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6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62화(46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62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NBC 스톡 투데이의 제이크 설리번입니다.”
미국의 최대 경제방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앵커는 아주 밝은 얼굴과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해당 방송은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에 시작해, 시장이 개장하고 나서 초기 시황을 분석해 주는 방송이었는데, 미국에서 주식을 한다는 투자자들은 늘 이 방송을 켜두고 트레이딩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오늘은 많은 분이 기다려 온 날인 것 같은데요. 데릭.”
앵커는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시장 참여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스타트업인 엑셀러스의 상장 벨이 울리는 날입니다.”
“최근 나스닥에서는 거물급 상장이 없었는데, 엑셀러스 정도면 거물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엑셀러스는 석 달 전, 상장심사 직전에 마지막 라운드의 투자 세션을 열었는데 어마어마한 호황이었습니다.”
두 방송 진행자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쏟아내는 엑셀러스의 상장일이 오늘이었다.
“퀀텀, 블랙 세일즈, JPM, SB, 노르웨이 국부펀드까지 어마어마한데요?”
“네, 당초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2억 달러를 투자받고,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상장 전 마지막 라운드의 투자는 매우 중요했다.
그것은 보통 언제까지 상장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투자를 받았고, 투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상장 이후 얼마나 흥행할지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두 진행자의 말마따나 엑셀러스의 마지막 라운드 투자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투자 명단을 보고 가장 신기했던 것이 짐 카스테야노스의 이름이 있습니다.”
앵커가 묻자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소피스트 어소시에이츠는 그동안 공매도를 투자전략으로 정하고 행동해 왔던 월가의 영웅 짐 카스테야노스가 이끄는 헤지펀드인데요. 이번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가장 엑셀러스의 편에 선 사람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월가에서는 그런 짐 카스테야노스의 변화에 신기해하며 엑셀러스에 더더욱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짐 카스테야노스는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포함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엑셀러스를 칭찬했다.
그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은 엑셀러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입 모아 엑셀러스가 좋은 기업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공모가가 22달러입니다.”
“스타트업의 상장 공모가치고는 꽤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단 밴드를 모두 채우며 엑셀러스에서 원하던 19달러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상장하게 되었습니다.”
상장 주관사였던 JPM과 엑셀러스는 19달러를 희망 공모가로 제시했는데, 경쟁이 치열해 사전 공모에서 최상단 밴드인 22달러로 결정되었다.
“매우 설레네요. 넉 달 전, 도큐센스 상장 이후 오랜만에 유망한 스타트업이 상장을 하는 날입니다. 이쯤에서 화면을 나스닥 거래소로 옮겨볼까요?”
앵커의 말에 화면은 뉴욕 월가에 있는 나스닥 거래소로 향했는데, 행사장에는 엑셀러스의 두 창립자와 함께 여러 IB(투자은행)와 VC(벤처캐피털)의 관계자들이 보였다.
짐 카스테야노스도 빠질 수 없다는 듯 두 창립자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10, 9, 8, 7…….”
9시 29분이 되자 화면 속에 있는 모두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9시 30분인 개장 시간에 맞춰 벨 소리가 울리면 그때부터 주식시장에서 엑셀러스의 주식이 거래되기 시작한다.
“3, 2, 1!”
땡땡땡-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벨이 울리자 화면 속의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고, 화면에는 엑셀러스의 주가가 실시간으로 뜨기 시작했다.
* * *
“+28.68%입니다.”
한편, 마이애미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도경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온 스테판이 건네는 태블릿 PC를 받아 들었다.
“엄청나네.”
“개장 당시에는 35%까지 갔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소강상태고요.”
장이 시작하고, 액셀러스가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22달러로 시작한 그들의 주가는 지금은 한 주당 28.31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소강상태인데도 이 상황이면 성공했다고 봐야겠지?”
도경의 물음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제가 개인투자자거나 정보가 없는 투자자라면 엑셀러스의 주식은 무조건 들고 갔을 겁니다.”
“그렇겠지.”
도경은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다 태블릿 PC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전략은?”
“1팀과 함께 앞으로 엑셀러스에게 남은 시간을 예측해 봤습니다.”
스테판은 태블릿 PC를 들어 올려 자료를 찾아 다시 도경에게 건넸다.
“2개월?”
“네. 두 달 후에는 2분기 컨퍼런스 콜이 열리는 시기입니다.”
어쩌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긴장하고, 또 설레하는 시기인 실적발표가 두 달 후에 있었다.
실적발표를 앞둔 시기가 되면 각자 매출을 예상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경우가 있어 변동성이 어마어마했다.
“그렇지.”
“보스가 준 정보에 따르면, 2분기 엑셀러스의 실적은…….”
“모르긴 몰라도 상당 부분이 날아갔겠지.”
기실, 석 달 전 도경은 스테판과 회의하던 도중 유성반도체의 미주지사장 김동섭으로부터 고순도의 정보를 얻었다.
“확실한 정보라는 가정하에 나온 데이터입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었다.
“아직도 못 믿겠다는 눈치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보스의 말을 믿습니다. 다만, 정보의 확실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어질 뿐입니다.”
“정보의 신뢰도는 90%.”
“잘못된 정보일 확률이 10%면 너무 큰 것 같은데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지.”
“그런데 베팅하시겠습니까?”
“겁이 많은 내 성격 때문에 90%라고 한 거지, 나에게 정보를 준 사람의 신뢰도는 99%야.”
김동섭이 준 정보는 미래전자가 데이터센터용으로 납품하는 SSD의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의 결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똑같지 않아?”
“그렇습니다. 사실 그동안 왜 미래전자가 엑셀러스에게서 납품을 받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요.”
“정보를 준 사람의 말로는 그동안 수율을 잡을 수 없었다더라고. 5나노로 공정을 새롭게 짰다고 하던걸.”
“5나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스테판을 바라보며 도경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간단해 기존 공정은 16나노였어. 여기서 말하는 나노미터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얘기해.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이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 뜯었다.
“그러니까, 이 굵기보다도 10만분의 1이 작다는 거죠?”
“사람의 눈으론 볼 수 없을 크기지.”
“기존의 공정이 16나노였다면…….”
“엑셀러스가 생산하는 16나노의 컨트롤러는 기존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이었지.”
도경은 자신이 배운 것들을 최대한 쉽게 스테판을 향해 이야기했다.
“즉, 이번에 미래전자에서 발표할 신공정은 기존의 16나노보다 3.2배 줄어든 5나노미터의 컨트롤러고, 엑셀러스의 기술력은 이제 뒤처지게 된다는 거지.”
“그런데 나노 크기가 줄어들면 뭐가 좋습니까?”
“기존의 데이터센터들이 무엇을 가장 고민할 것 같아?”
도경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스테판은 입을 열었다.
“전력 문제겠죠. 발열 문제도 있고요.”
한때, 업계에는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주식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스테판도 관련 지식을 겉핥기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5나노 컨트롤러는 기존 16나노 컨트롤러보다 SSD의 성능을 더 끌어낼 수 있어. 속도가 더 빨라지고 전력 효율도 더 좋아지지.”
“그렇다면 지금 데이터센터들의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연신 주억거렸다.
“미래전자는 이 기술을 1년 전에 완성했는데, 그동안 수율이 나오지 않아서 양산을 하지 못했다더라고.”
수율을 높인다는 것은 즉, 불량률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였다.
불량률이 낮아질수록 생산 비용이 줄어들었고, 이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기존의 16나노 SSD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 될 수 있도록 수율이 잡혔을 때 대량 양산을 해내고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래전자는…….”
“그래, 지금 16나노 컨트롤러로 제조되는 SSD와 비슷한 가격대로 구성될 거야. 그럼…….”
“성능이 낮은 것을 쓸 사람이 없겠군요.”
“한 가지 더.”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근 들은 소식인데 엑셀러스가 구세주처럼 생각하던 아마존이나 메타 같은 기업들은 이미 미래전자와 이야기 중인 것 같더라고.”
엑셀러스는 투자자들에게 매출을 유지할 방법으로 아마존이나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과 계약이 진행되는 중이라며 자신들을 판촉했다.
“어때, 이 정도인데도 불안해?”
“아뇨. 저는 겁이 없어서 그런지 99% 확신이 드는걸요.”
“하하하.”
“그럼 포지션은 언제부터 잡을 예정이지?”
“실적 발표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같아. 지금부터 포지션을 잡고, 우리가 가진 정보를 모두가 알게 되길 기다리자고.”
“네. 보스.”
스테판 그린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가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대성공입니다.”
“하하하.”
한 달 후, 플로리다 탬파.
소피스트 어소시에이츠의 CEO 짐 카스테야노스는 부하 직원의 보고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상장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주가는 29달러 선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확신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수익은?”
“저희는 주당 8달러에 700만 주를 인수했었습니다.”
5,600만 달러를 투자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익률은 262.5%겠군?”
“그렇습니다. 오늘 종가에 모든 지분을 정리했을 때 나오는 금액은 2억 300만 달러입니다.”
한화로 약 730억 원을 투자한 돈이 약 2,600억 원이 되어 돌아왔다.
어마어마한 성공이었다.
“보도자료 준비하자고.”
“네. 내일 아침에 지역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지. 지역지부터 시작해 점점 월가까지 소문이 나도록 하자고. 월가 영웅의 귀환이 시작되었다고.”
짐은 흡족하다는 듯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윤도경은 잠잠한가?”
“네. 잠잠합니다.”
“하하하, 조용해야지. 모두가 띄워주길래 어마어마한 놈인 줄 알았더니, 그저 겁쟁이였어.”
짐은 수익도 수익이었지만, 이 승리했다는 기분이 오랜만에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락업은 얼마나 남았지?”
“40일 후면 락업이 해제됩니다.”
락업은 우리말로 보호예수기간이라고 불렸는데, 상장 전 주식을 보유했던 대표나 이사, 대주주, 초기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수 없었다.
40일 후면 소피스트가 보유한 엑셀러스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아마 락업이 해제되면 모두가 먼저 팔려고 할 거야. 그때 우리도 일정 부분 매각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더 사자고.”
“더 갈 거라고 보십니까?”
“당연하지. 모르긴 몰라도 50달러는 갈 거라고 생각하네.”
“네, 팀원들과 의견을 한번 나눠보겠…….”
지이잉-
부하 직원과 짐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짐의 휴대전화에서는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짐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래리! 내 덕분에 블랙 세일즈도 수익을 보고 있는데…….”
-짐, 소식 들었습니까?
수화기 너머 상대는 블랙 세일즈의 CEO였는데, 짐의 설득에 엑셀러스에 투자를 한 상태였다.
다짜고짜 물어오는 상대의 말에 짐은 의아하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미래전자에서 새로운 세대의 SSD 컨트롤러를 발표했어요.
“뭐라고요?”
띵띵-
그때, 사무실 벽에 있는 커다란 화면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엑셀러스의 주가 그래프가 떠 있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탄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그래프가 아래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엑셀러스의 주식이 종이 쪼가리가 될 수도 있다고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큰 소리가 들려왔지만, 짐 카스테야노스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