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73)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73화(473/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73화
“글쎄,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 나아진다는 건 나도 동감해. 특히 대도시 위주로는. 그렇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며칠 후, 도경은 저번 주에 약속되었던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의 회의는 늘 일방적인 것이 아닌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은 있었다.
하지만, 투자상품에 대해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또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보는 과정이니까. 그런 점에서는 매우 좋은 추천이었어.”
팀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던 스테판 그린은 추천한 직원을 향해 그렇게 이야기했다.
“여러 가지 투자상품이 추천되었는데 더 없으면…….”
“나한텐 안 물어보나?”
그렇게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던 팀원들은 가만히 회의를 지켜보던 도경이 입을 열자 의외라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나도 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보스도 이 팀원이니까요. 팀원들이 낸 아이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시길래 준비한 것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도경은 평가자 입장이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듯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자료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주말에 킴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 다녀왔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 흥미롭다는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올랜도와 했던 그 경기 말이죠?”
“맞아.”
“부럽네요. 집에서 TV로 봤는데 메시가 결승 골 넣는 장면을 보고는 나도 저곳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팀원의 말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곳에 직접 방문해 경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도경의 인생에서 첫 스포츠 관람이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내가 모르는 세상도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구나 하고요.”
도경은 준비한 서류를 펼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22년 글로벌 스포츠 시장은 4,861억 달러라는 마켓 사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우리 돈으로 약 633조 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작년, 2023년의 스포츠 시장 규모는 5,214억 달러로 5.2%의 연평균 성장률(CGAR)을 기록했고요.”
모두가 놀란 듯 서류를 바라보았다.
“제가 아는 한 모든 산업을 통틀어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산업은 없습니다.”
“고금리, 고물가와 싸우던 1년이었으니까요.”
스테판이 그리 말을 받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스포츠는 지난 팬데믹 기간에 억눌렸던 것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온 한 해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매출이 증가한 사례입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이 스포츠 산업 시장의 가장 앞에 선 것은 이곳 미국입니다.”
팀원들은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도경이 준비한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국의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는 69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스포츠 시장을 합친 것보다 1.5배가량 더 큰 것이고요.”
미국에는 프로 축구 리그인 MLS, 프로 미식축구리그인 NFL, 프로 농구 리그인 NBA,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이 있었다.
이들의 마켓 사이즈는 우리 돈으로 약 89조 원가량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각종 프랜차이즈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27년까지 매년 11.6%의 매출 증가율을 미국 프로 스포츠 시장이 보일 것이라 예측하고요.”
두 자릿수 매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예측되는 산업은 흔치 않았다.
“우리가 거래하는 주식이나 다른 전통 자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산업인데,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밸류에이션이 수익성과는 관련이 없는 산업이란 점입니다.”
다시 말해 스포츠 팀의 가치가 높다고 해서 매출이 높게 나오는 산업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스포츠 산업은 단기적인 매출 성장보다는 선수들의 스타성과 팀의 성공, 문화 자본과 같은 곳에 많은 자금을 투입합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을 위함이죠.”
도경은 자신의 말에 팀원들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짓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 마이애미에는 리오넬 메시가 왔습니다. 이는 선수의 스타성을 얘기하는 것이죠.”
리오넬 메시는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선수나 다름없었으니까.
“그가 받는 연봉은 6천만 달러(한화 약 785억 원)인데, 이는 인터 마이애미의 1년 매출에 비하면 상당한 지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 마이애미가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스타 선수를 영입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경은 확신을 가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프랜차이즈의 지속가능성.”
팀원들은 이제야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넬 메시로 인해 인터 마이애미라는 구단을 알게 되고, 응원하게 된 팬들은 리오넬 메시가 떠난다고 하더라도 인터 마이애미에 좋은 감정을 가질 것입니다. 몇몇은 떠나지 못하고 응원하고 있겠죠.”
“제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저는 르브론 제임스라는 선수 때문에 마이애미 히트를 응원했지만, 그가 떠나고도 여전히 히트를 응원하죠.”
마이애미 히트는 마이애미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NBA(미국프로농구) 팀이었다.
“마침 스테판이 NBA 이야기를 했으니, 그쪽 이야기도 해볼까요? 피닉스 선즈라는 팀은 2019년에 4,2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당시 이 팀의 가치는 15억 달러였죠.”
몇몇 직원들은 자신이 아는 팀의 이야기가 나오자 반갑다는 듯한 얼굴로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그런데 선즈는 2020년부터 작년인 2030년까지 영업이익이 1,500만 달러로 줄어듭니다. 이건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급여 지출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우리가 속한 주식 세계에서는…….”
“기업가치가 떨어지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피닉스 선즈의 팀 가치는 4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9년보다 25억 달러가 오른 거죠.”
선즈는 NBA 파이널에도 진출하는 등 지출을 늘리자 성적도 덩달아 높아졌고, 이는 팀의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구단의 수익은 단기적으로 줄겠지만, 장기적으론 수익이 올라갑니다. 피닉스 선즈가 이번에 큰돈을 쓰며 팀의 가치를 끌어올린 이유는 바로.”
도경은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2024-25년 시즌을 끝으로 NBA는 중계권 협상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가치를 끌어올릴수록 더 많은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다음 페이지로 서류를 넘긴 도경은 입을 열었다.
“포브스에서 선정한 작년 기준 스포츠 구단 가치 1위가 어디인지 아시는 분?”
“양키스?”
“레이커스가 아닐까요?”
도경은 자신의 물음에 팀원들이 답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댈러스 카우보이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경은 손가락을 튕겼다.
“스테판의 말대로 NFL 구단인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1위입니다. 이들의 가치는 약 90억 달러에 달하죠. 2위는 제이크가 말한 뉴욕 양키스가 70.1억 달러, 3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우승 경험이 있는 구단들이죠.”
“그리고요?”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모으는 팀들이기도 하고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이들은 스타 선수를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 그리고 구단 가치를 끌어올려 프랜차이즈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구단들이죠.”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스포츠 산업은 매력적입니다. 앞서 말했듯 매년 11.6%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고, 이는 장기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큰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윤은 스포츠 구단의 인수 중개를 아이템으로 제시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살 수 있다고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닐 텐데요. 현재 매물로 나온 구단이…….”
여느 때와 같이 여러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었다.
“참! 잉글랜드의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매물로 나왔다고 하던데요. 마침 현재 구단주가 미국인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자체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으니, 인수하기 편할 테고요.”
제이크가 그리 말하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제이크. 저는 처음부터 북미스포츠 시장을 말했습니다.”
“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적인…….”
“알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단이죠. 하지만, 말했듯 기업 가치 1위는 오직 북미에서만 본다는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1위입니다.”
도경은 확신에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스포츠 산업은 자본 집약적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본주의의 성격이 강할수록 더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보고 있고요. 당연히 미국 시장을 다른 곳이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유럽은 다른가요?”
“다릅니다. 유럽 축구 시장은 많은 돈이 오가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순수성을 요구합니다. 오일머니와 헤지펀드의 돈이 들어가면 누구보다 싫어하는 곳이죠.”
대표적으로 독일 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 같은 경우는 ‘50+1’이라는 규정이 있었다.
비상업적 자본이 구단 지분의 51%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골자로 된 규정이었다.
물론 현재는 완화되고 있었지만, 유럽은 스포츠 그 자체가 자본화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 산업은 다릅니다. 흥행이 보장된 라이벌전 같은 경우는 티켓값이 비싸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경기는 티켓값이 쌉니다. TV 중계권료도 같고요.”
도경은 그래서 댈러스 카우보이스나 뉴욕 양키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같은 미국 스포츠 구단이 전 세계 글로벌 스포츠 팀 가치에서 1, 2, 3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본 집약적 산업은 성공하려면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 스포츠 산업이야말로 여타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요.”
더 많은 금액의 스폰서십 계약, 더 많은 금액의 중계권료 계약 등등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이었다.
“저는 우리가 이 스포츠 구단 인수 작업을 중개할 수만 있다면, 많은 수수료 수익과 더불어, 우리가 주식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훌륭한 데뷔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만 있다면, 해야 하는 건이었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는 매물로 나온 스포츠 구단이 없습니다. 팔지 않는 것을 사려고 할 때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돈을 주어야 하고요.”
“마침, 곧 매물로 나올 것 같은 구단이 있더군요.”
“그게 어디입니까?”
팀원의 물음에 도경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입니다.”
* * *
“할아버지, 좀 더 빠르게 던져주세요.”
마이애미 중부의 한 고급 주택촌은 여느 마이애미 주택가와 다르지 않게 따뜻한 기후 탓인지 남부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칠 텐데, 이 할아버지가 나이는 이렇게 먹었어도 왕년에는…….”
“대니.”
손자와 미식축구 공을 주고받으며 캐치볼을 하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며느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루시, 타일러가 다 큰 것 같구나. 이제는 내 공을 척척 받아내고…….”
“대니, 손님이 왔어요.”
“손님?”
며느리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노인은 손자를 보고는 인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타일러, 우리 사이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왔나 보구나. 내일은 좀 더 빠르게 던져주마.”
아쉬워하는 손자를 뒤로하고, 며느리를 따라나서는 노인은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를 찾아올 손님이 있나?”
“앨리게이터즈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나와?”
“네.”
“앨리게이터즈 이야기를 나랑 할 게 뭐가 있지? 어디서 왔다고 하던가?”
“유성인베스트먼츠라고 했어요.”
며느리의 물음에 노인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집의 문 앞으로 가니, 젊은 남자 둘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댄 하워드입니다.”
노인은 자신을 기다리던 남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인사했고, 노인의 손을 맞잡은 남자는 입을 열었다.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스테판 그린이라고 하고요.”
“인베스트먼츠면 투자회사인 것 같은데, 나를 찾아올 이유가 있습니까?”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습니다.”
“미안한데. 나는 앨리게이터즈에서 은퇴한 지 40년이 넘은 노인일 뿐입니다. 그런데 나와 앨리게이터즈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습니까?”
댄 하워드는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고, 그런 그의 물음을 받은 도경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앨리게이터즈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구단주가 되어주시겠습니까?”
도경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댄 하워드는 놀란 듯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도경과 스테판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