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7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79화(47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79화
“어서 오십시오.”
이틀 후, 도경은 마이애미를 떠나 같은 플로리다에 위치한 탬파로 와 있었다.
탬파 국제공항 바로 앞에 있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홈구장을 찾았는데, 여타 다른 NFL 팀과 같이 구장 안에 구단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프런트의 사무실이 있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레이저 가문의 일원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부끄럽군요. 앉으실까요?”
상대의 말에 도경과 스테판은 자리에 앉았다. 오늘 두 사람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른 NFL 팀의 구단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버커니어스의 구단주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 가문의 일원이었다.
“먼저 저희 유성에게 시간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시즌 전에는 늘 이곳에 있으니까요. 오히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상대의 말에 도경과 스테판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글레이저 가문은 미국에서 손꼽는 기업가 가문이었는데, NFL(프로미식축구) 구단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소유한 가문이었다.
그리고 팬들에게는 악명이 높은 가문이기도 했고.
“존경스럽습니다. 물론 다른 구단주분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구단의 일은 사장에게 맡겨두는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지요. 하지만 적어도 시즌 전에 한 해의 플랜을 짜는 건 제 손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레이저 가문은 팬들에게 양면적인 감정을 가져다주는 오너 가문으로 유명했다.
그들은 구단을 인수하고 재빠르게 재정적인 측면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버커니어스나 맨유나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주에 오른 이후 구단의 연간 매출이 대폭 늘어났으니까.
특히 버커니어스 같은 경우는 이곳 스타디움을 리모델링하고,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인수 5년 만에 구단을 슈퍼볼에서 우승시키며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풋볼 팬으로서 버커니어스가 늘 부러웠습니다. 꾸준히 성적을 내주는 구단주와 함께한다는 점에서요.”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상대는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우리 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하지만, 당연히 그 반대급부의 평가도 뒤따랐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으로 구단의 부채를 늘리고, 미래를 보지 않는 고액 연봉 선수들의 영입으로 인해 구단의 재정 상태는 매년 악화되고 있었고, 선수단도 매년 질적 하락이 일어났다.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스테판의 말에 상대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두 분이 저를 찾아오신 이유는 앨리게이터즈 때문이겠지요?”
앨리게이터즈의 공개매각 선언 이후부터 언론에서는 단 하루도 앨리게이터즈의 기사가 빠지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가 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측에서는 더 많은 입찰액을 제시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만날 이유가 있습니까? 자연스레 인수를…… 마이크가 문제군요?”
무언가 말을 하려던 상대는 연유를 알겠다는 듯 말해왔고, 도경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토니는 우리 구단주들 사이에서도 골칫거리인 사람입니다. 종잡을 수가 없죠. 그는 정말이지…….”
상대는 말끝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경은 알 수 있었다.
마이크 토니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설사 규칙을 어기고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의 패배를 지시하고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는 고의 패배를 한 감독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팀의 이익을 위해 패배하면서도 교묘하게 자신은 무혐의로 빠져나가기 위함이었다.
“이번엔 무슨 일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가 파악하고 추측건대 상대보다 입찰가가 더 높습니다. 일전의 매각 조건도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는 측에게 매각하기로 했고요.”
도경의 말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토니뿐만 아니라 이 미국 어느 스포츠 팀이든 많은 돈을 부르는 측이 승자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마이크는 저희와 협상장에서 미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묘한 반응이라면?”
“단순 가격만을 보지 않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전임 구단주가 구단을 떠나며 더 이상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상대를 가리겠다는 말을 한 적은 있습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마이크의 뜻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도경의 말에 상대는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
“마이크의 속뜻은 알 수 없습니다만, 제가 오늘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저희는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금액을 써내었다는 겁니다.”
도경의 말에 상대는 흥미가 간다는 듯 집중했다.
“저는 NFL 사무국과 다른 구단주들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NFL의 프랜차이즈 가치를 올리기 위해 여러분들이 노력하시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글레이저 가문이 지금 욕을 먹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필연적으로 팬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일들을 동반해야 하니까.
도경은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저들이 그 일을 선택한 이유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저희는 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상업 프로 리그들보다 NFL의 브랜드 가치를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제안을 했습니다.”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를 제안하신 겁니까?”
“63억 달러입니다.”
컨소시엄의 입찰액을 들은 상대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 * *
“저는 보스께서 이 상황에서 왜 버커니어스와 재규어스의 구단주를 만나신 건지 알고 싶습니다.”
닷새 후, 지난 며칠간의 출장을 마치고 마이애미로 돌아온 도경은 스테판의 물음에 의아한 얼굴로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지난 닷새간 잘 따라다녀 놓고?”
“그것은…….”
“나는 스테판이 내 뜻을 이해하고 같이 다니는 건 줄 알았는데.”
“추측하기만 할 뿐입니다.”
“추측한 걸 들어볼까?”
스테판은 지난 며칠간 도경의 행적을 곱씹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버커니어스와 재규어의 구단주를 만났을 때, 보스께서는 계속해서 그들이 프랜차이즈의 브랜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구단은 마이애미와 같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NFL 구단들이었다.
“감히 예상하건대 보스께선 그들이 다른 구단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셨을 겁니다.”
도경은 눈웃음을 지으며 스테판의 말에 집중했다.
“더불어 자신이 소유한 구단의 가치가 타인에 의해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구단주들의 마음을 이용하셨겠죠.”
도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정확해. NFL의 구단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구단의 가치가 더 오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야. 알다시피 그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구단뿐일 테니까. 대부분 구단주가 그래.”
가령 한 구단주는 보석 사업을 해 막대한 부를 저축했다.
그러고서 보석 사업을 정리하고, 그는 구단을 인수한 케이스였다.
그에게 스포츠 구단은 자신의 부를 더 키워줄 신산업이라고 봤다. 실제로 그는 보석 사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럼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뭘까?”
“다른 구단들의 가치도 함께 오르며 최후엔 NFL 전체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겠죠.”
“그거야!”
도경은 엄지를 살짝 치켜들어 보이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워싱턴 커맨더스가 사상 최고 금액에 팔렸을 때, 매각을 한 구단주보다 다른 구단주들이 더 좋아했다더군.”
“자신들보다 가치가 낮았던 구단이 비싸게 팔려서인가요?”
“그렇지. 그렇다면, 그들은 앞으로 다른 구단들이 계속해서 그걸 깨주길 바랄 거야.”
구단이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건 앞으로 산업의 가치를 모두가 높게 본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스테판, 네 말대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지이잉-
그때, 도경과 스테판의 전화에 동시에 진동이 울렸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면을 확인했다.
“보, 보스…….”
스테판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속보] 앨리게이터즈 새 구단주에 션 맨데스」
「[속보] 마이클 토니, 션 맨데스에 앨리게이터즈 판다」
「[속보] 앨리게이터즈 60억 8천만 달러에 거래.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고가 기록」
“스테판, 내일 컨소시엄 구성원들을 모아줘.”
도경은 굳은 얼굴로 말했고, 스테판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말도 안 됩니다. 60억 8천만 달러? 우리가 63억 달러를 제안했는데, 우리의 제안을 걷어차다니요.”
다음 날, 도경은 컨소시엄 멤버들과 긴급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가장 조심스러웠던 윈덤 호텔 그룹 측에서는 누구보다 이 사안에 화를 내고 있었다.
“애초에 공개 매각 선언을 하며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높은 금액을 제안하는 쪽에 판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습니다.”
윈덤 측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을 때 이상하긴 했습니다. 마이크가 갑자기 자신의 조건을 달아 왔으니까요.”
댄 하워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모르긴 몰라도 둘 사이에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가 아는 마이크는…….”
댄 하워드는 뒷말을 흐렸지만, 모두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이렇게 되었지만, 우리의 도전은 훌륭했네요.”
피터 얀센은 늘 그렇듯 여유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결과이니, 아쉽지만…….”
“아뇨. 바꿀 수 있는 결과입니다.”
모두가 피터의 말에 납득하려던 그때, 도경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며칠 전, 마이크 토니를 만났을 때 그의 반응을 보고 느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원한다는 얼굴이었죠.”
도경의 말에 그날 함께했던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댄의 말에도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지만, 도경이 그리 말하자 확신으로 변했다.
“그래서 우리 유성은 이후 스텝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생각이라면…….”
“변한 마이크의 스탠스 그리고 우리가 업계에서 본 나인캐피털의 션 맨데스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일을 꾸밀 수 있다고요.”
션 맨데스는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들의 자본이 우리보다 많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뒤로 무언갈 하겠죠.”
“설령 그렇다고 해도 무슨 방법이 있는 거죠?”
“이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다른 NFL 팀 구단주입니다.”
도경의 말에 몇몇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댄 하워드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이번 거래를 승인받지 못하도록…….”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이지훈이 들어왔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지금 NFL 긴급회의가 소집되었고 곧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지훈의 말에 스테판은 테이블 위에 있는 리모컨을 들어 올려 TV를 틀었고, 화면에는 NFL의 커미셔너(Commissioner, 최고책임자)가 나와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이번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매각과 관련해 어제 앨리게이터즈로부터 사무국으로 매각합의서가 도착했고, 금일 사무국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각 구단주와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TV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했다.
[NFL 규정에 따라 NFL 구단을 인수하려면 앨리게이터즈를 제외한 31개 구단주의 3/4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NFL은 32개 구단으로 구성된 주식회사였다. 각 구단주는 그에 따른 의결권이 있었다.
[긴급회의 결과 앨리게이터즈 매각과 관련해 찬성 12표, 반대 19로 앨리게이터즈의 매각이 승인되지 않았음을 발표합니다.]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도경은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
“네, 네?”
멍하니 서 있던 스테판은 놀란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마이크 토니와 협상을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일정 잡아줘.”
“네, 알겠습니다.”
스테판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자 도경은 결연한 얼굴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