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1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10화(41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10화
“나는 이번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부촌에 있는 한 저택.
저택에 딸린 커다란 수영장 앞에 마련된 연회 장소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고액 자산가가 살 것만 같은 부촌의 저택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각각의 편안한 의상들을 입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아시아에서 온 윤을 믿지 않았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고 있었다.
마치 도경을 향해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처럼 말해왔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시아의 회사들은 다들 월 스트리트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지. 그들의 입장에서는 변방인 웨스트 코스트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자신의 말이 틀렸냐는 듯 모두를 바라보며 항변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늘 월가야말로 최고의 금융사들이 모인 곳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
“하지만! 미국에는 월 스트리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샌프란시스코도 있고, 윤이 한 방 제대로 먹인 텍사스도 있죠.”
오히려 월 스트리스트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헤지펀드들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지리적 특성상 보수적인 월가의 금융가보다는 진보적인 모습이었다.
비교적 젊은 CEO나 CIO들이 헤지펀드의 투자 정책을 이끌고 있었고, 회사 내부의 풍경도 금융사라기보다는 IT 기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유로웠다.
“그런데 아시아, 특히 윤이 속한 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 서부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제가 변명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한국이나 일본의 금융사들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도경은 어쩔 수 없이 대변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탑 다운 방식인 회사들이 많거든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투자는 창의성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윗선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탑-다운 방식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돈을 다루는 일이고,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실패를 용납해 줄 고객은 없거든요.”
“……그렇군요. 전체적으로 문화 차이다 이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그렇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그저 문화 차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궁금한 것이 많아서 한 말입니다.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이곳 서부에서 자리를 잡은 겁니까?”
“하하하, 리우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경이 자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자 리우 샤오는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
“여러분들과 비슷한 연유로 리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회사에서는 뉴욕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시선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곳 서부를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뿌듯한 얼굴이었다.
이들은 서부에서 자리 잡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앞서 이들이 말했듯 금융은 월 스트리트라는 편견의 시선을 받으며, 서부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혁신적인 금융을 펼치고 있는 게 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저는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진정한 서부의 일원으로 생각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이름 옆에 도경과 신라의 이름이 놓이게 되었다.
오늘 이 자리는 도경이 서부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하는 자리였으니까.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편견의 눈으로 윤을 바라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한편에서 샴페인을 홀짝이던 빌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월가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편견을 받으면서도, 윤을 보며 아시아에서 왔다고 다른 편견을 가진 눈으로 바라보았죠.”
“…….”
“그리고 윤은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실력으로 그 편견을 이겨냈고요.”
빌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과 도경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윤의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부가 더 이상 남부의 텍사스나 동부의 월 스트리트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만천하가 알게 될 거고요.”
금융가의 입은 가벼웠다.
머지않아 이번에 있었던 일은 입에서 입을 통해 텍사스로, 뉴욕으로 더 나아가 전 세계 금융가로 퍼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리우 샤오라는 엄청난 스타를 중심으로 윤도경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겪으며 서부도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겠죠.”
“빌의 말이 맞습니다.”
“윤에게 미안하군요. 정작 다른 이를 편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빌의 말이 끝나자 하나둘 도경을 향해 사과해 왔고,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
그때, 서부의 대부나 다름없는 리우 샤오가 입을 열었고, 모두의 시선이 리우에게로 향했다.
“여러분의 깨달음이 그저 말이 아닌, 앞으로 새로운 이들을 맞이할 때 기본적인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리우.”
리우는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새롭게 우리 모두의 친구가 된 미스터 윤도경의 앞날을 기원하며.”
리우가 그리 말하고 잔을 입에 가져다 대자 모두 도경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도경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부의 앞날이 밝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고 잔을 입에 가져가자, 모두 미소를 지으며 축배를 들었다.
“오늘 파미르와 상의해 포지션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튿날, 도경은 사무실에서 이지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파미르 캐피털과 잠깐 만들었던 합작팀은 막을 내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수익률은요?”
“약 +26%입니다. 그동안 중국이 눌러왔던 가격을 회복하고, 워낙 많은 세력이 사들이다 보니 30%까지 가겠다고 생각했지만, 중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포지션을 전환하며 30%는 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빠르게 자신들의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것을 모른 채로 포지션을 유지하던 모리스 코헨과 얼라이 연합은 자신들의 업보를 치르는 중이었다.
“그나마 얼라이가 여기저기서 구리 현물을 구하다 뒤늦게라도 매수를 해 25%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스 코헨에 관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사님께서는 체크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매일같이 새로 사귄 친구들이 보내줘서 알게 되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직원들도 일을 하기가 편해진 것 같습니다.”
도경이 서부의 일원으로 인정받자, 당장 회사가 취득하는 정보부터가 달라졌다.
새롭게 사귄 친구들은 마치 자신들이 도경을 인정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근질근질한 사람들처럼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계속해서 공유해 오고 있었다.
“특히 우리 쪽에서 취약했던 유럽 쪽의 정보가 꽤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들 일하기 편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더없이 만족스럽네요.”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시 이번 프로젝트 얘기를 해보죠. 그래서 우리가 가져갈 수익은요?”
“워낙 많은 회사에서 참여해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이 컸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2억 5천만 달러(한화 3,320억 원)가 투입되었다.
“지분율을 나눠보면 우리 신라가 2위로 약 17%가량입니다.”
“파미르가 1위겠고요.”
“네. 파미르는 꽤 많은 돈을 내놓았습니다.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경은 리우 샤오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말을 믿고 프로젝트를 제안한 신라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한 파미르 캐피털이었다.
“우리는 지분율에 따라 수익금 약 6,200만 달러에서 17%. 약 1,060만 달러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140억 원 정도인가요?”
“네. 그쯤 됩니다.”
“엄청나네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140억 원을 벌어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확실히 많은 돈이 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프로젝트였다.
포지션을 들킨 상대를 공격하기란 쉬운 일이었으니까.
도경은 총알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아쉽긴 합니다만, 상대가 모리스 코헨이었으니 이쯤에서 만족하도록 할까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 부장님은 요즘 어떠세요?”
“저 말씀이십니까?”
“네. 너무 일만 하시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이제서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증권사로 온 보람이 느껴지는 일들을 하고 있어서요.”
“하하하.”
도경은 웃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한국이 그리우시다거나…….”
“그리워할 시간도 없는걸요. 그리고 의외로 미국의 생활 방식이 제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관심이 싫은 사람이라…….”
서로 할 것만 하면 인정받는 미국의 시스템이 이지훈에게는 꽤 잘 맞는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네?”
“당분간 한국에 못 들어가실 것 같거든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서류 한 장을 이지훈에게 건넸다.
“아직 대외비 내부 자료입니다만, 다음 달 초에 유성과 신라의 합병 공시가 나올 것 같습니다.”
계열사 형태로 떨어져 있었던 신라자산운용이 드디어 유성투자증권의 일부가 되기 위한 시간이 다가왔다.
“당분간 한국에 들어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승진하시는 겁니까?”
“하하하, 직책은 그대로일 테지만, 신라의 최고투자전략가와 유성투자증권의 최고투자전략가 타이틀은 확실히 다르겠죠.”
“축하드립니다.”
무게감이 다른 것이었다.
유성투자증권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증권사였다.
신라자산운용의 총자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투자자산을 보유 중인 회사이기도 했다.
“축하하기 전에 계속해서 읽어보시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건네받은 서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합병 공시에 따른 조직개편안이 담겨 있었다.
기존의 신라에서 도경이 이끌던 전략투자사업부는 이제 유성투자증권의 전략투자부문이 되었다.
그리고 부문장이자 최고투자전략가에는 도경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우진 본부장님께서 차석투자책임자로 승진을 하시는군요.”
그리고 도경의 바로 밑 직급에 해당하는 차석투자책임자에는 최우진이 임명되었다.
“네. 한다현 본부장은 그대로 밴처투자전략 본부를 이끌 본부장으로, 이연지 부장도 하던 일을 그대로 할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었는데, 하던 일을 그대로 하는 것만큼 복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맨 마지막에 읽어보시죠.”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다시 서류를 읽어 내려갔는데, 이내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이지훈 본부장님.”
“저…….”
이지훈은 새로운 조직도에서 해외전략투자본부의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지훈에게 다가갔다.
“당분간 합병이 되고 부문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한국에 있어야 합니다. 이곳 미국의 일은 모두 본부장님께 맡기고 가겠습니다.”
“이사님…….”
“고생하셨잖아요. 그리고 전문성도 쌓으셨고요.”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숙였다.
벅찬 감정으로 인해 흐르는 눈물을 도경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는 듯 말이다.
“지훈 본부장님을 믿고, 한국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믿고 있다는 거 늘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고개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도경은 여전히 벅차오르는 감정을 조절하려 노력하는 이지훈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미소를 지었고, 이지훈은 연신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