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2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24화(42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24화
“이사님, 말씀하신 자료 본사에서 받아왔습니다.”
“아, 팀장님.”
사무실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던 도경은 호출한 차선태가 방으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있는 작은 회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차선태가 건넨 서류를 넘겨받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본사에는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차선태는 그룹의 비서실에서 일을 하다 도경의 비서로 직책을 옮기며 신라로 왔는데, 여전히 그룹 비서실에 도경에 관해 보고하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도경을 보좌하기 위해 보고하는 것이지 이전처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룹에서는 원래 재계의 여러 기업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함부로 자료들을 주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겠죠. 이게 다 그룹의 자산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네. 하지만, 회장님의 지시 덕분인지 이사님께서 요구하시면 그룹에서도 별다른 물음 없이 넘겨줘서 일이 수월했습니다.”
차선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인 한태오의 배려에 늘 감사했다.
“말씀하신 태산컨설팅은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데요.”
“그렇죠. 저도 태산의 조직도를 볼 때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늘 궁금했거든요. 따로 정보가 공개된 것도 없고요.”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종의 가족회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탁정민 회장이 아들인 탁인우 대표에게 회사를 상속하기 위해 쓴 편법 회사였거든요.”
“어. 그때는 이름이…….”
“네. IW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차선태의 말에 집중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해당 회사는 편법 증여와 승계를 위한 일회성 회사였습니다. 태산증권의 내부 전산망을 관리하고, 경영에 관한 컨선팅을 해주는 회사로 창업을 했습니다.”
IW코퍼레이션은 탁인우가 대표로 있었던 회사였는데, 그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었던 태산증권의 경영에 여러 가지 자문을 해주고, 내부 전산망을 관리한다는 핑계로 거래를 여러 번 했다.
“2001년까지 매출이 3천만 원도 채 되지 않았던 IW코퍼레이션은 태산증권과 더불어 태산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주며 이듬해 매출이 400억, 그 이후로는 매출을 1천억 원 이상 늘렸고, 매출 가운데 95%가 태산 계열사와의 거래액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몸집을 불린 IW코퍼레이션은 몇 해 전 있었던 태산캐피탈의 유상증자 때 전액을 탁인우 대표가 인수하는 형식으로 서서히 태산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태산캐피탈은 할부금융업체였는데, 태산증권의 알짜 계열사였다. 아무래도 증권사보다 더 직접적인 돈놀이를 하다 보니 태산 계열사들의 캐시카우(Cash cow, 돈줄)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태산캐피탈은 계속해서 투자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원래 대주주였던 태산자산운용이 보유 중이던 지분까지 전량 탁인우 대표에게 매각하며 탁인우 대표는 태산캐피탈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차선태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탁인우 대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태산캐피탈의 지분을 IW코퍼레이션에 매각했습니다.”
전형적인 손바꿈이었다.
IW코퍼레이션의 지분은 모두 탁인우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IW코퍼레이션이 태산캐피탈의 지분을 사더라도 영향력은 탁인우의 손에 있었다.
“문제는 이 당시에 태산캐피탈이 점점 매출을 축소하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말입니까?”
“네. 당시에는 비상장사고 매출이 줄어드는 걸 알 수 없었지만, 후에 있는 일 때문에 만천하에 사안이 드러났습니다.”
차선태는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바로 태산캐피탈이 경영 부진을 이유로 매각 공고가 떴고, 당시 태산캐피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단 태산 계열사들은 모두 IW코퍼레이션을 매각 대상자로 지정해 매각했습니다.”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딴죽을 걸지 않았다.
비상장사 간의 거래였고, 지분 대부분을 태산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IW코퍼레이션으로 넘어간 태산캐피탈은 새로운 주인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태산증권의 지분이 있었나요?”
도경의 물음에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당시 태산캐피탈은 태산증권의 지분 7.2%를 들고 있었고, 탁인우 대표는 자신의 돈 한 푼들이지 않고 이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로 번 돈은 시드머니(자본금)였고, 그 돈을 토대로 복잡하게 여러 태산의 계열사들과 거래를 한 이유는 태산캐피탈이 쥐고 있던 태산증권의 지분 7.2%였다.
“그 이후로는 이사님도 아실 겁니다.”
“네. 태산증권이 IW코퍼레이션을 흡수합병 하며 지분을 탁인우 대표에게 넘겼죠.”
인수합병 때에는 태산이 IW코퍼레이션의 지분을 100% 소유한 게 아니라면, 가치에 따라 비율을 나눠 태산증권의 지분을 넘기는 일이 흔했다.
그렇게 탁인우는 자신의 돈 하나 들이지 않고 태산증권의 대주주가 되었고, 그가 낸 상속세라고는 아버지 탁정민이 가진 지분에 대한 것뿐이었다.
한때 유행한 편법 증여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IW코퍼레이션을 없앤 줄 알았는데…….”
“아, 물론 흡수합병이니 회사는 사라졌었습니다. 그런데 5년 전부터 갑자기 태산증권의 계열사 목록에 태산컨설팅이 보였습니다. 이곳의 지분은 49%를 태산증권이, 51%를 이든홀딩스라는 곳에서 보유했습니다.”
새로운 회사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태산컨설팅이 마치 하는 일을 모두가 알면 안 된다는 듯 꽁꽁 숨겼습니다.”
“이든홀딩스는 뭐 하는 곳이죠?”
“태산증권에서도 이든홀딩스에 대한 관심이 쏠리자 탁인우 대표가 출자한 회사이고, 태산컨설팅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태산증권에게 경영 자문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상속받을 때 했던 짓을 다시 한다는 이야기네요.”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죠? 그게 왜 필요하길래…….”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태산에게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고 발표만 하고 있고, 하는 일은 꼭꼭 숨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표되는 연결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매출 대부분이 태산증권에 넘어온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차선태는 표정을 굳힌 채로 입술을 뗐다.
“3년 전부터 태산컨설팅의 유상증자에 태산증권 계열사들이 참여한 정황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태산증권을 제외한 태산의 계열사들은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시행하거나 참여해도 알 턱이 없었다.
“태산증권의 매년 컨퍼런스콜 때 발표된 자료를 보면 태산컨설팅의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들이 늘어났고, 태산컨설팅의 재무제표상에도 유상증자로 인한 투자금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예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알 수 있었다.
“굳이 태산증권을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숨기지는 못해도 알기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것이겠죠.”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형적인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2천억 원이라는 실탄을 장전한 태산컨설팅이 조용하다가 작년부터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서에 보니 해외 부동산에 대해 투자했군요.”
“그렇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신문 중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뜬 바로는 LA의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을 약 8천억 원 규모에 태산컨설팅이 사들였고, 이에 대한 대출은 국내 은행 LA지점에서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보증은 당연히…….”
“태산증권이 했을 겁니다.”
슬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의 자산이었지만, 그런 과감한 투자를 태산컨설팅이라는 회사가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탁인우의 의지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 태산컨설팅의 이름은 자주 등장합니다. 호주에 있는 호텔을 사들였고, 영국 런던에 있는 호텔 또한 사들이면서 말입니다.”
“코로나 시절에 호텔들이 많이 매물로 나왔었죠.”
“네. 알차게 쇼핑을 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코로나만 끝이 나면 복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차선태는 끝말을 흐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이후로 태산컨설팅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시 종적을 감추었고, 그룹 내부의 정보로는 태산컨설팅이 사들인 전 세계 호텔 빌딩 다섯 개 모두가 현재 적자에 허덕이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경제가 어려우니 누가 호텔을 찾겠습니까?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호텔 사업이 흥행할 것이라 모두가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 세계 호텔 체인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차선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는 태산컨설팅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습니다만, 그룹에서는 태산컨설팅이 터지면 태산증권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대부분 대출에 보증을 섰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꽤 힌트가 되었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언제든 제가 필요하시면 불러주십시오.”
차선태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태산이 3년 전부터 지출을 줄이고 유보금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도 이것에 대한 영향 때문이겠지.”
태산컨설팅을 파보라는 정태근의 힌트는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유성이라는 대기업의 정보를 받아 수월하게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확실한 정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떠볼 조건은 충족했다고 생각한 도경은 휴대전화를 찾아들고는 익숙한 번호로 통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유앤캐피털이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KFSG의 대표실.
강성호는 이번 일을 진행하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유앤캐피털이 보유한 태산증권의 지분이 얼마지?”
“3.7%대 입니다.”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금 확보한 지분은? 오늘 5%를 채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따라 들어오는 곳이 있어 예상보다 가격이 올랐습니다만…….”
“애초에 우리가 의도했었던 것이니 그건 감내해야겠지.”
“그러면 우리 우호 지분이 11%쯤 되나?”
여러 회사가 KFSG와 함께하기로 했다.
물론 그들은 태산증권의 지분을 오래 들고 있다가 곧 털고 나가려던 찰나에 터진 이벤트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KFSG에게는 그런 지분마저도 큰 힘이 되고 있었다.
태산이 소극적인 방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소액주주들과 아마 이번에 우리를 따라 들어온 곳들은 우리에게 그린메일(지분을 팔겠다는 편지)을 날릴 것 같은데, 20%쯤은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분확보는 쉬운데 정작 필요한 사람은 오지를 않는군.”
“윤도경 이사와 신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윤 이사의 순간 대처 능력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텐데 말이야…….”
강성호가 아쉬워하던 찰나.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발신 번호를 확인한 강성호는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통제하며 재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 이사,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우리가 태산증권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공시를 하려고 했거든요.”
-벌써 5%를 모으셨군요.
“그렇습니다. 우리와 함께하겠다는 곳도 있고요. 이제 윤 이사만 합류한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성호는 기대를 하는 얼굴로 수화기 너머 도경의 답을 기다렸다.
-대표님.
“말씀하시지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설명을 들어야 할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이요? 모든 걸 다 한 것 같은데.”
-하나가 빠진 것 같아요. 태산컨설팅 말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순간 강성호의 표정은 굳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