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화(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화
【윤도경 씨, 당신은 선택받았습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도경은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불법 리딩방 메시지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메시지는 마치 자신을 대상으로 정했다는 듯 문자를 보내왔다.
[내 이름은 어떻게…….]도경은 한 자 한 자 천천히 메시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기회를 잡는다면 윤도경 씨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고민은 기회를 놓치게 할 뿐입니다.】
【꿈을 이루게 해주는 맞춤형 메시지 서비스!】
하지만, 도경의 답장이 모두 작성되기 전에 휴대전화에서 계속 진동이 울렸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은 없다는 듯 말해왔다.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꿈에 다가가길 원한다면, ‘기회’를 입력하세요.】
마지막 메시지에 도경의 두 동공은 크게 확장되었다.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꿈을 메시지가 알고 있었다.
아니, 단 한 번 말해본 적이 있었다.
‘누구? 피터 브라운 같은 펀드매니저가 되겠다고? 피터 브라운이 누군데?’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헛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주식은 다 도박이야.’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해보았던 꿈이 처참하게 난도질당한 이후, 그 누구에게도 꿈을 얘기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묻어놨던 자신의 꿈을 메시지가 얘기해 오자 도경의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꿈…….”
단순히 메시지가 꿈을 얘기해 온 것 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과 함께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오는 메시지에,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꿈에 불씨가 옮겨붙는 것 같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도경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회.]어쩌면 정말 기회가 찾아온 것만 같아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천천히 메시지를 입력하는 도경의 두 눈에는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 *
“도경 씨, 나 좀 봅시다.”
사흘 후, 자신의 뒤에서 따갑게 뒤통수를 때려오는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나인가.”
작게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자리에 앉아 있는 지점장을 향해 다가갔다.
지점장실이 따로 있는데도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을 때는 창구 뒤에 있는 자리로 나와 일하는 지점장이었다.
아침부터 지점장이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다.
“저번에 말한 상품 계좌 하나 텄네?”
도경이 다가오자마자 지점장은 쭉 찢어진 눈을 하고는 도경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저번에 경고한 지 2주가 지났는데 겨우 하나? 이 정도면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도경은 가만히 지점장을 바라보며 답했는데, 지점장은 이런 도경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은 정말 기막히게 잘했다.
지점 창구 직원 중 고객 평가가 늘 1위였으니까.
하지만, 실적은 평가와 정반대였다.
분명 쪼들려야 하는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늘 지지 않겠다는 듯 할 말을 하는 도경의 태도가 고까웠다.
“그럼 한번 이유나 들어보자고.”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지점을 찾는 고객분들이 원하지 않습니다.”
“권유해 봤어?”
“예, 권유해 드렸지만…….”
“어떻게 권유하는데?”
지점장은 오늘은 도경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듯 물어왔다.
“직접 투자를 했을 때의 시장수익률과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해 드리며…….”
“그럼 누가 가입하려고 하나!”
지점장은 도경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러왔다.
“단점부터 보여주면 누가 가입하냐고!”
“장점도 말씀드렸습니다.”
“뭐라고 말했는데?”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기대 수익이 낮을지 몰라도, 안정성 면에서는 직접 투자보다 낫다고…….”
“도경 씨가 진짜 감을 못 잡네.”
회사 입장에서는 일임형 상품의 가입 고객이 많을수록 수수료로 이익을 볼 수 있기에 일임형 가입을 많이 권유했다.
“자꾸 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지점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윤도경 씨가 월급을 받는 건 여기 유성투자증권이야. 그럼 윤도경 씨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지.”
도경은 입을 꾹 다물고 지점장의 말을 들었다.
“근데 왜 자꾸 내 앞에서 변명할 때마다 고객 핑계를 대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 내 말이 틀렸나?”
“고객의 이익이 종국엔 회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던 도경은 지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고, 지점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뭐?”
“고객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증권사가 되는 것이야말로…….”
탁-
지점장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던지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이 미쳤어? 지금 누구를 가르치고 있어!”
지점장은 객장이 떠나가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도경은 고개를 숙이고는 마침 고객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고객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이곳에 돈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지점장님, 참으십시오.”
지점장의 고성에 부지점장이 다가와 그를 말렸다.
“이거 놔봐! 오늘 내가 이 자식 버릇을 고쳐놔야…….”
지이잉-
지점장이 한창 도경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화를 내던 도중, 지점장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지점장은 아직 화가 덜 풀린 표정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화면을 확인한 지점장은 화를 억누르고는 도경을 향해 보기 싫으니 꺼지라는 듯 손짓하고는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아이고, 김 사장님.”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와보니 PB팀 대리 최우진이 도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인데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씁쓸함을 감추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나섰다.
* * *
“조금 참지 그랬어?”
지점 앞에 있는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최우진은 도경을 향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점장이 저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때마다 그렇게 할 말 다 하면 피곤하지 않아?”
최우진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도경을 향해 말했다.
“아시잖아요. 지점장 때문에 그만둔 사람이 한 트럭이라는 걸.”
도경은 입사한 지 겨우 2년 차였지만, 그동안 업무팀과 PB팀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퇴사하는 모습을 봤다.
증권사 업무가 다른 업무보다 강도가 높고 워라밸이 워낙 없긴 했지만, 유난히 많은 사람이 퇴사하는 것은 지점장의 지분이 컸다.
계속된 밀어내기식 영업 강요로 인해 고객은 고객대로 지점 직원을 신뢰하지 않았고, 직원은 직원대로 양쪽에 끼어 힘들어했다.
“할 말 못 하고 맨날 지점장한테 치이다가 그만두느니, 말이라도 다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지켜보면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짜릿해.”
“네?”
“지점장이 말이야 막 각 잡고 혼내다가 도경 씨가 바른말 하면 속에 뭔가 꽉 막혔던 게 내려간다고.”
최우진은 도경의 열렬한 팬이 된 듯 말해왔다.
그렇지 않아도 도경에게 기업분석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최근 도경이 해준 조언으로 고액의 자산관리 계약을 따낸 이후 더더욱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도경도 연차가 낮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남들과는 다른 최우진을 좋아했다.
하급자가 아닌 동료로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못 하니까. 요즘 들어 도경 씨가 뭔가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은데, 뭐 달라진 거 있어?”
최우진의 물음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요?”
“그래. 원래 할 말 다 하기는 했지만, 톤은 정제되어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였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자신이 그랬나 싶어 아까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최우진의 말마따나 평소보다 고민 없이 자신의 말을 뱉은 것 같기는 했다.
‘메시지 때문인가…….’
도경은 며칠 전에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떠올렸다.
[기회.]기회를 입력한 순간 휴대전화에서 알 수 없는 빛이 쏟아져 나왔었다.
【VIP 서비스의 정회원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회원님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회비는 추후 회원님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일괄 정산할 예정이며, 중도에 실패 시 그때까지 회원님이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경고: 세계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는 꿈 이외에 사익을 추구한다면 VIP의 자격은 박탈됩니다.】
이 메시지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괄 정산이라니.’
그리고 보수도 달랐다.
꿈을 이룬 후라면 자신이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된 이후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꿈을 향한 길에서 중도에 하차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페널티와 자격 박탈을 얘기해 오는 경고까지…….
계약 이후 메시지는 오지 않고 있었지만, 최우진의 말마따나 그날 이후 자신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도경은 최우진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 제가 그랬나 싶어서 떠올려 봤어요.”
“뭐 심경의 변화가 있었어?”
“그런 건 아니고요. 대리님이 잘해주시니까 편이 생겼다 싶어서.”
도경의 말에 최우진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는데, 이내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뜻밖의 말을 하네. 혼나고 있을 때 내가 도움 준 것도 없는데.”
“지금 이렇게 밥 사주시면서 위로해 주시잖아요.”
최우진은 머쓱한 듯 코를 훔치고는 품에서 종이봉투를 하나 꺼내 도경에게 건넸다.
“이거 도경 씨 선물.”
“네?”
“아니, 말로만 고맙다고 하고 그냥 넘기면 내가 후레자식이지. 어서 열어봐.”
“저…… 우진 대리님…….”
“못 받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 같은 상투적인 말은 우리 사이에 하지 말고. 나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산 거니까 열어봐.”
거절하지 말라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일방적으로 도경에게 얻어가는 게 최우진은 불편했던 것 같았다.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공부를 하는 사이인데…….”
“나도 알아.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도경 씨의 인사이트 덕분에 내가 이득을 봤으니 나눠야지.”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도경은 종이봉투를 열었는데 안에는 백화점 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도경 씨가 필요한 거 사는 데 보태라고.”
“과분해요.”
“에이, 도경 씨 덕분에 실적 올렸는데 그게 대수야? 어쨌거나 내 손 떠났으니까 이제 도경 씨 거야.”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우, 됐어. 배고프다.”
최우진은 쑥스러운 듯 메뉴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깔끔하게 모둠 초밥에 서브 메뉴 시켜서 먹고 가자. 당연히 내가 쏠 테니까 걱정하지 말……. 어?”
최우진이 말을 하다 말고는 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모습에 도경도 뒤를 돌아보았다.
지점장이 누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누구요?”
“지점장이랑 들어가는 저 사람. 아무래도 우리 지점 VIP 같은데?”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다시 한번 뒤돌아보았다. 지점장과 같이 들어가는 남자가 보였다.
“글쎄요. 저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VIP 같은 경우는 지점장이 직접 관리하고 지점에 나오는 일은 없으니, 지금처럼 지점장이 따로 외부에서 관리하지. 됐고, 서브 메뉴는 뭐 시킬까?”
“어디 볼까요.”
도경은 메뉴판을 펼쳐 들고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지이잉-
그때, 식탁 위에 엎어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VIP 서비스 정회원님! 특급 정보 보내 드리겠습니다.】
【요주의 종목: 제이온시스템】
【고객님의 꿈을 위해 함께합니다. 또 좋은 정보 드리겠습니다!】
며칠 동안 오지 않았던 메시지가 다시 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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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