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8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85화(48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85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 Public Investment Fund)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소유한 국부펀드다.
PIF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펀드였는데, 약 6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790조 원가량의 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PIF요?”
도경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향해 되물어오는 스테판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뭘 그렇게 놀라?”
“아니…… PIF는 결국 사우디의 돈이라는 말이잖아요.”
사우디아라비아는 ‘페트로 달러’ 다시 말해, 오일 머니 체제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나라였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중심 경제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PIF였다.
“PIF가 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보스가 모를 리는 없으시고요.”
“모를 수가 없지.”
‘석유 중심 경제체제 탈피’라는 중심 과제 아래 PIF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의 자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이자 전 세계 최대 석유 생산 기업인 ‘아람코’의 지분에서 비롯되었는데, 석유를 판 돈으로 여러 분야에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내의 인프라에 투자를 했다. 항만을 비롯해,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공사라는 ‘네옴시티’에 대한 투자가 있었다.
“마사요시 손과 함께 SB비전펀드를 만든 곳이라고요!”
그리고 PIF는 업계의 뛰어난 투자자와 힘을 합쳐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벤처 캐피털 펀드’로 애플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펀드를 시작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그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기업들로 우버, 쿠팡, 도어대시 등이 투자를 받고 성장했다.
더불어 엔비디아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는데, 스테판의 말마따나 이 시장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곳이었다.
“그런 PIF의 이름을 들었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하하하, 그들이 우리한테 돈을 맡긴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놀랄 필요까지야 있나?”
도경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스테판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거나 말했듯 그들은 투자처를 찾고 있어. 중개인에 따르면 헤지펀드에서 운용 중인 상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도 되겠습니까?”
“일단 이야기 나온 것은 9억 달러.”
도경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란 스테판이었다.
펀드들의 주요 투자자가 기관투자자였지만, 그중에서도 9억 달러는 규모가 상당히 컸다.
“만약 우리가 굴린다면 단숨에 운용 규모가 웬만한 회사보다는 크겠네요.”
“그렇지.”
“그럼 펀드의 구성은 뮤추얼펀드로…….”
“아니, 헤지펀드로 할 거야.”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는 투자자 모집 형태부터가 성격이 완전 달랐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모으는 사모형이었고, 일반적인 펀드인 뮤추얼펀드는 공무형이었다.
거기에 수익 평가도 달랐는데, 헤지펀드는 절대 수익을 추구해 시장수익률을 이기는 방식이었고, 뮤추얼펀드는 비교지수를 두고 상대적인 평가를 했다.
“스테판, 네가 PIF라면 네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겠지?”
“…….”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뮤추얼펀드는 규제도 너무 강력하고요.”
스테판의 말마따나 뮤츄얼은 개인투자자 다수가 가입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규제가 강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주식, 채권, 머니마켓펀드 등에 투자했고, 레버리지나 공매도 등은 할 수 없었다.
반대로 헤지펀드의 경우는 규제가 적었기 때문에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투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투자를 했고, 레버리지와 공매도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쓸 수 있었다.
“맞아. 규제가 강하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거야.”
“네, 보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규제가 적으니, 공시를 해야 할 의무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는 유성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숨길 수 있었다.
PIF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어디에 간접투자를 하는지 숨길 수 있었고.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이런 방식을 선호했다.
“등록상 우리도 헤지펀드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스테판은 바로 절차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는 플로리다주에 LP(유한책임회사)로 설립등기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했다.
더군다나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요구한 조건 또한 충족했다.
“좋아, 그럼 헤지펀드로 가기로 하고…….”
“이참에 우리도 대표 상품을 출시하는 게 어떻습니까?”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대표 상품이라니?”
“자산운용사는 저마다 메인에 대표 상품을 두고 있는 걸 아실 겁니다.”
“그렇지.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나, 레이 달리오의 오메가 펀드 같은 것 말이지?”
“네. 그 펀드들은 오랜 기간 여러 시장에서 활동하며 점점 더 위상이 커졌습니다. 우리도 한번 결성하고 잊히는 펀드가 아닌, 우리 유성만의 오리지널 펀드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경은 180도 달라진 얼굴로 진지하게 말해오는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스테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살아남고, 장기적으로 유성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대표 상품이 있어야 했다.
오랫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신화가 되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요소였으니까.
“스테판, 내 생각은 달라.”
도경은 조심스레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대표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네 말에는 100% 동감해. 하지만, 우리가 이걸 대표 상품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펀드를 구성하고 오랜 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면 모두가 우리의 대표 상품으로 인식하는 거지.”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테판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방식이 달라야 했다. 우리 스스로가 아닌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드는 것.
“우리가 대표 상품이라 말하는 게 아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보자고.”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스테판 너는 펀드 운용팀을 이끌게 될 거야.”
파격적인 배정이었지만, 스테판은 놀랄 시간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은 네 손으로 뽑아. 너를 포함해서 여섯이면 되겠지? 나까지 일곱 명.”
“네. 충분합니다.”
“좋아. 다음 주에 펀드 구성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PIF는 한 달 후쯤 공식으로 나설 거라고 해. 빠르게 움직이자고.”
도경의 지시에 스테판은 빠르게 자신의 팀을 구성하러 갔고, 도경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펀드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 * *
“펀드 전략이 중요해.”
그날 저녁, 퇴근을 한 도경은 서재에 앉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방 한편에는 습관적으로 켜둔 TV에서 경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실 투자전략은 무궁무진한데…… 나의 장점이 뭘까?”
헤지펀드에는 여러 가지 투자전략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량한 종목에 투자(롱)하면서, 과대평가된 종목에 공매도(숏)를 하는 롱숏 전략.
주가와 파생상품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차익거래(Arbitrage, 아비트라지) 전략.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학적 모델을 생성해서 투자하는 퀀트 등.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로서는 사실 어떤 방식을 하든 수익만 내면 됐다.
“내 장점이 곧 우리의 투자전략이 될 거야.”
시장 수익률을 이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경은 시장 수익률을 이기기 위해서는 펀드 매니저인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장점…….”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방 한편에 있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섰다.
[매크로(Macro, 거시경제)]매크로는 거시경제.
다시 말해, 전 세계 경제 흐름의 변수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변수에는 GDP, 물가, 금리, 환율, 지리적 특성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도경은 자신의 장점이 매크로 분석이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투자를 해왔으니까.”
도경의 투자 방식은 그동안 사건을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 그것을 추측하고 롱숏 전략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켜 왔다.
“메인은 주식.”
매크로 펀드에도 여러 가지 투자 대상이 있었다.
통화, 채권, 주식, 원자재, 파생상품 등 사실상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되었다.
도경이 가장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이었다.
물론 다른 것들도 아예 배제하진 않을 거지만, 메인 투자 대상은 주식이어야 했다.
“매크로 펀드로 가야겠어.”
대표적으로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격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가 매크로 펀드였다.
가장 잘하는 것을 하더라도 성공이 불확실한 업계였다. 그런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는 금물이라 생각했다.
“바로 첫 투자 분야부터…….”
펀드의 성격을 정한 도경은 더 이상 고민은 없다는 듯 펀드가 투자할 산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망설임 없이 화이트보드에 여러 산업군을 적어놓고는 가만히 서서 화이트보드를 노려보았다.
“올해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은 피해 간다.”
그리 혼잣말을 내뱉은 도경은 화이트보드에 적힌 산업군을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약세가 전망되는 산업군이라던가, 아직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산업군들이 제외되었다.
[제약, 헬스케어, 인공지능]그렇게 소거하다 보니 몇 가지 남지 않은 산업군을 보며 도경은 고민에 빠졌다.
“매력적이지 않은데.”
각 산업군은 올해 기대되는 기술의 발전들이 있었고, 분명 몇몇 기업은 어마어마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도경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속보입니다. 홍해를 지나는 머스크의 컨테이너선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그때, 한쪽에 틀어 둔 TV에서 속보가 흘러나왔고, 팔짱을 낀 채로 유심히 뉴스를 보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이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씩 주세요.”
며칠 후, 마이애미 금융 거리.
아침 일찍 출근을 하던 스테판 그린은 사무실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침을 구매했다.
이곳은 이 금융 거리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아침부터 포장을 해가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스테판 또한 이곳에서 산 베이글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그거 들었어?”
“뭐?”
주문한 포장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찰나, 스테판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PIF 중개인이 헤지펀드 여러 곳을 만나고 다닌다던데? 어제는 캐롤라인 우드를 만났다더라고.”
“캐롤라인? 한물갔잖아.”
캐롤라인 우드는 혁신산업에 투자를 하는 펀드로 유명한 펀드 매니저였다.
“근데 사우디도 SB랑 비전펀드를 만든 걸 보면, 혁신산업에 투자하는 걸 좋아해.”
“하기야, 결이 잘 맞긴 하겠네.”
“주문하신 음료와 음식 나왔습니다.”
한참 이야기에 집중하던 스테판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포장을 받아서 들고는 걸음을 옮겼다.
“거물들을 만나고 다닐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이름값들이 대단하네.”
걱정이 섞인 혼잣말을 하던 스테판은 이내 근심을 던져 버린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보스가 더 대단할걸. 다들 놀라지나 말라고.”
스테판은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충 가방을 던져놓고는 자료와 음식들을 챙겨 사무실 한쪽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가자 몇몇 직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도 베이글이야?”
이제는 함께 펀드 운용팀에 속하게 된 동료 제이크가 묻자 스테판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넌 그 풀떼기네.”
제이크의 앞에는 스윗그린의 샐러드 보울이 놓여 있었다.
“건강해야지.”
두 사람은 피식 웃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채우고 나니, 도경이 회의실로 들어왔는데, 모두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도경의 손에도 간단한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기실, 유성투자증권은 아침 회의를 남들보다 일찍 했기 때문에 식삿거리를 챙겨와도 된다고 도경이 지시했었다.
“자, 다들 왔지?”
도경의 물음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펀드 운용팀의 첫 회의였는데, 투자전략과 투자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었다.
오늘은 도경이 어떤 발표로 자신에게 놀라움을 줄까 기대하는 얼굴로 스테판은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 먼저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도경은 노트북 화면을 커다란 스크린에 연결하고는 자료를 띄웠다.
“내가 추구하는 우리 펀드의 투자전략은 매크로 펀드이며, 첫 투자 실행은 정유산업에…….”
잔뜩 기대하던 얼굴로 도경의 발표를 지켜보던 스테판의 얼굴은 도경의 입에서 산업군이 나오자마자 굳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