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5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54화(45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54화
“윈덤 호텔 그룹의 동아시아 부분 대표 데이빗 홍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에서 뜻밖의 인물과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전혀 접점이 없는 것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의 동아시아 지사 대표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성투자증권 CIO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데이빗 홍과 명함을 교환하고는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도경의 말에 데이빗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도경은 정말 누군가의 외모를 보고 직업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데이빗은 말 그대로 호텔리어 같았다.
굉장히 정갈한 옷과 헤어스타일 하며, 얼굴에 배어 있는 친절한 미소가 꼭 호텔리어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갑작스레 연락을 드리고 또 만남을 청했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로 먼저 정중하게 연락을 주시고, 또 직접 샌프란시스코까지 와주시니 저야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도경은 데이빗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군요. 한창 이전으로 바쁘실 테니 바로 본론을 말씀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데이빗은 옆에 내려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도경의 앞에 내려놓았다.
“서류는 유성투자증권에 정식으로 제안을 드리기 위해 필요한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이사님께서는 제 말씀을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빗은 그리 말하며 굳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마이애미 부지에 대한 지분 일부분을 저희 윈덤 호텔 그룹에 팔아주십시오.”
데이빗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2.5에이커 규모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부지의 히스토리를 아십니까?”
“히스토리가 있습니까?”
도경의 말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웨스트 팜비치 중심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높은 땅이었습니다.”
도경은 부지를 가본 적이 있었다.
은행이나 헤지펀드,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금융거리에서 차로 7~8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는 20분 정도면 중심지로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주변에는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명품을 쇼핑할 수 있는 거리와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었고, 바로 앞에는 커다란 백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그 부지는 원래 호텔이 올라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부지고요.”
도경은 인제야 데이빗의 제안에서 맥락을 찾을 수 있었다.
“꽤 많은 호텔 체인들이 그 부지가 언제 개발될 것인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텔이 들어서기엔 최적의 장소였거든요.”
교통도 편리했고, 바로 앞에는 해변이, 또 호텔만 나오면 쇼핑을 할 수 있는 백화점과 거리가.
누구라도 돈을 쓰고 싶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서는 유성을 유치하기 위해 그 부지를 내어놓았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커다란 회사도 아닌 한국의 증권사를 위해 그 부지를 내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자칫 무례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사실이었기 때문에 도경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 땅에 대한 히스토리를 들으니 여러 가지 맥락들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이애미는, 아니, 정확히는 조앤 그레이엄이 도경과 유성을 잡기 위해 부지를 내어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조앤 그레이엄의 개인적인 공명심 때문이기도 했고.
“우리 윈덤 그룹은 세계 5위의 호텔 체인 그룹입니다. 윤 이사님은 저희를 잘 아시겠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윈덤 호텔 그룹은 전 세계에 호텔을 소유한 그룹이었다. 객실 수만 약 80만 개가량 되었고, 연간 수익이 약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의 매출을 한 해에 올리는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다른 거대 호텔 체인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했는데 미국을 주 무대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라마다라는 호텔 브랜드가 알려져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부촌이 형성될 마이애미 웨스트 팜비치에 레지스트리 컬렉션 호텔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데이빗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윈덤 호텔 그룹 산하에는 여러 호텔 브랜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라마다 같은 경우는 미드스케일 브랜드였는데, 중간 가격대와 시설로 만들어지는 호텔이었다.
하지만, 데이빗의 입에서 나온 레지스트리 컬렉션은 윈덤 호텔 그룹 브랜드 중 가장 최상위에 있는 럭셔리 브랜드였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호텔 체인들은 브랜드를 등급별로 나눕니다.”
“알고 있습니다. 1위인 매리어트 그룹 같은 경우는 JW 매리어트, 리츠 칼튼 등이 럭셔리죠?”
“그렇습니다. 메리어트나 쉐라톤, 르 메르디앙 같은 경우는 프리미엄 라인업이고요. 아래의 엔트리급들도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데이빗은 설명하기 쉬워 신이 난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곳에 오랫동안 시간과 돈을 투자해 왔습니다. 정책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유성에게 악감정은 없고요.”
도경은 가만히 데이빗을 바라보았다.
“유성은 그곳에 지사 빌딩을 세울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혹시 대강 규모가 나왔을까요?”
“…….”
데이빗은 자신의 물음에 도경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자 화들짝 놀란 얼굴로 도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물으면 안 되는 걸 물었습니다. 기분이 들떠…….”
아무래도 회사 내부의 이야기를 해줄 리도 만무했고, 도경 역시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데이빗의 모습을 보며 도경은 환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대외비랄 것도 없습니다. 아직 플랜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감히 추측건대 신라빌딩을 고려했을 때 윤 이사님의 팀과 또 유성그룹의 미국 남동부 지사 등 30층 규모가 될 것 같은데 맞을까요?”
“글쎄요. 그건 정말 모르는 문제라 어떻다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
“그 부지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도 제한도 없고요.”
데이빗의 의미심장한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저희는 그 부지에 90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40층은 사무실로 50층은 호텔과 종합테마파크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마…….”
“네. 저희 윈덤 호텔 그룹은 일정 부분의 건설비를 대는 대신, 지분과 호텔 그리고 테마파크 운영권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데이빗이 자신 있다는 얼굴로 말하자 도경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또 우리 윈덤 호텔 그룹이 생각했을 때 이 땅에 호텔과 오피스, 테마파크가 공존하는 시설이 지어진다면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낼지 아시는 분은 윤 이사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빗의 말에 도경은 속으로 놀랐다.
그의 앞에서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단순 생각해 봐도 엄청난 이득을 불러올 사업이었다.
더군다나 99년 이후 기증받은 땅을 돌려줘야 했다.
그렇다면 그사이에 지분을 윈덤과 나눠 지으며 건설비도 줄이고, 99년 이후엔 임대료도 둘이 나눠 내면 될 일이었다.
지리적으로도 너무 완벽했고.
“잘 알겠습니다. 회사에 보고드리고 상의 이후 정식적으로 회사를 통해 윈덤 호텔 그룹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도경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데이빗에게 말했고,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윈덤과 유성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데이빗은 도경과 악수를 한 이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방을 나섰고, 데이빗이 나가자 도경은 그가 건넨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정말 많은 준비를 했었네. 여기에 오피스만 더 추가한 그림이야.”
건물 자체를 호텔과 테마파크처럼 쓰려 했던 것 같았다.
“설마 이게 여러분들이 말한 선물인가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아무런 답이 들어오지 않았다.
“좋은 제안인 것 같아요.”
허공을 향해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 * *
“요즘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윤 이사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며칠 후, 이번에 도경은 서울에 있었다.
본사 대표실에서 류태화와 독대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의 말마따나 도경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마도 회사에서 비즈니스 제트를 제게 붙여주지 않았다면, 벌써 마일리지로만 부자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도경의 너스레에 류태화는 크게 웃었다. 그러다가 이내 도경을 향해 서류를 건넸다.
“며칠 전 윤 이사가 회사로 보낸 윈덤의 제안서를 그룹과 우리 증권, 또 건설이 함께 검토했습니다.”
윈덤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회사 내부에서도 규모를 키워 회의를 진행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더더욱 커진 느낌에 도경은 기대하는 얼굴로 류태화의 말에 집중했다.
“그룹에서는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공이 너무 많으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호텔 설계와 사무실 등, 빌딩 전체 설계를 윈덤에게 맡기고 건설은 우리가 하는 쪽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그룹의 제안이 있었고요.”
도경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오피스 공간은 거기서 거기였다.
그 공간에 무엇이 들어서든 내부 인테리어로 하면 될 일이었고, 만약 호텔과 테마파크가 그 건물 내부에 자리 잡게 된다면 설계가 중요했다.
그 문제를 동업자가 될 수도 있는 윈덤에게 맡기고 건설은 유성건설에서 맡는다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았다.
“말씀대로 우리에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뭐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습니다. 실무 라인이 원래 우리 회사 백오피스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룹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생각보다 판이 커졌네요.”
“그만큼 이권이 크니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사 기획실에 TF를 구성하고 지사 구축을 진두지휘할 겁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룹의 기획실이라면 이런 일에 도가 튼 양반들이니 믿을 수 있었다.
“참, 그리고 이건 이번 정기 이사회에 보고될 인사안입니다.”
류태화가 그리 말하며 서류를 한 장 더 건네자 받아 들고 읽어본 도경은 놀란 표정으로 류태화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윤 이사의 꿈은 세계에 있었잖습니까? 금광석이 빛이 나지 않는다고 금이 아닌 게 아니듯, 고객을 위해 금을 캐는 사람이 되겠다던 그 마음가짐.”
“…….”
“성남 지점에서 처음 들었던 그날 이후 줄곧 응원했습니다. 이제 정말 미국으로 가서 세계 시장을 노려보세요. 미국 지사장 겸 CIO로 발령을 낼까 합니다.”
“그럼 현재 전략투자사업부는…….”
“최우진 차석은 아주 훌륭한 관리자죠?”
류태화는 자신의 말이 답이 되었길 바라며 도경을 바라보았고,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얘기해 보시죠.”
“제게 말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윤 이사가 말한 꿈의 길에 내 이름 석 자가 함께 기록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가서 유성의 이름을 또 윤도경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오세요. 일어날까요?”
류태화는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한국 걱정은 하지 말고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