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6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60화(46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60화
“자, 시작할까요.”
사무실로 복귀한 도경은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과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도경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엑셀러스는 2018년 창업을 했습니다. 인텔에서 15년간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일한 커리어가 있는 엔지니어 마크 조셉과 보스턴 그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컨설턴트 이안 필립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타트업의 모습이었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출신과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투자를 끌어올 경영인의 조합은 흔했다.
“당시 마크 조셉이 인텔 출신이었기 때문에, 인텔에서 초기 투자받아 컨트롤러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첫 투자가 인텔이었군요?”
“네. 아무리 인텔 출신이 만든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인텔 같은 기업들이 쉽게 투자를 하지는 않을 텐데, 애초에 엑셀러스 설립 초기 당시부터 어느 정도 기술은 나와 있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도경을 포함은 모든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텔은 반도체 업계의 거대 강자였다.
그런 기업이 아무리 자사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기업이라고 해도 쉽게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 투자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이안 필립의 PT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도경이 가장 궁금한 사람은 엔지니어 출신인 마크 조셉이 아닌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안 필립이었다.
보스턴 그룹은 맥킨지, 베인과 함께 MBB로 불리는 세계 3대 컨설팅 회사다.
회사를 경영할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컨설팅을 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보스턴 그룹에서 일했던 출신들이 세계 정부 여러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거대 기업을 일구며 그들의 지위는 더더욱 올라갔는데, 전 이스라엘 총리, 미국 대선 후보, 유럽 국가의 총리 등이 보스턴 그룹 출신이었다.
더불어 여러 거대 기업의 CEO들도 보스턴 그룹 출신들이 역임하고 있다.
“풍문을 들어보니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 업계에서 이안 필립은 소셜 마스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소셜 마스터요?”
도경은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네. 서울에 있는 한다현 본부장을 통해 미국 VC들의 엑셀러스 평가를 물었을 때 모두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 이안 필립의 소셜 스킬이었다고 합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길래 모두가 그의 소통 능력을 칭찬하는지 말이다.
“이안 필립은 투자 제안과 관련된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기 며칠 전에 투자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사적으로요?”
“아닙니다. 엑셀러스에 대한 소개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남을 가진다고 합니다.”
도경은 가만히 이지훈의 말에 집중했다.
“만난 이후, 이안 필립은 엑셀러스가 가진 기술력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본인들의 어떤 점이 고객사에게 필요한지를 어필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고객사는 유성반도체나 미래전자, 인텔, 마이크론 등 SSD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기술력 이야기를 아예 배제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어차피 기술력에 관해 이야기해 봤자 VC에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도경은 이안 필립이 굉장히 유능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한다현에게 들은 바로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관계자와 만나면 끊임없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만 보여준다고 했다.
한다현은 그 부분이 스타트업이 미숙한 점이라 이야기했다.
“다른 스타트업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하는군요.”
VC가 점찍고 만나는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이미 VC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그 기술력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스토리텔링 말입니다. 자신들의 기술이 어떻게 고객사를 만족시키는지, 또 고객사들은 왜 엑셀러스와 거래하는지.”
혹자는 아주 쉬운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돋보이는 걸지도 모르겠고, VC들이 소셜 마스터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지훈이 자신의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기술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닐 테고요.”
“네. 그렇게 VC들의 적대감을 허물고 정식 PT에서 엑셀러스가 가진 기술력을 어필하니 다들 홀린 듯 투자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좋은 회사인 것 같네요.”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매출과 관련해서 이야기해 보죠.”
“엑셀러스는 작년 약 4,100만 달러(한화 약 54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해 3,700만 달러, 전전해 2,24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매년 매출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지훈은 도경과 모두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년 매출 비중을 보면 77%가 SSD 컨트롤러 판매, 11%가 기술 로열티의 매출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파생상품 투자 수익입니다.”
“매출의 88%가 엑셀러스가 가진 기술로 내는 매출이란 이야기네요.”
“네. 인텔과 미래전자에 해당 컨트롤러를 납품하고 있으며 컨트롤러 판매 비중을 보면 85%가 미래전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미래전자가 엑셀러스의 최대 고객이란 말이었다.
“재미있는 건 2년 전에는 우리 유성반도체에도 납품을 꽤 많이 했었는데, 유성반도체는 더 이상 엑셀러스와 거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도경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외비라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엑셀러스의 인수에 실패한 유성반도체는 SSD 컨트롤러를 직접 설계해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아직 기술력은 엑셀러스가 더 좋았지만, 유성반도체의 입장에서는 훗날을 생각했을 때 내재화를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엑셀러스의 올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과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에 컨트롤러를 납품하는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고요.”
“계약이 된 것은 아니고요?”
“네. 이야기만 나온 것 같습니다. MOU(계약 전 양해각서)도 체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엑셀러스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엑셀러스는 다음 달, 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두 달 후 나스닥에 상장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고요.”
흔한 일이었다.
기업이 상장 이전 마지막 투자 라운드를 여는 것은 프리(Pre) IPO라고 불렸는데, 보통 상장을 약속하고 지분을 파는 행위였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앞두고 흥행에 도움 되는 주주를 구성하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약 4천만 달러의 투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528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지분은 3% 조금 안 되고요.”
현재 엑셀러스의 가치를 따져보았을 때, 지분 가치가 높게 측정되어 있었다.
“투자를 단행하게 된다면, 미국 지사의 첫 투자가 될 것인데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잭.”
도경은 한쪽에서 손을 든 직원의 이름을 불렀다.
증권투자를 담당하는 두 개의 팀 중 한 팀을 이끄는 팀장이었다.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투자사에 의해 검증이 끝난 기업입니다. 물론 지분 3%라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좋지 않지만, 상장 이후 최소 30%의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잭은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상장 주관사가 JPM이라고 들었습니다. 흥행을 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겁니다.”
“다른 분들은요?”
잭의 말이 끝나자 도경은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었다. 모두가 잭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반대입니다.”
그때, 잭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스테판.”
도경의 호명을 받은 사람은 증권투자 2팀을 이끄는 팀장인 스테판 그린이었다.
“물론 잭의 말을 존중합니다. 지금만 본다면 투자를 하는 것이 맞고요.”
“그런데 왜 반대라고 말하는 거지?”
도경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스테판은 어깨를 으쓱였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금은’이라고요.”
스테판의 말에 모두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고, 도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엑셀러스는 좋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인텔과 미래전자에…….”
잭이 당황스럽다는 듯 말하자 스테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잭, 엑셀러스의 사업보고서를 봤어?”
“봤지.”
“그럼 더 잘 알 텐데? 엑셀러스가 두 회사에 납품을 하는 것은 일회성 계약이라고요.”
“…….”
스테판의 말이 정확했다.
엑셀러스의 매출의 대부분이 SSD 컨트롤러를 파는 것에서 발생하는데 장기 계약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은 사업보고서에 내년에도 납품을 위해 계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알 게 뭡니까?”
도경은 스테판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장기계약이 아닌 이상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숫자를 봐야 합니다. 엑셀러스는 그 숫자에서 완벽하게 나를 납득시키지 못했습니다.”
“내 의견도 스테판과 같습니다.”
스테판의 말을 지켜보던 도경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는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리가 엑셀러스는 2년 전 유성반도체에 컨트롤러를 납품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유성은 컨트롤러를 내재화했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그럼 미래전자는 불가능할까요?”
“…….”
“제 생각에 엑셀러스가 이런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몇 년간의 AI 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인공지능의 붐으로 인해 각 기업은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서버용 SSD의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래전자나 유성반도체는 엑셀러스의 컨트롤러를 납품받았습니다.”
“…….”
“그렇다면 안정이 되고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시기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도경의 말에 몇몇은 눈을 크게 떴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급할 필요 없는 미래전자는 시작할 겁니다. 다음 세대 SSD를 개발하며 컨트롤러의 내재화를 말입니다.”
유성반도체의 미주지사장 김동섭의 말이 아주 훌륭한 힌트가 되었다.
“엑셀러스의 고객 모두가 반도체의 설계도 함께하는 종합반도체 회사니까요.”
설계를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곳이었다면, 분명 엑셀러스의 가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설계 능력이 엑셀러스보다 더 뛰어난 거대 반도체 회사들이었다.
도경은 한 시기가 지난다면 엑셀러스의 시간은 끝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잭의 말처럼 지금 투자를 하고 상장 이후 락업 기간이 끝나고 빠진다면 이득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엑셀러스에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락업.
우리말로 보호예수기간을 뜻했다. 즉, 상장 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통상 90일에서 180일 동안 주식을 팔 수 없었다.
도경은 그 180일이란 시간이 엑셀러스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은 다른 회사보다 앞섰지만, 다른 회사들이 따라잡지 못할 기술은 아니니까요.”
메시지는 말했다.
모든 것을 파악하라고, 그리고 가장 승산이 높은 것에 베팅하라고.
도경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승산이 높은 것은 엑셀러스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엑셀러스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도경의 물음에 모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도경은 저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아무도 없나요? 잭?”
“제가 너무 숫자만을 보고 엑셀러스의 사업보고서를 믿은 것 같습니다.”
잭이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좋은 태도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엑셀러스에 관한 투자는…….”
“보스.”
도경이 회의를 마치려고 하자, 말석에 앉은 스테판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저는 엑셀러스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뭐라고?”
“어차피 상장은 될 겁니다. 지금 사업이 잘 굴러가고 있고, 매출이 훌륭하니까요. 상장을 하면 그 빛나는 숫자들에 모두가 현혹이 되겠죠.”
“그렇다면 상장 이후 투자를 하자는 거야?”
보호예수에 걸리지 않고 상장 이후 엑셀러스의 주식을 사면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아뇨. 그건 너무 1차원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엑셀러스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알 수 없는 스테판의 말에 모두가 표정을 찌푸렸는데, 오직 이 자리에서 도경만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보스께서는 이미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스테판은 도경이라면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 던져본 말이었다.
그리고 생각대로 도경은 한 발 더 앞서 있었다.
여전히 의문이라는 얼굴로 자신과 도경을 번갈아 보는 직원들을 향해 스테판은 입을 열었다.
“엑셀러스에 숏을 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보았고, 몇몇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도경은 그런 직원들을 바라보다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엑셀러스에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스테판.”
“네, 보스.”
“네가 팀을 맡아. 그리고 진행해 보자고.”
도경의 입에서 그린 라이트가 떨어지자 스테판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