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1화(44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1화
“선진이나 다른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뭔가 싶을 겁니다.”
다음 날,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사옥으로 넘어와 대표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류태화는 재미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탁인우 대표께서 내게 자신의 주특기가 상대를 미치게 만드는 거라고 했을 때, 뜻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탁인우는 무언가 굉장히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 얘기해 왔지만, 류태화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군요. 탁 대표는 정말 상대를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입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은 그간 소문만 무성했다.
한다, 안 한다. 계속해서 소문만을 뿌려댔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그들이 컨소시엄을 구축해 토큰 증권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를 만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확답을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상황을 즐겼다.
“솔직히 나도 그간 선진의 행태가 아니꼽긴 했습니다. 마치 꽃놀이 패를 쥐고 도박판에 뛰어든 사람처럼 계속해서 간을 보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었으니까요.”
업계의 호사가들은 아주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 선진과 컨소시엄의 이야기를 퍼 날랐다.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그들의 행보가 관심사였고, 자연스레 그 관심은 토큰 증권으로 향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시장이길래 증권사들이 뭉치나?’
‘토큰 증권이라는 게 뭔데?’
‘그거 가능성은 있는 거야?’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체를 알아본 투자자들은 선진이 토큰 증권의 대응에서 가장 앞선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얄미울 정도로 똑똑한 판단이었죠.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업계엔 생각보다 더 미친 사람이 있다는 걸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물론 정말로 탁인우를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류태화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탁인우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다.
상대를 미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윤 이사도 상대해 봤겠죠. 물론 윤 이사같이 자신이 가는 길 이외의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먹히지 않겠지만요.”
탁인우는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태산과 부닥칠 때마다 언론은 마치 태산의 편인 것처럼 행동했던 적들이 있었다.
도경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없는 행위였다.
“앞으로 경제신문들의 움직임을 봐야 할 겁니다. 우리 쪽을 더 높게 쳐주겠죠.”
언론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유성의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되는 탁인우였다.
“대표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놀랍다는 듯 두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는 솔직히 이런 소문들이 들려왔을 때,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좀 더 좋은 생각들을 내놓는 방향밖에 생각하지 못했죠. 마치 뜬구름 잡는 것처럼요.”
도경뿐만이 아닐 것이다. 유성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선진의 소식에 토큰 증권 시장을 빼앗겼다고 말하는 몇몇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파이를 뺏기 위해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뿐이었다.
“누군가가 제게 오월동주라는 말을 하며, 우리의 절대적인 가치는 이익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가치를 위해 경쟁자와도 손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요.”
도경은 메시지가 한 말을 떠올렸다.
“저는 그저 저를 찾아온 상대와 손을 잡았을 뿐입니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는…….”
회사를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그것도 탁인우와 태산을 상대로.
류태화는 대표로서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자신의 자존심이라든지 회사의 자존심은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직, 회사를 위해 이익을 얻는다는 기치 하나만 그에게 있었다.
“탁인우 대표를 찾아가 설득을 해야 했고, 더불어 쉽지 않은 이야기들도 해야 했겠죠. 우리 내부에서도 분명 반대의 목소리는 있었을 것이고요.”
“…….”
“그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오셨습니다.”
50 대 50 경영권이 독립된 출자법인이었다.
후에 누군가가 발을 뺀다고 하더라도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이득을 챙길 수 있었고, 남은 곳은 지분을 사들임과 동시에 경영권을 확보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손해 보는 것이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윈-윈인 협상 결과였다.
“저는 대표님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윤 이사라도 이렇게 했을 겁니다.”
“아닙니다. 저는 은근히 자존심이 세서요.”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니 영광이고 고맙습니다. 윤 이사의 후한 평가를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거든요. 어쨌든, 이쪽은 언론에 나온 대로 진행될 겁니다. 그럼 남은 건…….”
“네. 저희도 대표님께서 하신 일을 토대로 최대한 시너지를 내볼까 합니다.”
“내가 한 일을 토대로요?”
“네. 어차피 고객을 모아야 하는 싸움이라면…… 좀 더 큰 판이 벌어진 것 같아서요.”
도경이 그리 말하며 웃자 류태 화는 피식하고 웃었다.
정말이지 근래에는 이해 못 할 말만 던져대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신뢰가 갔다.
* * *
“유성에서 가져온 글라이드 패스에 우리 팀원들이 놀란 눈치입니다.”
열흘 후, 도경은 태산자산운용의 CIO 하인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실무진 선에서 계속해서 만남을 가지며 TDF에서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글라이드패스를 정하던 두 팀이었다.
“굉장히 공격적이라고 느꼈거든요.”
물론, 이미 도경과 하인성 사이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도경은 생각보다 더 공격적인 글라이드 패스를 구성했다.
“보통 은퇴까지 5년 남은 시점에서는 주식 비율을 35%까지 줄이는 편입니다만, 이번에 유성에서 준비한 글라이드 패스는…….”
“네. 주식 비율을 45%를 뒀습니다.”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하인성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전에 공감대를 형성할 때 말씀드렸듯, 은퇴에 가까운 세대일수록 돈을 지키려는 성향과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성향이 혼재합니다.”
“그렇죠. 지금 버는 것이 마지막이고, 지금 있는 돈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테니까요.”
“네. 그 고객들의 성향을 보았을 때, 지금은 너무 투자할 대상이 많습니다.”
은행의 예·적금부터 보험사의 상품, 더 나아가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 직접 투자까지.
“적어도 우리는 목표 수익률을 물가상승률에 맞추는 것이 아닌 6~7%가량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만기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높군요.”
“네. 갈아탈 필요가 없이 1억 원이란 은퇴자금을 5년간 우리 상품에 묻어둔다면, 연이자 6%로 가정했을 때 월 복리까지 생각한다면 만기 때 세전 이자가 3,488만 원입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인 이자과세 15.4%를 치더라도 세후 이자가 2,950만 원이 넘었다.
“저는 이 정도의 미래는 그려줘야 투자할 대상이 많은 시장에서 우리에게 돈이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하인성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운용 난이도가 올라가겠군요.”
안전한 채권 비율이 높다면 운용하는 입장에서 할 것이 없었다.
그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해주면 되었지만, 주식 비중이 많다면 시장의 흐름을 계속해서 팔로우하고, 데일리 액션을 해야 했다.
“네. 차별성을 두고 싶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온 TDF2030 상품들의 글라이드 패스를 보았습니다만, 차별성이 없더군요.”
물론 적은 주식 비중 속에서 어디에 투자하냐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주식 비중이 작았기 때문에 그렇게 차별화된 상품들은 없었다.
“우리는 주식 비중을 늘림으로써 기존 상품들의 빈틈을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이미 많은 파이를 선진이 먹고 있었다.
그 파이를 뺏어오기 위해서는 과감해야 하고, 그 과감함은 포트폴리오의 차별화에서 온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대신 운용보수를 시장 평균보다 약간 높게 잡았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데일리 액션을 그리하는데 운용보수라도 높게 받아야지요.”
하인성이 공감한다는 듯 이야기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우리 팀 실무진들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대로 가서 한번 시장을 테스트해 보고 싶더군요.”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유성과 태산이 반반 나눠 지는 것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태산의 직원들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좋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는 걸로 하시죠.”
도경의 말에 하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실무진들끼리 만나 마무리하고, 글라이드 패스에 걸맞은 주식들을 상의하라고 하겠습니다.”
“하 이사님께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지요. 그럼 이야기를 나눈 대로 다음 달 출시 예정으로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발표는 언제 하실 예정이십니까? 출시가 다음 달이니 이달 말부터…….”
하인성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어느 집이 잔치를 하던데, 마침 우리가 파이를 뺏어와야 하는 곳이라서요. 이미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 * *
“우리 선진증권과 DH증권 그리고 한라증권은 합작 토큰 증권사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어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선진증권 본사에 있는 작은 강당.
오늘은 이곳에서 컨소시엄의 출범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커다란 컨벤션 센터나 호텔의 행사장을 빌려 성대하게 진행하려 했으나, 유성과 태산이 먼저 초를 치며 모든 관심이 그리로 향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컨소시엄 출범 행사는 작게 진행하고, 나중에 창립식에서 더 큰 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었다.
“세 회사는 각각 33% 지분을 출자하기로 하였고, 나머지 1%는 합작법인에 관심이 있는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받아 지분을 배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와중에도 이들은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 방법을 썼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앞으로 큰 시장이 개척될 것인데 그곳으로 향하는 무역선에 지분을 투자한다는 것은 큰 수익이 따를 수도 있었으니 관심을 가지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다.
단상에 선 선진증권의 대표는 김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듯한 얼굴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더불어 우리 세 회사는…….”
한창 발표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앞에 앉은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몇몇 기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미간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보던 선진증권 대표는 표정을 가다듬고는 발표를 이어나갔다.
“토큰 증권 시장에서 전통적인 금융사인 우리 세 기업의 노하우로 안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발표를 마친 선진증권 대표는 DH증권의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고는 옆으로 빠져나왔다.
선진증권 대표가 단상에서 빠져나와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옆으로 붙었다.
“무슨 일이야?”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직원은 그리 말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는데,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 기사가 떠 있었다.
「[단독]유성투자증권과 태산자산운용, TDF2030 상품 합작. 토큰 증권에 이어 두 회사 합작 이어가…….」
「자산시장의 두 스타, 윤도경 유성투자증권 CIO와 하인성 태산자산운용 CIO가 합작 진두지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TDF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
기사의 헤드라인을 확인한 선진증권의 대표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