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8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82화(48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82화
“그린 앤 오렌지! 태양과 바다!”
한 달 후, 도경은 마이애미 중심지에 있는 시내를 걷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인파에 둘러싸인 상태였다.
“엄청난데?”
도경은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스테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
“스테판!”
“네, 네?”
도경은 피식 웃었다.
“네가 이 분위기에 함께 휩쓸려 가면 어떡해?”
기실 오늘 도경과 스테판은 함께 마이애미의 홈구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NFL 시즌 개막일이자, 인수 이후 앨리게이터즈의 첫 홈경기 날이었다.
마이애미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전철인 메트로 레일에서 내린 두 사람은 홈구장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목적지가 같은 앨리게이터즈 팬들로 구장으로 향하는 길은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그들은 목청껏 앨리게이터즈의 응원가를 부르며 구장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오히려 보스가 잘 모르시는데요.”
“내가?”
“네. 오늘 홈경기의 티켓 가격이 얼만지 아십니까?”
“글쎄?”
“일반석이 무려 250달러입니다.”
도경은 두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늘은 라이벌전도 아니었다. 물론 홈경기 개막전이라는 특수성은 있긴 했지만, 우리 돈으로 약 32만 원에 달하는 티켓값은 놀라웠다.
그것도 가장 등급이 낮은 일반석이 말이다.
“작년 앨리게이터즈 홈경기 평균 티켓 가격이 140달러였으니, 어마어마한 성공이라고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큰돈을 주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앨리게이터즈가 승리하길 바라겠죠. 그렇다면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도 즐기는 겁니다.”
스테판은 도경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듯 그리 말하고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린 앤 오렌지!”
그러고는 우렁차게 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불렀는데,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댄 하워드의 집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걸어 구장에 도착하자마자 폐쇄된 주차장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한 동이 폐쇄되었는데도 여전히 차량 수용 능력을 보여주네요.”
“그러게.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구단에서 메트로 레일과 협력해서 홈경기 때 메트로 레일을 이용하면 특별한 상품들을 주기로 했다더라고요.”
“그래?”
“네, 이겁니다.”
스테판은 주머니에서 전철의 티켓을 꺼내 흔들었다.
“이걸 입장할 때 주면 타이릭 미첼의 보블헤드를 준다네요.”
앨리게이터즈 인수 전부터 계획했던 것들이 인수 직후부터 실행 중이었다.
그중 가장 급한 것이 주차장 부지 문제였는데, 주차장 한 동을 폐쇄하고 그곳에 지하와 지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 빌딩을 짓고 있었다.
미국은 아무래도 차로 이동하는 게 매우 편한 나라였기 때문에 주차장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주차장 부지의 개발도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렇게 흰색 천막으로 가려놓는 것보다는 우리 구단 선수들의 사진이나 구단과 관련된 가림막이 더 낫지 않겠어?”
도경은 주차 빌딩 공사로 인해 둘러져 있는 가림막을 보며 말했다.
흰색 가림막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흉물스럽진 않았지만, 썩 유쾌한 그림도 아니었다.
“어! 좋겠네요. 그 문제는 내일 출근해서 구단 측에 제안해 보겠습니다.”
유성은 앨리게이터즈의 주주였기 때문에 구단과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VIP석 게이트를 통해 구장으로 들어갔다.
“VIP석도 꽉 찼네?”
“네. 오늘은 개막전이라 몇몇 유명 인사들을 제외하면 초대권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이렇게 VIP석이 풀로 찬 거 보면…….”
앨리게이터즈의 VIP석 티켓은 2,500달러가 넘는 고가였음에도 만석을 기록했다.
“확실히 도시에 전국에서 유입된 부유층들이 늘어난 것 같습…… 어?”
무언가 말을 이어나가던 스테판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었는데, 도경은 스테판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도경의 입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왔고 이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 모두 놀란 얼굴이었다.
* * *
“대표님, 윤도경입니다.”
-윤 이사, 고생 많았습니다.
며칠 후, 퇴근 후 도경은 서재에 앉아 모니터 화면 위에 있는 화상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닙니다. 서울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일을 좀 편하게 진행했습니다.”
화면 너머에서는 유성투자증권의 대표 류태화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보고드리겠습니다.”
도경은 앨리게이터 인수와 관련해 있었던 일과 인수 이후 앨리게이터즈의 방향성과 관련한 보고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각 구단주가 서로의 분야를 맡게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사실상 구단의 업무는 단장이 경영할 테지만, 구단주들의 결정이 필요할 때는 댄 하워드가 선수와 풋볼과 관련된 부문을, 피터 얀센은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 결정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피터 얀센의 입장에서는 내주기 어려웠을 텐데요.
앨리게이터즈는 공동 구단주 체제였다.
풋볼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선수 출신이자 구단의 고문 출신인 댄 하워드가 맡고 이외의 경영에 대해선 피터 얀센이 결정권을 담당했다.
-가장 많은 돈을 썼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과 관련해 댄 하워드는 모든 결정권을 피터 얀센이 가지는 게 맞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피터 얀센이 도와달라 요청한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피터는 풋볼과 관련하여는 팬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구단의 방향성을 위해서는 좋은 부분이었다.
“댄 하워드의 나이가 있기 때문에 3년간 공동 구단주 체제를 유지하며 피터가 풋볼 업무에 익숙해지면, 댄이 은퇴하고 피터 1인 구단주 체제로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좋네요. 스포츠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구단주로 들어와 구단을 망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니까요.
류태화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NFL은 난리가 났던걸요?
화면 너머 류태화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NFL 사무국이 팬층 확장을 위해서 세계화를 노린다고 들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저도 놀랐습니다.”
-그것도 하필 앨리게이터즈의 홈경기였어요.
기실, 며칠 전 앨리게이터즈의 홈 개막전에 간 도경과 스테판은 심장이 멎을 뻔했다.
자신들이 앉은 VIP석 근처에 타임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테일러 스위프트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네. 홈 개막경기 상대가 치프스였는데, 치프스의 타이트 엔드(포지션) 트래비스 켈시가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라고 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아니, 전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었다.
그는 ‘디 에라스(The Eras)’라고 이름을 지은 콘서트 투어를 진행 중이었는데, 150번이 넘는 공연을 하며 역사상 최고 콘서트 투어 금액을 기록하고 있었다.
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면 19억 달러(우리 돈 약 2조 5천억 원)가 넘는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마이애미의 선수가 아닌 게 아쉽습니다만,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었다죠?
“네.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인 켈시 같은 경우에는 유니폼 판매량이 40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고…….”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켈시가 소속된 캔자스 시티 치프스의 티켓값이 40% 이상 올랐습니다. 더 나아가 12~17세 여성의 NFL 중계 시청률이 약 50%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알기론 NFL이 더는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없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NFL은 몇 경기를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하는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국은 럭비라는 스포츠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비슷한 미식축구에 대해 거부감이 적었기 때문이다.
“네. 그런데 이제는 방향을 한 가지 더 가졌습니다. 어린 여성 팬층의 유입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효과는 대단했다.
그가 공연을 하는 도시마다 관광객이 몰려 교통, 숙박, 식당 서비스업의 매출이 갑작스레 증대되어 스위프트와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스위프트 노믹스(Swiftnomics)라는 말이 생겼는데, 이 경제적 효과를 NFL도 누리고 있었다.
“실제로 앨리게이터즈 또한 어린 여성 팬들의 유입이 기존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낙수효과를 입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구단 측에서도 해당 세대를 타깃으로 여러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NFL에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윤 이사를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화면 너머 류태화는 뿌듯함을 느끼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치 이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 시기가 적절할 때 투자를 단행하고 또, 그걸 성공하고요.
“과찬이십니다. 운이 따라주었습니다.”
-하하하, 과찬이 아닙니다. 운일 수도 있겠죠. 설마 테일러 스위프트가 앨리게이터즈 홈 개막전에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게 우리가 인수 이후 일어났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설령 도경의 말대로 그것이 운에 의한 요소였다고 해도, 인수 이후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은 도경의 공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내부의 반대 의견을 모두 묵살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재료이기도 하고, 다음번에 윤 이사가 또 다른 모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업적이기도 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기적인 성과만큼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게 없으니까.
-정말이지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사회에 보고하면 모두가 좋아하겠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물론이죠. 제가 최대한 호들갑을 떨어보겠습니다.
류태화의 농담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제는 류태화도 여유가 많이 생긴 모습이었다.
-퇴근 이후 나에게 보고를 한다고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에 또 일이 있으면 연락합시다.
“네. 대표님, 들어가십시오.”
도경은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후…….”
보고를 마친 도경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의 해가 저물자, 도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션 드라이브를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의 불빛은 마치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그리고 거리에는 여러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은 앨리게이터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제는 이 도시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인데.”
도경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들 모두가 앨리게이터스를 응원하고 유니폼을 입고 다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지역사회에 기여할 게 없는지 알아봐야겠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퇴근 이후 업무를 하는 것이었지만,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고 그저 이 시간이 행복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