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0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06화(40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06화
“제롬, 오랜만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파미르 캐피털 본사.
50층 규모의 빌딩이 파미르 캐피털 소유였고, 이 중 40층부터 50층까지는 파미르 캐피털의 사무실이었다.
한 층에 특별하게 마련된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파미르의 최고투자전략가 윌리엄 마셜은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반가운 듯한 얼굴이었다.
-빌, 오랜만이야. 리우는 잘 지내고?
“리우는 요즘 회사 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계십니다. 미국 전역을 돌며 인사이트를 쌓으시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 양반 참 자유롭구먼. 하기야 빌 자네 같은 후계자가 있으면 맘 편히 돌아다녀도 되지.
“극찬이십니다.”
빌의 자리 옆에 앉아서 일을 하던 도경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빌을 바라보았다.
평소 자신이나 리우를 제외하고는 저렇게 예의 바른 모습을 한 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요즘 파미르는 뭘 하나?
“저희는 늘 똑같습니다.”
-어허, 그러지 말고.
“하하하, 요즘 리우의 지시에 따라 나이지리아의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역시 리우는 제3세계 투자에 관심이 많구먼. 언제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그나저나 제롬, 바쁘실 텐데 어떻게 이렇게 연락을 주셨습니까?”
빌의 물음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아무런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빌, 자네도 중국에 대한 정보를 받았나?
“중국이요?”
빌은 수화기 너머에서 중국의 이름이 나오자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 한국에서 중국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다던데.
“아! 들은 것 같습니다.”
-자네가 봤을 땐 어때?
“글쎄요. 확실히 구리 선물 가격을 누가 인위적으로 만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렇지? 지금 주식시장이 이렇게 오르고 특히 AI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최근 모든 산업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업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반도체들이 필요했다.
고도화된 기술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구리도 필요했다.
“더군다나 전기차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구리 가격이 올라야 하는 타이밍이긴 하죠.”
-그렇지. 더군다나 한국에서 나온 정보라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제롬은 중국에도 선이 좀 있으시지 않습니까?”
빌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거야 5년 전 이야기지. 요즘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무슨 생각인지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고, 우리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있어.
흑묘백묘론 黑貓白貓論.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이,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말이었는데, 1980년대 중국이 개방경제로 노선을 틀며, 미국을 방문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한 이야기였다.
중국의 공산주의나, 미국의 자본주의에 관계없이 인민들이 잘살면 된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월 스트리트의 커다란 상업은행들은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개방개혁정책 대부분은 월가 금융가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중국의 경제 정책 대부분은 월가와의 밀월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결정판이었다.
-최고 지도자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간부들도 의도적으로 우리를 피하고 있네. 얼마 전에 뱅가드가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았나?
뱅가드는 세계 2위의 자산운용사였다.
“하지만, 피델리티는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피델리티가 워낙 손대놓은 것들이 많아서 그렇지.
월가의 몇몇 회사들은 중국에서 탈출하고 있었고, 그 빈자리를 노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곳도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의 정보는 지금 한국에서 나온 이 정보만도 못해.
“그렇습니까…….”
-한국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우리 나름대로 추적을 해봤는데, 인위적으로 공매도를 치고 있는 세력이 있고, 우리는 그걸…….
“중국 당국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역시, 빌이야. 맞아.
“함께하실 겁니까?”
-아니.
수화기 너머에서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 아마추어처럼 왜 이러나? 한국에서 나온 정보가 단 하루 만에 유럽 친구들에게 전해졌고, 우리에게까지 넘어왔어. 이게 무엇을 이야기하겠나?
“모두가 달려들겠죠.”
-그래, 그거야. 이제 이 정보는 공공재나 다름없다고. 그런데 우리가 중국 편을 든다?
어불성설이었다.
포지션이 노출되는 것이 위험한 이유였다.
모두가 알게 되는 그 순간 자신의 편은 사라진다.
왜? 이미 잡고 있는 포지션의 반대편에 더 많은 화력을 투입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특히나 현물을 완전히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공매도는 더더욱.
-공매도의 약점이 뭔가? 결국 다시 사서 갚아야 한다는 거야. 그럼 우리는 시장에 있는 물량의 씨만 말려도 되는 걸세.
물량이 줄어들면 공매도를 한 쪽은 더 비싼 돈을 주고 물건을 사 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유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유럽에서요?”
-DB와 BNP가 움직였어. DB는 오늘부터 구리 선물을 매수할 것이라더군.
“그럼…… 제롬은.”
-우리도 중국의 반대 포지션에 서게 될 거야.
그 말에 빌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자네들도 움직여야 할 거야.
“정보 감사합니다. 제롬. 나중에 뉴욕에 가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보자고.
그렇게 전화를 끊은 빌은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블랙세일즈의 제롬 카슨입니다.”
블랙세일즈는 전 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였다.
그들이 굴리는 자산은 1경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빌의 전 직장이기도 했다.
“유럽의 메가 뱅크들이 움직였습니다. 제롬 카슨도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좋네요.”
도경은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빌은 저 자신감의 원천이 늘 궁금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나요? 한국에 뿌린 정보 하나가 유럽의 메가 뱅크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네. 예측했습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얼굴로 이야기했다.
“우리의 포지션을 가지고 블랙세일즈나 유럽의 메가뱅크를 설득했다면 상황이 어땠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빌은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블랙세일즈는 빌의 전 직장이고 빌에 관해 잘 알고 있으니 도왔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의심을 할 겁니다.”
“…….”
“상황의 본질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빌과 피미르의 저의를 의심하겠죠.”
도경은 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런 정보들이 떠돌아다닌다면.”
“진의부터 파악하겠죠.”
빌은 답을 찾은 듯 이야기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겁니다. 상황의 본질은 같은데 그곳에 파미르가 있냐 없냐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것이죠.”
도경이 정보 시장에 이 이야기를 뿌린 이유였다.
출처가 삭제된 정보가 떠돌아다니면 누구든 그 진의를 찾기 위해 구리를 살펴볼 것이다.
구리 선물의 거래 현황을 본다면 모를 수가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그것을 의도했다.
하지만, 정보의 출처가 명확하다면 사람들은 진의보다 정보의 출저가 노리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저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것이 있습니다.”
“뭐죠?”
“저들이 더 많은 아군을 원하고 있다는 거죠.”
“…….”
“방금 전화가 온 블랙세일즈의 제롬도 빌을 생각하는 척 정보를 줬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들을 위해서 정보를 준 것이죠.”
공매도 세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시장에 풀린 물량을 거둬들여야 했다.
그것은 오직 많은 돈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고.
“블랙세일즈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낀 순간이 우리가 포지션을 잡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랙세일즈는 떠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포지션을 잡기 위해 우리에게 제안을 한 것이군요.”
“네. 우리도 블랙세일즈가 필요했지만, 상대가 먼저 나서기를 바랐고 그게 이루어진 거죠.”
도경의 말에 빌은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이 거대한 스케일의 판도를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짜오고 있었다.
“그런 표정은 나중에 짓고, 움직여야죠?”
도경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그러자 사무실에 있는 모든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했다.
“지금부터 구리 선물을 매수하기 시작합니다. 가격의 상한선은 없습니다. 우리가 담을 수 있는 물량 모두를 담아야 합니다.”
같은 포지션을 잡기로 한 유럽의 메가뱅크나 블랙세일즈가 더 안달이 나도록 빠르게 물량을 거둬들여야 했다.
그들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바로 매수를 하도록.
“시작합시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부터는 물량을 좀 늘려.”
중국의 SRB.
장 홍웨이는 오늘부터 자신의 뒤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상사의 지시를 받고 있었는데, 불편한 심경을 감추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아침부터 던진 게 이미 우리가 가진 현물을 뛰어넘었습니다.”
“알고 있어. 괜찮아 모든 책임은 윗선에서 질 테니까 더 던져.”
상사는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뭐가 그리도 급한지 계속해서 물량을 던지라고 주문해 오고 있었다.
“조금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 초에 비해 2% 이상 하락했습니다.”
현재 구리 선물 가격은 시장이 열렸을 때보다 -2% 이상 하락을 하고 있었다.
장 홍웨이 자신이 던지는 물량도 엄청난데 그 수준에 발 맞추어 미국의 악어들도 던져대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말했잖아? 우리가 목표로 했던 물량을 다음 주까지 던지고 그 이상으로 거둬들여야 한다고.”
물량을 많이 던져 시장의 폭락을 부추기고, 싼값에 구리를 다시 사들인다는 전략이었다.
쉬워 보이고 간단해 보였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집단도 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왜?
구리의 현물이 그만큼 없으니까.
오직 전 세계에서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장 홍웨이의 손에서 나올 수 있는 거래였다.
“-3%입니다.”
“그 정도는 흔히 있는 하락이잖아?”
“그렇긴 합니다.”
장 홍웨이는 삽시간에 물량을 공매도하고 있었는데, 그에 따라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었다.
구리 시장에서 하루에 3%가 하락을 하는 건 여러 번 있었던 일이라 아직까지는 누구도 정체를 알아차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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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진 물량을 누군가가 계속해서 받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가격 하락의 메커니즘은 내가 10 달러에 물건을 판다고 했을 때 상대는 9달러에 산다고 하면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 홍웨이가 던지는 가격에 누군가가 사들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물량을 던지자마자 체결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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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사들입니다.”
-2%
-1%
+1%
하락추세였던 구리 선물 가격이 상승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2%…… 아니, +3%입니다. 어, 엄청난 매수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장 홍웨이는 당황스러운 듯 상사를 바라보았고, 상사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눌러, 더 많은 양을 던지라고.”
상사의 지시에 장 홍웨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계속해서 물량을 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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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수 알림음은 계속해서 들려왔고, 장 홍웨이와 상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