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94)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4화(494/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4화
“여기는 이지훈 본부장입니다.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미국 지사 부지사장이자 본부장 이지훈입니다.”
“반가워요.”
일주일 후, 도경은 미국 지사를 찾아온 유성 그룹의 회장 한태오를 안내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이지훈이 손에 묻은 땀을 바지춤에 닦고는 손을 내밀었다.
“고생이 많습니다. 윤 이사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팀을 총괄해서 담당한다고.”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배우고, 또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습니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조금 후에 여기 있는 친구가 명함을 줄 테니 언제든 편하게 얘기해요.”
한태오는 옆에 있는 자신의 비서를 가리키며 말했고,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채권 트레이딩 팀입니다. 김우혁 본부장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도경은 김우혁과 그의 팀을 소개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김우혁입니다!”
“하하하, 목소리가 참. 우렁찹니다.”
김우혁 또한 긴장한 것인지 큰 목소리로 한태오를 향해 인사했다.
“가족과 함께 왔다고요. 어째, 지낼 곳은 좀 편합니까?”
“물론입니다. 회사에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족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김우혁와 이지훈을 비롯해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몇 있었다.
그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는 주거 구역의 집을 임대해 사택으로 쓰도록 해주었는데, 특히 김우혁은 가족과 함께 와 중산층 주거 구역의 집에서 지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가족이 편하게 지내야 밖에서 일을 하기도 편하지 않겠습니까? 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건데.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우혁과 인사를 마친 한태오는 채권팀 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는데, 직원들은 경외심을 가진 얼굴이었다.
사실 도경과 이지훈은 약간 걱정했었다. 아무래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에 오너가 온다 해서 직원들이 별 반응이 있을까? 했는데 기우였다.
“영광입니다.”
“기사로 많이 뵈었습니다.”
오히려 외국인인 팀원들이 한태오를 만나는 걸 더 좋아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비추어보아도 규모가 큰 기업집단을 이끄는 수장이자 영향력도 어마어마한 한태오였기 때문에, 존경심을 갖고 있었고, 오늘의 만남이 자신들에게 기회가 될 거라는 얼굴이었다.
“하하하, 다들 이렇게 반겨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팀원들은 한태오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귀에 담는 모습이었다.
도경은 이후로도 리서치 팀과 업무지원팀을 소개했고, 위층으로 올라가 스테판 그린이 이끄는 펀드 운용팀을 소개했다.
“이번에 PIF의 투자를 이끈 팀입니다.”
도경이 그렇게 살짝 귀띔하자 한태오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여기가 그 팀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쪽이 팀장인 스테판 그린입니다.”
스테판은 잔뜩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큰 영향력을 지닌 존재를 만난다는 것이 늘 자신 있어 보이던 스테판에게도 긴장되는 일인 것 같았다.
“스테판 그린입니다. 보스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싹 마른 입술로 이야기해 오는 스테판을 보며 도경은 피식하고 웃음이 터졌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스테판은 휴대전화를 꺼내 한태오와 셀카를 찍었는데, 그런 스테판의 모습은 도경이나 팀원이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한참 그렇게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한태오는 도경의 방에 들어와 앉았다.
기가 쪽 빨린 표정이었다.
“피곤하시죠.”
도경은 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젊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파이팅이 넘치는구먼.”
한태오는 음료수를 들이켜고는 한숨 돌렸다는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다들 바쁜데 미안해.”
“아닙니다. 오히려 저 친구들이 회장님의 방문을 더 반겼습니다.”
“그래?”
“네. 한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을 만날 기회란 흔히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도 제 팀원들이 저렇게까지 들뜬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활력은 못 따라가겠어.”
한태오는 졌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에서도 구내식당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사진을 찍자고 난리더니 이곳도 마찬가지구먼.”
“하하하, 저 친구들은 오랫동안 이 시간을 간직할 겁니다. 감사드립니다.”
한태오는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며 그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개중에는 곤란한 질문을 해오는 팀원들도 있었지만, 한태오는 최대한 친절을 베풀었다.
도경은 과장을 조금 보태어 팀원들이 한 단계 스텝 업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한 분야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이룬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시야가 달라질 기회였으니까.
“자네가 그리 이야기해 주니 좋구먼, 어쨌거나 신수가 훤한데?”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경영교육도 받고, 일도 열심히 하길래 응원차 나와봤더니, 나보다 얼굴이 더 좋아.”
“제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전세기를 도경에게 붙여주었고, 더불어 경영 교육 프로그램도 도경이 편한 시간에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회사에서 재미있는 보고가 올라왔더군.”
“재미있는 보고라시면…….”
“작년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팀을 조사한 건데. 자네 팀이 1위를 했어.”
도경은 놀란 얼굴로 한태오를 바라보았다.
“별걸 다 한다 싶은 얼굴인데. 그저, 기획실에서는 통계를 내본 걸세. 그룹사의 매출을 조사하고, 어느 팀에서 얼마나 매출을 냈는지…….”
도경이 이끈 전략투자사업부는 작년 그룹의 모든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팀이었다.
“그래서 잘해주는 거야. 돈 잘 벌어오니까.”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자신의 마음이 편하도록 해오는 말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진심도 섞여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부담스러워하지 마.”
“알겠습니다. 그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겠습니다.”
“그렇게도 생각하지 말고.”
한태오가 농담을 하듯 이야기해 오자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한태오를 보좌하던 비서가 들어왔다.
“회장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비서의 말에 한태오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자네, 오후에 시간 괜찮나? 장이 열려 있어서 걱정이구먼.”
“회장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직원들에게 맡겨두었습니다.”
“좋아, 그럼 나가세.”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재킷을 챙겨입고 따라나섰는데, 이들의 목적지는 건물 옥상이었다.
도경은 의아한 얼굴로 옥상을 나섰는데, 이내 옥상으로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인데, 큰 소음을 내며 헬기 한 대가 서 있었다.
“타보면 알아. 가자고.”
한태오가 고개를 낮춘 채 헬기를 향해 다가가자, 도경 또한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여기는…….”
한태오를 따라 나와 도착한 곳은 사무실이 있는 사우스 비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자네도 잘 알지? 여기 피셔 아일랜드가 어떤 곳인지.”
두 사람이 헬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마이애미에 있는 피셔 아일랜드라는 섬이었다.
이곳은 섬답게 요트나 헬기를 타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을 표현하는 말이 하나 더 있었다.
‘부자들의 유토피아.’
이곳 피셔 아일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을 자랑하는 거주 지역이었는데, 거주민들의 연수익을 평균을 내보니 우리 돈으로 26억 원이 넘었다.
미국에서도 가장 부자들만 사는 곳이었다.
“10년 전인가, 이곳이 한창 뜨기 전에 말이야. 누가 나한테 여기다가 집을 사두라더군.”
한태오는 전 세계 곳곳에 자신의 자산이 있었다.
부동산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당시에 20억 원을 주고 샀어. 이 집일세.”
정말이지 탁 트인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 앞에 도경은 서 있었는데, 작은 요트가 보관될 수 있는 개인용 부두도 있는 곳이었다.
“딱 10년 만에 5배 올랐어.”
“5배요?”
“어마어마한 투자 수익이지 않나? 그냥 사두고 관리만 시켜뒀던 집인데 가장 최근에 100억 원을 부르더군. 그런데 안 판다고 했어.”
아무래도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이곳 마이애미로 본사를 옮기며 자산이 많은 사람의 유입이 늘어난 탓이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마이애미 거주지가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황이었다.
“왜 안 판지 아나?”
“왜 팔지 않으셨습니까? 저라면 팔았을 것 같습니다.”
“자네 주려고.”
“네?”
도경은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저는 못 받…….”
“공짜로 준다는 거 아니야. 자네 돈 없나?”
“…….”
한태오는 웃으며 도경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류 대표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짧으면 3년, 길면 5년 동안 여기 있을 예정이라며?”
물론 확정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도경은 그리 마음먹고 이곳에 왔다.
“그럼 집을 가지는 게 더 좋지 않겠나? 그곳 맨션보다야 이곳이 더 나을 테니 말이야.”
“지금도 과분한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자네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생각해. 가끔 미국으로 모셨을 때 집이 있어야 더 편하지 않겠냐는 말이야. 아예 안 모실 건 아니잖나?”
한태오의 말에 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네, 지금 유성투자증권 주가가 얼마인지 아나?”
“얼마 전에 확인했을 때 5만 원 중반대인 것은 보았습니다.”
“자네가 입사했던 때 유성투자증권의 주가는?”
“2만 원대 초반이었습니다.”
도경의 말에 한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자 유성투자증권의 주가가 5만 9천 원이라더군. 후하게 잡으면 세 배나 오른 거야. 자네 덕분에.”
“그건 제 덕분이…….”
“자네도 이제는 좀 공치사를 하라고, 자네 덕분이 맞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 안 하는 것은 아닐 세만…… 자네를 중심으로 변한 것은 맞는 말이잖나?”
한태오는 확신을 한다는 듯한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라를 인수하고, 어마어마한 매출을 내고 이 모든 게 자네 덕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나도. 하지만, 자네가 중심에서 이룬 건 맞는 거지.”
“…….”
“덕분에 내 자산도 불어났고 말이야. 그래서 이 집을 그 보답으로 주려 하네.”
“회장님, 너무 큽니다.”
도경은 이 집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만히 두면 계속 가격이 오를 집이었다.
“편하게 일하라고 주는 거야. 그리고 말했듯 공짜로 주는 건 아니고, 내가 샀던 가격에 그대로 인수해 가.”
“회장님…….”
“더 이상 거절하면, 내 체면이 우스워진다는 것 좀 생각해 주고.”
도경은 난감했다.
하지만, 한태오의 말마따나 이곳에서 생활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건 사실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인수하신 가격의 두 배로 사겠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 참.”
한태오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고. 자네 덕분에 나도 돈 좀 만지겠구먼.”
한태오의 너스레에 도경은 미소를 짓다가 이내 자신의 앞에 있는 커다란 저택을 바라보았다.
평생 이런 곳에서 살아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자신의 삶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이지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한태오의 말마따나 가족들이 미국에 왔을 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 안 구경 안 할 거야? 어서 오라고.”
“네, 갑니다.”
도경은 자신을 부르는 한태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그를 따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