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51)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51화(451/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51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 플로리다 상업부의 장관 조앤 그레이엄은 주지사를 포함한 주 정부의 모든 각료들이 모인 곳에서 보고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변두리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의 기업보다 더 좋은 기업들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몇 주 전, 유성과 합의를 마치고 주지사에게 보고를 했을 때와 똑같은 반응들이 각료들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유성투자증권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조앤은 저들을 설득해 내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셉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조앤은 입에 침이 튀도록 반대 의사를 말해온 다른 부처의 장관을 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도 유성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은 유성그룹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성그룹은 한국을 떠나 전 세계에서 유명한 기업이었다. 한국의 재계 서열 1위인 미래그룹과 더불어 신화, 유성은 글로벌 거대 기업이었으니까.
“유성그룹은 우리 미국에 필요한 모든 산업에 대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반도체, 화학.”
조앤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 미국에 도움이 되는 산업이죠. 2차전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외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미국은 원래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 불리는 정책을 사용했다.
전 세계에 미국 기업들이 진출해 생산기지를 만들고 싼값의 노동력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만드는 기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미국은 중국과의 신냉전시대를 맞이해 탈세계화로 기조를 틀었고, 우방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프렌드쇼어링과 더불어 미국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라고 말하는 온쇼어링을 확대 중이었다.
“특히 미래전자는 텍사스주를 자신들의 반도체 생산 공장이 들어설 부지로 낙점하며 한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놓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미래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이었다.
그들의 생산 공장이 미국에 들어서는 것과 관련해 여러 주가 경합을 펼쳤고, 텍사스가 승리하며 공장이 다 지어지기 전인데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보고 있었다.
“유성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2위의 기업입니다. 이들은 현재 애리조나에 생산기지를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초에 유성은 미국 내에서 여러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게 목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앤은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 말뜻을 여러분들은 이해하시겠습니까?”
미국은 주별로 어마어마한 경쟁을 했다.
IRA라고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이 시행되며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경쟁이 치열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2차전지와 같은 미래 핵심 산업들에 미국의 각 주정부는 서로 기업에 유인책을 뿌리며 자신의 주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
“우리 플로리다는 현재 금융산업을 목표로 잡고 여러 금융사들을 유치했습니다. 아크인베스트먼트, 시타델, JPM 등 아마 이들이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은 전 세계 금융사 수입의 50%가 넘을 겁니다.”
플로리다는 새로운 월스트리트를 꿈꾸고 있었다.
뉴욕의 살인적인 세금과 직원들의 비싼 주거 환경을 피해 플로리다로 이전하는 금융기업들은 나날이 늘고 있었다.
“현재 웨스트 팜비치에 조성된 금융거리에 공실률이 10% 이하에 접어들었습니다.”
조앤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것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작은 금융사들도 우리 플로리다로 오고 있다는 말이군요.”
주지사가 그리 말을 받아치자 조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거대 헤지펀드나 증권사, 상업은행과 거래를 하던 소규모 헤지펀드와 상업은행들도 우리 플로리다로 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인즉슨.”
조앤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술을 뗐다.
“우리는 곧 다른 산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조앤의 일은 플로리다의 상업을 키우는 일이었다.
금융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그의 손에서 컨트롤되었다.
“우리의 타깃이었던 금융업 키우기가 성공한다면, 숨도 쉬지 않고 다음 타깃을 정해야 하고 그때, 지금의 유성투자증권 지원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조앤은 그리 말하며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각료를 바라보았다.
“유성그룹은 반도체뿐만아니라 배터리 등 여러 사업을 합니다. 화학도하고요. 통신 장비도 합니다.”
앞으로 플로리다 인프라 발전에 필요한 산업들이었다.
“이뿐만 아닙니다. 유성투자증권은 한국의 최고 증권사를 넘어 전 세계 최고 증권사가 되기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한때 우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견한 트레이더 이야기가 기사로 나왔었으니까요.”
“그 사람이 유성에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신라…….”
“같은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신라가 유성으로 합병되었고요.”
조앤은 확신을 가진 말투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국에 거처가 필요한 유성투자증권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주고, 더 많은 것을 취할 기회입니다. 더불어 저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유성투자증권이 이곳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릴 것이라는 걸요.”
조앤의 말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 미국 땅으로 진출하는 헤지펀드나 증권사의 실력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되어 있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결국, 실력을 가르는 것은 소속된 플레이어 중에 스타가 있냐는 것이었다.
스타들은 확실한 실력과 더불어 이슈를 몰고 다닌다. 유성투자증권은 싹수가 보이는 스타를 데리고 있었다.
“다른 이견 있는 사람 있습니까?”
조앤의 말이 끝나자 상석에 앉은 플로리다 주지사는 입을 열었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문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주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정된 것으로 합시다. 조앤.”
“네. 주지사님.”
“마이애미시에 알리세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요.”
주지사의 말에 조앤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 * *
“샌프란시스코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이틀 후, 도경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유성투자증권 사무실에 오랜만에 와 있었다.
오피스 자체를 재택근무로 전환한 이후 폐쇄했었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일정이 있었다.
“모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엑시트를 외치고 있습니다. 유성투자증권은 어떤가요?”
오늘 도경이 폐쇄된 사무실로 나온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지역지와 인터뷰가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경이 급하게 미국으로 왔다는 소식은 샌프란시스코 금융가에 퍼졌고, 서부 월가의 라이징 스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처음부터 본론을 푹푹 파고들어 오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엑시트를 외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유성도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예정이라는 말인가요?”
기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자신은 이곳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지역지의 기자였다.
당연히 이 흐름에 오랜만에 등장한 서부 월가의 루키마저 떠나게 된다면, 희망은 없어 보였다.
“파미르도 이미 이전을 발표했고, 파미르와 연계된 모든 헤지펀드들이 시애틀로의 이전을 발표했습니다. 윤도 리우 샤오와의 인연이 있는데 함께 떠나는 것인가요?”
기자는 정말 물어볼 것이 많은지 숨도 쉬지 않고 도경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제이크, 앞서 답변했듯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미 신선호를 위시로 한 유성투자증권 실무진들이 플로리다로 날아가 이전과 관련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
도경은 협상 도중에 엎어지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었다.
“리우 샤오와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파미르의 CIO 윌리엄 마셜에게도요. 그들과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만…….”
도경은 자신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 기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입니다. 시애틀을 비롯해 여러 곳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얼마 전 EDC와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순간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텍사스 주정부 관계자와 만남을 가진 것이 벌써 소문이 퍼진 것 같았다.
유성에는 자신과 한다현, 이지훈만이 알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EDC나 그들을 연결해 준 찰스 머피 쪽에서 정보가 샌 것 같았다.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기업들이 시애틀과 텍사스로 이전을 준비 중인데요. 만약 유성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디로 이전을 택하실 겁니까?”
도경이 속 시원한 답을 하지 않으니 기자는 돌려서 물어왔다.
“두 곳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애틀로 간다면 풍부한 인재풀과 기존에 함께했던 친구들이 있다는 점, 텍사스는 세제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도경의 원론적인 답변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기했다는 듯 다른 주제를 던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문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주 의회의 문제입니다.”
마치 도경은 기다렸다는 듯 망설이지 않고 답을 했다.
“의회에 의해 통과된 건의안 47호가 문제입니다.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건의안 47호는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되어 주민투표를 거친 법안이었다.
그전에는 400달러, 우리 돈 약 53만 원 이상의 물건을 훔치면 중범죄로 치부해 큰 형량을 받았다.
하지만, 건의안 47호의 통과 이후 중범죄 기준선이 900달러, 우리 돈 약 118만 원 이상을 훔쳤을 때만 중범죄였고, 그 이하는 경범죄로 치부했다.
“모두가 압니다. 이곳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900달러 이하의 물건만 훔치면 잡혀갈 가능성이 적다는 걸요.”
중범죄 기준이 높아지다 보니 일반 슈퍼마켓이나 소규모 잡화점을 터는 범죄들이 급증했다.
900달러 이하로만 물건을 훔치면 약 6개월의 실형이나 1,000달러 이하의 벌금을 내면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는 경범죄로 치부되기 때문에 경찰도 적극적으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탁상행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안이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한 도시를 덮쳤습니다.”
의도가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중범죄율이 굉장히 높아 교도소가 늘 꽉 차 있었다.
그러다 보니 통계상 상점 절도 대부분이 400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통계를 가져와 중범죄 기준선을 높여 버린 것이다.
“물론 건의안 47호가 범죄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법안이 대부분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늘어가는 노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는 문제였다.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스터 윤도경 하면 모두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견한 사나이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 이야기를 하나 싶었지만,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 미국 땅에서 뭐라도 자신을 기억할 만한 내러티브가 있다는 건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지금 미국의 경제는 나날이 좋지 않습니다. 윤이 신용등급 강등을 예견하며 말했던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국채 발행량이 더 늘어갈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영향력이 작다고 평가되는 피치 말고 나머지 거대 신용평가사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게 될까요?”
노골적인 기자의 물음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글쎄요. 그런 판단을 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신용등급의 강등은 없다고 보시는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에서는 미국 정부의 부채와 관련해 회초리를 들 수 있다고는 봅니다.”
“회초리요?”
기자는 무언가 건수를 잡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네. 거대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강등 전에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하죠.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6개월 내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시 신용등급을 내리기도 하고요.”
“설마…….”
도경은 확신을 가진 표정과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네거티브(Negative, 부정적)로 판단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