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499)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9화(499/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499화
“이곳에 집을 장만하셨다길래 기대했는데, 딱 기대만큼 엄청난 집이네요.”
그날 저녁, 초대를 받아 도경의 집으로 온 스테판은 집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는 듯 말했다.
“좋은 기회를 얻어서 나도 이런 집에 살아보는 거지.”
“리가 룸메이트라고 하셨는데, 리는 없나 보네요.”
“말이 룸메이트지,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도경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가끔 주말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를 빼면 워낙 두 사람 다 바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집에서 마주칠 일이 잘 없었다.
“맥주나 한 캔 하면서 이야기할까?”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좋죠.”
“거실에 있으면 내가 챙겨 갈게.”
스테판이 거실에 앉아 두리번거리며 집을 구경하고 있을 때, 손에 맥주와 자료를 들고 도경이 다가와 앉았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이야기하기 좀 그래서, 오늘 스테판 너를 집으로 초대한 거야.”
“이해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테슬라니까요.”
도경이 표적으로 삼은 기업을 이야기하자마자 스테판은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참은 것이다.
그럴 리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경이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를 기다렸고, 집으로 초대하자마자 따라온 것이다.
“여기 자료.”
도경은 준비한 서류를 스테판에게 나누어주었다.
“리와 이야기를 하다 떠오른 게 있어서 조사를 해봤어.”
도경은 며칠 전, 이지훈의 사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다.
“최근 들어 렌터카 업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 같아.”
도경이 건넨 서류는 미국의 거대 렌터카 업체들의 내부 자료였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스테판은 놀랍다는 듯 도경을 향해 물었는데, 도경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내가 따로 수를 쓰지 않아도 이미 지난 분기 IR 자료에 적혀 있었어.”
도경이 가져온 자료는 지난 분기에 각 렌터카 업체들이 주주들을 상대로 제공한 보고서였다.
“CEO나 관계자들이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얘기는 따로 안 했지만, 숫자엔 그게 드러나고 있지. 뒷장엔 전전 분기 전기차 보유 대수야.”
비교할 수 있도록 전전 분기와 전 분기의 전기차 대수 증감률을 도경은 그래프로 표기해 두었다.
“헤이츠 같은 경우는 전전 분기보다 보유한 전기차 수가 1만 대 줄었어. 비율로 하자면 9%가량 준 거지.”
헤이츠는 세계 최대의 렌터카 업체였다. 북미와 유럽 어느 공항을 가든 그들의 렌터카가 제일 잘나갔다.
그들이 북미 시장에서 보유한 렌터카는 약 57만 대였다.
“2위인 엔터 같은 경우는 14%가 줄었어. 한 분기 만에.”
“3위도 10%가 줄었네요.”
서류를 읽던 스테판이 그리 받아치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그렇다면 지금 중고차 시장에 나온 전기차들을 보자고.”
뒷장으로 넘기니 북미의 여러 중고차 딜러사들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기차들이 나왔다.
“6개월 전만 해도 약 300만 대 정도였던 전기차가 약 394만 대로 늘었어.”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한 해에 거래되는 차량이 약 4천만 대가 넘었는데, 신차 판매량은 1,800만 대 정도였다.
신차보다 중고차가 약 2.4배 정도 많이 팔렸고, 한국 같은 경우도 중고차가 연간 약 3백만 대 팔리는 데 비해 신차는 180만 대가량 팔린다.
“확실히 어디선가 물량이 나온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렌터카 업체들의 전기차 보유 비율이 줄어드는데, 중고차 딜러사들의 판매 재고 비율은 늘어난다?”
“많이 늘기는 했지만, 확 늘어난 게 아닌 걸 보면…….”
“아마 렌터카 업체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것도 속도를 조절할 거야. 갑자기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가 많이 풀리면 감가상각이 더 크게 먹을 테니까.”
중고차는 차량의 공급량과 수요에 따라 중고차 가격이 정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신차 계약을 하더라도 1~2년을 기다려야 했을 때는 같은 차종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비쌀 정도였으니까.
“중요한 건 현재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의 가장 큰 고객은…….”
“렌터카 업체죠.”
“맞아. 미국 정부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니까, 렌터카 업체들은 전기차의 비중을 늘리고 있었지.”
도경의 말에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이들이 전기차의 비중을 줄이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야.”
도경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렌터카 업체 특성상 수많은 교통사고가 나지.”
아무래도 렌터카는 단기로 고객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업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차량 유지 보수에 애를 먹고 있었다.
렌터카를 대여한다는 건 해당 지역에서 잠시 머무른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고객들은 해당 지역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사고를 낼 가능성도 높았다.
“그런데 내연기관 차의 사고 같은 경우는 해당 부분만 교체하거나 수리를 하면 돼.”
가령 차량의 차체에 대미지를 입었다면, 그 부분만 수리를 하면 됐다.
“하지만, 전기차는 달라. 많은 센서들이 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야.”
전기차는 사고가 나면 핵심 부품들을 같이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센서나 배터리, 전자제어장치 등이 수리비가 비싼 주요 이유였다.
“그러다 보니 업체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어.”
렌터카 업체들은 처음엔 내연기관차를 사는 것보다는 전기차 비중을 늘리는 게 경제적으로 더 도움 될 것이라 봤다.
정부의 정책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오히려 더 많은 지출을 불러왔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헤이츠는 올해 테슬라 전기차를 10만 대 주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만 했지.”
도경은 확신을 가진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주문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야. 손해를 봐가며 전기차 비중을 줄이는 도중에 새로운 차량을 주문한다?”
도경은 뒷말을 아꼈지만, 스테판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차 업체들은 지금 막대한 재고로 인해 힘든 상황이야. 이 와중에 가장 큰 고객인 렌터카 업체에서 주문을 취소한다면?”
“당분간 겨울이 오겠군요.”
“맞아.”
“하지만,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많이 내린 상황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치고 빠질 거야. 어디까지나 이번 포지션의 메인은 운용팀에서 추진하는 바이오고.”
“테슬라는 이벤트 드리븐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단기적으로 들어갈 거야. 분명 렌터카 업체들이 전기차 주문을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주가는 폭락하게 될 테니까.”
가장 큰 고객이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기업의 매출은 떨어질 것이다.
재고도 처리가 되지 않을뿐더러 재고의 가격을 낮춰 팔게 된다면 더더욱 매출은 내려갈 테고.
스테판의 말마따나 전기차 업계에 겨울이 오고 있었다.
“좋은 것 같습니다. 공매도를 하기에 재료가 확실하니까요. 이벤트 드리븐으로 치고 빠지기 좋은 것 같고요.”
스테판이 그리 말하자 도경은 확실하냐는 듯한 얼굴로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진심입니다. 그리고 저는 보스의 뷰는 늘 찬성입니다. 보스가 물어서 틀린 적은 없으니까요.”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는 나와 너, 그리고 리만 알고 있는 거야. 신호를 주면 그때 모두에게 오픈하고 공매도 포지션을 잡을 거야.”
“한 번에 잡습니까?”
“그래. 보안이 필요한 작업이니까 적절한 시기가 되면 우리가 준비한 비중을 한 번에 투입할 거야.”
“얼마 정도를…….”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0억 원 규모였다.
“적당히 현재 주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겠군요.”
“맞아. 딱 그 정도 규모지. 재미도 볼 수 있고 말이야.”
“준비하겠습니다.”
스테판의 말에 도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섭섭합니다. 그래도 우리와 PGA 투어가 어느 정도 접점은 있다고 봤는데요.”
한편, 블랙세일즈의 CIO 오스카 피어스는 PGA 투어의 CFO 존 머서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블랙세일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였는데, 그들이 굴리는 자산만 1경 원이 넘었다.
“오스카에겐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뮤츄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줄이려고 합니다.”
존 머서는 오스카 피어스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수들을 위한 연금 기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용을 하는 업체에 돈을 맡겼습니다만, 부작용이 더 컸습니다.”
뮤츄얼 펀드의 대부분은 패시브 펀드였다.
일명 지수 추종 펀드라고 불렸는데, 가령 한국 주식 시장인 코스피 상위 100개 업체를 포함한 코스피1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라면, 지수와 똑같은 비중으로 펀드를 구성하고, 지수가 오르면 수익을 보는 구조였다.
“시장 지수를 추종하거나, 수익률을 이기는 게 주목적이다 보니,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헤지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뮤츄얼 펀드가 아닌 헤지펀드와 계약을 하려는 이유였다. 헤지펀드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펀드 포트폴리오를 바꾸며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뮤추얼 펀드는 성격상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헤지펀드가 있습니다.”
오스카 피어스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블랙세일즈입니다. 우리도 고액자산가들을 위해 액티브 펀드를 운용 중입니다. 우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오스카의 말에 존 머서는 고민인 얼굴이었다.
블랙세일즈는 확실히 전 세계 최고의 자산운용사였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지위가 더 남달랐던 게, 이번 정부에 블랙세일즈 출신들이 고위공무원으로 많이 들어가 있었다.
로비를 할 때 더 수월할 수도 있었다.
“좋습니다.”
고민을 하던 존 머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 혼자서 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 블랙세일즈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십시오.”
“물론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겠습니다.”
“보름이면 되겠습니까?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보름 후, 다시 잭슨빌로 오겠습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일정을 조율했고, 만남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기다리겠습니다.”
“실망하시지 않게 준비하겠습니다.”
오스카 피어스는 자신 있다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약속 장소를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바로 뉴욕으로 가지. 준비를 해야겠어.”
“PGA 투어에서는…….”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기로 했어. 참, 지원팀에 연락해서 유성인베스트먼츠와 관련된 정보 모두 준비해 두라고 해. 돌아가면 바로 보겠다고.”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부하 직원은 차를 출발시켰고, 오스카 피어스는 굳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