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92)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2화(492/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2화
“파흐드, 오랜만에 뵙습니다.”
며칠 후, 바쁜 일상을 보내던 도경은 사무실을 찾아온 파흐드 알 무타와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파흐드 알 무타와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의 중개인이었는데, 도경과 유성이 헤지펀드를 구성하도록 만든 인물이었다.
“윤,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 달 조금 안 된 것 같은데, 윤은 변한 것이 없네요.”
파흐드는 피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경의 얼굴에 놀란 듯 말했고, 도경은 싱긋하고 웃었다.
자신에겐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다는 걸 말할 수가 없었으니까.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저도 한 운동 하는데, 늘 피곤함에 절어 있습니다. 윤의 비법이 궁금하군요.”
“하하하, 비법이랄 게 있을까요? 그나저나 오늘 갑작스레 이렇게 찾아주신 걸 보니 일이 진행되는 걸까요?”
도경은 파흐드가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했을 때, 그리 생각했다.
“곧 PIF에서 결정을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전에 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파흐드의 말에 도경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요?”
“네. 실례인 것은 알지만, 혹시 옥시에 투자하셨습니까?”
파흐드의 물음에 도경의 얼굴은 살짝 굳어갔었는데,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찌 아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취급합니다.”
파흐드는 가만히 도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위치에 있으면 오만가지 정보들이 들어오죠. 헤지펀드들이 어떤 종목을 사는지, 어느 기업의 누군가가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든지, 백악관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혹자가 들으면 허풍이 심하다고 말하겠지만, 도경은 파흐드의 말이 거짓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파흐드뿐만이 아니라 유명 헤지펀드의 매니저들도 저런 정보를 쉽사리 얻을 수 있었다.
먼저 내부정보를 찾아가지 않아도, 그 위치쯤 되면 알아서 들고 오는 것이다.
“윤의 소식이 제 귀에 들어오더군요. 유성이 옥시에 투자했다고.”
“……그렇습니다.”
상대가 패를 모두 까고 물어보는 이상, 도경도 자신의 패를 까야 했다. 상대가 먼저 자신의 패를 깠다는 건 도경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니까.
“왜죠?”
“네?”
“궁금합니다. 유성은, 아니, 윤은 왜 옥시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말입니다. 혹시 정보가…….”
“파흐드.”
도경은 파흐드의 이름을 작은 목소리로 부르고는 피식 웃었다.
“파흐드가 옥시에 관한 정보를 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게 들고 오겠습니까?”
결국, 정보를 먼저 남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거였다.
한 기업의 내부자가 헤지펀드의 내부정보를 제공할 때는 그 정보로 인해 돈을 번다든지, 아니면 회사에 불만이 있어서 회사를 엿 먹이고 싶다든지.
“저는 여기 미국에서 정보를 얻으려면 달러를 들고 사람을 찾아다녀야 하는 사람입니다.”
애석했지만, 사실이었다.
파미르 캐피털의 리우 샤오나, 빌은 도경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다루겠지만, 친하다고 해서 도경에게 쉽게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포지션 앞에서는 적도, 친구도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친분이었고.
“남들과 다른 정보를 취득해서 옥시에 포지션을 잡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도경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는 파흐드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옥시의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옥시의 시간이라…….”
“기후변화 대응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흐름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변한 기후를 모두가 체감 중이었으니까.
여름엔 폭염 때문에 괴롭고, 겨울엔 한파가 찾아오는 그런 체감 말이다.
“그리고 가장 인간이 줄일 수 있는 것이 탄소 배출이고, 탄소 배출의 대부분이 석유 기반 산업에서 나오니까요.”
도경의 말에 파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석유산업에도 환경규제가 심해질 텐데, 규제가 있음에도 날아오를 곳을 조사했습니다.”
“석유산업의 수요는 여전할 테니까요.”
파흐드의 말마따나 석유 수요를 갑작스레 줄인다고 해서 줄어들 수는 없었다. 체제의 변화는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체제의 변화 기간 규제를 강하게 받더라도 살아남을 곳이 필요했다.
도경은 그것이 옥시라고 생각했다.
“옥시의 R&D 예산에 관해 조사했습니다.”
Research and Development.
기초 혹은 응용연구를 통해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예산이 탄소 포집과 폐쇄된 시추공의 재추출 기술에 몰려 있더군요.”
R&D 예산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였지만, 별다를 것이 없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에 투자를 해 연구 성과를 전달받거나 혹은 관련된 제품을 이미 개발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옥시는 이전부터 그런 기업들이나 연구소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옥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려는 기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석유 산업계는 지난 몇 년간 각국 정부의 규제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강력한 규제로 인해 산업이 죽고 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옥시와 같이 대외적으로는 그들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는 기업들이 있었다.
“그래서 옥시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우 그것뿐…….”
“파흐드, 겨우가 아닙니다.”
도경은 자신을 바라보는 파흐드를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폐쇄된 시추공에서 다시 셰일 오일을 추출할 수 있다면 채산성이 어마어마합니다. 오늘 자 유가가 1배럴당 70달러인 걸 기준으로 했을 때 배럴당 31달러를 남길 수 있습니다.”
도경의 말에 파흐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존 정유 산업들은 유가가 100달러 가까이 가야 얻을 수 있는 채산성이었다.
“계산을 해본 결과 옥시가 보유한 폐쇄된 시추공들에서 다시 셰일 오일을 추출했을 때, 2026년쯤 옥시의 잉여현금흐름은 5억 달러쯤 될 겁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에서 세금과 영업, 설비증설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순수 현금을 이야기했다.
한 기업의 기초체력이나 다름없는 수치였는데, 도경과 팀원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우리 돈으로 약 6,700억 원이 매년 현금으로 쌓인다는 얘기였다.
“이번에 인수한 크라운록을 더한다면 FCF는 10억 달러쯤 될 겁니다.”
“10억 달러……!”
파흐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가가 낮을 때도, 이득을 볼 수 있고 유가가 오르면 더더욱 이득을 보는 기업입니다. 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도경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무 많은 걸 보여 드린 것 같은데요.”
“감사합니다. 윤.”
파흐드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헤지펀드가 자신의 포지션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은 제게 상세히 설명해 주셨네요.”
“비밀로 하실 거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파흐드쯤 되는 전문 브로커, 로비스트, 변호사라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에 대한 비밀보장은 확실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고객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파흐드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도경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파흐드를 오랜만에 뵙게 되어 좋았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자 파흐드는 그 손을 맞잡았다.
“머지않아 윤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겁니다.”
“네?”
“그래야 하는 게 이 업계니까요.”
알 수 없는 파흐드의 말에 도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파흐드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 * *
“종합하자면, 저와 제 팀이 추천해 드릴 수 있는 헤지펀드는 두 곳입니다.”
한 달 후, 파흐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첫째는 캐롤라인 우드가 이끄는 퀀텀 펀드입니다.”
모두가 아는 이름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퀀텀 펀드는 여러 혁신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 열풍을 이끌고 있으며 최근에 이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거래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였다.
개인투자자야 직접 거래소에서 매매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지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현물 ETF만큼 안정적인 것이 없었다.
24시간 365일 열려 있는 비트코인 시장을 대응하기는 힘들었고, 또 비트코인 보유에 대한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ETF로 우회 보유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전기차 산업과 바이오헬스 등, 혁신적인 산업에 대규모 투자 하는 펀드도 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파흐드는 긴장이 되는 듯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둘째는 유성투자증권입니다.”
파흐드는 그리 말하고는 반응을 살폈는데, ‘유성이 어디냐.’며 혼잣말을 하거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개중에는 유성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성투자증권은 한국의 증권사로, 제가 말씀드린 곳은 그들의 미국 지사입니다. 유성의 미국 지사는 윤도경이 이끌고 있으며, 여러분 중에 윤의 이름을 들어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용등급 강등.”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 중 한 사람이 그리 얘기하자 파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이외에도 여러 이슈를 만들어내며 미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넓히는 중입니다만, 아직 여러분들의 귀에 들어갈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습니다.”
파흐드는 도경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가 이 자리에 유성과 윤도경이라는 사람의 자료를 만들어 여러분께 추천하는 것은, 이들의 투자는 늘 놀라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파흐드는 준비한 자료들을 계속해서 띄우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도경이 미국에서 한 투자와 수익률, 더불어 최근 마이애미 앨리게이터즈의 인수 건을 비롯해 도경의 성공을 모두에게 소개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만으로도 제가 왜 유성을 여러분께 추천하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파흐드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윤도경의 손길이 닿는 것은 모두 금빛으로 변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요.”
파흐드는 도경이 월가의 새로운 금융의 연금술사라 생각했다.
“앞서 말한 퀀텀 같은 경우에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해 혁신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면, 유성에 투자하는 것은 혁신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흐드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파흐드는 그 표정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윤도경이란 사람이 금융가의 혁신이니까요.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돕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파격적인 말이었지만, 파흐드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걸어온 길을 봐도 또 최근의 투자 건만 봐도 도경은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도경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도경에게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윤이 황제로 거듭나는 길에 초기 자금을 댄다면, 이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저 9억 달러의 펀드자금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금전적인 이득뿐만이 아니었다.
유성투자증권이라는 한국의 파트너, 윤도경이라는 유망주 그리고 그를 미리 알아보고 투자했다는 사람들의 평가까지.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반대로 실패의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건 윤도경의 투자 성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라면 무조건 투자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파흐드의 말에 몇몇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도 혁신이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기존에 SB와 비전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도 결국 CEO의 능력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의 연장선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파흐드가 그리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상석에 있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사실상 이번 투자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파흐드,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감사합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자의 입이 열리기 시작하자 모두가 숨죽인 채 그에게 집중했다.
* * *
“옥시의 주가가 8%가량 상승했습니다. 크라운록의 인수로 많은 사람이 옥시를 주목했습니다.”
“우리 평단에서는?”
“우리의 수익률은 10.8%입니다.”
한편, 도경은 스테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옥시의 크라운록 인수 이후 옥시의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옥시는 이번 인수로 미국 2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을 확보했다.
기존 8위에서 여섯 계단이나 상승한 상황이었다.
“좋아, 10%정도는 털자고.”
“지금이 마지노선이라 보시는 겁니까?”
“호재가 하나 나왔으니, 이를 끌어내릴 뉴스도 곧 나오겠지. 늘 그렇듯이 말이야.”
호재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려 있을 땐 들리지 않았던 소음들이 하나둘씩 터져 나올 때라 도경은 생각했다.
가령, 유가 전망이 좋지 않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든지.
“한 턴 쉬고 가도 될 것 같은데. 어때?”
“예, 보스에 말씀대로 비중을 10%정도 줄여 수익으로 확정하고 가는 것이 펀드에는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펀드는 수익률을 먹고 사는 것이었으니까.
“지시대로 따르겠…….”
지이잉-
그때,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도경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파흐드, 아직 할 말이……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빠른 시일 내로 준비하겠습니다.”
도경이 전화를 끊고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로 앉아 있자 스테판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보스, 무슨 일이…….”
“스테판.”
“네, 보스.”
“PIF에서 우리에게 투자를 하겠다네.”
“네?”
도경의 입에서 나온 말에 스테판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9억 달러 받으러 가자는 말이야.”
도경이 그리 말하며 양손을 들어 올리자 스테판도 양손을 들어 올려 환호를 내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