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7화(44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7화
‘EDC의 부국장 앨런 맥마흔의 연락처를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꼭 한번 윤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다음 날, 도경은 호텔 방에 앉아 전날 걸려온 찰스 머피의 전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EDC라…….”
도경도 처음 듣는 생소한 조직이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전화를 끊자마자 조사를 해보았는데, EDC는 여러 기업들의 텍사스행을 주도하고 있는 주의 기관이었다.
“미래그룹과도 꽤 협업을 많이 한 것 같고.”
미래전자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을 때, 여러 지역이 후보로 올랐었다.
무려 우리 돈 22조 원이 투입될 사업이었기 때문에, 각 지역의 주지사들은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
아무래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미래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과 같은 대단지가 들어서면 주변 인프라도 발전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주지사에게는 다음 선거나 더 큰 선거를 위한 발판이 될 사안이었다.
“텍사스가 엄청 적극적이었지.”
당시 텍사스는 주지사가 나서 미래전자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다.
주 단위로는 텍사스 반도체법(Chips Act)을 만들어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한 것이 EDC.
즉, 텍사스 경제개발공사였다.
“테일러 시는 완전 미래전자를 위한 도시가 되었다고 들었어.”
미래전자가 텍사스에서 짓고 있는 공장의 규모는 축구장 800개 규모였다.
인구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 테일러 시에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주변 인프라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공장 부지 주변으로 고속도로가 새로 지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름도 미래 고속도로였다.
옥수수밭이던 주변에는 학교와 병원, 아파트와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나의 산업 유치로 도시 전체가 탈바꿈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연락을 바란다고 하는 걸 보면…….”
텍사스는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겨우 미국에 오피스 하나를 내고 운용 중인 유성투자증권의 이사인 자신을 만나자고 하는 것은 텍사스에서는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으니까.
“…….”
찰스 머피가 보내온 메시지에 담긴 연락처와 이름을 유심히 바라보던 도경은 이내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윤도경입니다.”
“안녕하십니까? EDC의 부국장 앨런 맥마흔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도경이 전화를 걸자마자, 앨런은 당장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요구해 왔고, 다음 날 도경이 묵는 호텔로 온 것이다.
“텍사스에서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앨런과 악수를 나누던 도경이 그리 얘기하자 앨런은 피식하고 웃었다.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 있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실까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호텔 방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 마주 보며 앉았다.
“몇 주를 실리콘밸리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기회가 되면 유성을 만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찰스에게 부탁했습니다.”
“찰스와 인연이 있으신가 보군요.”
“네. TRS와 EDC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관이기는 합니다만, 우리 둘 모두 오랜 기간 텍사스주에서 일하다 보니 여러모로 안면이 있습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찰스와 저를 연결해 준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앨런 맥마흔은 도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친구가 윤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찰스 머피의 소개로 어떤 헤지펀드의 투자자문을 받고 있는데, 많은 이익을 봤다고요.”
도경은 인제야 둘 사이에 어떤 스토리가 있었고, 앨런 맥마흔이 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저도 재산을 많이 가지고 싶으니까요.”
“하하하.”
“나도 투자를 해볼까라는 호기심이, 바뀐 것은 윤과 유성에 관해 알아보면서입니다. 유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혹시나 했습니다.”
도경은 가만히 앨런 맥마흔의 말에 집중했다.
“유성화학이나 유성반도체에 관해서는 우리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유성반도체 공장을 피닉스에 빼앗겼을 때는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앨런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는데, 앨런은 이내 자신이 실수했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닌데요. 어쨌거나, 유성투자증권이 유성그룹의 계열사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놀라웠습니다. 한국의 기업은 하지 않는 일이 없구나 싶었거든요.”
“하하하.”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순수한 놀라움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저였더라도 그리 생각할 테니까요.”
“어쨌거나, 그 이후 윤에 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앨런 맥마흔은 도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도경을 신비한 사람이라 여기는 감상이 읽히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리우 샤오의 인정을 받고, 미국의 국채 문제라든지, 여러 투자 성공을 한 커리어를 보면서요.”
“과찬이십니다.”
“유성은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원하시겠죠.”
도경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려는 찰나, 앨런 맥마흔은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훅 들어왔다.
“제 생각에는 유성은, 아니, 미스터 윤도경은 그 작은 사무실로 만족할만한 인물로 보이지 않습니다.”
도경은 자신을 향해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 오는 앨런 맥마흔을 바라보았다.
물론이다.
도경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규모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는 이 미국 땅에서 유성의 이름을 단 커다란 빌딩이 세워지고, 거기에 더 나아가 자신이 세계적인 펀드매니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앨런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 텍사스는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들을 유치했습니다.”
10년 전, 텍사스와 오늘날의 텍사스는 달랐다.
“HP, 테슬라, 오라클, 폭스바켄, 캐터필러.”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름이 앨런의 입에서 나왔다.
“이뿐만 아닙니다. 미래전자와 토요타, 애플, GM의 생산 공장도 있으며, 바이오와 에너지 산업까지 수많은 대기업들부터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까지, 우리 텍사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텍사스의 세제 혜택은 너무 큰 인센티브였다.
기업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소득세가 없었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로 이전하며 기업과 개인적으로 얻는 세제 혜택의 합이 연간 3조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어떻습니까? 유성도 우리 텍사스와 함께 미국에서 유성의 꿈을 펼치는 것은.”
앨런 맥마흔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런 제안을 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상대는 없었다.
눈앞에 앉은 도경 또한 지금 매우 흔들리는 얼굴이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앨런의 착각과는 다르게 도경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텍사스는 현재 타깃 산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전날 텍사스와 관련해 조사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텍사스 반도체법을 필두로, 에너지와 바이오 쪽을 타겟 산업으로 잡고 그 산업을 유치,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와 같은 금융기업들이 파고들어 간다고 해서 무슨 혜택을 볼 수 있습니까?”
물론 혜택을 바랄 상황은 아니었다.
어디든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상황보다는 더 나을 테니까.
하지만, 리우의 파미르 캐피털은 시애틀로 마음을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도경은 리우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것을 얻어야 텍사스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곳에 있으면 샌프란시스코의 풍부한 금융자원을 바탕으로 여러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텍사스로 간다면 유명 기업들과 거래 기회가 있겠지만, 지금만 못합니다.”
“제가 알기론 파미르도 이전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 리우를 만났습니다. 듣지 못했는데, 앨런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그, 그게.”
앨런 맥마흔은 추측을 해 말했는데, 도경은 녹록지 않았다.
“텍사스에는 우리보다 더 큰 헤지펀드들이나 사모펀드들이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제 혜택에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텍사스가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요.”
텍사스에도 론울프나 도경과 한번 부침이 있었던 모리스 코헨의 얼라이 같은 커다란 헤지펀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도경은 애초에 결이 통하지 않았다.
“제가 아는 텍사스의 금융기업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글쎄요.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금융기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는 걸 아실 텐데요.”
도경의 말에 앨런 맥마흔은 입을 다물었다.
“텍사스의 헤지펀드들은 신규 진입자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죠. 물론 우리 유성은 한국의 1위 증권사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자나 다름없겠죠.”
이 미국 땅은 모두가 리우 샤오의 파미르 같지 않았다.
특히 헤지펀드 세계는 신규 진입자를 잡아먹는 하이에나들이 우글거렸고, 그 중심에는 텍사스의 헤지펀드들이 유명했다.
“저는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싶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희에게 주실 수 있는 다른 인센티브가 있다면 연락해 주십시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지만, 윤과 유성이 우리 텍사스에 유성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앨런 맥마흔은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도경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좀 더 나은 제안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앨런.”
악수를 끝내고 앨런 맥마흔이 방을 떠나자 도경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다음은 시애틀에 관해서 얘기를 해봐야겠는데…….”
당장 얻을 수 있는 유성만의 혜택은 없었지만, 법인세가 없고 개인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훌륭한 대안이었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유성투자증권이 미국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면 도시의 세제 혜택도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도경은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시애틀에 관해서는 빌에게 묻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도경은 전화번호부에서 파미르 캐피털의 윌리엄 마샬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지이잉-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를 누르려던 찰나.
휴대전화에서 알림이 울렸고,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저를 부른다는 건 무언가 상황이 맞지 않는다는 거겠죠?”
알림의 주인공은 메시지였다.
도경은 재빠르게 어플리케이션을 켜고는 그렇게 말했고, 화면 속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텍사스와 시애틀은 아주 훌륭한 도시입니다. 특히 미국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유성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도시죠.
하지만, 도경이 말했던 대로 메시지는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개입을 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을 지켜봤을 테니까.
-그러나 유성의 미래는 두 도시에 있지 않습니다.
“…….”
-파미르와 리우 샤오는 훌륭한 파트너지만,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시애틀을 유성의 새로운 둥지로 택할 만큼의 매리트는 없습니다.
“텍사스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유성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찾는 것이 윤도경 씨의 과제입니다.
메시지는 오랜만에 과제라는 말을 해왔다.
-유성을 가장 필요로 하고, 유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으세요. 회원님의 곁에서 늘 응원합니다.
메시지가 그렇게 말을 마치자 휴대전화의 화면은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두 곳 다 아니라 이거지…….”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지훈 본부장님, 지금 다현 본부장과 함께 제 방으로 와주세요. 급하게 두 분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