율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달러의 가치가 순식간에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것이다.
“당시 얼라이는 환율을 공격하는 대신에 위기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아주 싼값에 사들였습니다.”
빌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다들 의아해했죠. 아니, 망할 나라의 국채를 왜 사들이는 거지?”
“얼라이는 오히려 아르헨티나가 망하길 바랐겠고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액면가 13억 3천만 달러어치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겨우 4,800만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7천억 원가량의 채무증서를 단돈 약 630억 원에 사들였다는 말이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그만큼 심했기 때문에 채권이 종이 쪼가리가 되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얼라이와 모리스 코헨은 기다렸습니다. 벌쳐들의 시간이 될 때까지요.”
아르헨티나는 금방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위기였고, 얼라이는 자신들의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얼라이가 채권을 사들인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액면가에서 70%를 깎아달라고 말했죠.”
얼라이 입장에서는 아쉬웠지만, 적당한 이득을 보고 빠질 수 있는 규모였다.
“하지만, 얼라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를 선언하고요.”
“그렇습니다. 그 이후가 모리스 코헨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리스 코헨은 자신의 전공을 100%, 아니, 120% 살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모리스 코헨은 미국 법원에 아르헨티나 정부를 제소했습니다. 돈을 갚게 해달라고요.”
“액면가 전체겠죠?”
“네. 자신들은 겨우 4,800만 달러에 사들였으면서 액면가에 적힌 전액을 다 갚도록 해달라고 했고, 승소했습니다.”
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명분.”
그리고 자신의 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명분은 확실하죠. 아르헨티나 정부는 빌린 돈을 갚아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채권단들은 채무조정에 합의해 주었습니다. 93%나 되는 채권단이요.”
그들은 바보라서?
아니다. 그들은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무너지면 차례대로 다른 곳의 경제들도 무너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갚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었고, 채무를 조정해 주면 갚겠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아르헨티나 정부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7%. 헤지펀드들의 행태는 그 이상이었다.
“7%의 헤지펀드들은 지독히도 쓰러진 아르헨티나를 짓밟았습니다. 항공모함, 전투기, 탱크, 인공위성까지 압류를 하겠다고 떠들어댔죠.”
“…….”
“결국 미국 법원이 개입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의지가 있으니 채무액을 조정해 줬고, 얼라이는 합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리스 코헨은 확실하게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헤지펀드들은 법조인들을 고용해 선진금융기법과 법이라는 무기를 들고 상대를 겁박했다.
“나는 윤이…….”
“빌, 걱정하지 마세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걱정스러운 얼굴의 빌을 바라보았다.
“저도 저런 인물들을 많이 겪어봐서요. 어떤 사람인지 잘 압니다.”
“…….”
“그리고 만남은 필연적으로 어긋남을 동반한다고 하잖아요.”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모리스 코헨과 제가 어긋난다면, 그 법칙에 의한 것이겠죠.”
* * *
“지금 석탄 선물 가격이 얼마야?”
“아연 선물은?”
마치 도떼기시장처럼 서로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무실의 한가운데 한 남자가 앉아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그래프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남자의 가슴팍에는 장 홍웨이라고 적힌 신분증이 그가 누군지 소개하는 듯했다.
“홍웨이, 잘 내다 팔고 있지?”
“네. 팔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몰라야 해. 잘 알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해오는 상사의 말에 장 홍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해. 급하면 안 된다는 거 명심하고. 그럼, 고생해.”
상사가 등을 두드려 주고 가자 장 홍웨이는 목에 멘 타이를 풀어 헤쳤다.
“후…….”
몇 시간을 집중해서 트레이딩을 했더니 피로가 극에 달했다.
“보자…….”
장 홍웨이는 책상 위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같이 횡보하는 날이 제일 어렵다니까 정말로.”
자신이 쥐고 있는 무언가를 상대에게 포지션을 들키지 않고 내다 팔기에는 최악의 장 상황이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차트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진 물량을 털어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장 형, 밖에서 누가 찾는데?”
그때, 한참 집중을 하던 장 홍웨이는 동료가 그렇게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건물 경호원인 것 같은데, 장 형이 뭔갈 두고 간 것 같다고.”
“아, 알겠어.”
동료의 말에 장 홍웨이는 굳은 얼굴로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는 오지 말랬잖아요.”
비상계단으로 들어온 장 홍웨이는 자신을 찾은 상대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화를 냈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포지션에 관해 알려달라고요.”
하지만, 상대는 괘념치 않는다는 듯 굳은 얼굴로 물어왔고, 장 홍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은요?”
“지금 이 자리에서 장 홍웨이 당신이 협조를 잘한다면, 오늘 저녁에 당신 부인의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우리의 포지션은 구리를 매도하고 있어요.”
장 홍웨이의 말에 남자는 열심히 받아 적기 시작했다.
“당분간 이 포지션을 유지할 겁니다.”
“수고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그 모리스란 양반한테 약속 지키라고 하세요.”
“장 홍웨이.”
장 홍웨이의 말에 남자는 살기가 가득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왔고, 장 홍웨이는 순간 겁을 집어먹었다.
“앞으로 네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다면 우리의 계약은 파기야.”
“아, 알겠어요. 약속이나 지켜주세요.”
“말했듯 오늘 밤 약속이 지켜질 거야. 포지션이 변하게 되면 다시 연락해.”
남자는 그리 말하고는 계단을 내려갔고, 장 홍웨이는 십년감수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살기가…….”
나직이 혼잣말을 내뱉으며 장 홍웨이는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그가 들어간 사무실의 벽면에는 아주 크게 이곳이 어딘지 얘기해 주는 듯한 중국어가 적혀 있었다.
中国 国家粮食和物资储备局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