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3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33화(43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33화
“이사님, 소집받고 왔습니다.”
며칠 후, 도경은 몇몇 직원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도경은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고, 직원들은 사무실 한쪽에 있는 회의 테이블에 자리했다.
“본부장님, 제가 말씀드린 거 전달하셨습니까?”
도경은 펀드운용본부를 이끄는 본부장인 이진규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전달했습니다.”
이진규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연지 부장님과 더불어 우리 펀드운용 1부의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펀드운용본부는 말 그대로 펀드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본부였다.
총 3개 부서로 되어 있었는데, 그중 1부는 도경과 사업부의 첫 시작부터 함께한 이연지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 투자 중이라 관리가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 블라인드 펀드의 관리를 아주 잘해주고 있어 사업부의 책임자로서 흡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들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따로 본부장님과 또 1부 구성원분들을 호출한 이유는 새롭게 펀드를 구성하려 합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 전달받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에 1부에서 관리하던 블라인드 펀드는 2부로 넘기는 게 어떨까요?”
도경의 물음에 본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사님과 이전에 말씀을 나누었던 대로 2부를 운용전담부로 하기로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럼 제가 말하기가 더 쉽겠네요. 앞으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펀드를 구성할까 합니다. 사업부가 그동안 증권투자본부에서 대부분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불안정한 매출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주식이란 것은 시장 상황, 경제 상황에 따라 수익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주식이나 채권을 트레이딩하는 증권투자본부는 지금까지는 아주 훌륭한 수익을 올렸지만, 그것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는 없었다.
“사업부 수익의 다양화를 생각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펀드운용부가 있을 겁니다.”
한다현이 이끄는 벤처투자본부 같은 경우에는 도큐센스라는 아주 훌륭한 작품의 인큐베이팅을 끝내고 출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출품 후에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줄 것이다.
남은 것은 펀드운용본부였다.
“특히 펀드 같은 경우는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운용 보수가 고정 수익이 되어주기 때문에, 파이프라인(고정 매출)을 원하는 우리 사업부에게는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납득한다는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전에 본부장님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로 1부는 새로운 펀드 구성과 초기 판매를, 2부와 3부는 운용하는 부서로 만들려고 합니다.”
도경은 이미 구상이 끝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PM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진규 본부장님께서.”
도경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본부장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연지 부장님이 당연히 실무를 맡아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이번 펀드의 PM은 한시적으로 제가 맡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직원들은 놀란 얼굴이 되었고, 본부장 이진규는 이미 이야기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시장에 우리 사업부의 타이틀을 단 펀드가 출시되는 것도 있고, 이번에는 블라인드 펀드와 같은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펀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제가 나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방형 펀드는 쉽게 말하면 항상 열려 있는 펀드였다. 투자자가 쉽게 환매 요청을 할 수도 있었고, 펀드의 구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펀드이지만, 주식처럼 펀드의 지분을 사고팔 수 있었다.
“개방형 펀드를 고른 이유는 아무래도 최근 금융시장에서 퇴직연금과 저축연금, ISA 같은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제 혜택이 있다거나, 미래를 위해 가입하는 상품의 고객 수가 늘고 있었다.
도경은 그 돈을 타겟팅했다.
“시장은 국내시장으로 하겠습니다. 우리 팀에게 익숙한 시장으로 먼저 시작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도경은 직원들을 향해 이번 프로젝트의 개괄을 얘기하고 있었고, 직원들은 열심히 메모를 해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마인데, 펀드의 테마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중 그 누구라도 제게 제안을 할 수 있고, 회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본 이후 결정하겠습니다.”
펀드에도 주제가 필요했다.
가령 국내시장의 성장주들만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든지 하는 주제 말이다.
“여러분의 창의성을 믿습니다. 최대한 다방면으로 생각을 해보시고, 가감 없이 의견을 내길 바라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회의 때까지 테마에 관한 의견을 생각해 봅시다. 2주면 되겠습니까?”
도경의 물음에 직원들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좋습니다. 그럼 2주 후, 테마에 관한 회의를 해봅시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도경이 그리 회의를 끝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갔다.
“후, 오랜만에 펀드를 구성하려니까 긴장되네.”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길을 걸으려 하니 여간 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테마라…….”
도경은 최근 오며 가며 메모해 둔 것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 속에서 혹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지이잉-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자 도경은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회원님을 늘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그렇게 인사하는 건 오랜만이네요?”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화면에 나온 고양이는 오랜만에 SMS 시절 보내던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에 부르려니 인사할 게 안 떠올랐나 봐요.”
도경이 농담을 툭 던지자 화면 속 고양이의 동공이 흔들렸는데, 순간 그것을 포착한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맞나 본데요?”
-그동안 갈고닦은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윤도경 씨의 행보에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하지만, 메시지는 도경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제 할 말만 했고, 도경은 피식 웃다가 이내 진지한 메시지의 말에 집중했다.
-고사성어에는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이 있습니다. 월나라와 오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두 나라의 국민들은 한배를 타고 가던 중 폭풍을 만나자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냈다는 뜻입니다.
메시지는 뜻을 모르겠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언제나 그렇듯 도경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메시지는 틀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와 같은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윤도경 씨가 몸담고 있는 금융가에서 영원한 친구란 무엇일까요?
“이익이죠.”
도경은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가까이해야 할, 늘 함께하고 싶은 친구는 이익이라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이익’을 원한다면,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영원히 적일 거라 생각했던 상대도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번 일을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윤도경 씨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곁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고양이가 그리 말하자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어플리케이션이 꺼졌는데, 도경은 참 고양이가 잔재주를 부린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민에 잠겼다.
“……이익 앞에선 적과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죠?”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도경은 혼잣말을 읊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가 할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되겠죠.”
늘 그렇듯 메시지의 힌트는 언젠가 현실로 다가온다고 생각한 도경은 하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선진과 한라가 꽤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DH는 워낙 부동산자산 쪽의 강자이다 보니 선진과 한라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데 약간은 미온적인 태도라고 하고요.”
한편, 유성투자증권 대표실.
대표 류태화는 유성의 다섯 명 부사장 중 내부경영을 담당하는 부사장 신선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성은 원래 3개의 부문에서 각각 부사장 휘하 전임 체제로 돌아가는 조직이었는데, 회사가 커지고 신라와 합병을 하며 다섯 개 부문으로 늘어나 있었다.
“DH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류태화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분명 어마어마한 돈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그 시장에서 유성이 뒤처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선진과 한라, DH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로운 기업을 만든다면 단숨에 시장의 강자가 될 겁니다.”
셋 모두 전통적인 금융사인 3대 시중은행을 등에 업고 있었으니까.
“우리도 대안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 쪽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선호의 제안에 류태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세 회사가 규모로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규모 측면에서는 따라가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부사장님의 말씀이 타당하지만, 기계적인 컨소시엄 구성은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입니다.”
류태화가 망설이는 이유였다.
교류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면 모르겠으나,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급하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급격하게 무너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누구든 주도권을 내주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
“일단 그 문제는 제게 시간을 좀 주십시오. 여러 대표님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는 선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류태화의 말에 신선호는 할 말을 줄였다. 그의 방식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럼 계속해서 선진과 컨소시엄 측의 움직임을 팔로잉해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신선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그 이후에도 자리에 앉아 고민하던 류태화는 휴대전화를 들어 올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류태화입니다. 오랜만에 식사라도 함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 *
“생각보다 올해 우리 펀드의 매출 부진이 심각합니다.”
태산자산운용.
펀드운용을 담당하는 CIO 하인성은 자산운용의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펀드에서 관심이 떨어진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수익률이 좋은 상품에도 고객이 계속해서 떨어져 나간다는 건, 우리 펀드가 그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대표는 아픈 말만 골라서 해왔지만, 일견 맞는 말이라고 하인성은 생각했다.
자신이 CIO 직책에 오른 직후부터 펀드의 구성을 안정성 위주로만 두다 보니 고객들에게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구성으로 고객의 눈높이에 우리가 맞추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업계 트렌드를 보니 협업이 대세던데 우리도 그쪽으로 방향을 한번 잡아보죠.”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인성이 기다렸었다는 듯 말해오자 대표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생각해 둔 게 있습니까?”
“다른 자산운용사들을 보니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의 데이터와 조언을 받아 펀드를 구성하는 느낌이 강한데, 자문료라든지 보수가 꽤 세다고 합니다.”
가령 태산자산운용에서 만드는 펀드가 거대 해외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같은 곳과 협업을 해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들의 인사이트를 빌려오는 대신 이쪽에서도 내어줄 것이 많았다.
“그리고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들에게 끌려다니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그렇지요. 철저한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국내 자산운용사 쪽을 찾아볼까 합니다.”
“국내에서 우리와 하려는 곳이 있을까요?”
대표는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태산은 공공의 적이었다.
그저 1등이란 자리를 오래 유지하다 보니 모두가 견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우리를 견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곳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곳이 있겠……. 설마?”
“네. 오래전부터 함께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기회인 것 같아서 한번 인사라도 드려볼까 합니다.”
하인성의 말에 대표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하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