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1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13화(41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13화
“알지? 오늘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며칠 후, 신라자산운용 전략투자사업부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 윤도경 이사 모르는 사람도 있겠습니까?”
“그 말이 아니잖아. 인마.”
한 남자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부하 직원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4~5년 후에는 윤 이사가 대표가 되어 있을 거라는 얘기도 있어.”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 회사에서 윤 이사 말고 대표를 할 사람이…….”
“그러니까 알아서 잘하라고. 우리 부서에서 하듯 말하고 그러면.”
남자는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설마 눈치 없이 부장님한테 하듯 하겠습니까?”
“어이구, 이 자식 같은 놈아 나한테는 더 잘해야지.”
두 사람은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
사무실로 들어서자 꽤 큰 규모의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는데, 유성투자증권 내에서도 이렇게 큰 팀은 없었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이는 직원들이 각자의 팀 명패가 달린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 윤도경 이사님과 선약이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 상품개발부 부장 최재영입니다.”
“아! 전해 들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을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가면서도 사무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기는 사무실이 엄청나게 크네요.”
부하 직원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묻자 최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버는 곳이라 사무실도 크고 인원도 많네.”
“그리고 사무실 구성이 조금 특이해요.”
부하 직원의 말에 최재영은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사무실이라기엔 자리 배치나 인테리어가 스타트업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파티션이 없네.”
본디 증권사라고 한다면 성벽과도 같은 파티션이 각자의 자리를 견고하게 가려준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일을 하는 직원은 방해 없이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었고, 옆자리의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워낙 하는 일이 고도의 집중력들을 요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표준이 되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무실의 모습에 신기해하고 있을 때, 안내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섰는데, 밖의 거대한 사무실과는 다르게 소탈하고 무던한 인테리어의 방에 들어섰다.
안에 있는 집기며 가구들만 보아도 이 방의 주인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자 방의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신라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인사를 하며 명함을 두 사람에게 건넸는데,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아 든 둘은 잠시 명함을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유성투자증권 상품개발부 부장 최재영입니다.”
“ETF 개발 파트 파트장 김용훈입니다.”
“최재영 부장님, 김용훈 파트장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오히려 흔쾌히 만나준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도경은 최재훈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직급상 분명 몇 단계 위에 있었다.
본사로 오더라도 임원급의 대우를 받을 도경이 자신을 흔쾌히 만나준다고 한 점이 여전히 신기했다.
“지금도 한 식구고 앞으로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 텐데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앉으실까요?”
도경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당연한 일이라며 얘기해 왔고, 두 사람은 신기해하며 도경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제 방에는 음료수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죠?”
“물론입니다.”
도경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정말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영광입니다. 이사님의 활약상은 언론으로 너무 많이 봐서…… 전화하면서도 이게 맞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활약을 하는 것과 여러분들을 만나는 게 무슨 관련이 있죠?”
도경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 이게 사실 지위가 높으신 분들을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서요.”
“오히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더 신기하네요. 저는 그냥 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분들은 언제나 환영해서요.”
진심이었다. 도경은 적어도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얻는 것이 한 가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도경이 인사이트를 늘려온 방법의 하나이기도 했다.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 만나는 사람은 진심을 얘기해 오는 것 같았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하는 일을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일선 지점 출신이라서요.”
“그것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 입지전적이신 분이라…… 그렇다면 본론을 좀 더 빠르게 이야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품개발팀은 증권사 내에서 개인 고객이나 법인 고객을 상대로 팔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곳이었다.
증권사 지점이나 온라인 앱에 보면 특판 상품들 대부분이 이들의 손에서 나온 상품들이었다.
“최근 우리 상품개발부는 ETF를 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상품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ETF를 운용하는 부서와 얘기를 나눕니다.”
상품개발부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그 상품을 운용하는 프로들이 있는 곳과 상의를 한다.
상품개발부는 디자인을, 운용 부서는 그 디자인을 실체화하는 곳이라고 보면 쉽다.
“그렇게 아이데이션해서 나온 것들을 디벨롭하고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 일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에 집중했다.
“최근 개인 고객들의 수요는 대부분 ETF로 몰리고 있습니다.”
“ETF의 총자산이 100조 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장이 한 번씩 테마주로 인해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나면 그분들은 시장에 관해 잘 모르니 ETF를 주로 구매하십니다.”
지난 몇 해간 시장에는 어마어마한 광풍들이 휩쓸고 갔다.
코로나 시절에는 유동성이 풀리며 신규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많았고, 이차전지 광풍을 지나 최근 초전도체 테마까지.
평소엔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시장에 유입되었다.
“좋은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최재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것은 증권사 직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한 시장참여자의 입장에서 좋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시장참여자들이 늘수록, 개미들의 입김은 더 이상 시장이 무시하지 못할 규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이제 시장에 붙잡아놓는 역할이 저희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도경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최재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요.”
“놀랍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니 그동안 상품개발팀에서 개발한 상품들이 흥행을 했었나 보군요.”
도경의 말에 최재영은 쑥스럽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저는 조금 전 말씀드렸듯 일선 지점에 있어봤기 때문에 유성 상품개발부가 얼마나 유능한지 몸소 체험했었습니다.”
실제로 유성투자증권의 상품은 꽤 안정적인 수익을 내주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 매수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우리 부서에 전통적으로 자리 잡은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좋은 전통이네요.”
“주제로 다시 돌아오자면, 최근 들어 ISA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 상품이 늘면서 ETF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그에 맞춰 저희도 ETF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고요.”
“경쟁도 그만큼 심하겠네요.”
“네. 그래서 윤 이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최재영을 바라보았다.
메시지의 말을 추측했을 때, 이들이 자신의 인사이트를 얻으러 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낙 시장에 많은 ETF들이 출시되었고, 이제는 과포화라고 봐도 될 지경입니다.”
상장된 700여 개 중 100개가 넘는 ETF는 하루 거래량이 아예 제로.
그러니까 거래량이 0인 유령 ETF였다.
ETF 시장도 좋은 테마로 돈이 몰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시장의 논리였다.
자산을 불리기 위해 매수하는 상품인데 자산 증식의 속도가 느리다면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것은 뻔했으니까.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계속 같은 곳에서 맴도는 걸 반복했습니다. 직접 필드에서 뛰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도경은 아직 무언가 생각을 해본 것은 없었다.
이들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들어보건대 쉽게 이야기를 던질 분위기도 아니었다.
“일주일의 시간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두 사람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무, 물론입니다.”
최재영은 도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놀랐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그저 한마디라도 툭 던져주시길 원하고 왔습니다.”
“…….”
“그런데 무례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함께 고민을 해주신다고 하니 너무 놀랍고 또 영광입니다.”
최재영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오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최근에 여러 가지로 투자 인사이트를 늘리려는 중이라서요. 기회가 찾아오니 반가울 뿐입니다. 그러면 일주일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일어나자 두 사람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신데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락해 주시면 언제라도 달려오겠습니다.”
“네. 조심해서들 들어가세요.”
두 사람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의자에 기대었다.
“ETF라…….”
작게 읊조리며 도경은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 한참을 의자에 기대 생각을 이어나갔다.
‘분명 메시지는 타인은 보지 못하는 세상으로의 항해를 시작하라고 했어.’
그날 저녁, 퇴근해서도 도경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타인은 보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전제를 이미 메시지가 던져주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큼의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제에 맞게 무언가를 떠올리려니 고민이 많았다.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들, 이것 좀 먹어.”
거실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쟁반을 들고 다가오셨다.
쟁반 위에는 정체 모를 것이 든 컵이 있었는데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뭐예요?”
“엄마가 오늘 시장에 갔는데 마침 막 콩물이 나오더라고.”
“콩물요? 조금 전에 밥…….”
“엄마는 아들 생각해서 사 온 건데…….”
“주세요.”
도경이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어머니는 뭐 하나 더 주지 못해서 아쉬워하시는 상황이었다.
도경은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듯 배가 불러도 주시는 대로 받아먹고 있었다.
“살찌겠어요. 그나저나 시장에 가셨어요?”
“응.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그런데 시장은 가기 전에는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다녀오면 다시 가기 싫어지네.”
“왜요?”
“현금을 내는 게 너무 불편해.”
“요즘 지역화폐니 뭐니 상품권이니 잘되어 있지 않아요?”
“되는 곳도 있는데, 웬만하면 다 안 받아주려고 하더라니까.”
시장 상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지역화폐며 시장 상품권을 받아주는 곳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는 저런 것을 내밀면 퉁명스럽게 돈으로 달라고 하는 곳들이 있었다.
“현금…….”
도경은 순간 무언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 고마워요.”
“어머, 얘. 이건 다 마시고 들어가.”
급히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어머니의 말이 들리자 도경은 다시 컵을 들어 올려 재빠르게 한 번에 들이켜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이것도 그리고 좋은 힌트도요.”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어머니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