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96)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7화(496/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7화
“보스, 오셨습니까?”
PGA 투어와 대화를 마치고 마이애미에 있는 사무실로 복귀한 도경을 보자마자, 스테판은 옆에 와서 붙었다.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놀랐습니다.”
“미안해, 다들 퇴근도 못 하고 대기하고 있었네.”
“아닙니다. 증권가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죠.”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미국 금융가의 살인적인 업무량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새벽에도 급한 메일이 오면 자다가도 답변해야 하는 것은 예사였고, 퇴근도 정해진 시간에 하지 못하는 게 다반사였다.
다만, 그만큼 높은 연봉을 받으니 모두가 버티는 것이다.
“PGA 투어를 만나고 왔어.”
“네?”
“일단 회의에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다들 기다리고 있지?”
“그렇습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테판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섰다.
도경이 들어서자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세를 고쳐 앉았는데, 늘 이런 식으로 도경이 긴급회의를 잡으면, 커다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던 도경은 말석에 앉은 팀원을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밀리 스미스.”
도경이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살피던 에밀리는 고개를 들고 도경을 바라보았다.
“아! 제가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최근 저희 데스크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
에밀리 스미스는 인턴십에 참가 중인 인턴이었다.
“시리즈7 테스트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놀란 듯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즈7 테스트는 일반 증권 대리인 시험(GSRE)의 다른 이름이었는데, 금융산업 규제당국(FINRA)에서 주관하는 시험이었다.
증권계에서 일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자격이었다.
“자격을 갖추었다면 참석해도 좋습니다.”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들은 가질 필요가 없었지만, 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내려면 필요한 자격이었다.
도경의 허락에 에밀리 스미스는 기분이 매우 좋은 듯 환하게 웃었다. 인턴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기회였기 때문이다.
“시작하겠습니다.”
도경이 수첩을 펴며 그렇게 운을 떼자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PGA 투어의 연락을 받고 잭슨빌에 다녀왔어.”
몇몇은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몇몇은 무언가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골프라는 것은 한국보다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물론 비용은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귀족 문화라는 성향은 강했지만…… 어쨌거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상당했다.
그런 이들에게 PGA 투어가 가지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했고.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는데, 일단 우리는 일을 하는 거니까. 사심은 버리자고.”
도경의 말에 몇몇은 찔린 듯 표정을 가다듬었다.
“PGA 투어는 자신들의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의 은퇴 이후를 보장하기 위해 연금을 지급하지.”
미국의 거의 모든 스포츠에 있는 제도였다.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는 1군 등록 기간이 43일 이상이라면, 평생 연금을 지급한다.
물론 연차마다 차등은 있었는데, 10년 이상 뛴 선수가 4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시에는 매년 67,776달러가 지급되었고, 65세부터 받는다면 215,000달러가 연금으로 지급되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상금에서 일정 부분 제해서 연금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 같은데,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원한다고 알려왔고.”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3억 달러.”
도경의 입에서 나온 금액에 스테판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돈으로 약 4천억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액이었다.
“PGA 투어에서는 보름 후까지,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길 원해.”
“보름이면 빠듯하네요.”
“지금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기엔 너무 빈약하긴 하지. 현재 수익률은?”
“약 +5%가량입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5%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굴리는 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5%라고 적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우디에서 입금된 돈들도 현금으로 있는 상황이라 포트폴리오를 늘리려고 했던 타이밍이었는데 잘됐네요.”
“문제는 시간이 다급하다는 거고.”
보름 내에 새롭게 투자할 대상을 찾아 포트폴리오 구성을 늘려야 했다.
“일단 가능한 대로 각자 그동안 조사한 것들을 다음 주에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그리고, 그날 바로 결정하겠습니다.”
도경의 말에 모두가 자신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경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 *
“너무 투자 대상이 많아.”
그날 저녁, 도경은 집으로 돌아와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한태오가 미국으로 와 자신에게 양도한 집으로 이사를 와 있었는데, 이 큰 집에 혼자 있기 뭐해 이지훈과 함께 살고 있었다.
도경은 책상 위에 있는 블룸버그 터미널을 통해 시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올해는 선거도 있어서 시장 변동성도 너무 크고.”
대만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유럽연합 그리고 미국까지 올해는 여러 국가에서 지도자가 바뀔 수도 있는 선거가 열렸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도력 공백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럴 때 주식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미친 듯 널뛰었다.
“방향이 좀 정해질 때까지는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경은 지금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종목을 추가하고, 빼는 것은 신중히 하려고 했지만, PGA 투어의 제안은 유성에게는 큰 기회였다.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매년 새롭게 운용하게 되는 연금이나 기타기금들을 운용할 펀드사를 찾는다.
PGA 투어의 투자를 받고, 좋은 성과를 낸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고만 투덜대고 일하자.”
도경은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는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똑똑똑-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렇게 말하자 방문이 열리며 이지훈이 서재로 들어왔다.
“늦게까지 일하고 계시네요.”
“죽겠습니다.”
“하하하, 얼굴은 즐거워 보이시는데요.”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도경의 얼굴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다.
“천상 주식쟁이인가 봅니다. 지사를 경영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네요. 저는 진짜 프런트를 떠나면 제 삶의 목적을 잃어버릴 거예요.”
도경이 농담 반, 진담 반이 담긴 말을 하자 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AI를 보고 계시네요.”
“네. 아무래도 저번에 회의 때 얘기했듯이, 이쪽이 조금 핫할 것 같아서요.”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경제 상황을 분석하다 보면, AI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올 한 해를 이끌어갈 섹터라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보고 있다 보니 걱정입니다.”
“너무 올랐죠?”
“네. 확신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쪽에 있는데. 이쪽은 한번 조정이 올 것 같아요.”
물론 버블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오지 않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도경은 께름칙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우실 때는 라면이라도 한 그릇 하고 다시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지훈은 자신이 이 방에 온 이유를 말해왔고,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출출했습니다.”
도경은 이지훈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라면은 제가 끓이겠습니다.”
이지훈은 냄비를 꺼내 들고는 말했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와 젓가락을 챙겨 식탁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김치를 접시에 덜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웬일로 이 밤에 라면을 드세요?”
“말도 마십시오. 집에 늦게 왔더니 진이 쪽 빠지는데…….”
“늦게 오셨어요? 저는 집에 와 계신 줄 알았는데.”
집이 너무 넓으니 일어나는 촌극이었다. 도경은 퇴근하고 이지훈이 집에 와 있겠거니 하며 씻고, 바로 서재로 들어간 상황이었다.
“저 온 지 30분도 안 됐습니다.”
“택시가 있던가요?”
집이 있는 곳은 섬이었기 때문에 헬기나 요트로 와야 했다. 도경이 말하는 택시는 헬리콥터 택시나, 보트 택시를 이야기했다.
도경도 매일 퇴근할 때와 출근할 때 보트 택시를 이용했다.
“네. 보트 타고 들어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셨어요. 회사에 일이 그렇게…….”
“차가 퍼져서요. 맡기로 서비스 센터에 갔는데, 글쎄.”
이지훈은 미국에서 차를 사서 타고 다녔다. 워낙 미국이란 땅은 넓었기 때문에 차가 있고 없고의 삶이 질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차가 어마어마하게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지훈 본부장님 차가…….”
“모델S입니다.”
“참, 그렇죠. 테슬라 센터에 그렇게 차가 많던가요?”
“네, 말도 마세요.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갔더니, 대기하는 차가 30대가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네?”
김치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던 도경은 놀란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오늘 수리 못 하고, 맡겨두고 왔습니다.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테슬라가 그렇게 고장이 잘 나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인근 렌터카 업체에서 수리를 맡겼더라고요.”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아 이지훈의 말에 집중했다.
“차를 내다 팔기 전에 수리를 하려고 한다는데…….”
“차를 팔아요? 렌터카 업체에서?”
미국 렌터카 업체의 최근 추세는 전기차를 보유하는 것이었다.
업계 1위 업체는 보유 차종의 30%를 전기차로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근래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을 유지해 주는 것은 렌터카 업체들이었다.
“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지훈 본부장님의 차는 어디가…….”
“카메라가 고장 나서 맡기러 갔는데, 수리비를 6천 달러를 달라고 하던걸요.”
도경은 혀를 내둘렀다. 가벼운 수리 같은데 수리비가 우리 돈으로 800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 자신도 고급 전기차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남 얘기가 아니었다.
“전기차가 확실히 수리비가…….”
그렇게 맞장구를 치려던 도경은 순간 머리를 무언가가 꽝 하고 치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이지훈은 놀란 얼굴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판매하려고 한다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요즘 전기차 재고가 계속 늘어가는 와중에 그나마 판매가 나오는 곳이 렌터카 업체인데 그들이 왜 팔까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었고, 전기차 업체를 비롯한 이차전지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렌터카는 누가 타죠?”
“그거야 관광객이나 출장 온 사람들같이 단기적으로 차가 필요한 사람이겠죠.”
“그게 그들의 차가 아니죠?”
“네. 그래서 그런지 렌터카들이 조금 사고율도…….”
도경의 말에 답하던 이지훈은 무언가 떠오른 듯 도경을 바라보았다.
“수리비 감당이 안 되는 거군요. 전기차는 간단한 사고에도 어마어마한 수리비가 드니까요.”
내연기관차들은 고장이 난다면, 그 부위만 고치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기차는 여러 부분이 엮여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면 통째로 갈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렌터카 업체들이 전기차를 매각한다면 그 많은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나올 텐데, 신차가 팔릴까요?”
미국의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차량등록세나 보험료가 차 가격에 비례했기 때문에, 신차보다 중고차가 선호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고차 가격이 물가 지표의 하나로 취급될 정도였다.
도경은 드디어 찾았다는 듯 가벼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찾았습니다.”
“설마…….”
“네. 테슬라에 공매도 포지션을 한번 잡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도경은 마치 즐거운 장난감을 찾은 듯한 아이처럼 밝은 얼굴로 서재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던 이지훈은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당황스러운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지사장님, 라면은 드셔야죠!”
“지훈 본부장님 드세요. 갑자기 배가 안 고파요.”
방에서 들려오는 도경의 목소리에 이지훈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