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0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03화(40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03화
“아후, 눈 아프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
흔히 SRB라고 불리는 이곳은 중국의 물자 비축과 식량 유통을 관리하고 있었다.
중국은 전 세계 인구 2위 국가이자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산업체가 있었는데, 이들에게 돌아갈 물자의 물량이 적거나 너무 많다면 경제가 휘청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SRB의 역할이 중요했다.
물론 아무 물자나 식량을 비축하고 제어하는 것은 아니었고, 국가에 중요한 물자를 컨트롤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뻑뻑해진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다시 모니터 화면을 보던 장 홍웨이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적어 시장에 구리를 공매도했다.
장 홍웨이의 일은 SRB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물자인 구리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선물로 사고파는 일을 했는데, 이달 초에 윗선에서 의아한 지시가 내려왔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구리를 공매도해.’
‘구리의 비축량이 부족합니다. 우리도 현재 두 달 치를…….’
‘이봐, 홍웨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내려온 지시야.’
장 홍웨이는 지시받던 그때를 떠올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SRB의 상급 기관이자 중국 공산당의 싱크탱크(Think tank, 정책개발기관)였다.
장 홍웨이는 상사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윗선에서 정한 것은 무조건 따르는 게 제 일이었으니까.
‘돌아가서 구리 가격 잘 컨트롤하고 있어.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누르라는 말이야. 그리고, 신호를 주면 대거 던질 준비 하고 있고.’
상사의 지시를 받은 이후 장 홍웨이는 아주 충실하게 가격을 누르고 있었다.
중국이라서, SRB의 소속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슬슬 신호가 올 때가 됐는데.’
장 홍웨이는 최근 들어 차트를 보며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함께 공매도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리스란 그 인간인가…….’
자신이 이런 중책을 맡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의 악어가 접근해 왔다.
중국에서는 헤지펀드를 악어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90년대에 중국의 위안화를 공격하며 ‘금융계의 악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악어들은 생각보다 대단하네.’
장 홍웨이는 처음 몇 번은 거절했지만, 그 이후로 그들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더 많은 돈으로 말이다.
‘나야 뭐 내가 하는 일이랑 같은 포지션이라면…… 손해 볼 게 없지.’
장 홍웨이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들도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는지 자신과 같은 포지션을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웨이.”
장 홍웨이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 홍웨이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상사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해오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장 홍웨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상사는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어떻게 되고 있어?”
“현재 톤당 7,9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주보다 가격이 너무 내려간 거 아냐?”
상사의 물음에 장 홍웨이는 뜨끔했다.
그리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미국의 헤지펀드와 거래를 한 것은 당연히 숨겨야겠지만, 악어들이 같은 포지션을 잡고 있는지에 관해 설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말이다.
“아…… 그게.”
“왜? 무슨 일 있어?”
상사는 심각한 얼굴로 홍웨이를 향해 물었고, 장 홍웨이는 얼굴에서 고민을 지우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유에 관해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대두하는 미국 언론들의 기사가 나가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다면 구리의 가격도 내려갈 것은 뻔했으니까.
“하여간, 미국 놈들 우리에 관해서 좋지 않게 기사를 쓰는 건…… 쯧.”
상사는 혀를 차고는 진지한 얼굴로 장 홍웨이를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던지는 양을 좀 늘려.”
“내일부터 말입니까?”
“그래. 오늘은 이대로 유지하다가 내일부터 늘리라는 지시야.”
“목표하시는 바가 있습니까?”
“-20%.”
구체적인 수치가 처음으로 상사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SRB에서 가진 물량이라면 충분히 잡아 내릴 수 있는 수치기도 했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말했지만, 살살 내리다가 시간 맞춰서 쏟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사는 굳은 얼굴로 장 홍웨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은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거야.”
아무리 윗선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이번엔 상사의 경고가 유난히 심했다.
“네. 알겠습니다.”
“분명히 나는 말했어. 이번 일…….”
겨우 상급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내려온 지시일 텐데 오늘따라 상사의 호들갑이 심하다고 장 홍웨이는 생각했다.
“걱정하시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
“좋아. 타이밍 잘 맞추고, 네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테니까.”
상사의 말에 장 홍웨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떠났고, 상사는 책상 위의 전화를 들어 올렸다.
“네. 위시안입니다. 상무국에서 지시한 대로 트레이더에게 지시했습니다. 네네. 윗선이라고만 했지, 어디까지 위인지는 모를 겁니다.
-…….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똑똑한 친구라서요. 네네,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상사는 긴장이 풀리는 것인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설명을 들으니 타당하기도 하고, 추론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파미르 캐피털의 대회의실에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파미르 캐피털의 오너 리우 샤오의 영향이 닿는 ‘서부의 월스트리트’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헤지펀드 CEO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서부의 월스트리트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온 사람들이며, 모두 미국을 떠나 세계에서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리우 샤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리우 샤오의 군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다만, 내가 걱정인 것은 중국이 가진 물량이 더 많지 않겠느냔 것입니다.”
한 헤지펀드의 대표가 도경을 향해 물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출자한 돈보다 중국이 가진 구리 현물이 더 많으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중국이 가진 구리의 물량이 많다면 가격이 올라가도 시장에서 사서 공매도 물량을 갚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금고를 열어서 갚으면 될 일이었다.
손해가 뼈아프겠지만, 구리의 가격에 큰 변동 없이 사안을 처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저와 빌은 지난 이틀간 중국이 가진 구리 현물에 대해 역추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매도라는 것은 없는 물량을 빌려 현재의 가격에 내다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리의 가격이 내려간다면 다시 사들여 갚고, 그만큼의 차익에서 수익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중국이 가진 구리 현물의 물량이 이들의 생각보다 더 많다면, 사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구리의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급하게 거둬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6개월간 중국이 사들인 구리 거래를 체크하고, 또 수출량을 통해 역산하는 방식으로…….”
도경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놀랐다.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많은 인력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앞에서 발표하는 동양의 젊은 스타는 자신들에게 있는 일말의 의심을 예상했다는 듯 모든 것을 얘기해 주고 있었다.
“예측건대 현재까지 중국은 5만 톤의 구리를 팔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축분은 약 30만 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를 포함한 많은 시장 참가자가 중국과 모리스 일당의 반대 포지션에 선다면…….”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했다.
“중국은 12월에 인도해야 할 실물을 더 사들여야 합니다.”
“목표치가 있습니까?”
“중국은 현재도 시장에 계속해서 공매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약 10만 톤에서 20만 톤가량을 공매도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은 가진 비축분의 40~70%가량을 털어낼 것이라고 도경과 빌은 예상했다.
지금 던진 양보다 시장의 충격을 더 주려면 필요한 양을 계산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구리 가격을 톤당 8천 후반대로 끌어 올리려고 합니다.”
“경제에 충격이 있지 않을까요?”
도경과 빌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질문에 도경 대신 빌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 추측으로는 그 정도는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보고 있고, 또 현재의 왜곡된 가격보다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천 달러 중반대에서 거래되던 구리였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구리 가격을 계속해서 후려치듯 공매도를 한다면, 구리 생산을 하는 광산은 수요를 조절할 테고 후에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어떤 마음이신지 정말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윤에게 처음 들었을 때 그 마음과 같았으니까요.”
빌은 확신에 찬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틀 동안 윤의 팀과 또 저희 파미르의 엘리트들을 모아 함께 모든 자료를 준비해 본 결과…….”
빌이 잠시 숨을 고르자 모두가 침을 꼴깍 삼켰다.
“승산은 70%가량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70%라…….”
높은 승산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질 확률이 30%나 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 이는 저희 파미르와 신라 둘이서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의 승률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신다면…….”
빌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승률은 90%까지 올라갈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물량전에 나서면 될 일이었다.
많은 돈은 많은 승률을 보장한다.
깔끔하지만, 어려운 전제가 붙는 프로젝트였다.
빌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참석한 모두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몇몇은 설득당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몇몇은 아직 고민인 듯한 얼굴이었다.
이들에게는 90%의 승률도 불안했다.
상대는 중국과 얼라이의 모리스 코헨이었다.
그들은 단 10%의 승률만으로도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전 빌이 여러분들이 참여한다면 90%의 승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도경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적어도 95, 아니, 99%까지 승률을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도경의 말에 몇몇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네가 어떻게 하겠냐는 듯 말이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때 한 명이 못 참겠다는 듯 물어왔고,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업계에는 모두가 아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
“포지션을 들키지 말라.”
도경의 한마디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포지션을 들킨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모두에게 보여줄까 합니다.”
그 말을 하는 도경의 얼굴에 자리 잡은 자신감은 마치 벌처 떼를 사냥하려 하는 흰머리수리의 모습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