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6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63화(46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63화
“현재 주가는 24.48달러입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이번 일의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스테판 그린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아직 공모가까지는 가지 못했네.”
“네. 저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과 여전히 엑셀러스의 말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락업 때문에 초기 투자자들도 빠지지 못했고 말이야.”
현재 시장에 풀린 주식은 엑셀러스 지분의 30%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분은 두 공동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 그리고 이사진과 직원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180일로 묶여 버린 락업 기간에 의해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생각은 저들이 알 만한 기관투자자들은 다 빠졌고, 결국 락업 물량 때문에 버티는 거 같은데, 스테판이나 팀의 생각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장 초기에 엑셀러스의 주식을 매집했던, 여러 기관들은 정리를 한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 주가는 많이 빠진 상황입니다.”
상장 이후 30%가 넘게 올랐던 주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기 직전이었다.
물론 공모가보다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들고 있는 주주들은 거의 모두 다 손실 구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22달러의 공모가는 상장 후 1초 만에 사라졌으니까.”
그 이후 22달러라는 금액에 온 적이 없었다.
지금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주당 25달러 이상의 가격대에서 구매를 한 사람일 것이다.
장밋빛 미래만을 보고 더 높은 가치에서 가격이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이럴 때마다 조금 답답해.”
“네?”
“예전엔 누군가가 손실을 볼 때, 나는 이득을 본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어.”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적어도 금융의 세계에서 있는 매니저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냉혹한 바닥에서 측은지심이라니…….
“하하하,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말했듯이 예전이니까. 내가 일반 세일즈 담당일 때 말이야.”
“…….”
“지금도 아예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보다는 덜한 편이지.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갔거든.”
“다른 곳이라면…….”
스테판 그린은 조심스레 도경에게 물었다.
도경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내 도경의 얼굴에서는 차가운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타인을 기만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것으로 마음이 옮겨갔다고 할까?”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스테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개인 투자자들은 그럴 수 있어. 우리처럼 순도가 높은 고급 정보들을 개인이 취득하기란 어렵지. 그런데도 이 바닥에 들어와 정보를 취득하고, 기업에 관해 공부하는 이유는 자산 증식 때문일 거야.”
도경은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도 여러 절박함을 가지고 주식을 했던 개인이었을 때가 있었으니까.
“내가 화나는 건 그들의 무지함이 아니라,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야.”
“엑셀러스 같은 집단 말씀이시군요.”
“헤지펀드들도 포함이야.”
도경은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들은 지금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을 거야. 엑셀러스 매출의 77%가 미래와 인텔으로의 납품에서 나온다고. 그중에서도 과반이 넘는 매출이 미래에서 나오고.”
“그렇죠.”
“그 매출이 지금 사라지게 생겼어.”
일주일 전, 주식시장 마감을 앞두고 세계적인 경제언론인 블룸버그에서 서울발 소식으로 속보를 띄웠다.
「[속보-서울] 미래전자, 5㎚ SSD 컨트롤러 공정 수율 잡았다. 양산 시작」
「다음 달부터, 5㎚ 컨트롤러 달린 SSD 출시」
“이미 선주문 물량이 4개월 치라고 연이어 발표를 했어.”
미래전자는 신공정이 들어간 SSD의 선주문 물량이 4개월분 물량이라는 발표도 했다.
아무래도 SSD에서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의 입장에서는 세대를 빠르게 넘기는 게 중요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거 같아?”
“적어도 몇 달 전부터 엑셀러스는 미래전자에 납품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구세대 SSD를 단종하지 않았으니, 조금은 납품할 거야. 문제는 신공정 SSD가 나왔는데 구세대 SSD를 주문하는 고객이 있을까?”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더군요. 없을 겁니다.”
“그래. 이 사실을 나만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적어도 엑셀러스 본인들이나 그들에게 투자해 락업으로 지분이 물려 있는 헤지펀드들도 이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들이 하는 행동을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팔아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에 나오는 펀드매니저들은 엑셀러스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그들의 의견은 그럴싸했다.
신공정의 물량이 4개월이 밀려 있기 때문에, 구세대는 SSD는 여전히 팔릴 것이고 엑셀러스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 말은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도 저들이 꾸며낸 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절박함을 이용하는 거야. 당장 내 주식이 떨어지니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어이없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시간을 끄는 거라고.”
“…….”
“엑셀러스도 마찬가지지. 그들은 계속해서 사업이 여전히 잘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그러면서 아마존과 메타의 이름을 계속해서 팔아대고 있지.”
톤은 굉장히 정제되어 있었지만, 도경이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에서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스테판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도경의 분노에 공감했다.
“왜? 저들은 자신들의 락업이 풀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니까.”
“털어버릴 시간 말입니다.”
“그래, 개인투자자가 어찌 되든 자신들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확보한 지분을 더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거겠지.”
적은 수익은 그들에게는 손해나 다름없었다.
기다려 온 시간이 있었으니까.
이 상황에서도 그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 다른 사람을 기만하고 있었다.
“뭐 그런데 헤지펀드들도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뭡니까?”
“진짜 나쁜 인간들은 엑셀러스라는 걸 말이야.”
도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스테판을 향해 물었다.
“현재 우리 포지션은?”
“우리가 잡고 있는 숏포지션의 평균 매수 단가는 26달러 후반대입니다.”
“얼마를 투입했지?”
“2,800만 달러입니다.”
“그럼 2,200만 달러를 더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네.”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에 나눠서 모두 공매도로 진입하자고.”
“지금 가격에 말씀이십니까? 조금 더 올라도…….”
“말했잖아. 스테판. 진짜 나쁜 인간들은 엑셀러스고 그들에게 시간은 없다고.”
도경은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지었고, 스테판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이안, 확실한 겁니까?”
-짐, 갑자기 전화하셔서 그렇게 물으면 제가 뭐라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한편, 소피스트 어소시에이츠의 짐 카스테야노스는 불안한 듯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오늘 이안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사업은 안정적이라고요.”
-하하하, 짐, 제가 몇 번을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현금흐름이 좋기 때문에 당장 망하지 않습니다.
애매한 답이었다.
하지만, 짐은 그 답이 마치 자신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들려왔다.
소피스트의 거의 모든 현금자산을 투입했다.
여전히 공모가 위에서 엑셀러스의 주가는 형성되어 있었고, 자신들이 가진 지분의 주당 구입가는 8달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함이란 감정을 지워줄 말이 필요했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미래와 거래는 계속되고 있지요?”
-내부정보를 이야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짐이 엑셀러스의 주주라고해도, 내부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었다.
“……당장 보름 후가 컨퍼런스콜입니다. 모두가 그때 엑셀러스의 매출이 볼품없을 거라고 얘기해 오고 있어요.”
-하하하, 짐. 지금 모습은 월가의 영웅답지 않군요. 엄청난 배포로 테슬라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던 짐은 어디 갔습니까?
짐 카스테야노스는 타인의 입에서 테슬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테슬라의 주가가 치솟을 때 자신은 주가가 과대포장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는데, 계속해서 주가는 치솟았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다른 투자자들이 보고 있나 싶어 테슬라에 관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들의 재무제표는 짐의 눈에는 쓰레기 그 자체였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많은 현금을 더 동원해 공매도 포지션을 잡았다.
결과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았다.
테슬라는 지금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있었고, 시가총액도 세계에서 7번째가 되었다.
몰릴 때까지 몰렸다.
남부로 와서도 메인 거리에는 가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도 투자에 실패한다면, 소피스트는 문을 닫아야 했고 수십 년 일궈온 자신의 명성도…….
“엑셀러스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래요.”
하지만, 짐은 자신의 불안감을 숨겼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좀 더 믿어주십시오.
“컨퍼런스 콜에서 이안을 볼 수 있는 겁니까?”
-죄송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제가 휴가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상장 후 첫 실적발표예요. CEO가 어디를…….”
-짐, 저와 동업자인 마크는 지난 몇 년을 휴가도 못 갔어요. 상장을 한 지금은 휴가를 다녀와도 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저들은 지난 몇 년간 상장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도 어려웠고 여러 루머가 많았다.
첫 실적발표는 CEO가 참석해 주주들을 달래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짐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쓴 입맛을 다셨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락업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다리시죠. 만약 문제가 있다면 피해를 봐도 가장 큰 피해는 저와 마크가 볼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전화는 끊어졌고, 짐은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후, 뭐라고? 가장 큰 피해를 자기들이 본다고?”
짐은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미 자기들은 마지막 라운드 때 수억 달러어치의 지분을 매각했으면서 말이야.”
상장 전 마지막 투자라운드 때 투자자들이 사들인 지분은 공동창업자인 이안과 마크의 지분이었다.
이미 저들은 충분히 큰돈을 벌었다.
“진정하자고. 한 달만 버티면 돼.”
한 달 후, 락업이 해제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짐은 쓰린 속을 달랬다.
* * *
“곧 시작합니다.”
보름 후, 장이 마감된 이후 도경을 포함한 여러 팀원이 사무실 한 중앙에 있는 커다란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야? CEO는 어디 가고 CFO가 나오지?”
그때 한 직원이 화면을 보고 놀란 듯 말했다.
오늘은 주식시장 마감 이후, 엑셀러스의 실적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보통 상장 후 몇 년간은 CEO가 나와 직접 실적을 발표하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였지만, 상장 이후 첫 실적발표부터 재무 담당자인 CFO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보니까 미뤄왔던 휴가를 떠났다고 하더라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도경은 무언가 싸함이 몰려왔다.
“스테판, 우리 포지션은 그대로죠?”
“그렇습니다.”
“종가는요?”
“오늘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좋지 않아서 장 마감 이후 확인한 주가는 19달러였습니다.”
실적발표 기간에는 원래 주식의 변동성이 어마어마했지만, 현재 엑셀러스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면에 집중했는데, 그때 한 직원이 외쳤다.
“엑셀러스 홈페이지에 팩트시트가 떴습니다.”
보통 실적발표와 동시에 홈페이지에 재무제표를 공개했다.
그 말에 모두가 화면을 뒤로하고 PC 앞으로 향했다.
“이거…… 제가 잘못 본 건 아니겠죠?”
“왜? 뭔데?”
직원의 말에 스테판은 물었는데, 직원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화면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화면을 확인한 스테판도 당황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띵띵-
그때,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경고음의 이유를 확인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애프터 마켓(장 마감 이후 거래)에서 엑셀러스의 주가가 -28%입니다.”
화면에 뜬 엑셀러스의 주가 그래프는 번지 점프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보스, 엑셀러스의 2분기 매출이…….”
스테판은 다시 한번 화면을 확인하고는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겨우 172만 달러입니다.”
스테판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가 놀란 듯 입을 쩍 벌렸고, 도경은 예상했다는 듯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