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7화(47/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7화
“확증편향에 빠진 게 아닐까 합니다.”
도경은 오석훈의 방을 나오자마자 지점장실을 찾아 류태화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 동료와 있었던 일을 지점장에게 고자질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도경은 생각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석훈은 지금 고객의 돈으로 자신의 운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지점장 류태화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도경의 말을 들어주었다.
“확실히 도경 씨의 말대로 확증편향에 빠진 것 같네요.”
확증편향은 자신이 기존에 믿고 있었던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으려고 하고, 그와 반대되는 의견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오류를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금해야 할 마인드였다.
“이를 어찌해야 한다…….”
류태화도 고민이 되는 듯 소파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만에 하나 정말 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확률은요?”
류태화는 도경을 향해 물었다.
도경은 류태화의 심정을 이해했다.
오석훈도 그가 관리하는 직원이었다. 최근 들어 다른 직원들보다 오석훈을 개인적으로 불러 얘기를 하는 것도 오석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다 선임 매니저급으로 진급하는 6년 차에 여전히 대리 딱지를 달고 늘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오석훈이 눈에 밟혔다.
“제로입니다.”
도경의 입에서 확신이 담긴 말이 나오자 류태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내가 나서야 할 것 같군요.”
“어떻게…….”
“오석훈 대리를 잠시 업무 배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객들께 일일이 전화해 모든 걸 설명해야 할 것 같고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PB가 잡아준 포지션을 다른 직원들이 전화해 잘못된 정보로 인한 포지션이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이대로 두고 보다가 폭락 이후 잃어버릴 신뢰가 더 두렵습니다.”
하지만, 류태화는 올곧은 사람이었고 그는 어느 쪽이 더 고객과의 신뢰를 지킬 방법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도경은 류태화를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돕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가 오석훈 대리를 불러야 할 것 같으니…… 자리를 좀 비워주겠습니까?”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지이잉-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류태화는 확인해 보라는 듯 손짓했다.
[이연지: 도경 씨, 이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인데 한번 확인해 봐.]이연지의 메시지였는데 도경은 메시지에 적힌 링크를 클릭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글이었다.
[권고사직 통보받았다. 개발팀 전원. / Bkw**** / 테이크 게임즈] [우리가 5년 동안 밤잠 설쳐가며 만든 게임이 양대 마켓 매출 랭킹 1위에 오르던 날, 모두가 축하한다고 말하던 그 날, 회사에선 개발팀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익명 커뮤니티였지만, 글쓴이의 옆에는 회사 이름이 나오는 커뮤니티였다.
따로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헐, 미친. 그럼 업데이트는 뭐임?
└2차 업데이트까지는 개발팀이 전부 준비해 놨다…….
-아니, 지금 뭐 주가 오르고 있는데 진짜임? 나 적금 깨고 박아놨는데.
└진짜다. 권고사직 메일이라도 공유할까?
-코인 안 함?
└무슨 코인? 회사에 블록체인 개발팀 없다…….
-아니, 말이 됨?
└말이 안 되는 일에 개발팀 전부 넋이 나가 있다…… 경영진은 주가 오르니까 자기 보유 주식 팔아 처먹으려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 있습니까?”
도경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류태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고, 도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늦은 것 같습니다. 지점장님.”
* * *
“예예, 2억 원이나요?”
오석훈은 고객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의 방을 찾아온 불청객을 제외하면 오늘 하루는 오석훈에게 완벽한 하루였다.
“저번에 여쭤봤을 때는 돈이 없다고 하시더니…….”
-하하하, 오 대리가 이해 좀 해줘요. 워낙 장이 안 좋았어야지.
“이해는 합니다만, 좀 더 일찍 포지션을 잡았으면 더 이익을 봤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그건 나도 아쉽네요. 오 대리를 좀 더 믿을걸.
고객의 말에 오석훈은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PB와 고객 간의 신뢰는 수익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해도 자신이 그동안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나 싶어 씁쓸했다.
“어쩔 수 없지요. 다음부터는 저를 좀 믿어주십시오.”
-아, 그럼요. 내 이번에 우리 오 대리를 다시 봤습니다.
수화기 너머 상기된 듯한 고객의 말에 오석훈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가 자리 잡았다.
“예치금 2억 원 입금된 것 확인했습니다. 나눠서 매수 들어가겠습니다.”
-나눠서 해도 되겠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격이 내렸을 때…….”
-그러다가 열차 출발하면 나 배 아파서 어쩌라고? 한 번에 크게 갑시다.
“하하하, 우리 김 사장님께서 이렇게 화끈한 분인지 몰랐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
띵띵-
순간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포지션을 잡아둔 종목에서 대량 매도가 발생할 때 울리도록 설정해 둔 경고음이었다.
“이, 이게…….”
-오 대리님, 왜 그러십니까?
“김 사장님, 제가 금방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고객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석훈은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화면에 집중했다.
“뭐야? 어디서 이렇게 던지는 거야?”
테이크 게임즈의 주식에서 갑자기 대량 매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건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량의 매물이 나오고 있었다.
띵띵-
띵띵-
계속해서 대량 매도 경고음이 울려왔고, 하늘을 모르고 올라가던 주가는 급격하게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외국인, 기관에서 다 던지는 중인데. 왜 던지냐고!”
오석훈은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들어 올려 태산증권에 있는 자신의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통화 연결음이 들려오는 지금 이 시간이 오석훈에게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자 오석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제발…….”
띵띵-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대량 매도 알림음이 들려오고 있었고, +5%를 향하던 주식은 어느새 -1%에 접어들었다.
단 2분 사이에 주가가 내리박기 시작했다.
[-1%…….] [-2%…….]통화 연결음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주가는 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주식이 바로 매도될 수 있도록 시장가로 대량의 주식을 던져대는 탓이었다.
쾅-
오석훈이 손톱을 깨물며 전화를 걸고 있을 때 방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며 지점장 류태화가 들어왔다.
그 뒤에는 도경이 서 있었다.
“오석훈 대리, 지금 뭐 합니까?”
류태화는 건조한 목소리로 오석훈을 향해 물었다. 오석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 지점장님 어쩐 일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류태화는 큰소리로 오석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 지금 시장 상황이 급변해 정보를…….”
“나와.”
“네?”
“나오라고!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보를 캘 일이 아니라 대처했어야지! 언제까지 남의 정보로만 고객의 돈을 관리하려고 했냐고!”
도경은 류태화가 이리도 화내는 것을 처음 봤다.
류태화는 마치 오석훈을 잡아먹을 듯 소리를 질렀다.
“윤도경이 경고했는데도 무시했다며? 나와. 오석훈 너는 고객 돈 관리할 자격이 없으니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도 없어.”
류태화는 오석훈의 자리로 다가가 그를 밀치고는 고객 명단을 도경에게 건넸다.
“윤도경 씨.”
“네, 지점장님.”
“지금 바로 고객들께 연락 돌려서 포지션 정리하도록 하세요. 급합니다. 인원 더 데려다 써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류태화가 건네는 고객 명단을 넘겨받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오석훈 대리, 오늘부터 자산관리 업무 배제입니다. 경위서 작성해서 올리세요. 본사로 보내 오석훈 대리의 거취를 물을 겁니다.”
“자, 잘못했습니다. 지점장님 한 번만…….”
“기회는 이미 저기 나간 윤도경이 준 것 같은데? 그 기회를 걷어찬 게 오석훈 대리고.”
류태화는 벌벌 떨고 있는 오석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위서에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할 겁니다. 그게 오석훈 대리가 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니까.”
쾅-
류태화는 그리 말하고는 문을 닫고 방을 나가 버렸고, 오석훈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벌벌 떨며 류태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고생 많았습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류태화의 방을 찾아 그가 맡긴 일에 관해 보고했다.
지난 일주일간 도경은 오석훈의 고객들을 전담해 게임주에 포진해 있던 모든 포지션을 정리했다.
그사이 테이크 게임즈의 개발팀 권고사직 건은 크게 기사화가 되기 시작했고, 시장을 뒤집어놓았다.
[테이크 게임즈 –32%]일주일간 주가의 32%가 내렸다. 테이크 게임즈가 이끌고 올라가던 다른 게임주들도 같은 상황으로 주가가 내렸다.
그리고 하나둘씩 게임 회사들은 인력감축 발표를 내어놓기 시작했다.
발표는 다시 한번 게임주의 폭락을 불러왔다.
그리고 매수의견을 낸 태산증권은 해당 보고서의 발간을 철회하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유성투자증권의 완벽하지만 씁쓸한 승리였다.
“제일 많이 손해 본 고객은…….”
“다행히 대처가 빨라 -13%입니다. 지점장님 덕분입니다.”
류태화가 오석훈의 폭주를 막은 덕에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어디 내 덕분입니까? 도경 씨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류태화는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객들이 화를 많이 냈을 텐데요.”
“화가 많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해하고 최대한 저자세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내가 관리를 잘못해 도경 씨가 감정노동까지 했네요.”
“처음 PB가 되겠다고 했을 때, 다짐했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경의 말에 류태화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지점장님.”
“할 말이 있습니까?”
“오석훈 대리님께서는…….”
도경의 물음에 류태화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본사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회사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
“PB로서 하면 안 될 일만 골라서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그마저도 본인의 선택이니 감내해야겠지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씁쓸한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오늘은 야근하지 말고 일찍 퇴근하도록 하세요. 휴식이 필요할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지점장실을 빠져나왔다.
“후…….”
지점장실을 빠져나온 도경은 건조해진 눈이 뻑뻑한 듯 마른세수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손해는 피했지만, 시장엔 개미투자자들의 비명만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지이잉-
허탈한 듯 걷던 도경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장은 때론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수법으로 무장한 비열한 야만인들의 공격을 받고는 합니다.】
마치 도경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건조한 문체로 쓰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해거름, 날이 어두워 눈앞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내가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나를 공격하러 온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늘 우리를 위협합니다.】
메시지는 프랑스의 속담을 말해왔다.
이번 사건에 알맞은 속담이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위협에서 개와 늑대를 분간할 수 있는 안목을 윤도경 씨가 기를 수 있기를 바랐고, 윤도경 씨는 분간해 낼 안목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였습니다.】
【윤도경 씨의 안목과 용기는 더 많은 피해자를 막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손해를 줄인 고객은 윤도경 씨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입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곁에서 늘 고객님을 응원합니다. VIP 서비스입니다.】
메시지의 마지막 줄은 마치 도경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메시지를 바라보던 도경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너지기보다 잃어버린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으니까.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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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