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1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15화(41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15화
“인도요?”
그날 늦은 오후, 유성투자증권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돌아온 도경은 사무실로 쪼르르 쫓아온 최우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네. 인도요.”
“인도라…….”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생각에 빠진 듯했고, 도경은 최우진의 생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인도의 고성장은 의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부를 기존에 있는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 증시의 대장주인 릴라이언스의 시가총액은 약 240조 원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미래전자보다 약 150조 원 모자란 수치였다.
하지만, 인도는 릴라이언스와 같은 재벌 기업이 우리나라의 두세 배가량 된다.
“릴라이언스 얘기를 해볼까요? 본업은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을 한다고 하는데 통신사부터 소매업체, 유통업까지, 국내 재벌 기업이 90년대에 하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저는 이런 점이 걱정입니다. 결국 인도가 성장하려면 이들이 새로운 산업에 손을 댄다는 이야기인데 지금까지 너무 급격하게 성장을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우진 본부장님과 같은 생각을 저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투자 경험이 있는 GS의 아태 수석투자책임자이신…….”
“차진형 선배님을 만나셨군요.”
차진형을 처음 소개해 준 것도 최우진이었다.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고, 저는 일종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조금 전까지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걱정이 궁금함으로 바뀌어 나갔다.
도경이 확신을 둔다면, 적어도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느 산업 분야에…….”
“간편결제 부분입니다.”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IMF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떠올려 볼까요? 당장 국가는 빚더미에 앉았을 때를 생각해 보죠. 나라가 망할 뻔한 위기를 벗어난 이후에 우리 정부가 선택한 것은 지하경제의 양성화였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하면 금융거래가 투명해지고, 탈세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세수를 늘리기를 원했다.
“그때 선택한 게 신용카드였죠.”
자신의 말에 최우진이 그리 답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습니다. 제가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외우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외운 것이 있습니다. 컨섬션 스무딩.”
Consumption Smoothing.
우리말로는 소비평탄화라고 하는 개념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소득이 늘면 소비 또한 늘어난다. 그러나 소득이 줄었을 때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소득이 줄어도 소비를 줄이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신용카드의 사용은 이런 경우를 줄여주는 장치다.
신용카드의 사용은 내수 소비를 늘리고 앞서 말한 경제적 어려움을 줄여주며, 경제 안정화에 어마어마한 도움을 주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런 선택을 했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 공제를 해주겠다고요.”
일종의 신의 한 수나 다름없었다.
특히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신용카드로 사용한 금액의 35%를 공제해 주었는데, 이는 고소득층의 경우 워낙 세금을 편법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아 생각한 고육지책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이나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카드를 막 발급해 줬죠.”
“네. 좋지 않은 후폭풍이 있었습니다.”
일명 신용카드 대란이라 불리며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낳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며, 세수를 늘리겠다는 국가의 정책은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후 신용카드의 보급이 늘어나고,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워낙 쉬워지며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도 줄기 시작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경제위기를 벗어난 한 가지 요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산업의 발전을 낳았죠.”
국가적인 정책으로 인한 돈이 한 분야로 몰리게 되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당시 깔아둔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해서 간편결제 시스템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카드 결제망이 온라인에도 도입되면서 온라인 쇼핑몰들의 성공이 시작되었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 시작 지점에 현재 인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었다.
결제 시스템의 성장을 맛본 모든 나라들은 앞서 두 사람이 말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기 시작했다.
“인도는 엄청난 IT 강국입니다.”
오늘날, 흔히 빅테크 기업들이라 불리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임원진에서 인도인을 찾기란 매우 쉬웠다.
국가적으로 인재 양성을 하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IT 전문인력들의 인건비가 매우 저렴합니다.”
“앞에서 인도 재벌 기업 얘기를 했지만, 사실 1위를 빼면 거의 모두 IT 기업들이죠.”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는 1997년 이후 우리나라가 겪었듯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한번 설치해 봤는데요. 저는 인도 국민이 아니라서 사용하지 못하더라고요.”
도경은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을 최우진에게 보여주었다.
“UPI……?”
최우진이 앱의 이름을 작게 읊조리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도중앙은행에서 창립한 지불결제기관에서 개발한 간편결제 시스템인데요. 이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결제부터 인터넷 뱅킹,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까지요.”
일종의 통합플랫폼이었다.
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시스템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이렇게 편리한 앱을 만들고, 국가적으로 지원을 하니 인도만은 꽤 빠르게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흥미롭다는 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인도의 수도에 있는 뉴델리에 있는 한 노점은 라씨라는 전통차를 팔았는데요, 기존에는 하루에 100잔 정도를 팔았다고 하더군요.”
“노점치고는 꽤 많이 파는 거 아닌가요?”
“인도라는 규모를 생각해 주세요.”
“아…….”
“그런데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자마자 하루에 2천 잔 이상을 판다고 합니다. 지난 1년 만의 성장이 20배가 넘는 겁니다.”
일종의 QR코드 결제였다.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가게에 마련된 QR코드에 간편결제 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편리함이 소비를 증진하고 있었다.
“수도뿐만 아닙니다. 시골 마을에서도 이제는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를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미 간편결제 시장이 자리 잡아 성장을 할 규모가 작은 것 아닙니까?”
“글쎄요. 역발상을 해보죠. 간편결제로 인해 내수경제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재벌들은 전부…….”
“내수기업이죠.”
최우진은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내수시장의 80%가 넘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내수의 소비가 증가한다면 이들은…….”
“또다시 어마어마한 성장을 하겠군요.”
“네. 인도 기업들의 성장이 주춤하는 게 아니냐는 그런 틀에 박힌 생각들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같습니다.”
“하…….”
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네?”
“언제쯤 그런 발상들을 하시는 걸 따라잡을 수 있을까 허탈해서요.”
최우진은 도경의 곁에서 오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경은 자신의 인사이트를 더더욱 넓혀갔고, 도경의 논리는 점점 탄탄해졌다.
도경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과 끝에서 나온 말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는 것들도 하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저와 같은 뷰를 보셔야 하나요?”
농담 섞인 자신의 투정에 도경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저는 우진 본부장님이 저와 다른 뷰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 같이 일하는 것인걸요. 제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시는 분이라서요.”
“하하하, 이사님. 농담입니다. 농담.”
“아…… 그런데 제가 지금 드린 말은 진심입니다. 우진 본부장님은 자신만의 무기를 더더욱 갈고닦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인사이트는 많은 것들이 타당해 보입니다. 부서에 얘기해서 인도 쪽으로 뷰를 좀 넓혀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을 주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팀에게도 시야를 넓혀주는 수단이 된다면 더더욱 좋을 테니까.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최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가자 도경은 자리로 돌아와 기지개를 켰다.
“제 할 일은 끝인 것 같네요. 선택은 본사에서 하는 거고요.”
도경은 누가 듣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고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윤 이사님의 PT 어땠어?”
“장난 아니던데요. 예전에 윤 이사님 팀이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 때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PT를 한 적이 있었잖아요.”
“아, 컨벤션센터에서?”
“네. 그때 갔던 사람들이 거의 윤도경 부흥회라는 말을 하던데……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유성투자증권 상품개발부 사무실.
도경이 휩쓸고 간 흔적을 주워 담으며 이들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인도에 대한 투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인사이트로 전혀 다른 뷰를 내놓았지.”
“네. 같은 인사이트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분의 인사이트만큼 넓어야 그런 뷰도 나올 테니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개발부장 최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도경의 PT에 감탄한 얼굴이었다.
“파트장으로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충분히 좋은 상품이라 생각됩니다. 인도는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없는 시장이거든요.”
“SEBI의 규제 때문이지?”
SEBI는 인도의 증권거래위원회를 이야기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의 자국 주식시장에 대한 규제는 악명이 높았다.
외국인의 인도 시장 투자를 타이트하게 규제를 했다.
“네. 외국인 직접 투자를 막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만 가능합니다.”
외국인이 인도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배당이나 시세 차익은 얻을 수 있었지만, 회사의 운영에 개입을 할 수는 없었다.
개인투자자가 5천만 달러(한화 약 670억 원)를 가지고 있다면 투자할 수 있었지만, 670억 원을 가진 개인투자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우리 같은 기관투자자를 거쳐야 하고요.”
“ETF는 그 접근성을 올려주겠지?”
“네.”
“좋아. 그럼 인도로 포커스 잡고 한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볼까 하는데 어때?”
최재영의 말에 모두가 불만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이잉-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려던 찰나, 파트장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한 파트장은 화면을 확인했다.
“부, 부장님.”
“왜? 무슨 일인데?”
“태산에서 인도 증시를 기반으로 하는 ETF를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파트장의 말에 회의 자리에 참석했던 모두가 놀란 얼굴로 최재영을 바라보았고, 최재영의 얼굴에는 그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