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8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486화(48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86화
“추우시죠?”
며칠 후, 도경은 스테판과 함께 외부로 출장을 나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걷는 도중, 스테판은 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게. 마이애미가 다 좋은데, 마이애미를 벗어나면 바뀌는 날씨가 적응이 안 되네.”
“그래도 여기 텍사스가 뉴욕보다는 따뜻하니 다행이네요.”
도경과 스테판은 마이애미를 떠나 중부에 위치한 텍사스로 출장을 와 있었다.
이곳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퍼미안 분지였는데, 며칠 전 도경이 발표한 이후 말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스테판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왔다.
“스테판!”
그때, 멀리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른 사람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맥스!”
스테판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자가 반가운 것인지 포옹하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텍사스를 떠나서는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너 필요할 때만 연락하기야?”
상대의 말에 스테판은 미안함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자리를 잡느라 힘들었어.”
“잘 살아 있었지?”
“그럼. 여전히 자리를 잡으려 노력 중이지만…… 그래서 네가 좀 도와줘야겠어.”
“물론이지. 그런데 이분은…….”
“아!”
도경의 존재를 잊은 듯 반갑게 인사를 하던 스테판은 도경의 옆으로 와 입을 열었다.
“제 어린 시절 친구입니다. 여기는 나의 보스.”
“안녕하세요. 윤도경입니다.”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고, 상대는 도경의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맥스웰 브룩스입니다. 편하게 맥스라고 불러주세요.”
“갑작스레 부탁드렸음에도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일이기도 하고요.”
맥스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잠시 걷자 맥스의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었는데, 맥스는 뒷좌석 문을 열고는 형광 조끼와 안전모를 두 개 꺼내 건넸다.
“지금은 폐쇄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위험한 곳이니까요. 두 분 다 착용해 주세요.”
맥스의 말에 도경과 스테판은 조끼를 걸치고, 안전모를 썼다.
그렇게 맥스의 안내를 받아 걷기 시작했는데, 어마어마한 평원에 일정 간격으로 세워진 시추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 퍼미안 분지는 두 분도 아시겠지만, 미국 최대 셰일에너지 시추 지역이었습니다.”
텍사스주는 미국 최대의 유전 지대였다.
특히, 이곳 퍼미안 분지가 그런 곳이었는데, 세일 혁명 이후 미국이 산유국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곳이었다.
셰일에너지는 진흙이 수평으로 굳어진 암석층(혈암, shale)에 함유된 기름과 가스였다.
그 암석층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법을 발견한 이후,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되었다.
에너지 안보, 경제 성장 등의 우위를 미국이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세일 혁명’이라 불렸다.
“한때는 이 지역이 대단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대의 차들이 오가며 오일을 실어 날랐고, 가스도 마찬가지요. 지금은 보시다시피 폐쇄되었지만요.”
“폐쇄가 되었다는 건 여기에선 이제…….”
“셰일 오일이나 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스테판과 맥스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던 도경은 조심히 입을 열었다.
“혹시 한창 호황일 때 이곳에서 1년에 나오던 생산량이 어느 정도입니까?”
맥스는 이곳 분지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정유업계 관계자였다.
도경이 이곳으로 출장을 떠나는 게 좋겠다고 하자, 스테판은 도움을 줄 사람을 안다며 맥스를 초빙해 왔다.
“저기 끝이 보이시나요?”
맥스의 물음에 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스테판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보이지 않겠죠. 어쨌거나 이곳에서 시추를 하던 기업이 크라운록인데, 이들이 가진 유전 지역이 9만 4천 에이커에 달합니다.”
9만 4천 에이커는 평수로 따지자면 약 1억 평이 넘는 규모였는데, 대충 가늠이 가게 설명하자면, 서울시의 반이나 되는 크기였다.
도경과 스테판은 놀란 얼굴이었다.
“9만 4천 에이커에서 하루에 약 15만 배럴이 나왔습니다.”
맥스는 그리 말하고 두 사람의 얼굴을 살폈는데,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퍼미안 분지 전체의 규모로 말씀드리는 게 더 이해가 빠르겠군요.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 생산량의 대부분을 퍼미안 분지에서 담당하고 있었던 거죠. 엄청난 규모입니다.”
맥스의 친절한 설명에 도경과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맥스에게 열심히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며 셰일오일 산업에 관해 확실하게 공부했다.
“자주 연락해.”
“미안하다. 일정이 바빠서 식사도 못 하네.”
“나도 가야 하는데 뭐.”
“바쁘신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경이 그리 인사하자 맥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린 시절에 제가 스테판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는걸요.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스테판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도경은 스테판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짧은 시간 동안 작별 인사를 하란 뜻이었다.
잠시 후, 도경이 서 있는 곳으로 조용히 스테판이 다가왔다.
“덕분에 어느 정도 산업에 관해 이해했어.”
인기척을 느낀 도경이 그리 얘기하자 스테판은 옆에 서서 드넓은 분지의 평야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와보니 왜 보스께서 우리 펀드의 첫 투자 종목으로 원유산업을 고르신지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생산지가 폐쇄되었는데, 앞으로도 점점 원유는 값비싸지겠죠.”
도경은 가만히 스테판의 말을 들었다.
“거기에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어요. 원유의 값은 오를 수밖에 없겠죠.”
누가 봐도 현재 거시경제의 상황이 원유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 스테판이었다.
“글쎄, 원유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네?”
“스테판, 여기 눈앞에 있는 폐쇄된 구역에서 다시 오일과 가스를 뽑아낼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어?”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고, 스테판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도경과 드넓은 분지의 평야를 번갈아 보았다.
* * *
“얼마 전, COP28이 성황리에 마감되었습니다.”
다음 날, 마이애미로 돌아온 도경은 펀드 운용팀원들을 모아두고는 추가적인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COP(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각국의 대표가 모여 기후 변화에 관해 논의하고 대응책을 만들기 위해 모이는 회의입니다.”
약 200개국, 10만 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였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목표로 제시한 교토의정서나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자고 협의한 파리협약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약들이 COP에서 나왔다.
“얼마 전까지, 미국은 파리협약에서 탈퇴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들어 다시 가입했고,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석유산업에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죠.”
화석연료.
즉, 석유나 가스, 석탄으로 돌아가는 산업에는 규제를 줘 정유산업이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들이 타격을 받았고, 반대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는 이득을 주고 있었다.
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 등이 그 영향을 받아 성장했다.
“두 협약에서 더 나아가, 유럽연합은 Euro-X라는 강력한 화석연료 규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35년 내연 기관차 판매 중지]도경이 띄운 화면에는 Euro-X의 주요 정책이 떴다.
“석유 소비의 50% 이상이 교통과 관련한 산업에서 소비합니다. 이를 노려 유럽에서는 아예 내연 기관차를 판매 중지하고,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려고 하죠.”
도경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덕에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전기차 산업이 커나갔고, 관련된 이차전지와 같은 산업들이 커나갔다.
더불어 대표적 화석연료 생산품인 플라스틱도 퇴출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열렸던 COP28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습니다. 유럽이 나서서 저런 규제를 하는데 얼마나 더 강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나올 것인가 하는 거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해당 협의는 COP28에 참여한 모든 국가의 만장일치로 합의된 내용입니다.”
도경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앞서 유럽의 경우를 봤을 때는 퇴출이란 단어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애매모호하게 ‘전환’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폐지 vs. 아직은 아니다]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넘겼다.
“이번 회의 내내 이슈를 끌고 다니던 두 입장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브라질과 중남미 국가, 러시아로 대변되는 산유국들은 폐지 의견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경제는 석유 산업 체제였다.
“더군다나 인도나 중국 같은 화석 연료 소비가 많은 나라 또한 아직은 아니라는 의견에 동조했고요. 합의문에 화석연료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 반대했습니다.”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선진국 너희들이 성장할 때는 기름이며 석탄이며 펑펑 써대다, 우리가 성장을 하려고 하니 방해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대로 세계 최대 석유 생산 국가이자 최대 소비국인 미국을 위시한 유럽 등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요.”
끝날 것 같지 않던 고루한 싸움에서 양측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났다.
‘화석연료’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조건으로 ‘폐지’가 아닌, ‘전환’으로.
“특히 미국은 폐지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겠다며 유럽보다 더 강한 스탠스로 반대 국가들을 압박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자세를 취했을까요?”
도경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팀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죠.”
그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신냉전 시대의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고 싶고, 어느 편에 설지 정하지 않은 채 중립 외교를 외치는 인도도 견제하고 싶었을 겁니다.”
인도는 최근 중국, 러시아와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하며 서방 세계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더군다나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고, 인도 또한 중국의 대안으로서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공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필시 탄소 배출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들을 돌리기 위해선 석유뿐만 아니라 석탄 발전 같은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산업들이 필요했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성장을 하고 있고요. 미국의 입장에서는 견제하기 좋은 수단인 겁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또한 부차적인 소득일 뿐입니다. 가장 강력한 미국의 무기가 있습니다.”
도경은 자신의 물음에도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자 다시 입을 열었다.
“미국의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석유산업에 대한 막대한 규제를 해왔습니다. 반대되는 친환경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퍼주는 정책까지 시행하면서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미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던 정유 기업들과 석유산업은 여전히 많은 돈을 벌었지만, 시가총액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한 산업이 저문다는 평가도 받고 있었고.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규제를 하는데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산유국입니다.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하루에 약 400만 배럴을 더 생산해 낼 정도로 최대 산유국입니다.”
도경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규제가 강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화면을 넘겼다.
[산유국 석유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화면에는 그래프가 하나 떴는데, 탄소 배출량이 적혀 있었다.
곰곰이 화면을 살피던 모두는 놀란 얼굴이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 석유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른 산유국들보다 월등히 적습니다. 그리고 매년 탄소 배출량이 하락하는 추세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일 많은 석유를 생산해 내는 산유국에서 다른 산유국보다 탄소 배출은 적고 거기서 더 나아가 매년 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자, 이 그래프를 본다면 미국이 왜 COP28에서 그렇게 화석연료의 퇴출을 외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도 어마어마한 기름을 뽑아낼 기술이 있는 것이죠.”
앞으로 석유산업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는 강해질 것은 눈에 훤히 보이는 수순이었다.
폐지가 급진적이라면, 탄소 배출량의 기준을 정해 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탄소 배출량에 맞춰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국가에는 없는, 미국만의 무기.”
도경은 손을 들어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스테판을 향해 손을 가리켰다.
“셰일 에너지.”
스테판의 답에 도경은 화면을 넘겼다.
어제 다녀온 텍사스 퍼미어 분지의 사진이었다.
“이곳은 현재 셰일 에너지의 추출이 끝나, 폐쇄된 셰일 유전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의 대부분이 나왔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폐쇄되는 셰일 유전이 늘어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마 그렇겠죠.”
“그렇다면 보스가 왜 정유산업을 추천하신 지 이제 이유를 알겠습니다.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들면 유가가…….”
한 팀원이 그리 말하자 다른 팀원들도 그 의견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1차원적인 생각으로 펀드 종목을 추천한 것은 아닙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며 화면을 넘겼다.
셰일 에너지가 추출되는 과정을 담은 그래픽이 화면에 떴다.
“유가는 오르지 않을 겁니다. 아니, 아마 오르기 힘들겠죠.”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팀원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도경의 말에 집중했다.
“석유 산업의 탄소 배출량 규제가 들어간다면, 분명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의 감산을 할 겁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오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요는 그대로였고, 생산이 적게 될 게 뻔한데 유가가 오르지 않는다니 팀원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 감산한 국가에서 담당하던 하루 생산량을 새로운 곳에서 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바로 미국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 폐쇄되었다던 퍼미어 분지에서 다시 셰일 오일과 가스가 추출되기 시작할 겁니다.”
유가는 오르지 못해도, 다른 산유국들이 먹던 파이를 미국의 정유산업이 먹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왜? 미국은 석유를 생산해도 탄소 배출량이 규제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히 적었으니까.
도경은 화면을 뒤로 돌려 조금 전, 띄웠던 퍼미어 분지의 사진을 올렸다.
“여기 닫혀 버린 시추공들에서 다시 셰일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 공법인 ‘리프랙킹(Re-Fracking)’ 공법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니까요.”
도경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