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2화(4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2화
“일단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나 한번 볼까…….”
사흘 후, 도경은 늘 그렇듯 오전 7시에 출근해 다른 PB나 애널리스트들의 그룹 채팅방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진 대리님 이렇게 꼼꼼하게 올리시네.”
도경은 최우진이 운영하는 그룹 채팅방을 흥미롭다는 듯 보고 있었다.
최우진은 자신의 정보력을 이용해 시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이벤트 위주로 고객들에게 증시전망을 올리고 있었다.
“구독자 수가…… 90명…….”
최우진의 그룹 채팅방 구독자 수는 90명이었다.
도경은 지난 주말 최우진에게 초대받았는데 감시 역할인 지점장 류태화나 본사 컴플라이언스팀 직원들을 빼도 80명이 넘는 고객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모든 고객이 그룹 채팅방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니까.”
확실히 성남지점 스타 PB답게 얼추 관리 고객이 100명이 넘는다고 봐도 됐다. 거기에 최우진의 PB 서비스는 최소 가입 금액이 있으니, 어마어마한 자금을 굴리고 있을 것이다.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 윤도경 / 구독자 42명]도경은 자신의 채팅방으로 돌아와 상단에 적힌 구독자 수를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시작이니까.”
도경이 관리하는 고객들은 70명 가까이 되었지만, 그룹 채팅방 참여를 꺼리는 고객을 제외하고 40명가량이 구독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개별적으로 그룹 채팅방을 만들겠다고 알려 드렸을 때 고객들은 참 좋아했다.
드디어 생기는 거냐는 반응부터, 기대하고 있겠다는 반응까지.
부담이 되긴 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다고 요청한 일이고 고객들도 기다리고 있었으니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한 도경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2월 넷째 주 증시전망입니다. 상반기 금융시장 여건은 여전히 어둡습니다…….]도경은 문서프로그램으로 이번 주 증시전망 초안을 작성하고는 류태화에게 작성한 전망을 보냈다.
[류태화 지점장님: 고생했습니다. 처음인데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잘 살펴본 것 같네요.]도경은 메신저로 온 류태화의 답장에 주먹을 꽉 쥐고는 웃었다. 그러고는 답장하기 시작했다.
[나: 감사합니다. 주말에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숙지했습니다.]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내부 규정을 말했는데, 특히 도경이 속한 증권가에서는 이 컴플라이언스가 굉장히 중요했다.
추천하는 종목의 기업과 재산적 이해관계가 없고, 회사가 종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컴플라이언스 노티스’를 공지 마지막에 달아야 했다.
돈이 오가는 일이다 보니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고, 이 노티스가 달림으로써 면책 관련 조항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나중에 법적으로 송사에 시달릴 때 법적 책임 소재 증빙 자료로 쓰일 수도 있었다.
[류태화 지점장님: 좋습니다. 이대로 올려도 될 듯합니다. 고생했습니다.] [나: 넵! 감사합니다.]류태화의 그린라이트에 도경은 자신의 그룹 채팅방으로 돌아와 준비한 전망을 올렸다.
잠시 후, 글을 확인한 사람의 숫자가 올라가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연락이 없으니 별문제가 없는 거겠지?”
똑똑-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최우진이 방으로 들어섰다.
“전망 좋던데? 나도 그대로 퍼서 내 방에 올렸다.”
“어? 정말요?”
그 말에 도경은 최우진의 그룹 채팅방을 확인했는데, 자신이 올린 전망을 채팅방에 전달해 둔 상태였다.
“우진 대리님…….”
도경의 감동했다는 눈빛을 받은 최우진은 기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래?”
“감사해서요.”
“감사는 무슨…….”
최우진이 말과 행동은 저렇게 해도 도경 자신을 홍보해 주기 위해 한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영업 터나 다름없는 곳에 다른 상품 판매자의 홍보 전단을 돌려줄 이유는 없으니까.
“장 준비 다 했지?”
“네. 제일 까다로운 일을 끝내고 나니 한가하네요.”
“커피나 한잔하자.”
“준비할…….”
“아니, 아니. 자판기에서.”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나섰고, 도경은 최우진을 따라나섰다.
“웬일로 자판기 커피를 다 드세요.”
“아침 바람이 선선한 게 좋아서. 밖에서 좀 먹고 싶어.”
빌딩 한편에 테라스 형태로 있는 휴게실로 향한 두 사람은 자판기 앞에 섰다.
봄의 문턱인 3월이 한 주 뒤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날씨는 차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 이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커피?”
“네.”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전을 넣은 최우진은 커피 두 잔을 뽑아 도경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도경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뭐야? 뭐 재미있는 거 보고 있어?”
최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뇨. 그냥 메시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달을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이를 최우진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그래? 기분 좋은 소식인가 봐. 그나저나 안 추워?”
“앗, 감사합니다.”
도경은 최우진에게서 종이컵을 건네받고는 온기로 손을 녹였다.
“저도 우진 대리님처럼 이 찬 공기를 좋아해요. 코로 들이쉬면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도경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최우진은 피식하며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어때?”
“이제 좀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앞뒤 다 떼고 물어도 도경은 자신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래서 최우진은 도경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는 적응하기 전이라는 말인가?”
“네. 그런 것 같은데…….”
“그렇다기엔 참 다사다난했던 것 같은데.”
“이젠 좀 자제하려고요. 저는 괜찮은데 고객님들께 죄송해서요.”
“왜? 컴플레인 들어왔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돈을 맡겨놓으셨으니까요. 불안해하지 않으실까요?”
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도 있지. 수익만 내주면 된다는 고객이 대다수긴 한데. 도경 씨가 걱정하는 그런 고객들 늘 있더라고.”
“네, 그래서 당분간은 외부 활동을 줄이려구요.”
“잘 생각했어. 워낙 경제가 안 좋으니까. 고객들의 심리적 안정감부터 찾아주자고.”
“넵.”
“하, 그나저나 도경 씨도 잘되어가고, 나도 참 잘되어가는데 좋은 소식이 없네.”
“좋은 소식이요?”
도경이 모르겠다는 듯 묻자 최우진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거 말이야. 이거.”
“아…….”
“올 한 해 우리 회사 영업이익이 9천억 원이라더라.”
국내 증권사 순위 3위인 유성투자증권은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올랐다.
빅 3로 불리는 태산, 선진, 유성은 한 해 매출이 수십조 원이 넘었다.
이들 간의 순위는 매출에서 얼마나 이익을 남겼느냐로 평가되는 ‘영업이익’으로 매겨졌고, 영업이익 1조를 넘기는 ‘1조 클럽’은 증권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였다.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사장이 그렇게 떠들었는데, 실패했네.”
굳건하게 영업이익 1위를 지키고 있는 태산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을 비웃듯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2위인 선진증권은 1조 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유성투자증권에 맹렬하게 추격당하고 있었다.
“그중에 고객 매매 수수료가 60%가 넘고.”
확실히 유성투자증권은 계열사 업무를 주로 봤던 증권사라 그런지 고객 매매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다른 증권사들은 금융사업이라든지 회삿돈으로 투자해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유성은 그렇게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WM본부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보나 마나 우리부터 쥐어짤걸?”
“글쎄요. 저는 반대일 것 같은데요.”
“반대라고? 왜 뭐 들은 거 있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제가 어디서 듣겠어요. 그냥 제 감이 그래요.”
“윤도경의 감이라…… 진짜 좀 큰 게 오려나? 윤도경의 신기를 믿는다. 나는.”
지이잉-
그때, 동시에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휴대전화를 확인한 최우진은 진심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의 감에 베팅하길 잘한 것 같은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향해 말하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 * *
“여기야.”
보름 후, 도경은 서울 모처로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와 있었다.
“여기가…… 정말 우리 집이니?”
어머니는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고, 동생 도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네. 전세가 아니라 진짜 우리 집이에요.”
도경의 말에도 어머니와 동생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최우진과 커피를 마시러 나갔던 그날 기다리던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 내용은 보상에 관한 것이었다.
【고객님의 투자철학은 우리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비관론자와의 싸움에서 멋지게 승리한 고객님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P.S. 보상받은 이후, 우리가 준비한 보상이 한 번 더 주어질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그 메시지가 말하는 ‘정당한 보상’이란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었는데 시기를 보고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우진과 휴게실에서 대화하던 그 날 최우진과 도경이 바라던 ‘정당한 보상’이 주어졌다.
「매출 ‘새 역사’ 쓴 유성투자증권, 성과급 잔치 열어.」
「유성투자증권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 함께 성장해 가자는 의미”.」
「CEO보다 더 많은 연봉 받는 지점장 나와. 주인공은 유성투자증권 강남 리더스 지점 하민재 지점장.」
「하민재 지점장, 성과급 52억 8천만 원 받아. 사내 ‘연봉킹’ 등극.」
회사는 장담했던 1조 클럽의 목표는 실패했지만, 창립 역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보상을 직원들에게 해주었다.
도경 또한, 3월이 되자 두둑한 상여금을 받았다.
“형, 연봉이 4천만 원이라며…… 설마 회사 몰래 주식에…….”
“어휴, 도진아, 도진아, 윤도진아! 형이 그런 사람 같냐?”
“그런 건 아니지만…….”
도경의 기본급은 연차가 낮아 4천만 원이었다.
하지만, 증권사의 직원 대다수가 그렇듯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았고, 도경도 PB가 된 지 1년 만에 2억 원이 넘는 돈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매매회전율은 높지 않았지만, 워낙 굴리는 돈의 액수가 크고, 고객들의 수익금 중 일부를 상품 가입에 유치하며 BEP(손익분기점)를 최대로 달성했고, 거기에 회사가 이번에 통 크게 기본급의 300%까지 성과급을 지급하며 단기간에 큰돈을 받았다.
그리고 메시지가 장담하듯 그들이 준비한 보상이 도착했다.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은 윤도경 고객님 축하드립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정당한 보상 이외에 고객님은 자신만의 철학으로 여러 사람을 감동하게 만든바, 아래의 장소로 찾아가면 우리의 큰 보상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2021년 3월 9일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언제나 그렇듯 보상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은 메시지였지만, 도경에게는 충분한 힌트가 되었고, 휴가를 내 메시지가 알려준 경매법정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이 집을 만날 수 있었다.
“경매로 샀어요. 엄마.”
도경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집을 둘러보고 있는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경매?”
“네. 좋죠?”
“좋다마다…… 정말 넓구나.”
방 3개와 거실이 딸린 아파트였는데 도경도 경매법정에서 이 집을 보자마자 놀랐다.
입지도 훌륭했고, 연식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였는데 네 번이나 유찰이 되었단다.
이렇게 좋은 집이 네 번이나 유찰되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한 가지 더 신기한 것은 마치 짠 듯 경매에 참여한 모두가 이 집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도경이 입찰을 한 것이 유일한 입찰이었다.
마치 메시지가 장담하던 것처럼 도경에게는 너무도 큰 보상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8억짜리 아파트인데, 4억에 샀어요.”
“4, 4억?”
도경의 말에 어머니와 동생은 동시에 놀란 듯 도경을 향해 말했다.
“에이, 여기서 두 분이 놀라야 할 건 4억이란 돈이 아니라. 8억짜리를 4억에 샀다는 거죠.”
“4억 원이 어디서 났길래…….”
어머니는 여전히 도경이 답을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해서 이 집에 못 살 것 같다는 말투로 물어왔다.
“당연히 대출이죠. 이 집의 2/3는 은행 거예요. 나머지는 이번에 받은 성과급으로 했고요.”
“도경아…….”
“좋으신가 봐?”
“좋다마다…… 내 평생 다시 이런 집에 들어올 거라고 예상도 못 했어.”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어머니 또한 비관적으로 변해 있었던 것 같았다.
“왜 못 들어와요? 작은아들은 곧 법조인이 될 테고, 큰아들은 국내 대기업 계열사 다니는 증권맨인데.”
“그래도…….”
“이제 월세니, 전세니 그만 살자구요. 나도 자취하기 힘들어요. 집에서 가족이랑 살고 싶어요.”
도경은 카드를 꺼내 들고는 동생을 향해 건넸다.
“도진아, 네가 내일 어머니 모시고 전자제품 매장 둘러봐.”
“형…….”
“어허, 너까지 이러면 형이 뿌듯함을 느낄 수가 없잖니.”
능청스러운 도경의 말에 동생은 피식하고 웃으며 카드를 건네받았다.
“나 많이 쓸 수 있는데.”
“그래, 사고 싶은 거,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거 다 사. 단!”
도경은 조건이 있다는 듯 검지를 펼쳐 올렸다.
“살 때 제일 좋은 걸로 사. 10년, 20년 쓸 거니까.”
“알았어.”
“엄마, 들었죠? 곧 도배며 장판이며 다 새로 할 거니까요. 이 좋은 집에 어울리게 엄마가 필요한 거 다 사세요.”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아니에요. 엄마. 나중에 더 큰 거 해드리면 그때 우세요. 오늘은 웃자구요.”
도경의 말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고, 도경과 도진 두 형제도 어머니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요! 여기 옆에 유명한 고깃집이 있더라고. 오늘 저녁은 거기서 먹고 들어가요.”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걸었고, 그런 뒷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와 동생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자, 너희 형 추진력을 누가 말리겠니.”
“두 분! 빨리 가자구요. 배고파요!”
어머니와 동생은 그런 도경이 싫지는 않다는 듯 픽 웃으며 따라나섰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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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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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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