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6화(44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6화
“실제로 보니 더 참혹하네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도경은 사무실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 들려오는 한다현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사님께서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한 달쯤 지난 이후부터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앞에서 운전을 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부장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룸미러를 통해 김우혁을 바라보았다.
“텐더로인이 이전부터 노숙자들이 많았고, 우범지대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텐더로인은 샌프란시스코의 브로드웨이 같은 곳이었다. 공연장이 즐비했고, 맛집도 많았다. 도경도 이곳에 있는 맛집이나 카페를 찾은 적이 있었다.
떠나기 전에도 노숙자와 잦은 범죄 때문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지금 차창 밖으로 모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이 거리에 많은 노숙자와 약에 취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린드그렌 약탈이 방아쇠였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김우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한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소식을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네, 이사님 말씀대로 린드그렌 사건이 어쩌면 이 모든 일의 방아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린드그렌은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아주 커다란 매장을 운영 중이었다.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지주라고 불렸던 이유는, 아무것도 없던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아 큰 쇼핑몰을 오픈했고, 그 주변으로 상권과 기업이 들어섰다.
린드그렌은 샌프란시스코에 베팅을 했고, 그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40년간은 말이다.
“80명쯤 되는 노숙자들이 조직적으로 린드그렌 매장을 약탈했습니다. 그들이 1분 만에 조직적으로 털고 나간 매장의 피해액은 약 15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의 미간에는 골이 깊어져 갔다.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나 린드그렌 측에서 충격을 받은 건 이번 약탈이 조직적이었다는 겁니다. 행색은 노숙자 같았지만, 차량 25대를 이용했고 1분 만에 명품 매장들을 털어갔다는 점에서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약탈을 했다.
“린드그렌은 그 사건 이후 결정했을 겁니다. 처음 겪은 일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일어날 것이라고요.”
김우혁의 말이 맞았다.
혹자는 경비원을 늘리고 더 강화하면 되지 않냐는 말을 하겠지만, 미국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80여 명을 막기 위해 경비 인력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총기를 구하기 아주 쉬운 나라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약탈을 하더라도 대응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매장들이 많았다.
“어쨌거나 그 소문 이후 서부에 있는 노숙자들은 다 이리로 모인 것 같습니다.”
도경은 천천히 주억이며 차창 밖 풍경을 보았다.
거리에는 낡은 텐트들이 줄지어 있었다. 텐트 밖에 서 있는 노숙자들은 하나같이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내부에서 도시는 차근차근 병이 들어가고 있었다.
“더 나아질 수 없다는 게 문제네요.”
도경이 그리 입을 열자 옆좌석에 앉은 한다현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연방 법원 판결을 말씀하시는 거죠?”
“네. 거리의 노숙자들을 퇴출하는 게 불법이라고 연방 법원이 판결했으니까요.”
샌프란시스코 시에서도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숙자들을 쫓아내며 거리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노력했지만, 노숙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고 이들을 쫓아내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 이후 손을 놓아버렸다.
“도시가 병들어가고, 그것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떠나야겠죠.”
의미심장한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윤! 오랜만입니다.”
“리우, 잘 지내셨죠.”
그날 저녁, 도경은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있는 리우의 개인 서재에 초대를 받았다.
이곳은 리우 샤오 개인이 사용하는 서재였는데, 벽면 가득 책장에 꽂힌 책의 위용이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빌, 잘 지냈습니까?”
도경은 그 옆에 선 윌리엄 마셜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한국으로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호출을 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빌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 우리 유성을 잊지 않고 챙겨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자자, 앉읍시다. 오늘은 밤이 좀 길 것 같습니다.”
리우의 말에 도경과 빌은 자리에 앉았고, 리우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는 길에 거리의 모습을 보았습니까?”
“네. 보았습니다.”
“물론 부촌이나 금융 거리는 아직 정돈되어 있습니다만, 이대로 가면 도시 전체가 병에 들 겁니다.”
도시에서 가장 보안이 좋다는 린드그렌의 쇼핑몰도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는 그들이 더 돈이 많은 부촌이나 금융 거리까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경찰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로서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더 문제고요.”
리우는 아무래도 이 샌프란시스코 금융 거리를 이끌어나가는 대부이다 보니 시의 주요 인물들과도 소통이 되었다.
“약탈꾼들 대부분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고, 옷도 허름한 노숙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범죄에 사용된 차량들은 일이 끝나자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고요.”
“…….”
“이제는 우리가 이 도시에 있음으로써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아진 상황입니다.”
리우의 말이 끝나자 빌이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우리 파미르는 지난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로 돌렸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나요?”
“상급자들이야 기본적으로 부촌에 자리를 잡다 보니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연봉이 적은 친구들은 이번 일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집을 렌트해 살고 있습니다.”
빌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 밖을 나오기 무서워하겠군요.”
“네.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들이 지금 재택근무 체제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만큼 심각하다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직원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도경은 내일부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할 생각이었다.
“주변 전반 산업들이 모두 침체기에 접어들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와 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융 거리 대부분이 이곳에 출퇴근하는 직원들로 인해 굴러가는 산업들이 많았다.
식료품점이라든지, 식당, 카페 더 나아가 미용실과 같은 곳까지.
“코비드보다 더 무서운 병이 도시를 뒤덮고 있네요.”
도경은 한숨을 쉬며 그리 말했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금융기업들이 재택근무로 돌리고 이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겁니다.”
빌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우리 파미르에게 향해 있고요.”
“다들 파미르가 이전한다는 걸 아는 겁니까?”
“아뇨.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이전을 할 것이냐 묻고 있지만, 우리는 줄곧 노코멘트로 일관해 왔습니다.
서부의 월스트리트를 만든 파미르였다.
린드그렌이 샌프란시스코의 상업을 발전시켰다면, 파미르는 금융업을 발전시켰다.
“저에게만 미리 언질해 주신 거군요. 감사드립니다.”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파미르의 행선지에 관해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전화로는 오스틴과 시애틀이 후보지라고 하셨는데요.”
“텍사스는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세제 혜택을 어마어마하게 주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텍사스 오스틴으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고 있었다.
텍사스주에서 이전을 해오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기업들의 경우는 매년 나가는 세금만 줄여도 순이익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거래였다.
“우리 파미르도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매년 내는 세금이 약 20% 이상 절약될 수 있고, 더불어 직원들의 소득세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캘리포니아와 다르게 텍사스는 주 단위의 소득세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세제 혜택을 받는다면, 같은 연봉으로 고연봉을 받는 엘리트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더불어 법인세 또한 없었고, 대신해서 1%의 영업세만 받았다.
“요즘 텍사스를 실리콘 힐스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도경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테슬라와 HP, 오라클 등 거대기업들이 텍사스로 이전하며 텍사스 중부의 언덕 지형을 따 실리콘힐스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 후보는 시애틀입니다만…….”
“시애틀은 내 오랜 친구가 있는 곳입니다. 우리 파미르의 지점이 있기도 하고요.”
빌의 말을 받아 리우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파미르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윤이라면 알 것 같은데.”
“마이크로 소프트 아닌가요?”
“하하하, 맞습니다. 내 오랜 친구인 빌게이츠와 더불어 시애틀도 여러 거대기업들이 도시를 일구어가고 있습니다.”
시애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아마존과 같은 이름만 대면 아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있었다.
기업들이 시애틀로 본사를 이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의 훌륭한 인재풀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세제 혜택은 텍사스만 하지는 못합니다만, 주 정부와 시 정부의 지원도 훌륭하고요. 무엇보다 워싱턴 대학교의 협조가 훌륭합니다.”
시애틀은 워싱턴주 소속이었는데, 이곳에는 주립 워싱턴 대학교가 있었다.
미국에서 최상위권 명문 대학교이고,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더 나아가 금융기업들까지 이곳과 협업을 해 자신들에게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과를 구성했다.
그 인재풀이 대기업들을 시애틀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결론은 인재풀이냐 세제 혜택이냐군요.”
“그렇습니다. 더더욱 우리 같은 헤지펀드들 입장에서는 두 곳으로 이전한다면 더 많은 기업들과 거래를 틀 수 있을 테고요.”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우 샤오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직 회의는 더 거쳐야 하겠지만, 우리 파미르는 시애틀로 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점도 있고, 서부라는 점도 훌륭한 치안도, 여러 인재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시애틀이 더 매력적이니까요.”
“그렇군요…….”
“어떻습니까? 유성도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건.”
리우의 제안에 도경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리우와 빌, 파미르와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 유성에게는 커다란 영광입니다. 다만.”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 측에서도 생각을 해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물론이지요. 우리도 그저 제안을 하는 것뿐입니다. 윤과 계속해서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고요. 단, 오래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사님 말씀대로, 전 직원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유성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버전도 있어서요.”
“다행입니다.”
다음 날, 도경은 임시로 마련한 호텔 비즈니스 룸에서 한다현 그리고 이지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다현 본부장님, 가신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도경은 파미르 측과 만났고, 한다현은 실리콘밸리로 가 세쿼이아와 접촉을 했다.
“세쿼이아 측과 얘기를 해보니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 같아요. 이미 세쿼이아에서 인큐베이팅 중인 몇몇 스타트업들은 인력 유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더라구요.”
“인력 유출이요?”
“네. 실리콘 밸리에서 오스틴으로 이전하는 스타트업들이 꽤 많은데, 그곳에서 실리콘 밸리 인원들을 빼간다고 합니다.”
“심각하네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소득세도 없고, 치안도 안전한 텍사스행을 반기는 눈치고요.”
한다현의 설명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전날 리우에게 받았던 제안들을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예상했다는 듯 놀라기보다는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일단 지훈 본부장께서는 직원들에게 넌지시 한번 물어봐 주세요. 이전 건에 대해서 생각을 취합하는 쪽으로요.”
“네. 알겠습니다.”
“다현 본부장님은 여러 스타트업들과 또 VC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시고, 업계 전반에 깔린 생각들을 종합해서 얘기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쉬시고요. 어, 내일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자 도경은 셔츠의 단추를 풀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너무 심각하네.”
상황이 우습게 볼 상황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는다와 떠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했으나 와서 보니 남는다는 선택지는 사라졌다.
이제는 떠나는 건 기정사실화한 채로 어느 곳을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은데.”
시야가 점점 좁아짐을 느끼는 도경이었다.
꼭 텍사스 오스틴이나 시애틀일 필요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만 시선은 두 곳으로 좁혀졌다.
“다른 대안을…….”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알림의 주인공은 메신저였는데, 메시지를 확인한 도경은 재빠르게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찰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수화기 너머 상대는 도경이 미국으로 와 처음으로 거래를 한 머피 홀딩스의 찰스 머피였다.
찰스 머피는 도경의 소개로 물류센터 기업에 투자를 한 고객이었다.
-윤, 잘 지냈습니까? 한국은 어떻습니까?
“하하하, 찰스. 어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습니다.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 샌프란시스코에 있군요? 마침 잘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윤은 내가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지요.
찰스 머피의 말에 도경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찰스 머피는 은퇴를 하기 전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
“물론입니다. TRS에서 근무하셨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TRS가 텍사스주 기관이라는 것도 알 테고요.
“물론…….”
순간 도경은 무언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EDC, 그러니까 텍사스 경제개발공사의 부국장이 윤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 찰스 머피의 말에 도경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