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4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49화(44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49화
“네. 도착했습니다. 네, 너무 덥네요. 샌프란시스코보다 날씨가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사흘 후, 도경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한다현과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함께 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다현 씨는 그곳에서 더 중요한 업무가 있으니까요. 저도 섭섭하긴 하지만,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네. 알겠어요. 몸조심하시구요.
“네. 내일 돌아가니 내일 봐요.”
통화를 마친 도경은 재킷을 벗어 팔에 걸쳤다.
“소매가 짧은 걸 입고 올 걸 그랬나.”
도경은 그리 말하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 멀리서 한 사람이 도경을 향해 다가왔다.
“미스터 윤?”
“아, 네. 한국에서 온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영어로 된 명함을 건넸고, 도경의 명함을 확인한 상대는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전화로 인사드렸던 플로리다주 정부 상업부 호세 미구엘 라모스라고 합니다. 호세라고 불러주십시오.”
도경은 상대의 명함을 받아서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전날 리우 샤오와의 만남에서 리우가 건네준 서류는 플로리다주 정부에서 리우 샤오의 파미르 캐피털을 유치하기 위해 건넨 서류였다.
그 서류가 도경의 손에 넘어왔고, 리우는 친히 플로리다 주 정부와 유성을 연결해 주었다.
“청사까지 모시겠습니다. 장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솔직히 주 정부의 상업부 장관이 자신을 상대할 거라 생각하지 못한 도경은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호세의 뒤를 따라나섰다.
“상당히 더우시죠?”
“네. 서부도 만만치 않아서 걱정을 덜 했는데, 플로리다의 날씨는 엄청나네요.”
도경의 말에 차를 출발시키던 호세는 피식하고 웃었다.
“한국도 꽤 습하고 더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긴 한데, 영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플로리다는 여러 가지 기후를 가지고 있었다.
남부 지역은 열대기후였고, 중부와 북부는 우리나라와 똑같이 온대기후였는데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하하하, 플로리다는 처음이십니까?”
“네. 솔직히 주 정부에 이렇게 나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우리 주 정부에는 수많은 금융인분과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의 최고 증권사인 유성도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호세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장관님과 만나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세는 그리 말하며 운전에 집중했고,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플로리다는 미국 남부 지역에서 텍사스 다음으로 높은 경제 수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열대 휴양지로 유명한 곳답게 창밖의 풍경 또한 굉장히 느긋해 보였다.
도경은 이런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드는 듯 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착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한껏 창밖 풍경에 취해 있을 때, 도경이 탄 차는 주 정부 청사에 도착했고, 도경은 호세의 안내를 받아 청사로 들어섰다.
“장관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호세,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호세에게 인사했고, 뜻밖의 모습에 호세는 놀란 듯하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도경은 호세와 인사를 마치고는 옷 앞섶을 여미고는 노크했다.
잠시 후,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오자 도경은 문을 열고 장관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유성투자증권의 윤도경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윤! 플로리다 상업부 장관 조앤 그레이엄입니다. 유명하신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요.”
플로리다 상업부 장관 조앤 그레이엄은 진심으로 반갑다는 듯 도경을 맞이해 주었고, 악수를 한 후 도경을 자리로 안내했다.
“서부에서 이곳으로 오시기 힘드셨을 텐데요. 직항 노선이 없어서.”
“아! 회사에서 마련해 준 비즈니스 제트를 타고 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직접 뵈러 가야 하는데 내일 주의회 일정이 있는 터라…….”
“말씀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조앤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리우 샤오의 전화가 왔을 때는 솔직히 설렜습니다. 리우가 우리 플로리다를 선택한 줄 알았거든요.”
“…….”
“하지만, 거절의 의사와 함께 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리우에게 우리 플로리다주는 큰 빚을 졌습니다.”
상당히 호의적인 조앤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숙였다.
“파미르에 비하면 저희 유성은 매우 작은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환대해 주시니 매우 기쁩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경제 대국이죠. 아니,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경제 대국입니다. 그중에서도 1위 증권사인 유성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플로리다에게는 큰 행운이나 다름없습니다.”
조앤은 진심이라는 듯한 얼굴로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플로리다에 관해 윤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미국 남부에서 2위인 경제 규모를 가진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거대 규모의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이곳으로 본사를 옮기고 있는 것도요.”
도경의 말에 조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플로리다는 금융산업을 우리의 타깃 산업으로 정하고 여러 헤지펀드와 상업은행들을 유치했습니다.”
실제로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크인베스트먼트도 플로리다로 본사를 옮겼고, JPM과 엘리엇, 시타델 같은 거대 금융사들도 플로리다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팜비치를 새로운 금융의 허브로 만들 예정입니다. 남부의 월스트리트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런 별명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팜비치는 팜비치일 뿐이죠.”
팜비치(Palm Beach)는 플로리다 동남부에 위치한 열대 해변이었는데 최고의 휴양도시였다.
주변으로는 커다란 마천루들이 들어서고 있었는데, 고급 저택이 즐비한 고급 부촌에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부터 할리우드 스타, 미국의 전 대통령까지 살고 있었다.
특히 마라라고 근처에는 고층 빌딩들이 지어지고 있었으며, 이 웨스트 팜비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중심지가 꾸려지고 있었다.
“금융인인 윤이 생각할 때 우리 플로리다가 매력적인 것이 있을까요?”
조앤의 물음에 도경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역시 누가 뭐래도 플로리다가 매력적인 것은 소득세가 없다는 겁니다.”
플로리다는 현재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이 몰려드는 도시였다.
바로 개인 소득세가 없다 보니 어마어마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텍사스와는 달리 휴양도시에서 지낸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낮은 법인 소득세 또한 우리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윤의 말마따나 우리의 강점이기도 하지요. 얼마 전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을 만났습니다.”
시타델은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다.
작년 한 해만 41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는데, 우리 돈으로 5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켄은 내게 플로리다의 장점이 금융 친화적인 주 정부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도경은 조앤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는 웨스트 팜비치를 중심으로 금융혁신에 대한 주 차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가령 우리는 이곳으로 옮겨오는 금융사와 주에 속한 시를 연결해 추가 세제 혜택과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러 헤지펀드가 그러한 혜택을 받고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테니까.
“구체적인 얘기를 하니 더 이상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군요.”
조앤은 그리 말하며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서류를 도경에게 건넸다.
“윤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마이애미시와 조율을 했습니다.”
마이애미는 금융사들이 모인 웨스트 팜비치의 소재지였다.
“우리는 유성투자증권이 플로리다로 옮길 시 5%인 법인소득세를 5년간 면제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JPM이나 시타델, 아크 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수준의 제안일 것이라고 도경은 생각했다.
“더 나아가 웨스트 팜비치에서는 조금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시가 보유한 2.5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기증하겠습니다.”
조앤의 말을 들으며 도경은 서류를 읽어 내려갔는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2.5에이커는 약 1만 110제곱미터.
다시 말해, 약 3천 평의 부지였다. 서류에 있는 지도로 보았을 때는 중심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기증을 받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조건이었다.
“다만, 99년 후에는 그 땅 위에 무엇이 지어져 있든 마이애미시에 기증을 하셔야 하는 조건입니다.”
나쁘지 않았다. 99년간 부지에 건물을 올려 공짜로 사용하다 그 후부터는 시에 기증하고 임대료를 내는 조건이었다.
“너무 놀라운 제안입니다.”
“하하하, 마이애미로 본사를 옮긴 회사들은 누구나 비슷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땅에 유성의 미국 지사 건물이 올라간다면 주변 상권이 개발될 테고, 팜비치에서 조금 떨어진 구간까지 금융 거리를 확장한다는 마이애미시의 정책에는 알맞습니다.”
시의적절.
그것 말고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빈 부지에 들어설 회사를 찾고 있던 마이애미는 마침 유성이라는 한국의 1위 증권사와 접촉했고, 중심가와는 떨어졌지만, 그곳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필요와 유성이 받고 싶어 하는 인센티브가 딱 들어맞았다.
“너무 좋은 제안입니다만, 돌아가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서류에는 없지만, 추가로 제안해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물론 후에 정식 계약서를 작성할 때 들어갈 조항입니다.”
조앤의 말에 도경은 지금에서 더 추가된 제안을 한다는 게 놀랍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원에 장학금을 기부해 주십시오. 그럼 주립대학의 경제학부, 대학원과 유성이 협약을 맺어 인턴 프로그램을 신설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앤의 제안에 도경은 평정심을 잃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앤을 바라보았다.
* * *
“돌아갔습니다.”
플로리다 상업부 장관 조앤 그레이엄은 손님이 나가고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네.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되는 인물입니다. 말씀드렸듯 리우 샤오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추천을 떠나서도 신용등급 강등이나 여러 가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글쎄, 그래도 우리 미국의 여러 기업들과 같은 조건을 제안했다는 것이 너무 과한 제안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아닙니다. 주지사님, 개인적으로 윤도경과 유성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의 1위 증권사가 되기 위해 그들이 거대한 증권사를 어떻게 꺾었는지 모든 히스토리도 파악했고요.”
수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플로리다주지사였다.
지금은 김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이었다.
“확실한 건 마이애미시의 정책에 따라 금융 거리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중심지와 거리가 먼 땅을 주고 데려올 수 있는 옵션 중 가장 베스트 옵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앤이 그리 확고하다면 믿겠습니다.
조앤은 확신이 있었다.
리우 샤오의 소개 받고 윤도경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신기한 인물이었다.
아무리 변방의 아시아 시장이라고 하더라고 한국은 경제 대국이었다.
그리고 태산은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증권사였고.
그런 곳을 몇 년 만에 따라잡은 유성이었고 그 중심에는 이슈를 몰고 오는 남자인 윤도경이 있었다.
조앤의 감은 왜인지 모르게 윤도경과 유성에 베팅하라고 계속해서 말해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윤도경과 유성이 우리 플로리다주에 자리 잡는다면 빠른 시일 내로 그들은 투자에 대한 이익을 돌려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확신이 틀리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고, 조앤은 눈앞에 놓인 도경의 명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