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2화(44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2화
“두 회사가 어떻게 합작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이틀 후, 도경은 태산자산운용에 마련된 기자회견 장소에 나와 있었다.
혹자는 무슨 펀드 상품을 발매하는데 기자회견이냐는 말들을 했지만, 워낙 많은 언론에서 개별적으로 문의가 쏟아져 태산에서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의 물음에 하인성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태산에서 먼저 제안했습니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함께 고민해서 결과물을 내어보지 않겠느냐고요.”
업계에서는 유성과 태산이 합작으로 펀드를 낼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없었다. 둘은 아주 오랜 기간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올 주제였는데, 거기다가 윤도경과 하인성이 합쳤다니.
업계를 비롯한 언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윤도경 이사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최근 KFSG와 함께 태산의 경영권을 공격하신 적이 있는데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곤란한 미소를 지었고, 옆에 앉은 하인성은 크게 웃었다.
“이번 결정은 조금 파격적이라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도경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는데,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말씀하셨다시피 과거에 태산과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따로 감정이 있지는 않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은 도경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고 있었다.
“이와 별개로 유성과 태산은 ST증권사의 합작을 발표했는데요. 업계에선 그 결정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말들이 있습니다.”
다른 기자가 그리 묻자 도경은 하인성을 바라보았고, 하인성은 도경을 향해 네가 답변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글쎄요. 회사 간의 어떤 움직임이 오가고 있었던 것인지 아예 모르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도경이 입을 열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상품을 구성하고 태산과 함께하기로 한 것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전혀 별개로 진행된 일로 알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금 상품이라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윤 이사님께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여러 활약을 하셨기 때문에…….”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해서 도경을 향했다.
“우리 시장에서 가장 차별성을 둘 수 있고, 필요한 상품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도경은 그리 답하고는 하인성을 바라보며 답하라는 듯 손짓했다.
“윤 이사님의 말씀처럼 현재 시장에서 TDF는 천편일률적인 글라이드 패스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점들이 시장의 경쟁력을 죽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인성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태산과 유성은 합작을 할 것이라면, 시장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좋겠다는 데 생각을 함께했고, 그 결과 TDF 시장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합작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본 호사가들은 열심히 이야기를 퍼다 날랐다.
TDF에 생소한 개인투자자들은 뭐가 다른지 몰라 정보를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 시장을 노린 것이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금융 인플루언서들은 합작 TDF가 고수익을 내줄 수 있는 연금 상품이라며 침이 튀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후에 연금뿐만 아니라 더 나은 상품을 준비하도록 해보겠습니다.”
하인성의 말에 기자들은 흥미로운 얼굴로 손을 들었고, 한 명이 지목되자 그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두 회사 간의 합작 펀드가 더 있을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글쎄요. 그건 제가 대답할 성질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제 옆에 갑이 있어서요.”
하인성이 농담을 던지자 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경쟁은 해야겠지만, 좋은 조건과 또 합이 맞는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윤 이사님의 행보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행보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만, 더 큰 무대에서 성공해 우리 여의도가 더 나아가 한국 금융시장이 더는 변방이 아닌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번 TDF 상품에 개인투자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옆에 있는 하인성은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 * *
“아직이죠?”
“네. 아마 9시부터 등록이 되고 거래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3주 후, 도경은 사무실에서 긴장이 되는 얼굴로 앉아 있었는데 곁에는 펀드운용본부장인 이진규가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회사 WM본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신 이후로 가입을 원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하더군요.”
이번 TDF는 유성투자증권과 태산자산운용이 공동으로 개발 및 운용을 하며, 상품의 판매 또한 유성투자증권과 태산증권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판매할 수 있었지만, 두 회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데에 생각을 같이했다.
“네. 태산의 말도 들어보니 그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하인성에게 전해 듣기로는 태산증권에도 매일같이 상품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늘 무언가 출시할 때마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도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반복되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태산에서는 첫날 수탁액을 200억 원으로 잡은 것 같더군요.”
“혹시 이사님께서는 목표하는 금액이 있으십니까? 전혀 말씀을 해주지 않으시니 직원들이 궁금해합니다.”
“하하하, 따로 없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도경 또한 태산에서 말한 수준에 맞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도경의 말에 이진규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았고, 따가운 시선을 느낀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사실 저도 태산에서 원하는 수탁고 수준으로 원합니다.”
“그렇다면, 태산 200억, 우리가 200억 원.”
이진규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첫날 수탁고 400억 원이면 신기록입니다.”
제일 잘나간다는 상품이 3년 되었는데, 수탁액이 6천억 원 정도였다.
다른 상품과 다르게 언제든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첫날 수탁고 4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것 어마어마한 성공이었다.
“아뇨. 두 회사 합쳐서 200억 원이요.”
“너무 적게 잡으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본부장이 너무 크게 잡으시는 것 같은데요.”
도경의 말에 이진규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며 긴장을 풀었다.
“판매가 시작되었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직원들과 체크하고 보고드리러 오겠습니다.”
손목에 걸친 시계를 확인한 이진규는 그리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고, 혼자남은 도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잘돼야 할 텐데.”
지이잉-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메시지의 부름이었다.
“벌써 미션이 끝난 건가요?”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화면 속 고양이를 향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번 일을 진행하는 윤도경 씨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는 뿌듯한 듯한 몸짓과 표정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게는 윤도경 씨의 팀과 태산자산운용, 크게는 유성투자증권과 태산증권의 협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크게 진행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진심이었다. 메시지가 힌트를 주었지만, 회사 간의 또 다른 협업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윤도경 씨의 인내심 그리고 관리자가 지녀야 할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메시지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나 상대의 한계를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든 윤도경 씨의 말은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도경은 머쓱한 듯 코를 훔쳤다.
-잘못된 것은 고칠 수 있지만, 한계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은 진정 한 사람과 한 팀의 한계를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말이었습니다.
“사실 드랍할까 고민했어요.”
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말 상대가 진심으로 이번 일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메시지에게 말한 대로 처음엔 그저 협업을 취소하려 했었다.
굳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가며 태산자산운용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쪽이 내게 준 힌트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참았어요. 참았더니 좋은 결과로 돌아왔고요. 늘 고마워요.”
도경의 사업부에서 좋은 아이템을 출시한 것을 떠나 회사 간에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토큰 증권 시대에 발맞추어 매출 1, 2위 증권사가 힘을 합친다는 것은 그 시장의 모든 파이를 다 가져오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닙니다. 윤도경 씨의 말대로 한계는 그 누가 조언을 한다고 해서 넓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일의 모든 칭찬은 윤도경 씨가 들어야 함이 옳습니다.
고양이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윤도경 씨와 유성투자증권의 앞길에 좋은 일이 생겼음은 분명한 일입니다.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곁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메시지는 그리 말하고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도경은 오랜만에 메시지에게 칭찬받자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네.”
똑똑-
도경이 한창 뿌듯해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조금 전 밖으로 나갔던 이진규가 들어섰다.
도경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는데, 판매가 개시된 지 40분이 좀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도경은 놀란 듯 이진규에게 물었고, 이진규는 침을 꼴깍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이사님, 대박입니다.”
“네?”
“판매 개시 30분이 넘자마자 유성투자증권에서 알려온 바로는 가입액이 140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진규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30분 만에 이 성과라면 오늘 말씀하셨던 목표액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이잉-
이진규가 말함과 동시에 휴대전화에서 요란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태산자산운용의 CIO 하인성이었다.
“네. 이사님, 그렇지 않아도 연락…….”
-이사님 대박입니다!
정신을 겨우 차리나 싶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상기된 하인성의 목소리에 도경은 또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태산증권에서 알려왔습니다만, 30분 만에 가입액이 90억 원이 돌파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유성도 140억 원이 넘었습니다.”
-네?
도경이 그리 전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정말이지 놀란 듯 아무런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하 이사님, 축하드립니다.”
-……아! 이사님도 축하드립니다. 으하하, 너무 정말 대박이군요.
“네. 오늘 퇴근 시간에 맞춰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 공유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마친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진규를 바라보았다.
“본부장님.”
“네, 네!”
“어쩌면 아까 나눴던 얘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아까라 하시면…….”
“수탁액 400억 원이요.”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고, 이진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도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