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9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5화(49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5화
“내일은 드디어 그날입니다.”
며칠 후, 도경은 들뜬 얼굴의 스테판 그린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이네.”
그런 도경을 대신해 이지훈이 묻자 스테판 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입사했을 때부터 그날을 기다렸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겠어?”
이지훈의 말에 스테판은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지금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스 그리고 리, 저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과 이지훈은 피식 웃었다.
“알았으니까. 나가서 준비나 잘해.”
도경이 그리 말하자 스테판은 과장된 자세로 거수경례했다.
“예, 보스! 제가 금융계의 맛을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 인사를 하고 스테판이 나가자 도경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원들 모두가 신나 있습니다.”
“그래요? 스테판 말고도요?”
“네. 아무래도 저들이 입사 후 처음으로 인턴들이 오는 날이니까요.”
며칠 후면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의 여름 인턴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유성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는 기업들이 대학교의 한 학기가 끝이 나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6월부터 9월까지 총 10주간 진행되는 여름 인턴 프로그램은 각 기업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시기였는데, 아무래도 가을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이 열리는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가을 학기 도중 각 기업의 신입 채용 프로그램이 열렸는데, 여름 인턴 때 잘한다면 취업 걱정 없이 정규 직원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금융계에서 일한 연차가 짧다 보니, 인턴을 교육한 적이 없는 직원들이 많더군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투자증권의 직원들은 유능했지만, 어찌 보면 거대 금융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온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연차는 짧았고, 이곳에 와서도 여러 가지를 배우며 일하고 있었다.
물론, 혹자는 패잔병들을 수집했다며 비아냥댔지만 도경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기존 문법에 미숙한 이들을 모아 유성만의 문법에 적응시키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설레고 있습니다.”
“너무 심하게 잡으면 안 될 텐데요.”
“그래도 이곳 미국에는 국내와 다르게 미국만의 방식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나마 인턴 교육을 경험해 본 스테판에게 교육 권한을 주었습니다.”
“좋네요.”
스테판에게도 과거가 있었지만, 거대 글로벌 투자사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본 인재였다.
도경은 인턴 교육 프로그램은 미국의 문화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이지훈은 그 뜻에 따라 교육 권한을 스테판에게 주었다.
“인턴 지원이 꽤 된다면서요?”
도경은 신이 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이지훈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20명을 뽑는다고 알렸는데, 9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해 왔습니다. 20명을 추리느라 고생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처음 인턴십 공고를 할 때만 해도 좀 더 줄여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이 시기는 유성뿐 아니라 마이애미에 있는 거의 모든 금융기업에서 여름 인턴십을 진행했다.
GS나 시타델, JPM, MS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쪽으로 지원자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경이 이끄는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도 미국 내에서 이름이 알음알음 알려졌었고,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명문대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 기회가 앞으로 우리의 운명이 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경은 인턴십에 유성의 미래가 달렸다고 생각했다.
“기존 월가의 룰을 따르지 않고, 우리는 새롭게 한계에 도전할 겁니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인턴들은 우리의 무기가 될 거고요.”
“네. 신경 쓰겠습니다.”
“참, 그리고 내부적으로 직급도 바꿔달라고 이야기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그 부분도 다음 주부터 시행하려고 합니다.”
지금 유성투자증권 미국 지사의 직급은 너무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직원들이 헷갈렸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직급을 개편하자고 주문한 상황이었다.
“지사장님의 직급은 따로 고칠 필요가 없어 그대로 두었습니다.”
도경은 유성투자증권의 CIO이자 지사장인 도경의 직급은 미국 직원들에게도 그리 헷갈리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와 김우혁 본부장, 스테판 그린은 디렉터로.”
디렉터Director는 우리나라로 치면 본부장의 직위였다.
“제이크와 같은 팀장급들은 어쏘시에이트로 바꿨으며, 사원들은 애널리스트로 통일했습니다.”
흔한 미국 금융가의 직위였다. 우리나라는 애널리스트를 특정 직군이라고 봤지만, 미국 증권가는 한 데스크에서 거의 모든 것들을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일반 사원의 직위가 애널리스트였다.
“좋네요.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도경이 그리 말하자 이지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럼 나도 열심히 해볼까.”
새로 오는 신인들에게 뒤처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상한 경쟁심(?)을 불피운 도경이었다.
* * *
“후…….”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 있는 금융 구역.
언뜻 봐도 80층이 넘어 보이는 고층 빌딩의 한 회의실에는 앳된 티를 벗으려고 노력한 것인지 저마다 고급 슈트suit를 입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사이에 앉아 긴장한 것을 감추려는 듯 에밀리 스미스는 길게 심호흡했다.
‘다들 자신감이 넘쳐 보이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다들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몇 명은 어릴 때부터 이 직업을 꿈꾸고 기초를 다지고 온 친구들도 있었을 것이고, 부자인 부모 밑에서 모든 걸 습득하고 온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밀리 스미스 자신은 아니었다.
‘러스트 벨트 블루칼라 집안의 출신.’
대학에 들어가니 지독하게 자신을 따라다닌 명함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의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 지대를 뜻하는 말이었다. 위스콘신, 일리노이, 미시간 등.
공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곳. 자신은 그런 곳의 노동자 집안 출신이었다.
“정신 차리자.”
하지만, 자신은 그런 배경에 굴하지 않았다.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모여 서로의 네트워크를 공유했지만, 그런 배경이 없는 에밀리 자신은 처음부터 실전으로 자신의 실력을 키웠다.
저들이 어떤 집안의 자제이든, 지금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왜냐면…….
“유성인베스트먼츠에 온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방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에밀리를 포함해 이곳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저는 유성인베스트먼츠의 디렉터 스테판 그린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자 모두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10주간 여러분들의 인턴 교육을 담당할 사람이기도 하죠. 앉을까요?”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도경 또한 상석을 스테판에게 내주고 한편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
누가 뭐래도 이들의 교육 권한을 스테판에게 준 것은 자신이니까.
“거기. 둘째 줄에 다섯 번째 자리. 일어나서 이름과 출신 대학을 말하세요.”
스테판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인턴을 지명했는데 지명당한 인턴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마이클 브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왔습니다.”
“마이클, 오늘 유가가 2% 이상 빠졌는데 이유가 뭐죠?”
자리에서 일어난 인턴을 향해 스테판이 물음을 던지자 순간 이곳 안의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어…….”
“엔비디아의 주가는요?”
“300달러……?”
“592.41달러입니다. 엔비디아는 지금 인공지능 산업 호황의 중심에 있는데 주가를 몰라서 되겠습니까? 계속 서 있고, 거기 첫 번째 줄 두 번째 자리.”
스테판은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다음 인턴을 지목했다.
“벤자민 존슨, 코넬 대학교에서 왔습니다.”
벤자민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앞선 인턴이 답하지 못했던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대만 선거에서 친미파가 승리했는데, 앞으로 중국과 대만 관계에 미칠 영향은?”
“유가가 하락한 이유는…… 네?”
하지만, 자신에게는 전혀 다른 질문이 오자 인턴은 당황한 듯 보였고, 스테판은 구겨진 미간으로 바로 옆에 앞은 인턴을 지목했다.
“레이첼 반스,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왔습니다.”
“리튬 가격의 하락이 계속되는 이유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듯한 답이었다.
“그렇다면 왜 공급이 늘어난 것이지?”
스테판의 물음에 인턴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고, 스테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상황과 맞았지만, 인턴은 그럴싸한 답을 내놓은 것일 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원자재의 가격이 내리는 것은 당연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거기 첫 번째 줄 제일 오른쪽 제일 마지막 자리.”
“에밀리 스미스,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왔습니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는?”
“마이크로 소프트입니다.”
에밀리의 막힘없는 답에 스테판을 비롯해 유성투자증권의 직원들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가총액 1위가 애플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었는데, 그녀가 시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가가 왜 이렇게 오르는 거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 때문입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ChatGPT를 운영하는 오픈AI의 지분을 보유했고, GPT4를 비롯해 앞으로 나올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의 독점적인 사용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를 해야 할까? 인공지능 산업은 고점이 아닐까?”
스테판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고, 에밀리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고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증시를 이끌어갈 주요 섹터는 누가 뭐래도 AI입니다. 저는 지금이 버블의 초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버블의 초기는 무조건…….”
“탑승해야겠지. 좋은 답이야. 앉아도 좋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인턴 중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도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인턴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에밀리에게로 향했다.
이후로도 스테판은 질문을 인턴들에게 계속해서 던졌는데, 누구도 에밀리와 같은 막힘없는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첫 번째 줄, 여섯 번째 자리.”
그때 가만히 앉아 과정을 지켜보던 도경은 한 사람을 지목했다.
“윌리엄 오웬, UC버클리에서 왔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전쟁이 날 것 같은데 주식을 쉬어야 할까요?”
도경의 물음에 인턴은 당황한 듯한 얼굴이었다.
도경이 실망하고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나가서 알아와도 될까요?”
인턴의 물음에 도경은 손목에 걸친 시계를 바라보았다.
“5분 주겠습니다.”
도경의 말과 동시에 인턴은 밖으로 뛰어나갔고, 이후로 스테판은 계속해서 다른 인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똑똑똑-
5분이 되기 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조금 전 뛰어나갔던 인턴이 방으로 들어왔다.
“답을 알았나요?”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인턴을 향해 물었고, 헐떡이던 숨을 고르고는 인턴은 입을 열었다.
“기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해 본 결과 전쟁이나 전쟁 위기가 있었을 때,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S&P500 지수는 -10% 안쪽으로 하락했었습니다. 그리고 하락한 지수는 보통 1~3개월 안으로 회복되었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주식시장을 떠나지 말고, 지수의 하락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길어야 3개월 안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인턴의 답에 도경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도 좋습니다.”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이제 끝내도 되겠다는 듯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매주 월요일, 이런 방식의 오픈 미팅이 진행될 겁니다. 여러분들은 오전 6시까지 이곳에 나와 앉아 있어야 하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나가서 대기하면 담당자가 와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줄 겁니다.”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인턴들은 회의실을 나섰고, 스테판은 도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떠세요?”
“이게 월가의 방식인가?”
“네. 그렇습니다.”
“좋은데?”
“보스도 제가 한 질문의 요지들을 전부 파악하신 것 같은데요?”
스테판은 인턴들을 향해 그들은 알지 못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네가 한 질문들의 종류를 봤을 때, 내가 프런트에 있을 때 받은 질문과 같았거든. 고객들에게.”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한 물음은 전부 고객들이 던질 질문인 거죠. 적어도 이곳 금융가에서 일을 하려면 숙지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라고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것이었으니까.
“인턴들도 월급으로 8천 달러(한화 약 1,070만 원)를 받습니다. 첫날이라고 봐줄 필요가 없죠.”
“맞아. 그리고 완벽한 답을 한 친구가 하나고…….”
“우리가 원하는 답을 한 친구도 한 명이죠.”
고객이 모르는 질문이 던져졌다고 해서, 우물쭈물하면 안 되는 자리였다.
모르겠다고 말하고 5분 안에 완벽한 답을 알아 오는 것이 금융계에서 일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능력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모든 것을 공부하고 답을 완벽하게 하면 될 일이겠지만.
“스테판, 오늘 네 모습을 보니 10주간 인턴들의 교육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더 이상 교육장에 안 와도 되겠는걸?”
“감사합니다.”
스테판은 훌륭한 교관이나 다름없었다. 도경은 자신이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그 교육을 스테판에게 맡기면 되겠다고 확신했다.
“인턴들을 보니 내 열정이 불타오르는데. 다들 보고 자료 챙겨서 내 방으로 올라오세요.”
도경은 그리 말하고는 회의실을 나섰고, 스테판을 포함한 팀원들은 당황한 얼굴로 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