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8)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8화(448/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8화
“갑작스레 두 분을 불러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집에서 일을 하고 있던 터라 빠르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텍사스에서 온 앨런 맥마흔이 돌아가고, 메시지가 도착하자 도경은 재빠르게 한다현과 이지훈을 호출했다.
한때 도경이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사용했던 레지던스에서 생활하는 이지훈은 가까운 거리 덕분인지 빠르게 도착했고, 한다현 또한 같은 호텔에서 짐을 풀었기 때문에 빠르게 왔다.
“어제 말씀드렸듯 조금 전 텍사스 경제개발 공사의 부국장을 만났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침을 꼴깍 삼켰다.
“텍사스는 우리에게 제안한 인센티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기대한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텍사스는 현재 타깃한 산업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텍사스는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 공표하고 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법안들을 마련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인센티브를 주며 미국의 기업들이나 미국으로의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 기업들을 유치하면 우리 같은 금융사들은 자동으로 따라올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업이 가는 곳은 돈이 도는 곳이었다.
어마어마한 자본시장이 열리면 금융사들은 너도나도 먼저 그들과 거래를 트기 위해 따라갈 테니까.
“네. 다현 본부장의 말처럼 그들은 지금 당장은 금융산업을 키우기보다는 여러 옵션을 챙기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앨런 맥마흔과의 만남에서 도경이 느낀 바는 그랬다.
“우리 유성도 텍사스에는 그저 한 가지 옵션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작은 우리 증권사겠지만…….”
“유성화학이나 배터리, 반도체가 있으니까요.”
이해가 빠른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텍사스로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텍사스도 여전히 우리가 손에 쥔 카드로 두고,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텍사스와 시애틀 두 곳은 어디로 가겠다고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
각자 장단점이 존재했고, 어디를 가든 손해를 보는 움직임은 아니었으니까.
“저는 우리 유성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도경은 허심탄회하게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혹자는 미국 내에서는 인지도가 적은 우리 유성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싶지만, 저는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하려고 합니다.”
도경이 두 사람을 부른 이유였다.
물론 도경은 개인적으로 정리해 둔 생각이 있었지만,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올지도 몰랐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요구를 정해두어야 더 편할 테고요. 지훈 본부장님.”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이끌며 절실했던 것들이 있으시겠죠.”
이지훈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감 없이 이야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우리 유성이 분명 다른 기업들보다는 편하게 미국에 자리 잡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파미르의 리우 샤오와 윌리엄 마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요.”
이지훈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내부적으로 안정화가 많이 되었습니다. 파미르의 도움 없이도 미국에서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을 만큼이 되었고요. 그건 모두 이사님 덕분입니다.”
새로 영입한 직원들은 기존에 다른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형성된 네트워크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거래에 관한 프로세스도 안정화가 되었고, 고급 정보도 취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형성되었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지훈은 도경과 한다현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똑똑하고 앞으로 우리 프로세스에 맞추어서 일할 새로운 인재입니다.”
“국적은 당연히 미국이어야 할 테고요.”
한다현이 그리 말을 받아치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미국 진출이니 미국 내에서 새로운 인재를 수혈해야 합니다.”
“결국 그런 점에서는 시애틀이 유리한 거 아닐까요?”
한다현이 그리 말하며 도경을 바라보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애틀은 우리 말고도 이미 많은 금융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높은 연봉을 제안하고 그들에게 신입보다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겠죠.”
보통 금융사들은 매년 정해진 기간에 인턴을 채용해 평가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맞는 인재인지 판단하고 아주 빡빡하게 그들의 권한을 통제하며 경험을 쌓게 한다.
하지만, 유성의 입장에서는 그들과 똑같은 방식을 택해서는 인재를 끌어당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인턴이 아닌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며, 더 많은 권한과 더 많은 연봉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좋을 겁니다. 인재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오려고 할 테니까요. 하지만, 점점 임금의 인플레이션이 생기겠죠.”
많은 연봉을 받고 시작한다면, 그다음 직급이 되었을 땐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오피스를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안정적으로 인재를 수혈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금융의 중심지밖에 될 수 없습니다.”
도경은 오히려 이럴 때야말로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처럼 몇몇 거대 금융사들이 있는 곳이 아닌 월스트리트와 같은 금융의 중심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는 금융사에 취직을 하기 위한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당연히 여러 곳에 입사 원서와 인턴 신청을 넣는 인재들도 많았고.
“지훈 본부장의 그 생각은 제 생각과도 같습니다. 그럼 그 부분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으로 보고 다현 본부장님.”
“네. 제 생각은 우리가 스타트업이 많은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도경은 놀라운 표정으로 한다현을 바라보았다.
한다현이라면 오히려 스타트업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올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미국에 와서 실리콘밸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꽤 우리의 이름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우리가요?”
“네. 도큐센스 덕분인 것 같습니다.”
도경과 이지훈은 놀란 얼굴로 한다현의 말에 집중했다.
“도큐센스가 현재 상장 준비를 하며 여러 스타트업이 도큐센스가 걸어온 길에 관해 스터디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중에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가지고 투자받고, 결국 엑시트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 곳도 있었다.
이는 기업을 팔거나,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것들을 얘기했다.
당연히 상장이 기정사실이 되었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불러올 것이라 모두가 예견하는 도큐센스의 스토리는 그들에게는 공붓거리였다.
“도큐센스에 실리콘밸리뱅크가 터지며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들과 우리가 과감히 도큐센스에 투자하고, 그들을 인큐베이팅했다는 이야기들이 우리에 대한 정보도 돌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런 부가가치까지 생각하고 도큐센스에 대한 투자를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내몰릴 거라곤 예상도 못 했고, 국내 스타트업들은 그런 식의 스터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놀랍네요. 확실히 자본주의의 본고장답다고 할까요.”
“네. 솔직한 곳입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VC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VC에 대해 여러 공부를 하지만, 이곳 미국보다는 덜 노골적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현의 말에 집중했다.
“물론 실리콘 힐스가 형성되고 있는 텍사스로 간다면 더 많은 스타트업과 협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한다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도경과 이지훈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게 맞을까요? 미국에서 하루에 생기고 사라지는 스타트업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 스타트업들은 투자에 목이 말라 있고요. 기술력을 가진 곳도 다른 곳에 가려져 사라지는 것이 이 땅입니다.”
“…….”
“스타트업들은 단 한 번이라도 자신들이 가진 것을 VC에게 브리핑할 기회를 얻길 원하고요.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는 우리가 먼저 찾아가는 것이 아닌 그들이 찾아오는 VC가 되어야 합니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결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는 건 지분을 얻거나 미래의 이익을 보기 위한 싸움이었다.
먼저 찾아간다면 그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다현의 말이었다.
“제반은 모두 마련되었습니다. 두 달 후, 도큐센스가 나스닥에 화려하게 상장한다면 모두가 우리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고요.”
“자연스레 성공한 기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우리를 찾겠군요.”
“네. 그러니 저는 우리 오피스가 안정이 된 만큼 이제는 도약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다현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약을 해야 한다는 건, 결국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한다현의 말에 끝나자 도경은 크게 심호흡하고는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회사와 이야기를 더 나누어봐야겠지만, 당장 우리의 목표는 인재를 최대한 끌어당길 수 있는 지역으로 하겠습니다. 시애틀이든 텍사스든 일단 손에 쥐고 더 나은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의가 그렇게 끝이 나자 두 사람은 방을 나섰고, 자리에 앉아 잠시 고민하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그렇군요…….”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날 밤, 도경은 샌프란시스코 부촌에 있는 저택에서 파미르 캐피털의 리우 샤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물론 우리는 윤과 함께하고 싶지만, 윤의 입장은 우리와 다를 테니까요.”
도경은 가만히 리우 샤오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미 미국에서 거대 헤지펀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윤과는 사정이 다르지요. 유성의 경우에는 이 비좁은 틈을 파고들어야 할 테니까요.”
미국은 전 세계 증권사, 펀드, 은행, 보험사의 전쟁터였다.
유성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증권사나 일본, 중국 더 나아가 유럽 등지에 있는 거대 상업은행들이 미국 땅으로의 진출을 하고 있었다.
리우 샤오의 말마따나 파미르와 유성의 입장은 달랐고, 리우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 결정을 했다면 내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리우의 말에 도경은 놀란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리우. 우리 유성의 결정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찾아온 것입니다.”
“하하하, 윤. 윤이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에게 해준 것이 참 많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아뇨. 윤은 나에게 이 파미르가 지속할 수 있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빌의 경우도 그렇고요. 더 많은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우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서류 봉투를 하나 꺼내서 건네었다.
“우리 파미르에게 온 제안입니다. 지금 들어보니 윤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군요.”
“이게…….”
“열어보시죠.”
리우의 말에 도경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놀란 얼굴로 리우를 바라보았다.
“내가 따로 연락해 두겠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리우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자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리우에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에도 도움을 받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리우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