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5화(5/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화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의 지점장실에서 최우진이 놀란 표정으로 지점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요즘 우진 씨가 지점 고객 자금 유치 1위잖아.”
최우진은 최근 들어 무섭게 고객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최우진 본인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자금을 맡기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제가 해봐도 될까요?’
‘제지 분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당돌하게 말해오던 도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1년 전,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도경과 합석한 적이 있었다.
그날 지나가는 소리로 자신의 일이 힘들다고 했는데, 다음 날에 도경이 조심스레 자신을 찾아와 고민에 대한 답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도경을 무시하는 마음도 있었다.
‘업무팀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이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경이 가져다준 분석이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도경과 교류를 늘려갔고, 도경에게 도움을 받았다.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관계라는 것이 늘 불편하고 미안했지만, 도경은 오히려 자신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도경의 능력을 지점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도경의 조언을 받은 이후 자신에게 자금을 유치하는 고객이 늘어났고, 지점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인정은 자신이 아닌 도경을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나?”
생각에 잠겨 있던 최우진은 지점장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진 씨한테 좋은 기회지. 본사에 계시는 부사장님이 주도하시는 거래니까.”
“부사장님께서요?”
“그래, 블록딜이 작은 건은 아니니까. 블록딜 거래를 처리하면 수수료가 큰 건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지점장이 지금 자신에게 아주 큰 기회를 주고 있었다.
남들은 증권사 PB를 보며 그렇게 워라밸이 좋지 않은데 왜 퇴사하지 않고 붙어 있냐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돈 때문이었다.
“거래 규모가 80억 원 정도야. 우리가 받기로 한 수수료는 9%고.”
블록딜(Block Deal)은 지점에서 관리하는 상장사가 소유한 주식을 주식시장이 마감한 이후에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매수자를 구해놓고 장외에서 대량으로 거래를 하기에, 거래를 주관한 증권사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받았다.
9%의 수수료가 대단해 보이지만, 실은 저렴한 축에 속했다.
“9%면 우리한테 떨어지는 수수료만 7억 2천이야. 그럼 회사 내규에 따라 우진 씨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1억 5천만 원이고. 우진 씨 BEP 얼마 남았어?”
증권사 PB들에게는 BEP(손익분기점)라는 게 있었다.
보통 연봉의 3~4배쯤 되는 BEP를 부여받는데, 연봉의 3배가 넘는 수익을 내면 그 이상부터는 인센티브 구간이었다.
즉, 연봉이 5천만 원이라면 거래수수료로 1억 5천만 원 이상을 달성한 이후부터는 벌어들이는 수익이 PB에게 성과급으로 지급되었다.
“2천만 원 남았습니다.”
“역시 우진 씨야! 벌써 BEP를 다 채워가네. 그럼 이 블록딜 거래만 끝나면, 우진 씨는 상한선 49% 다 채워서 가져가겠어.”
물론 모든 수익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었다.
구간별로 지급되는 성과급이 있었고, 최우진의 경우는 블록딜 거래의 수수료에서 49%가 성과급으로 지급될 것이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고 맡길 사람이 우진 씨뿐이야.”
“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최우진은 지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는데, 얼굴에는 아직 못다 한 말이 남은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 지점장님.”
최우진이 조심스레 자신을 부르자 지점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제가 이 일을 맡게 되면 원래 하던 일을 조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음…… 그건 그렇겠네. 다른 PB에게 조금 넘기는 게 어때?”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만, 고객님들께서…….”
최우진의 말에 지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PB 출신으로 지점장까지 올라왔다. 고객들은 한 번 정한 PB를 떠나 다른 PB에게 자산을 맡기고 싶지 않아 했다.
아무래도 돈이 걸린 문제다 보니 신뢰를 쌓은 상대와 계속 거래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우진 씨가 생각한 방법이 있나?”
“제가 직접 일을 담당하겠습니다만, 이 일을 도와줄 직원이 필요합니다.”
“그건 나도 알지. 마땅한 직원이 없어서 그래.”
“제가 선택해도 되겠습니까?”
“생각해 둔 사람이 있나?”
지점장의 말에 최우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주먹을 꽉 쥐고 입을 열었다.
“업무팀의 윤도경 씨가 제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윤도경?”
도경의 이름이 나오자 지점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윤도경은…….”
“제가 지켜본 도경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지점장님께서 도경 씨를 아쉽게 생각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최우진은 지점장에게 당당하게 할 말은 하던 도경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도경이 자신에게 한 말도 떠올렸다.
‘할 말 못 하고 맨날 지점장한테 치이다가 그만두느니, 말이라도 다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정말 뒤가 없는 당돌한 말이었지만, 도경의 말에 무언가 부끄러웠다. 결국 도경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자신은 이 지점을 대표하는 PB였다.
만약 최우진 자신이 회사를 옮긴다면, 누구의 손해가 더 클 것인지 지점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도경 씨 같습니다. 솔직히 업무팀 직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고요.”
“음…….”
최우진이 당돌하게 얘기해 오자 지점장은 말문이 막힌 듯 턱을 매만졌다.
도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머리는 있는 직원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진 씨가 책임지는 거로.”
“네?”
“윤도경이 사고를 치면 윤도경 혼자의 책임이 아닌 그 인간을 지명한 우진 씨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말이야.”
지점장의 입에서 그와 같은 말이 흘러나오자 최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아는 도경은 사고를 칠 인물이 아니었다.
“예! 알겠습니다.”
“좋아. 내가 최우진 씨를 믿기 때문에 윤도경도 허락하는 거니까. 그렇게 알고 확실하게 처리해 줘요.”
“예, 알겠습니다.”
“이번 일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리 지점이 올해 전국 지점 중 성과 1위로 올라간다고.”
지점장은 욕심이 그득한 표정으로 말해왔고, 최우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 본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래야. 황인용 부사장님 알지?”
부사장의 이름이 나오자 최우진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하다가 막히면 부지점장의 도움 꼭 받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걱정이 많은 지점장의 당부를 마지막으로 최우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지점장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최우진의 얼굴에는 도경에게 전해줄 희소식 때문인지 미소가 만연했다.
* * *
【VIP 서비스 정회원님! 특급 정보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주의 종목: 제이온시스템】
【고객님의 꿈을 위해 함께합니다. 또 좋은 정보 드리겠습니다.】
‘와, 미치겠네.’
한편 도경은 자리에 앉아 점심시간에 도착한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주의 종목은 또 뭐야?’
이번에는 추천 종목이 아니라 요주의 종목을 말해왔는데, 제이온시스템의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 경고해 오고 있었다.
처음부터 왜 오르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직접 찾게 하더니, 오늘은 한술 더 떠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제이온시스템이 사고를 친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도경은 트레이딩 시스템상에서 제이온시스템을 검색했다.
도경은 메시지가 허황된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메시지만 믿고 판단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한 말에 최우진은 고객에게 종목을 추천했다.
맞았으니 망정이지 틀렸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도경은 메시지가 말한 종목을 힌트 삼아 공부하기로 했다.
자신이 확신을 먼저 가져야 했다.
‘보자…… 제이온시스템. 성남에 있는 흔한 IT 벤처고, 상장한 지는 5년 정도 되었네.’
지점이 있는 지역이 IT 벤처들이 많은 지역인지라, 거래하는 법인들도 대부분 IT업체였다.
제이온시스템은 수많은 IT 벤처 사이에서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정도로 성공한 회사였다.
‘별다르게 튀는 것도 없는데.’
트레이딩 시스템상에서 볼 수 있는 주식의 차트나 수급 상황은 물론이고 뉴스에서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저 흔한 스몰캡(Small Cap, 소형주)의 주가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두 달 전에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기사가 있긴 하네…….”
도경은 그리 말하며 제이온시스템이 직접 공시한 자료들도 살폈다.
똑똑-
한참 집중하던 도경은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무엇을…… 대리님.”
창구 앞에서 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노크해 오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아, 그냥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없으니까 한가하다 이거지?”
최근엔 장이 안 좋아서 고객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이제 손절매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가격까지 오자 고객들은 지점을 찾고 있지 않았다.
주가의 회복을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내 방 좀 가자.”
“……지금은 업무 시간이라.”
“지점장 허락 받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와.”
최우진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는데, 도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도경 씨.”
“예, 대리님.”
“내일부터 내 방으로 출근해라.”
다짜고짜 앞뒤 다 잘라먹고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해오는 최우진을 보며 도경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최우진은 뭐가 그리도 뿌듯한 것인지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그게 무슨…….”
“이번에 지점에서 블록딜 하나를 처리하는데, 그거 내가 맡았어.”
최우진의 말에 도경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자리를 잡았다.
“축하드려요, 대리님.”
“이게 다 도경 씨 덕분이지.”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왜 없어? 도경 씨 덕분에 내가 지점 고객 자금 유치 1위를 했으니까 이런 기회도 주어지는 거지.”
여전히 모든 것들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최우진을 바라보며 도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내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고, 도경 씨를 말했어.”
“저를요?”
도경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이 지점에서 믿을 사람이 도경 씨 말고 누가 있어?”
“그건 감사한 말씀인데, 지점장이…….”
“내가 강력하게 요구하니까 받아들이더라.”
도경은 최우진이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최우진은 무언가 자신의 안에 있는 벽을 허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점장에게서 쟁취해 낸 듯했다.
“감사합니다.”
도경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최우진이 자신을 위해 지점장에게 곤란한 말까지 하며 기회를 주었으니까.
도경이 깍듯이 인사를 하자, 최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자자, 인사는 나중에 일을 마치고 하도록 하고. 일단 이 블록딜의 성격에 관해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최우진이 자리에 앉자 도경은 맞은편에 앉았다.
“제이온시스템이라고 우리랑 크게 거래를 하는…….”
“죄송합니다. 회사명을 다시…….”
“제이온시스템. 왜? 도경 씨가 아는 곳이야?”
최우진의 입에서 제이온시스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도경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갔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비매품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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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