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3화(44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3화
“제가 이곳에 오기 전 보고받은 바로는 금일 아침까지 수탁고가 392억 원이라는 보고 받았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유성투자증권 사옥으로 와 대표인 류태화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392억 원이요?”
“네. 판매량을 보자면 저희 유성에서 220억 원가량 계약을 진행했고, 나머지는 태산증권 창구나 계정을 통해 가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도경의 보고에 류태화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첫날 보고 받기로는 상품의 총수탁고가 250억 원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하루 만에 140억 원이나 더 늘어 있었다.
“이게 윤 이사가 자신을 위해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결과군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프론트 오피스에서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은 아닙니다만, 연금 상품이 출시하자마자 이틀 만에 400억 원에 가까운 수탁고를 기록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연금은 길게 보는 상품이었다.
아무리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TDF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연간 목표 수익률이 10% 이하였다.
높게는 30% 더 높게는 50% 이상을 기록하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 상품들도 존재하는 시장에서 연금 상품에 이리 많은 돈이 몰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앞으로 연금시장으로 몰릴 돈을 전부 가져와 볼까 합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퇴직연금 시장이 300조 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해 IRP(개인형퇴직연금)나 DC형 적립금도 20조 원 정도로 매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아마 펀드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꼽으라면 이제는 누구나 퇴직연금 시장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력한 세제 혜택과 더불어 안정적인 운용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며 돈이 몰리고 있었다.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들은 누가 뭐래도 은행입니다.”
선진은행이나 한라은행 같은 시중은행이 강자였다.
“DB형은 어쩔 수 없이 은행으로 돈이 몰린다고 치더라도 IRP나 DC형은 우리 증권업계에서 가져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고요.”
연금시장은 1위가 은행, 2위가 보험, 3위가 증권업계였다.
가장 시장에 가까운 업계가 증권업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나 보험사가 주는 안정적이라는 이미지에 밀려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죠. DB형은 회사가 운용해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이니 거래 은행에 맡기는 게 다반사겠죠.”
“네. 하지만 IRP라든지, 개인이 운용하는 DC형 같은 경우는 우리가 좀 더 나은 노하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좀 더 고차원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두 업계로 몰린 돈을 우리에게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연금성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말이군요?”
“네. 올해 팀 개편 권한을 주셨으니 PI부문을 조금 축소할까 싶습니다.”
도경은 앞으로 자신의 팀이 가야 할 최후의 길은 펀드운용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목표가 세계적인 펀드매니저이기도 했고,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펀드운용본부의 크기를 키우는 게 중요했다.
“현재 펀드운용본부 내에는 세 개 부가 조직되어 있습니다만, 올해 말쯤에는 다섯 개 부가 돌아가도록 할까 합니다.”
증권투자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그쪽의 인원을 빼 펀드운용본부로 옮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결국 펀드시장의 규모가 제일 큰 것은 사실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PI보다는 안정적인 운용보수와 수수료가 들어오는 펀드 쪽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다섯 개의 부서가 펀드운용본부에 들어서게 된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이제 회사의 이야기를 해주어야겠습니다.”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기다렸다는 듯 경청하기 시작했다.
“우리 기획실과 태산증권의 기획실이 현재 호텔 비즈니스 룸을 잡아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과 태산증권은 앞으로 열릴 토큰 증권 시장에 맞추어 합작 증권사를 세우기로 했다.
“우리가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하자마자 여러 중소 증권사에서 접촉을 해왔습니다.”
“같은 배를 타고 싶어 했겠습니다.”
“네. 만약 그들이 합류한다면 더 큰 규모의 토큰 증권사 출범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지분 관계가 좀 지저분해질 겁니다. 그래서 탁인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처음 안 그대로 갈 예정입니다.”
많은 사공이 배에 올라탄다면 배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합작사라는 건 늘 지분 관계가 중요했다.
지분에 따라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바르신 판단이라고 보입니다. 사실 두 회사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윤 이사의 말마따나 두 회사로도 충분하겠죠. 올해 말 정식으로 법인을 출범할 예정입니다. 시계열을 거기에 맞추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겁니다.”
류태화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해 주신 대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요. 앞으로 윤 이사의 행보를 기대하겠습니다. 참!”
류태화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됩니까?”
“네.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만, 무슨 일로…….”
“누가 밥을 사주고 싶다고 하셔서요.”
도경은 의아한 얼굴로 류태화를 바라보았고, 류태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들 어서 와.”
그날 저녁, 한남동에 위치한 전통적인 부촌의 한 저택으로 들어선 도경과 류태화는 맞이해 오는 집주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태화의 인사에 도경은 옆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는 무슨, 밥이나 한 끼 하자는 거지. 들어가자고.”
오늘 두 사람이 초대받은 곳은 태산증권의 대표 탁인우의 집이었다.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하인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태산자산운용의 하인성도 있었는데, 류태화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 이사님, 반갑습니다.”
“이사님.”
도경 또한 하인성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하인성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 왔다.
세 사람은 앞서 들어간 탁인우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는데, 깔끔한 양식으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식으로 준비할까 하다가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또 좋은 술이 들어왔거든.”
탁인우는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을 들고는 이야기했고,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앉자고.”
모두가 자리에 앉자 탁인우는 와인을 오픈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가 살다가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그리고…….”
와인을 오픈하던 탁인우는 행동을 멈추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을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할 거라고 생각도 못 해봤네.”
탁인우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좋았지. 네가 내 제안을 걷어차기 전까지는.”
탁인우의 말에 류태화와 하인성은 두 사람 간의 사연이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말도 마, 그때는 이사도 아니었지. 그저 경쟁사의 본부장이 나를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살다가 처음 있는 일이잖아. 그래서 얼떨결에 도와줬더니 또 일을 기가 막히게 잘하더라고.”
탁인우는 도경과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태산은 그저 윤도경이한테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큰 이득을 봤어. 그래서 제안했지. 우리 회사로 오라고. 그런데 글쎄 류 대표, 윤도경이 뭐라고 한지 알아?”
“거절했으니 지금 저와 함께 있겠지요.”
“그래. 거절하더라고. 내가 직접 스카우트를 했는데. 그것도 유성에서 태산으로 오는 거면 커리어를 점프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 이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조금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탁인우는 치고 올라올 새싹을 그냥 지켜볼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탁인우는 일어나 자리를 돌며 와인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게 영 고깝더라고, 그래서 몇 번은 하는 일을 방해하려고도 해봤지.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리고 최근에 크게 얻어맞기도 했지.”
탁인우는 마지막으로 도경의 잔에 와인을 따르며 도경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같은 편으로 했더니, 또 큰 이득을 안겨다 주네.”
도경은 잔을 들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리로 돌아간 탁인우는 잔을 들어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는 좀 알 것 같은데, 윤도경이랑 적이 되면 안 되겠다는 걸.”
탁인우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함께해 준 류태화 대표, 윤도경 이사 그리고 우리 하인성 이사도 고생 많았고.”
탁인우가 그리 말하며 잔을 살짝 들어 올려 건배를 대신하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려 건배하고는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이후로 식사가 시작되고 탁인우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금 상품을 계속해서 개발할 거라고?”
“네. 아무래도 국내 연금시장이 매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낙 이쪽으로의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할 게 많아져서요.”
“혼자 할 거야?”
탁인우는 기대한다는 눈치로 물었고, 도경은 피식 웃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하는 것도 좋겠죠.”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맙네. 어쨌거나 우리 쪽에서도 윤 이사네 팀에게 배운 게 많아서 다행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시선을 TDF와 같은 연금시장으로 돌려준 것은 태산자산운용과 하 이사님의 팀이었습니다.”
사실이었다. 처음 도경의 팀에서 준비한 상품은 ARF였으니까.
“우리 하 이사가 참 유능하지. 윤도경에게 견줄 만한 재능이라고 생각해. 나도.”
탁인우에게서 처음 듣는 말에 하인성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진심이야.”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우리 두 회사가 여러 일을 함께하면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네. 류 대표 어때?”
“하하하, 저희 유성의 1위 자리를 더 공고히 해주려 하십니까?”
류태화의 농담에 탁인우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2위가 되니 1위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지 어쩌겠어? 잘 부탁하자고.”
“네. 저희야말로 태산의 여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면 환영입니다.”
류태화가 그리 말하자 탁인우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원래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말이야…….”
탁인우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해야겠지. 다들 잔 들어 올리라고.”
탁인우의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고, 탁인우는 모두를 한 번씩 번갈아 보다 입을 열었다.
“태산과 유성의 앞날을 위하여!”
우렁찬 소리로 건배사를 하는 탁인우를 보며 모두는 미소를 짓고는 잔을 들이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