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7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72화(47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72화
“그러니까 이야기의 순서가 틀렸어.”
다음 날, 도경은 열띤 토론이 오가는 회의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전날 스테판이 제안한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위한 팀이 꾸려졌고, 첫 회의 시간이었다.
“지금 이 팀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팀인데 계속해서 이야기 방향을 투자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단 말이야.”
도경은 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이크.”
“네. 보스.”
“왜 투자 대상을 먼저 이야기하자고 하는 거야?”
30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팀원들의 회의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던 도경은 나서기 시작했다.
교통정리를 해주어야 일이 제대로 굴러가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대상을 투자자로 모실 것인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상품을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령,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는 장기적으로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을 발굴해 추천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물론 그게 틀린 건 아니야. 대부분 IB들이 고객을 유치할 때 그런 방식을 쓰니까.”
IB뿐만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브로커리지(중개) 업무를 하는 투자중개사들은 대부분 그런 방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 하려는 건 그런 게 아니야. 매력적인 상품을 발굴해서 이거에 투자할 대상들을 모으자는 거지.”
혹자는 뭐가 다른 것이냐 묻겠지만, 디테일하게는 달랐다.
매력적인 투자상품을 발굴해 투자 대상을 모으는 것은 운신의 폭이 넓었다.
은퇴를 앞둔 세대든, 젊은 세대든, 돈이 많은 사람이든.
이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누구든 와서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처음 스테판이 의견을 낸 것도 그런 방향인 것 같은데 내가 틀렸나?”
“아닙니다. 보스의 방식이 옳습니다. 결국 지금 이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도 이런 좋은 상품들을 더 발굴해 낼 수 있다고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거니까요.”
물론 미국에서도 중개업무를 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시절에 개인을 상대로 한 투자 중개였기 때문에 그것을 대표 성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맞아. 스테판의 말대로 이건 우리의 데뷔전이야.”
도경은 그렇게 생각하고 이 아이템을 들었을 때 맡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고객에 맞추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다른 의견 있는 사람?”
도경의 물음에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 뜻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이견 없는 것으로 보고, 방향을 그리 정하자고. 다음 회의는 일주일 후, 이 시간 어때?”
“네. 알겠습니다.”
도경의 정리가 있고 나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전엔 그래도 지사장님 혼자 바쁘셔서 점심시간이 외롭지 않았는데, 이젠 좀 외롭네요.”
며칠 후, 점심시간.
도경은 점심 식사 메이트인 이지훈, 김우혁과 함께 휴게실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김우혁이 축 처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그렇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두 사람이 동시에 각자 일에 빠져 있을 줄은 몰랐네요. 이럴 거면 저도 제 자리에서 먹을걸.”
“죄송해요.”
도경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노트북을 덮었다.
이지훈 또한 도경을 따랐고, 김우혁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 식사 시간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식사 시간에도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을 것이었다면 방에서 혼자 먹었으면 될 일이었다.
“아이들과 사모님은 한국으로 들어가셨다면서요?”
도경은 김우혁을 향해 물었는데, 김우혁은 눈썹을 치켜떴다.
“어떻게 아십니까?”
“제가 말씀드렸어요.”
이지훈이 그리 말하자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학이라서요. 애들이 너무 외국에만 오래 있어도 한국 문화를 잊을 것 같아서 한 달 정도 외가에 보냈습니다. 와이프도 슬슬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 같고 해서요.”
“다행이네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한국에 요청할 테니까요.”
“아이고,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김우혁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도경을 바라보았다.
“주말에 뭐 하십니까?”
“설마 또 집으로 초대를…….”
김우혁의 최대 관심사는 도경의 주말인 것 같았다.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이번 주말은 우혁 부장님 집에…….”
“아! 아뇨. 지사장님.”
김우혁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지갑을 꺼냈는데, 그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이게 뭡니까?”
“조셉을 도와주고 받은 대가인데, 이지훈 본부장께 함께 가자고 했더니 거절하셔서요.”
그리 말하며 도경의 앞에 방금 꺼내 든 종이를 내려놓는 김우혁이었다.
도경은 그 종이를 들어 올렸는데, 이내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인터 마이애미 CF vs. 올랜도 SC]김우혁이 내민 것은 MLS(메이저 리그 사커)의 티켓이었다.
그것도 가장 구하기 힘들다는 인터 마이애미의 홈 경기 티켓이었다.
“이거 요즘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네. 한 장당 1,100달러입니다.”
한껏 어깨가 올라간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려 마이애미 더비 티켓이라 더 비싼 것도 있습니다.”
더비(Derby)는 같은 연고지를 가진 구단들의 라이벌전이었다.
그래서 보통의 경기보다 더 치열했고, 팬들의 관심도 컸기 때문에 티켓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장에 140만 원이라니 놀랍긴 하네요.”
“재작년보다 티켓값이 900%가 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메시가 뛰니까요.”
도경의 말에 김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 마이애미는 미국 프로 축구 리그에 속한 팀이었는데, 마이애미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유럽 축구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변방 리그로 불렸던 미국 축구 리그를 단숨에 구글 전 세계 축구팀 검색 1위로 만들어준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역사상 다시 없을 선수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그 주인공이었다.
“거기다가 올 시즌에는 수아레즈까지 합류해서요.”
비록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긴 했지만,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마이애미로 합류하며 티켓값이 3년 전과 대비해 900%나 오른 상태였다.
“그나저나 조셉과 무슨 내기를 하셨길래 이 티켓을 구하셨어요? 제가 알기론 시즌 시작 전부터 모두 매진됐다고 알고 있는데.”
도경은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마이애미에 살다 보니 하루에도 인터 마이애미와 리오넬 메시의 기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얼마나 이들이 미국인들의 관심사를 끌고 있냐면, 메시의 유니폼은 작년 한 해 400억 원어치나 팔렸고, 인터 마이애미 팀이 입은 핑크색 유니폼은 패션 잡지 ‘보그’에서 올해의 패션으로 뽑을 정도였다.
“아! 조셉이 플로리다에 집을 구하는 걸 도와줬습니다. 바보같이 비싼 곳에 들어가려 하길래 값은 더 싸고 더 좋은 집으로 소개해 줬거든요.”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김우혁은 팀원 한 명, 한 명과 스킨십이 뛰어난 관리자였다.
저런 모습 때문에 서울에 있는 최우진이 더더욱 겹쳐 보이기도 했다.
“잘하셨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시겠습니까? 바쁠 때일수록 기분 전환이 중요한데요.”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은 바빴지만, 하루 정도 이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문화의 일부가 되어보는 것도 큰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준 김우혁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좋습니다. 가시죠.”
“이번 주말에 그럼 댁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김우혁은 들뜬 듯 환하게 웃었고, 도경 또한 그런 김우혁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 * *
“이거 입으십시오.”
며칠 후, 주말을 맞아 도경은 마이애미시 북부에 위치한 인터 마이애미의 홈구장에 나와 있었다.
차가 도착하자 김우혁은 뒷좌석에서 쇼핑백을 꺼내 도경에게 하나를 건네고 하나는 자신이 챙겼다.
“이게 뭡니까?’
“어제 시내에 있는 인터 마이애미 스토어에 들려서 사 온 유니폼입니다.”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쇼핑백 안을 살폈는데, 핑크색의 유니폼이 들어 있었다.
도경은 그것을 꺼내 들고 펼쳤는데, 등에는 아주 크게 메시의 이름과 그의 등번호 10번이 박혀 있었다.
“아마 지사장님께는 조금 크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이게 재고가 이것밖에 없어서. 입으시죠.”
뭔가 실행력이 좋은 김우혁을 보며 도경은 이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아 입고 온 상의를 벗어 던지고는 유니폼을 입었다.
“어? 딱 맞네요? 요즘 운동하십니까?”
“네. 맨션에 헬스장이 있더라고요. 할 것도 없고 해서…….”
“이야. 어쩐지 요즘 어깨가 좀 넓어지셨다 싶었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김우혁이 그리 말하고 차에서 내리자 도경은 그를 따라나섰다.
“작년 한 해에 스포츠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이 돌았습니다.”
김우혁은 무언가 도경의 흥미에 맞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듯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기 이 구장의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저기 적혀 있네요.”
“네. 저 이름은 네이션오토와 맺은 구장 명명권을 통해서 저렇게 이름을 지은 거거든요.”
“네이션오토면 자동차 딜러 업체 아닙니까?”
미국에서 꽤 유명한 자동차 소매업체였다.
“네, 놀라지 마십시오. 이 구장에 자신들의 이름을 박기 위해서 매년 2천만 달러씩 지급합니다.”
“네?”
“10년 계약이니 총 2억 달러네요.”
도경은 구장의 이름을 파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크자 놀란 눈치였다.
10년간 약 2,600억 원 규모의 계약이었고, 매년 260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이라니…….
도경은 생각에 잠긴 채 김우혁을 따라 구장으로 입장했다.
어마어마한 인파로 관중석은 꽉 차 있었고, 선수들이 입장하자 구장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나지 않습니까?”
함성에 김우혁의 목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네? 뭐라고요?”
“엄청나지 않냐고요!”
“네! 엄청납니다.”
도경은 저도 모르게 이 분위기에 감화된 것인지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저는 이 스포츠란 산업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김우혁은 도경을 향해 큰 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가장 잘 아는 산업이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이 경기를 어디서 중계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애플TV입니다. 이 MLS의 중계권을 애플이 10년간 3조 2,000억 원을 주고 구매했거든요.”
“네? 3조 2천억이요?”
“네. 놀랍지 않습니까?”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거기에 맞게 MLS는 독자적인 브랜딩과 스토리라인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어요. 고객, 그러니까 팬들을 미치게 만드는 거죠.”
김우혁의 말에 도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필드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들이 입은 분홍색 유니폼과 들고 있는 맥주와 간식.
필드를 찍고 있는 카메라.
모든 것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주는 산업이었다.
“저기 메시입니다!”
김우혁은 그리 소리를 질렀는데, 옆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돌렸는데, 이 구장에서 유일하게 도경만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사장님, 뭐 하십니까? 재미가 없으신가요?”
“미국 프로 스포츠 산업입니다.”
“네?”
“찾았다고요!”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크게 말했고, 김우혁은 의아하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