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1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14화(41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14화
“선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며칠 후, 퇴근을 한 도경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한 식당에서 상대를 맞이했는데, 약속 장소로 들어선 상대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윤 이사,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죠?”
“저는 선배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말로 윤 이사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늘 약속 상대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GS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투자책임자인 차진형이었다.
차진형과는 당시 신라증권이었던, 신라자산운용 인수전에서 알게 되었다.
차진형은 신라증권의 매각 주관 업무를 하며 도경과 만났고, 그 이후로도 교류를 했는데, 도경이 라오후에 대한 공매도를 할 때 준 정보로 본사에서 인정받으며 아태지역의 수석투자책임자로 승진했다.
“싱가포르에 계신 줄 알았는데, 전화를 주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하하하, 나야말로 윤 이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줄 알았는데 둘 다 한국에 있었군요?”
GS의 아태지역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차진형은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 김에 도경에게 연락을 한 것인데 마침 도경 또한 귀국해 한국에 있었다.
“정말 저로서는 천운입니다.”
“천운이라…… 이것 참, 윤 이사가 나를 향해 그리 말해주니 영광이라고 해야 할지요.”
“아휴, 선배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 본사에서도 윤도경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라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
“모르긴 몰라도 머지않아 백지수표를 들고 찾아갈지도 모르겠군요.”
GS는 도경에게도 행사에 참석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초대장을 보냈고, 그곳에 빌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메뉴를 한번 볼까요?”
차진형이 메뉴판을 보다 음식을 주문했고, 음식이 준비되는 막간을 이용해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미국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화려하게 보내더군요.”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그렇게 되었습니다.”
“운이라기엔 실력이 아닙니까?”
“저는 단 한 번도 제 실력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시대를 잘 타고나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거죠.”
도경은 그런 생각으로 임하고 있었다.
자신은 시대를 잘 만나 증권시장이 호황일 때 유성에 입사했고, 그 이후로도 메시지라는 누가 들으면 허언이라고 손가락질할 큰 행운을 만나 이 자리까지 왔다고.
“윤 이사는 참으로 겸손하십니다. 우리 바닥에서 자신의 실력이 남들과 다르다고 거만하게 구는 인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 오늘 나에게 얻을 게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내가 윤 이사에게 줄 게 있나?”
“물론입니다. 선배님께서는 GS라는 메가 뱅크의 아태지역 책임자시니까요.”
“하하하.”
GS의 아태지역이 커버리지하는 지역은 지구의 절반이나 다름없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부터 동남아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강국인 인도와 저기 멀리 오세아니아의 호주까지.
유럽이나 미국 본부에 비해도 중요성이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많은 경제 강국을 담당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차진형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인도 시장에 관해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인도라…….”
며칠 전 밤,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도경은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 힌트가 향하는 곳은 인도라는 미지의 땅이었다.
“인도는 강력하게 성장하는 국가죠. 소수가 다수의 부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 같은 투자자로서는 아직 먹을 게 많은.”
도경의 말에 차진형이 그리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도에서 먹을 게 있는가? 하는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차진형의 말에 집중했다.
자신은 인도와 관련된 투자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차진형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절에 인도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기업들도 매우 성장했거든요. 너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정체기가 온 게 아닌가 하는 평이 있습니다.”
인도뿐만 아니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를 가도 성장주로 대변되는 기업들은 코로나 시절에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당시 풀린 유동성은 그들의 성장을 지탱해 주기엔 충분했으니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하던 성장이었는데 더 이상 시장에 돈이 돌지 않자 지출을 줄인 결과였다.
“선배님 말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또 그런 평가도 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인도에는 아직 발전조차도 하지 않은 시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장이 있…….”
차진형은 궁금하다는 듯 묻다 이내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간편결제 시장입니다.”
“네?”
며칠 후, 유성투자증권 상품개발부 사무실.
부장 최재영의 말에 파트장은 놀란 듯 되물었다.
“누가 오신다고요?”
“윤도경 이사가 지금 오셔서 우리 앞에서 PT를 하겠다고 하시네.”
“그게 무슨…….”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였다.
그래도 한 회사의 간부가 하급자들을 부르지도 않고 직접 찾아와 그것도 자신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이 말을 했다면 거짓말이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날 봤잖아. 다른 인간들이랑은 다른 분인 거. 우리가 귀인을 만난 거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글쎄. 그건 그분께 여쭤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최재영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해?”
“네?”
“못 들었어? 이사님이 오셔서 PT 하신다고. 그럼 넌 뭐 해야겠어?”
“아! 준비하겠습니다.”
파트장이 사무실을 나가자 최재영은 재킷을 챙겨 들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1층 로비로 가 누군가를 기다렸는데, 멀리서 한 남자가 사옥으로 들어오자 고개를 숙였다.
“이사님, 영광입니다.”
“아! 부장님. 왜 나와계십니까?”
“직접 와주시는 수고를 하시는데 당연히…….”
“하하하, 이렇게 안 나오셔도 됩니다. 저 출입증 있거든요.”
도경은 유성에서 발급받은 출입증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도경은 자신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최재영의 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최재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제게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 그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건지 궁금해서요.”
“네?”
“그러니까 저희보고 오라고 하시면 되는데 직접 찾아오시는 것도 그렇고 저희에게 PT를 해주신다는 점도…….”
최재영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좀 별나서요.”
“네?”
“저는 도움을 바라는 분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를 찾아오셨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
“그런데 이게 여러분들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저도 배우는 것이 있고, 그 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 않나요?”
띵-
그때, 엘리베이터는 목표 층에 멈춰 섰고, 도경이 앞장서서 내리자 잠시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재영은 이내 도경을 따라나섰다.
“감사합니다.”
최재영이 옆으로 따라붙으며 얘기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나고 들어도 될 얘기 같지만, 미리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말이네요. 언제 들어도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말이에요.”
도경이 그리 말하자 최재영 또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로 도경을 안내했다.
회의실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왔다.
“이쪽은 ETF개발 파트의 직원들입니다. 파트장은 얼마 전에 보셨죠.”
“네. 다들 반갑습니다. 그럼 바쁘실 텐데 바로 들어갈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며 준비한 USB를 직원에게 건넸고, 직원이 준비하는 동안 재킷을 벗어 정리해 두고는 스크린 옆에 섰다.
직원은 방의 불을 끄고는 입을 열었다.
“준비됐습니다.”
직원의 말과 동시에 벽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는 도경이 준비한 화면이 뜨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윤도경입니다.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영광입니다. 여러분들의 실력이 출중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의견이 구리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분위기를 풀려는 듯한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발표에 집중했다.
“여러분들이 제게 새로운 테마를 찾는다고 말씀을 주셨을 때, 처음 국내의 테마를 노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했습니다.”
도경은 직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유는 이미 국내시장과 관련된 테마는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이나 산업을 대상으로 한 ETF는 이미 과포화였다.
오죽하면 비슷한 테마를 이름만 다르게 변형해서 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시선을 외부로 돌렸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럭셔리 ETF]“불황인 시절에도 고공행진을 하던 ETF가 하나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잘 알 겁니다. 바로 럭셔리 ETF입니다.”
도경이 말한 ETF는 태산자산운용에서 개발해서 상장한 ETF였는데 ETF의 광풍 속에서 살아남으며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저는 이 ETF를 보며 놀랐습니다. 아 이 사람들은 발상의 전환을 이런 식으로 했구나.”
럭셔리 ETF에는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을 포함해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곳에 구성되어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중국.”
그때 한 직원이 작은 소리로 읊조리자 도경은 손가락을 딱하고 튕기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없어서 못 산다는 브랜드들이 이곳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중국은 최대 명품 소비 시장이었다.
명품뿐만 아니라 나이키와 애플, 테슬라의 최대 고객도 중국 시장이었다.
해당 ETF는 중국에서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전 세계의 브랜드들을 모아 테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공부하며 느꼈습니다. 우리도 이들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하면 어떨까?”
“…….”
도경은 화면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혹시 지갑에 현금이 3만 원 이상 있으신 분?”
도경의 물음에 이 자리에는 열댓 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단 한 명만 손을 들었다.
“한 분이 있으시군요. 저도 이 자리에 오면서 보니 지갑에 달랑 3천 원이 있더군요.”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피식하고 웃었다.
“왜 우리는 지갑에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걸까요?”
“카드 결제가 잘 되어서요?”
“요즘 미래페이니 애플페이니 워낙 간편결제 시스템이 잘 되어서요.”
도경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직원들이 해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카드 결제와 간편결제 시스템이 급성장하며 우리는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쉽게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나라가 아직 있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프 보시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에는 두 가지 그래프가 떴다.
“앞에 있는 그래프는 2017년도 한 국가의 현금결제 비율과 신용카드 결제 비율입니다. 현금결제는 72%, 신용카드 결제는 단 9%였죠.”
극단적으로 현금결제가 많은 그래프였다.
“뒤에 있는 그래프는 현재의 결제 비율입니다. 현금결제가 27%로 45% 감소했는데, 이 감소한 결제 비율이 그대로 신용카드와 인터넷 뱅킹으로 향했습니다.”
말 그대로 극적인 반전이었다.
단 몇 년 만에 현금결제 비율을 대폭 줄였다.
“어떻게 이렇게 현금결제를 줄였느냐?”
도경은 화면을 넘겼는데 그곳에는 기사가 여러 개 떠 있었다.
“바로 국가의 전폭적인 장려책과 기술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어느 순간 도경의 말에 빠져든 듯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현금결제 비율을 줄이려고 했을까요?”
[지하경제의 양성화]바로 화면을 넘기자 답이 떴다.
“바로 지하경제를 뿌리 뽑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국가는 GDP 대비 세수 비율이 1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하경제가 GDP 대비 45%가 넘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고요.”
지하경제는 말 그대로 국가에서 알 수 없는 경제시장을 이야기했다.
개인의 소비를 국가가 알 방법은 신용카드나 그와 연계된 결제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야말로 이 사람이 얼마나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금으로 거래한다면, 자영업자들과 같은 사람들의 소득은 알 수가 없다.
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소득은 탈세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결제의 경우 매출 자체를 국가에서 알 수가 없습니다. 이는 곧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내는 부가세의 탈루가 일어나게 되죠.”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보통 물건 가격에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물건을 판 사람이 가져가는 돈이 아닌 그대로 국가로 대신해서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하지만, 현금으로 이것을 계산하게 되면 국가로 가야 할 돈을 상인이 중간에서 꿀꺽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에 대비해서 자연스레 걷혀야 할 세금이 겨우 17%만 걷혔기 때문에 이 국가는 하루빨리 세수를 늘리기 위해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필요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국가의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이들의 GDP 대비 세수율은 한참 모자랍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고요. 이런 시장에서 자연스레 발전하게 되는 산업이 있습니다.”
[간편결제]“신용카드는 차치하겠습니다. 이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보다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이 나왔고, 이는 우리가 모두 아는 간편결제 시스템입니다.”
도경은 화면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용카드는 깐깐한 심사를 통해 발급되죠. 하지만, 간편결제는 내 명의로만 된 통장만 있어도, 통장에 연결된 직불카드만 있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도경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국가적인 지원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당연히 관련 산업들도 이 국가에서 급성장을 하고 있고요.”
도경의 말에 정체가 궁금한 것인지 직원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넘겼다.
그러고는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해당 국가는 바로 인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