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7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75화(47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75화
-미식축구 구단이라…….
다음 날, 오후 늦은 시간.
평소 같았으면 퇴근 후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시간이었지만, 도경과 이지훈 그리고 스테판은 회사에 남아 있었다.
바로 서울에 있는 본사와 화상회의가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유성투자증권 대표 류태화와 IB 본부를 이끄는 부사장과 실무자들이 있었다.
-우리에겐 생소한 투자 대상이네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물론 미식축구는 우리에겐 생소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스포츠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미식축구라는 스포츠를 소비하는 것은 오직 북미 대륙, 그중에서도 미국이 최대 시장입니다만, 벌어들이는 돈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유럽 축구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도경은 한국에서는 꽤 생소한 스포츠인 미식축구 구단을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본사 사람들에게 말하는 중이었다.
“이 딜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우리 유성이 미국에서 하려는 일을 보여주는 출발로 아주 좋은 케이스라서입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라…….
“네. 우리는 미국 금융시장뿐만이 아니라 미국 모든 산업에 대해 자신이 있고, 큰 거래도 추진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줄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이 딜을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딜에 도전할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경험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구하고, 구단을 인수했을 때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들은 아무나 하지 못할 일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거래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미국에서의 사업이 더 편해진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고요.”
첫 중개 업무를 왜 이렇게 큰 거래로 하고 싶은 것인지 말하자 류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브로커를 찾을 때는 큰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 곳을 찾게 될 테니까요. 확실히 시간을 당긴다는 의미가 크긴 합니다.
“네. 거래만 성사시킨다면 수익은 물론이거니와 브로커 업무의 유능성, 우리의 미국에 대한 이해도까지. 이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는 거래입니다.”
-좋습니다. 어쨌거나 미국 지사의 거래는 윤도경 지사장에게 전권이 있으니, 진행하도록 하죠. 도와주어야 할 게 있습니까?
미국 지사의 프로젝트 권한은 모두 도경에게 있었다.
더불어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도경의 것이었고.
“다름이 아니라 본사 IB 본부에서 파악 중인 SI 명단을 공유받고 싶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송구스럽지만, 명단을 받을 수 있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화면 너머의 IB 본부를 이끄는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남도 아니고 같은 식구인데요. 그런데 FI가 아니라 SI라고 하셨습니까?
투자자에는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s)와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s)라는 두 종류가 있었다.
전자인 FI는 말 그대로 재무적 투자자로서 목적은 엑시트(투자 자금 회수)에 있었다.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투자 성과를 원하는 부류였다.
후자인 SI는 전략적 투자자였는데, 투자를 할 때 본인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집단이었다.
가령 스타트업에 자신이 필요한 기술이 있다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출을 원하는 부류를 뜻했다.
“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진출을 원하는 SI가 있을까요? 스포츠를 중점으로요.”
-어렵네요. 국내는 아마 없을 겁니다. 아니, 있더라도 풋볼팀이라는 특성상 관심을 가지지 않을 테고요.
부사장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쪽이나 유럽 쪽 SI를……. 잠시만요.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부사장은 무언가 떠오른 듯 노트북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적당한 사람을 찾은 듯 입을 열었다.
-조금 까다롭긴 한데 우리와 연락이 닿는 SI가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아니고 개인입니다.
“개인이요? 누구죠?”
-윤 지사장님도 아실 겁니다. 피터 얀센입니다.
부사장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떴다.
* * *
“긴장되네요.”
일주일 후, 도경은 마이애미 모처에 있는 고급 맨션의 로비에서 대기 중이었다.
옆에 선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지전적인 인물을 만나게 될 거라고 나도 생각하지 못했어.”
“그것도 보통 인물이 아니죠. 피터 얀센이라니, 피터는…….”
“들어가시죠.”
스테판이 오늘 만나는 상대에 관해 이야기하려던 찰나, 맨션의 보안 직원이 확인이 끝난 것인지 두 사람을 안내했고,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보안 게이트를 통과했다.
“많은 자산가가 마이애미로 온 줄은 알았지만, 피터 얀센도 이곳에 있었네요.”
“그러게. 가까워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션 최상층에 있는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펜트하우스의 일부분이었는데 한 남자가 두 사람을 맞이해 왔다.
“어서 오십시오. 피터 얀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성인베스트먼츠의 윤도경입니다.”
“스테판 그린입니다.”
도경은 피터 얀센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유성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유성인베스트먼츠와는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연락을 받고 당황했습니다.”
“갑작스레 연락을 드려 당황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연락드렸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들어가실까요?”
두 사람은 피터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 마이애미에 있는 최고층 맨션의 펜트하우스다운 웅장한 모습에 도경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피터의 말에 도경과 스테판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 피터는 손에 캔을 세 개 든 채로 다가왔는데,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일 얘기를 할 때 맥주를 마시거든요. 두 분도 괜찮으시겠죠?”
피터의 물음에 스테판은 도경의 눈치를 보았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일을 할 때는 술은 먹지 않는다는 주의였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에게 맞추려 노력했다.
“한국의 증권사에서 나를 만나자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시간을 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하하하, 바쁘진 않습니다. 안식년이거든요. 원래 같았으면 쉬는 중이라 일 얘기는 하지 않았을 텐데. 개인적인 직감이 오늘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휴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피터 얀센은 전설적인 ‘페이팔 마피아’중 한 명이었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이라는 온라인 송금 플랫폼을 만들었던 인원들을 페이팔 마피아라 불렀는데, 그들은 혁신을 가져온 부류 중 하나였다.
피터 얀센은 페이팔을 매각하고 현재는 군사보안 기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그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피터는 현재 벤처투자 회사와 사모펀드를 따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아는데 맞을까요?”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작은 규모의 두 투자회사를 운영 중이죠.”
“좋은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저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다른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줄 뿐이죠.”
“개인적으로 따로 투자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두 회사를 통한 것 말고요?”
“네.”
도경의 물음에 피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피터는 혹시 풋볼을 좋아하십니까?”
“하하하, 윤은 내가 어디 출신인지 아시는 것 같군요. 보통 미국인에겐 물어보지 않을 질문이니까요.”
도경은 가만히 피터를 바라보았다.
“저는 독일 출신이긴 합니다만, 이젠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풋볼은 아주 좋아하고요. 대학교 때는 학교 팀을 응원하느라 낙제까지 받았습니다.”
피터의 답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출신지 때문에 던진 질문은 아닙니다. 그저 피터가 풋볼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게 왜 중요하죠?”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스를 인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도경의 말에 피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는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 미안합니다. 너무 당혹스러운 제안이라.”
“이해합니다.”
“앨리게이터스가 매물로 나왔나요?”
“곧 나올 것 같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스테판은 준비한 서류를 피터의 앞에 내려놓았고, 피터는 재빠르게 서류를 들어 올려 읽어 내려갔다.
“뉴스는 봤습니다만,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군요. 역시 미국 프로스포츠는 가장 자본주의적이면서도 사회주의적입니다. 다른 구단주들이 한 구단주에게 구단 매각을 요구한다니…….”
미국 스포츠 대부분이 그런 문화였다.
“프랜차이즈를 키우겠다는 일념하에 움직이는 집단입니다. 오히려 더 자본주의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역설적이네요.”
도경의 말에 피터는 재미있다는 듯 답하면서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풋볼을 보는 것만 좋아했지, 리그의 룰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아는 게 하나 있습니다. NFL은 사모펀드의 구단 소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고요.”
피터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었죠.”
“그랬었다고요?”
“네, 다른 프로리그의 모습을 보고 지금은 꽤 완화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터의 말마따나 NFL은 사모펀드의 진출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
“최근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32인 이하의 집단이 소유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더불어 한 사람이 30%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돈이 돌아야 그들도 리그가 더 흥행한다는 것을 배웠군요.”
NBA(농구)나 MLB(야구), MLS(축구)로 사모펀드들이 진출하며 구단들은 좀 더 풍족해졌고, 그를 토대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의 MLS행도 그와 같은 변화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저는 사모펀드 형태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없다고요?”
“네. 컨소시엄을 만들 계획이죠.”
“컨소시엄이라…….”
“저희 유성은 7억 달러가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앨리게이터스의 예상 매각가는요?”
“60억 달러가량 될 것 같습니다.”
막힘없는 도경의 답에 피터는 주억거리며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조금 전에 한 사람이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할 예정입니까?”
“피터입니다.”
도경의 말에 피터는 피식 웃었다.
“마치 내가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처럼 얘기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렇게 가정하고, 또 다른 멤버는요?”
“인수 이후 구단을 운영할 구단주로는 댄 하워드가 있습니다. 댄은 약 9천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댄 하워드? 앨리게이터스의 레전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뭔가 굉장히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느낀 피터는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 도경을 바라보았다.
“셋이 다인가요? 내가 감당하기엔…….”
“현재 다른 팀에서 윈덤 호텔 그룹과 협상 중입니다.”
이 시각 이지훈과 다른 팀원들은 윈덤과 만나 협상 중이었다.
윈덤과는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 빌딩을 함께 지으며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나누던 찰나에 도경은 그들을 이 거래에 합류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윈덤이요? 호텔 그룹이 NFL 구단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경기장 주변을 종합 문화 구역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호텔과 쇼핑몰, 극장 등 그곳에서 모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요.”
피터 얀센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저는 이 마이애미라는 도시 하면 해변과 함께 앨리게이터스를 모두가 떠올리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앨리게이터스가 단순 풋볼팀이 아닌 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더 할 것이고요.”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충성도 높은 팬들이야말로 돈으로 돌아오는 산업이 스포츠니까요.”
“내가 얻게 되는 것은요?”
“글쎄요. 저희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구단에서 나오는 수익의 분배입니다. 물론 많은 금액은 아닐 겁니다. 다만.”
도경은 숨을 고르고는 다시 천천히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20년 후, 앨리게이터스의 가치는 지금 들인 금액의 수 배, 수십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피터는 환하게 웃었다.
“좋네요. 재미있습니다. 지금 답변을 드려야 할까요?”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숙고할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서류는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대외비니…….”
“걱정하지 마세요.”
피터의 말에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디 함께하게 되길 바랍니다.”
피터는 도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받아들일까요?”
맨션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차를 향해 이동 중이었는데, 스테판은 걱정이라는 듯 물었다.
“글쎄.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부류잖아. 저 페이팔 마피아들은.”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독특했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의중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설명을 다 했으니, 기다려 보자고. 일단 사무실에가서 피터가 거절했을 때의 대안을 생각해 볼까?”
“네. 알겠습니다.”
지이잉-
그때, 도경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안 해도 되겠는데.”
“네?”
도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스테판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피터입니다. 제 개인 자산 30억 달러면 될까요? 합류하고 싶습니다.]“벌써요?”
“말했잖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다시 피터의 팬트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고, 스테판 또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