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3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30화(43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30화
“금일 KFSG의 실무자와 협의를 끝마쳤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장 마감 이후 블록딜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최우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장 마감 이후 공시가 나갈 텐데, 그렇게 되면 주가는 우리가 거래하기로 한 금액보다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네. 그럴 수밖에 없겠죠.”
보통 블록딜은 종가보다 싸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은 이야기가 달랐다.
주가보다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했고, 거기에 태산증권에서 백기 투항을 했기 때문에 줄곧 저평가였던 태산증권의 주가도 오를 것이 뻔했다.
현금배당을 늘린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이야기였으니까.
“수익률은 총 47.81%이며 금액으로 따졌을 때는 약 2,917억 원의 수익을 보았습니다.”
최우진의 보고에 도경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엄청난데요.”
“가진 현금성 자산들을 거의 올인하다시피해서 수익도 높게 나온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우진 본부장님이나 팀원들 모두가 짧은 시간 내에 우리 포지션을 잡느라 힘드셨을 거 알고 있습니다.”
많은 금액으로, 생각해 뒀던 주가에 맞춰 포지션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아니, 몇 초 차이로도 급격하게 변하는 호가에 대응해 포지션을 잡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심력을 소모하게 만든다.
“아닙니다. 일이 끝나면 매번 칭찬해 주시니 그것만 보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오늘 점심때 직원들과 맛있는 식사라도 하시죠.”
도경은 그리 말하며 책상 맨 위 서랍에서 미리 준비해 뒀던 봉투를 꺼내 최우진에게 건넸다.
“이사님…….”
“대표님들께 금일봉을 받을 때마다 늘 나도 언젠가 준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네요.”
도경은 자신이 느꼈던 뿌듯함과 기쁨을 동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준비한 작은 선물이었다.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직원들 배불리 먹이겠습니다.”
최우진은 환하게 웃으며 봉투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쉬우면서도 힘들었네.”
최우진이 사무실을 나가자 도경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심 탁인우 대표가 한 발짝 더 나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다행이야.”
이번 일을 하며 도경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는 평가를 강성호에게 받았다.
하지만, 도경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를 던질 때마다 이번이 제발 마지막이기를 바라며 행동했다.
상대를 코너에 몰아버리려는 수일수록 파격적이어야 했고, 사외이사 임명이나 국민연금의 의중을 확인하는 것들도 그런 일이었다.
“다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 파격적인 수마저도 탁인우가 받아내고 역공했다면, 도경은 다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도경이나 KFSG에게는 천만다행이게도 탁인우는 거기서 멈추었다.
“이제 그만 좀 욕심부리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탁인우에게 말했듯, 혹자는 그가 무능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대표라고 평가하겠지만, 도경은 마지막엔 책임을 진 대표라고 평가할 것이다.
살다 보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탁인우의 행동을 일종의 용기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지이잉-
한참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오랜만이네요.”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는데, 오늘 화면 속의 고양이는 도도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쩍 성장한 윤도경 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두 가지의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가만히 집중했다.
-매우 기쁩니다. 우리가 발견한 원석이 누구보다 뛰어난 보석이 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요.
“그럼 다른 생각은요?”
-그래도 가끔은 우리를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 일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힘든 일이었으니까, 누군가에게 푸념도 하고 싶었고 조언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더욱 혼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화면 너머 고양인 가만히 도경의 말을 듣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틀려도. 내가 여기서 실패해도 나에겐 도와줄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
“당신은…… 아니, 우리라고 했으니까 여러분이라고 해야겠죠? 여러분은 제게 그런 존재예요.”
도경은 왜 자신이 일을 할 때 더 이상 메시지를 찾지 않으려고 하는지 처음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내가 실패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들…… 내 실패마저도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줄 존재들이요.”
늘 언제나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한 메시지라면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여러분이 저를 이렇게 키운 건데. 너무 훌륭하게요.”
도경은 농담 섞인 말을 던졌고, 화면 너머의 고양인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존재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도경 씨의 말대로 우리는 언제나 곁에서 도울 것입니다.
“고마워요. 그러니까 다음부터 그런 얼굴로 말하지 말아요. 약간 무서웠네.”
도경의 말에 고양인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을 훌륭하게 해낸 윤도경 씨에게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이요?”
-네, 우리의 계산 결과 이번 일의 수익을 모두 합친다면, 올해 대한민국 증권사의 매출 1위는 유성투자증권이 오를 것입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심 속으로는 인제 1위 자리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메시지가 저리 말한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줄곧 꿈꿔왔던 하나의 목표가 깨진 기분이었다.
-축하합니다. 이는 윤도경 씨의 공이고, 유성투자증권과 신라자산운용에 속한 모든 이들의 공입니다.
멍하니 앉아 있던 도경은 이어지는 메시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 * *
“이거 하나 받으십시오.”
한 달 후, 유성투자증권 본사에 있는 대강당.
오늘 이곳에서는 커다란 행사가 열리는 것인지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임원진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고, 직원들이 대강당 좌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에 모자라 기자들도 온 것인지 방송국 카메라와 사진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도경은 옆자리에 앉은 최우진을 보며 물었다.
“글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최우진이 건넨 것을 받은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유성투자증권 차석투자전략가 본부장 최우진]최우진의 새로운 직함이 달린 명함이었는데 도경은 명함 지갑에 조심스레 넣고는 자신의 새로운 명함도 한 장 건넸다.
“제가 처음 드리는 분입니다.”
“저도 이사님께 처음 드렸어요.”
도경의 새로운 명함 또한 유성투자증권의 CFO라고 적혀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공식적으로 유성투자증권과 신라가 합병을 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감회가 새롭네요.”
옆에 앉은 최우진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신라자산운용이 막 생기고, 이사님이 멀쩡히 일 잘하고 있는 저를 찾아오셨잖아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그날을 떠올렸다.
“그땐 정말 우진 본부장님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들어보니 이연지 부장한테도 똑같이 하셨더만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크흠’ 하며 작게 헛기침했다.
“어쨌든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 그래. 내가 저 사람 옆에 붙어 있으면 밥은 굶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는데…….”
“사무실에 가니 더 막막하셨죠?”
도경의 물음에 최우진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습니다. 자신 있게 하겠다고 받아들이고 텅 빈 사무실에서 저와 우진 본부장님, 연지 부장님 그리고 대훈 씨랑 앉아 있는데 정말이지…….”
막막했다.
그동안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왔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겸손해지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때 솔직히 지금이라도 안 한다고 하고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거든요.”
최우진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저를 보니 잘 참았다. 대견하다 최우진.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사업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신라자산운용과 유성투자증권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팀이 되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언감생심 대한민국 3대 증권사에서 차석투자전략가 직함을 달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겠습니까?”
“3대요?”
“왜요? 제가 틀렸습니까?”
최우진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묻자 도경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1위 증권사거든요. 이제는.”
“1위요?”
최우진이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연단 위에서 모두에게 연설을 하던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의 한마디가 두 사람의 귓전에 들려왔다.
“두 회사의 합병은 유성투자증권을 올해 대한민국 증권사 매출 1위에 오르게 해주었습니다.”
그 말에 최우진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저게 뭔 말입니까?”
“아시잖아요. 이달 말이면 회계연도 넘어가는 거. 왜 회사에서 합병을 서둘렀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최우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이내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진짜?”
“네.”
도경의 확답에 최우진은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선배, 행사에 방해돼요.”
도경은 작게 속삭였고, 최우진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고 흔들었다.
그 모습에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고생 많았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대표실에서 류태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류태화는 도경을 향해 연신 고생했다는 말을 해오고 있었는데,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샌프란시스코와 국내에서 윤 이사가 한 활약이 올해 증권사 매출 1위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도경이 신라자산운용을 위해 한 일들을 모두 열거하기엔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뭉뚱그려 얘기했지만, 특히 올해 엔터사의 나스닥 상장 건에서 윤 이시가 한 활약과 이번 태산증권을 상대로 한 행동주의 움직임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표님의 지원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일에 관한 위임을 받고 계약한 임원직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 계약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임원의 자율성이 계약상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터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표님과 서용원 부사장님은 정말이지 저를 믿어주시고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제는 유성투자증권의 부사장이 된 서용원도 도경은 잊지 않았다.
“우리가 1위 증권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저나 직원들의 공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표님의 경영철학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칭찬 한 번 했다가 되로 돌려받는군요.”
류태화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 웃었다.
“윤 이사는 그런 사람입니다. 늘 자신의 공보다 타인을 더 추켜세워 주죠.”
류태화는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자신감이 늘 넘치던 도경은 칭찬을 받을 때마다 타인에게 공을 돌렸다.
지금까지는 도경이 그런 성격이라 가만히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런데 윤 이사. 오늘만큼은 자신을 좀 더 챙기세요. 그래도 되는 날이거든요.”
류태화는 그리 말하며 미리 준비한 봉투를 꺼냈다.
“늘 이 봉투로 때우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군요.”
도경은 류태화가 건네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오늘만큼은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 주신 금일봉은 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유성투자증권의 미래는 윤 이사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힘 닿는 곳까지 열심히 해서 유성투자증권을 세계 제일의 증권사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도경이 확신을 가진 얼굴로 말해오자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