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5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50화(45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50화
“갑작스럽게 이사회를 요청했음에도 흔쾌히 승낙해 주신 류태화 대표이사님과 참석해 주신 이사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화상을 통해 유성투자증권 긴급이사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화상으로 참석하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
화면 너머에는 유성투자증권 대회의실이 보였는데 이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곳의 일 때문에 한국으로 올 수 없으니 모두가 이해하고 계실 겁니다.
자리한 이사들을 대표해 류태화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급하게 긴급 이사회를 요청드린 이유는 앞으로 미국에서 우리 유성투자증권이 나아갈 방향을 보고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와 관련해 이전하는 것도, 규모를 키우고 줄이는 것도 이사회 보고와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도경은 침착하게 화면에 자료를 띄우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파미르 캐피털의 급한 연락을 받고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도경은 화상회의 화면에 직접 찍은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사진을 올렸는데, 한국에서도 큰 화면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는 점점 죽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치안을 아무리 강화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 점점 여러 곳으로 병이 전이될 겁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에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 내용이 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문제인 노숙자 문제와 관련해 대안 없이 그들을 내쫓으면 안 된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이었다.
“아마 어제 자로 파미르 캐피털에서 발표한 것을 한국에서도 들으셨을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 화면을 확인했는데 이사들 대부분이 주억이고 있었다.
“파미르는 한국 시간으로 어제 본사를 시애틀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화면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띄웠는데 모두가 알 만한 기업들의 이름이 떠 있었다.
“헤지펀드 18개를 비롯해, 스타트업 24개, 여타 샌프란시스코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기업 20개가 현재 이전을 발표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자산을 정리 중입니다.”
심각했다.
단번에 60개가 넘는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를 탈출한다는 얘기였다.
이는 주변 산업의 몰락을 야기할 것이고, 다른 기업들의 탈출을 부추길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를 이끌어온 대지주 두 곳인 린드그렌과 파미르 캐피털이 떠난다면 더더욱 관망하던 기업들도 준비를 할 겁니다.”
둘의 무게는 그런 존재였다.
“이에 우리 유성 또한 앞으로 미국에서의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윤 이사가 미국으로 갈 때 그곳에서의 판단은 모두 믿고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윤 이사가 그런 의견이라면 대안은 있겠지요?
이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듯한 류태화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에 자료를 띄웠다.
이번에 미국에 와 이전 대상지로 이름이 오르내린 세 곳이었다.
“먼저 시애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은 그동안 준비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사들을 향해 시애틀과 텍사스 오스틴에 관해 브리핑을 진행했고, 이사들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도경의 브리핑에 집중했다.
-그런데 두 곳 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인센티브가 그다지 좋지 않군요. 어쩌면 당연한 건가요? 규모가 작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약 두 곳 중 하나가 우리 유성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이전 대상지가 된다면, 기존의 오피스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센티브가 없다면 더 큰 규모로 늘리기도 유성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다.
미국으로의 진출은 필요했고, 꼭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한국이었다.
-말의 행간을 보건대 마지막 후보지로 이전하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때, 한 이사가 도경을 향해 묻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후보지는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시입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플로리다 주 정부에서 받아온 서류를 화면에 띄웠다.
“저는 일주일 전 플로리다주 상업부 장관 조앤 그레이엄을 만났고, 그곳에서 아주 뜻밖의 커다란 제안을 받았습니다.”
도경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플로리다가 한 제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플로리다는 우리 유성이 마이애미시로 이전할 경우 2.5에이커. 쉽게 말하자면 약 3천 평의 부지를 99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화면 너머 회의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도경은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99년 이후에는 그 땅 위에 무엇이 지어졌든 돌려줘야 하는 조건입니다만, 반환 이후 100년간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기로 했습니다.”
보통 기부채납 방식으로 왕왕 진행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모두 이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금융지구 중심지에서는 변두리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걸 고려할 것은 아니었다.
“더 나아가 다른 금융기업들과 똑같이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습니다. 약 5%가 넘는 법인소득세를 5년간 면제받기로 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이사들 모두가 점점 판이 커져간다고 생각했다.
이런 제안이라면 베팅을 하지 않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경제학부와 대학원에 유성의 이름으로 장학금 프로그램을 신설한다면, 해당 학부와 연계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도경이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인재의 수급은 다른 어떤 것보다 유성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설령 그들이 한두 해 거치고 큰 헤지펀드들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커리어에 유성 한 줄이 있다면, 다른 이들도 유성에 관심을 가질 테니까.
지금은 발판이라 생각해도 좋다는 게 도경의 생각이었다.
훗날엔 어느 누군가의 종착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너무 호의적인데, 혹시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
타당한 듯한 이사의 의심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또 어떠한 다른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고요.”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도경의 말이 모두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도경은 조앤 그레이엄에게서 협잡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도경에게 할 수 있는 제안을 한다는 느낌으로 얘기해 왔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령 저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는 베팅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은 미국에서 우리 유성의 인지도와 규모를 생각했을 때 다른 곳에서는 얻어내기 힘든 조건입니다.”
물론 월가에서 플로리다로 이전하는 헤지펀드나 상업은행들은 손쉽게 받을 제안이었고,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유성의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속된 말로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하는 조건임에는 틀림없었다.
“이사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유성의 최종 목표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이번 플로리다의 제안은 받지 않을 수가 없는 제안입니다.”
도경은 이사들을 바라보며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더불어 우리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소재지를 플로리다로 옮긴다면, 오피스가 아닌 지사로 승격하고 규모를 더 키우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도경은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도경의 목소리에는 의지가 느껴졌다.
“한국은 이제 우리 유성이 최고로 우뚝 섰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금융 변방국의 증권사가 아닌 전 세계 최고의 증권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줄 기회입니다.”
이사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이번 일을 진행하며 저는 오직 네 글자만이 떠올랐습니다. 시의적절.”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들어맞는 타이밍이었다.
“시작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지를 찾다 보니 우리를 필요로 하는 플로리다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제안을 들으니 우리 유성이 글로벌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경은 의연한 표정과 말투로 이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이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타이밍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타이밍에 대한 판단으로 먹고사는 증권사라면,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진심으로 이사들을 설득하려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디 이사님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시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였고, 잠시 정적이 찾아들었다.
-좋습니다. 윤도경 이사 브리핑 고생했습니다. 나머지는 이사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회사의 결정을 이야기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도경은 다시 한번 인사를 했고, 화면이 꺼지자 목에 맨 타이를 풀어 헤쳤다.
“고생하셨습니다.”
도경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같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이지훈과 한다현이 입을 열었다.
“이사님들을 상대하기는 언제나 지치네요.”
깐깐한 이사회였다. 물론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집단이니 당연했지만, 상대하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잘될 겁니다. 이사님의 브리핑을 들어보면 저 또한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느꼈으니까요.”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플로리다 측과는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경이 이번 브리핑을 준비하는 동안 이지훈은 플로리다 주 정부 상업부 실무진들과 실무 진행을 하고 있었다.
“이사님께서 받은 제안에서 더하거나 빼는 것이 없었습니다. 회사의 사인만 온다면 바로 MOU(양해각서) 체결하고, 한국에서 회사의 법정대리인이 선임된다면 정식 계약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 본부장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사회 브리핑에 비하면 조족지혈입니다.”
도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현 본부장님은 가신 일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큐센스 또한 상장 이후 결정을 하게 되겠지만, 우리가 플로리다로 자리를 옮긴다면 같이 갈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도큐센스는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모든 결정은 상장 이후로 미루긴 했지만, 그들도 유성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도큐센스와 관련된 것은 만약 우리의 이전이 결정된다면, 플로리다에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으로…….”
지이잉-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재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도경입니다.”
-이사회가 5분 만에 끝난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중으로 신선호 부사장이 미국으로 갈 겁니다.
신선호는 유성투자증권 백오피스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었다.
회사의 경영 문제를 고려하는 부사장이 미국으로 넘어온다는 것은…….
-지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선호 부사장이 미국에서 법정 대리인을 선임하고 플로리다와 협상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네, 네. 대표님. 들어가십시오.”
도경이 전화를 끊자 두 사람은 무언가 기대한다는 얼굴로 바라보았고 도경은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본부장님.”
“네. 이사님.”
“당장 플로리다 주 정부와 MOU를 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십시오. 내일 제가 플로리다로 다시 넘어가겠습니다. 다현 본부장은 플로리다에 한국에서 넘어오는 실무진들이 묵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섭외해 주세요.”
도경의 말에 두 사람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자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