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0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04화(40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04화
“가신 일은 어떻게…….”
도경이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두 관리자인 이지훈과 김우혁이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됐습니다.”
도경이 짧게 말하고 자리에 앉자 이지훈과 김우혁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정말 이사님과 함께하다 보니 여러 경험을 다 하게 됩니다.”
김우혁이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평생 보험사에서 채권쟁이로 썩어갔을 겁니다.”
“하하하, 그런 이야기는 다 끝나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말씀드렸듯 회의에 참석한 헤지펀드 모두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도경은 자신의 마지막 말이 갈팡질팡하던 그들의 마음을 훔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지금까지 상대가 누구든 정공법을 고수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지훈은 도경의 곁에서 오랜 세월 함께했는데, 도경은 가끔 답답할 정도로 페어플레이를 고집했다.
“다만, 지훈 부장님도 아실 겁니다. 이런 룰을 깼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꽉 막힌 것처럼 페어플레이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네. 상대의 급에 맞는 행동을 하셨죠.”
도경의 규칙은 간단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말해, 힘이 더 강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네. 이번에도 급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는 중국 당국과 헤지펀드의 제왕 모리스 코헨이었다.
도경은 이번 싸움을 허투루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는 단 1%의 승률만 있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힘을 가졌으니까.
“상대의 힘은 매우 강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의 얼굴에 흙도 뿌리고, 상대가 내지른 손을 깨물기도 해야겠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과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변명부터 하게 되네요.”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자세로 임하셔야 합니다.”
김우혁이 당연하다는 듯 대꾸해 오자 도경은 피식 웃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리우 샤오의 영향력이 있는, 그러니까 오늘 자리에 참석한 헤지펀드 전원이 이번 펀드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규모는 10억 달러가량이 될 것 같고요.”
도경의 입에서 나온 규모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확실히 미국 헤지펀드들이 나섰다 하면 규모 자체가 달랐다.
우리 돈으로 1조 3천억 원가량 되는 돈이 모였다니…….
“우혁 대리님은 이곳에 남아 기존의 일들을 관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경은 기대한 김우혁에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신라에서 하던 일들이 있었다.
여러 상품과 투자 건들을 관리해야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김우혁은 아쉬운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오히려 더 중책을 맡겨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부장님은 더스틴과 저와 함께 파미르로 넘어가시죠.”
이번 프로젝트는 신라와 파미르의 공동 프로젝트였다.
“파미르에서도 윌리엄 마셜과 몇몇 선물 트레이더들이 합류할 겁니다. 단기간 프로젝트팀이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더스틴에게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려 하던 찰나.
“참, 지훈 부장님.”
도경이 부르는 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 돌아보았는데, 김우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남은 이지훈은 다시 도경의 곁으로 다가왔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우리가 라온바이오를 상대했을 때 기억하십니까?”
라온바이오는 도경이 국내 사모펀드인 KFSG와 함께 공격을 해 사주 일가를 회사에서 몰아낸 사건이었다.
이지훈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때 지훈 부장님이 지하 세계에 이야기를 조금 뿌려주셨는데요.”
도경의 입에서 지하 세계라는 말이 나오자 이지훈은 피식 웃었다.
“아직 줄이 좀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거기에 슬쩍 뿌려주시겠습니까?”
“찌라시에 말입니까?”
이지훈은 채권 플레이어 출신답게 정보에 민감했다.
그러다 보니 소문을 퍼다 나르는 찌라시가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고.
“네. 조금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페어플레이 할 생각은 없다고.”
“…….”
“우리 업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포지션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포지션을 드러내 놓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타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꼭꼭 숨겼다.
왜? 세상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는 약점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이었다. 약점을 노출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내 목을 노리는 적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의 포지션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요.”
“…….”
“조금 전에 말씀드렸죠? 상대의 승률을 더 줄여 나갈 생각이라고.”
“그런데 하필 왜 국내 찌라시 시장인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도 구리 수요가 어마어마합니다. 뜬금없이 미국에서 소문이 도는 것보다야, 그쪽이 좀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좋지 않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한 말이었다.
적어도 유럽이나 미국의 플레이어들에게 한국이나 중국이나 동아시아의 한 카테고리였으니까.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준비하겠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는 마시고요.”
“네. 뉘앙스만 나도록 흘리겠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 요즘 장도 재미없고.”
서울 여의도.
선진증권의 원자재 선물 프랍 트레이더 김산호는 밥을 먹기 위해 회사 앞 식당에 나와 있었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방금 막 들어온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뭔가 좀 오르고 내리는 게 팍팍 있으면 한 번에 치고 빠지는데 횡보하다 보니까 종일 차트만 보고 있어야 하네.”
불가항력으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김산호는 두 사람이 말하는 장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원자재 시장의 모습이 지금 두 사람의 말과 같았다.
원자재 선물 시장은 매크로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하루에도 오르고 내림이 심했다.
“아니, 중국 경기부양책 한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녹아 있는데 왜 구리 가격은 오르지를 않는지 모르겠네.”
“그러게나 말이야 요즘 보면 누가 인위적으로 장을 조정하고 있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두 남자의 이야기를 저도 모르게 듣던 김산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해 나갔다.
“참, 그거 들었어?”
그때 한 남자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이야기를 입을 열었는데, 김산호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인위적으로 장을 조정한다고 했잖아.”
“어, 왜? 들은 거 있어?”
“중국에서 구리 가격을 누른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뭐?”
맞은편에 있던 남자가 화들짝 놀라 큰 소리로 묻자 말을 했던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코에 가져다 댔다.
“아, 미안해. 너무 놀라서.”
“중국에서 구리를 던지는 것 같다고 하던데?”
“아니, 그런 소문이 어디서 나는 거야?”
“황금마차에서 그렇게 얘기한다더라.”
남자의 입에서 황금마차라는 소리가 나오자 김산호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계산을 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여의도의 풍경은 모두가 퇴근하는 시간이었는데, 김산호는 지금이 출근 시간이었다.
해외 선물 시장의 시차에 맞게 근무하는 게 김산호의 일이었으니까.
빠른 걸음으로 선진증권의 본사로 들어선 김산호는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김 프로. 웬일이야.
“어, 성진아. 오랜만이다.”
수화기 너머에서 나름 업계의 정보통으로 불리는 동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산호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른 게 아니고, 너 황금마차 알지?”
-어…… 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김산호의 물음에 동기는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네가 가지고 오는 그 정보, 황금마차에서 나오는 거 알고 있으니까.”
-…….
“걱정하지 마, 나도 추측만 한 거고. 누구한테 얘기할 일 없으니까.”
-황금마차는 갑자기 왜?
황금마차는 여의도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는 찌라시 업체였다.
아니, 다른 여타 찌라시 업체와는 달랐다.
황금마차를 일컬어 사람들은 정보상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모르는 정보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찌라시의 특성상 필터링 되지 못해 신뢰도가 낮은 정보도 있었지만, 황금마차는 최대한 그런 것들을 줄여 순도 높은 정보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했다.
“거기서 뭔 정보가 나오고 있다는데.”
-거기서 나온 정보가 한둘이겠어?
황금마차는 가입하기도 힘들었고, 가입 이후에도 고액의 정보료를 지급해야 했다.
수화기 너머의 동기는 회사를 떠나 사모펀드를 창업했는데, 그 이유로 황금마차에 가입한 것 같았다.
“중국.”
-아…….
김산호의 입에서 짧게 나온 말에 동기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황금마차에서 나온 정보는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되는데…… 산호, 너는 따로 떠들지 않을 거라 믿는다.
“당연하지. 네가 필요할 때 내가 정보 준 거에 대한 값을 치른다고 생각하자.”
-그래. 최근에 황금마차에서 원자재 선물 프랍들에게 정보를 하나 판 것 같아.
원자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투자로서 선물 시장에서 사고파는 행위를 했다.
특히 증권사나 헤지펀드에 소속된 프랍 트레이더들 중에는 원자재 선물을 전문으로 트레이딩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산호도 그중 하나였고.
-중국에서 구리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동기의 말에 김산호는 개인용 컴퓨터 화면을 통해 구리 선물의 현황을 확인했다.
확실히 최근 구리의 가격을 체크할 때마다 가격이 오름세로 접어들 때 누군가가 공매도를 하고 있었다.
-그 왜 너도 지금 차트 보고 있지?
“어. 보고 있어.”
-이상하지 않냐?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쓰는데 구리의 가격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게.
“중국이 인위적으로 누른다?”
-황금마차의 정보는 그래. 아마도 부양책도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다른 쪽 선물 프랍의 의견이고.
동기의 말에 김산호는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열었다.
“고맙다. 정보값은 나중에 톡톡히 치를게.”
-알다시피 출처는…….
“걱정하지 마. 황금마차의 황 자도 안 꺼낼 테니까.”
-그래, 나중에 연락하자.
전화가 끊어지고, 김산호는 계속해서 구리의 흐름을 추적했다.
확실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달라 보였다.
냄새가 나는 구석도 있었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김산호는 프린터로 보고서를 출력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사의 자리로 향했다.
“부장님, 수상한 흐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