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verly Competent Junior Employee RAW novel - Chapter (50)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50화(50/797)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50화
“추가로 돈을 넣을까 합니다.”
일주일 후, 도경은 사무실을 찾아온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총무로 있는 골프 모임에 도경의 얘기를 해서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해 줄 수 있게 만들어준 고객이었다.
“예금 통장에 남는 현금이 조금 있는…….”
“고객님.”
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객을 바라보았다.
“예금에 넣어두신 것은 그냥 그대로 두시는 게 어떨까요?”
도경의 물음에 고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돈을 마다하는 증권사 직원이라니.
“이유를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주식에 3억 원가량을 투자하고 계십니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면 더 많이 벌 수는 있겠지만, 매번 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음…….”
“예를 들자면, 갑자기 돈이 필요할 일이 생겼는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10%입니다. 이럴 때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 돈을 빼야 한다면, 그거야말로 손해가 아닐까요?”
“아, 그러니 현금은 쥐고 있자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고객님께서 제게 맡겨두신 포트폴리오도 현금은 늘 30% 남겨두고 있습니다.”
고객은 이제야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맡긴 금액의 70%만 주식에 투자해 두었길래 왜 그런가 했었다.
“평소 눈여겨보던 종목이 떨어졌을 때 포지션을 잡기 위해서기도 하고, 혹시나 고객님께서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남겨두었습니다.”
“그럼 예금도 가지고 있는 게 좋겠네요.”
“네, 혹시 돈을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달러로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객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앉은 PB는 늘 상담할 때마다 자신을 놀라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 PB님께 많이 배웁니다.”
“배우다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고객님께 가장 이익이 될 부분을 찾는 사람이니까요.”
“다음에도 이런 고민 있으면 찾아와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 관리를 받으시는 고객님의 권리니까요.”
고객은 흡족스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주변 분들에게 제 소개를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소개라니요? 그냥 자랑을 했을 뿐인데요.”
“고객님 저 눈치 빠릅니다.”
“저런…… 그 양반들은 누가 자랑을 하면 자신도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거든요.”
고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인정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입구까지 모시…….”
“아, 아닙니다. 창구 업무를 보고 갈 게 있어서요. 그냥 계세요.”
도경이 배웅을 하려고 하자 고객은 한사코 만류했고, 도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객이 나가고 나자 고개를 든 도경은 자리에 앉았다.
최근 들어 일은 점점 늘어갔지만,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이제야 이 일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았다.
지이잉-
그때,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고 도경은 화면을 확인했다.
【회원님을 응원하는 VIP 서비스입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시장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서곤 합니다.】
【신뢰를 더 잃어버리는 길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
메시지는 언제나 그렇듯 한 번에 그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메시지를 보냈다.
【관심 종목: 엠바이오젠】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에 윤도경 씨는 서 있습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뭐지?”
도경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더더욱 영문을 알 수 없도록 말하는 메시지가 야속해져 왔다.
“관심 종목?”
이번에는 추천이나 요주의 종목이 아니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라…… 이건가?”
똑똑-
잠시 도경의 관심이 메시지로 가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을 본 도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아이고, 윤 PB. 회장님 소리 그만 좀 하래도.”
도경의 첫 번째 고객이자 가장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오는 노인이 방으로 들어섰다.
“예, 아버님. 어서 오세요.”
“이제야 듣기 좋구먼.”
노인은 익숙하다는 듯 소파에 앉아 도경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상담이 오래 걸려? 그 양반 나보다 돈 더 많나?”
노인의 말에 도경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셨어요?”
“20분 넘게 밖에서 기다렸어.”
“말씀 주시지 그러셨어요.”
“아니, 그래서 나보다 돈이 더 많냐니까.”
도경은 음료수 뚜껑을 따 노인의 앞에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요. 아버님이 제 최대 중요 고객이신걸요.”
도경의 말에 노인은 흡족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네, 그러니 다음부터는 오실 때 연락해 주세요. 시간을 비워둘게요. 가장 중요한 고객님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니까요.”
“하하하, 그럴까?”
노인은 음료수를 들이켜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마침 이 동네에 지나가다가 우리 윤 PB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지.”
“저에게요?”
“그래. 윤 PB, 혹시 엠바이오젠이라고 들어봤나?”
노인의 물음에 도경의 눈가는 파르르 떨렸다.
메시지가 말한 엠바이오젠의 이름이 노인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메시지와 노인이 말하는 엠바이오젠이라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는 도경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엠바이오젠이라면…… 그 인성 바이오테크를 인수해 우회상장을 한 곳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회상장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가 이미 상장된 회사를 인수·합병해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말했다.
신규 상장 심사가 까다롭기에 자본력이 있는 곳에서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이야, 우리 윤 PB는 모르는 주식이 없구먼. 자네 한성클럽이라고 들어봤어?”
“예, 들어봤습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한성클럽은 우리나라 상류층들의 사교 모임이었다.
역사만 해도 100년이 넘었고, 가입비는 1억 원.
돈만 있다고 해서 가입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기존 회원들이 워낙 정계와 재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어야 했고, 또 기존 회원이 신원보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내가 이번에 거기 좀 다녀왔어.”
“예? 회장…… 아니, 아버님께서도 한성클럽 회원이십니까?”
“뭘 그렇게 놀라나? 내가 거기 가입도 못 할 것 같나?”
노인의 말에 도경은 황급히 얼굴에서 놀란 표정을 지우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
“하하하, 나는 거기 회원이 아니지. 중고등학교 동기 놈이 거기 회원이라 행사를 한다길래 따라갔다 왔어.”
노인은 도경을 골려준 것이 재미있다는 듯 껄껄거렸다.
한성클럽은 회원과 동반하는 사람에 한해 입장이 가능했다.
“뭐 어쨌거나 그곳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다들 엠바이오젠에 관해서 떠들더라고. 신약을 개발한다나…….”
“그렇습니까?”
도경도 엠바이오젠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엠바이오젠을 설립한 사람이 미국의 유명 글로벌 제약회사 신약 개발연구소를 이끌던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우회상장을 할 당시부터 여러 가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우회상장 이후 주가가 3천 원대에서 1만 원대까지 두 배가 넘게 올랐지만, 그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다시 원래의 가격대로 복귀했다.
“그런데 그 약이 미국이나 독일 같은 제약 강국 애들도 못 만드는 약이라고 하더라고.”
“어떤 약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당뇨병 약이라는데 개발만 되면 10조 이상 가치로 본다더라고.”
노인의 말에 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뇨는 완치가 어렵고 합병증 때문에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하는 병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거대 제약사들은 신장 질환과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신약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었다.
“거대 제약사도 힘든 것을…….”
“사장이 이드바이오 출신이잖아. 거기서도 신약 개발했다던데?”
“네, 엠바이오젠 사장님이 거대 제약 회사 출신이기는 합니다.”
“뭔가 알아낸 게 있으니 으리으리한 회사 박차고 나와서 회사를 만든 거 아니겠어?”
주식시장에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었다.
제약주는 복권이라는 말이었다. 제약주는 신약 개발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는 기사 하나만으로도 지금보다 주가가 두 배 이상 뛸 수 있었다.
왜? 제약업계는 특허권이 철저하게 인정되는 업계였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면 수십 년은 독점적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을 만든 작은 제약사들을 큰돈을 주고 인수했다.
제약업계만큼 인수합병이 잦은 업계도 없었다.
다만, 그렇기에 리스크도 어마어마했다.
복권 5천 원 치를 주고 사서 당첨이 되지 않으면 5천 원이란 돈은 사라지는 것이니까.
투자에 따르는 대가였다.
“어때? 나도 한번 사볼까 하는데.”
노인은 드디어 본론을 얘기해 왔다. 노인 또한 그곳에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엠바이오젠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제약주가 제대로 터지면 100%, 1,000%, 아니, 10,000%까지 갈 수는 있습니다만, 소문만으로는 들어가기가 좀 꺼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약주의 단점은 오를 때 쉽게 오른 만큼 내릴 때는 두 배로 더 쉽게 내리는 것이었다.
“어디가 고점인지도 파악하기 어렵지.”
“네. 결국 수익화를 해야 내 수익이니까요. 어디까지가 소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우니 말씀해 주신 대로 고점 파악이 어렵죠.”
신약 개발에 관련된 건 일반인들이 알기가 어려웠다. 약을 개발하는 기술에 관해서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어려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제약주로 작전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
도경이 의심부터 하는 이유기도 했다.
“제가 공부해 보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해주면 나야 고맙지!”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좀 더 알아보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윤도경이 찾아오길 잘했구먼! 그럼 내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네. 알아보고 연락해 줘.”
“네, 알겠습니다.”
도경은 노인을 배웅하고는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엠바이오젠이라…….”
잠시 생각을 하던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당분간은 포트폴리오를 유지할까 합니다.”
사흘 후, 유성투자증권 성남지점의 아침은 늘 그렇듯 회의와 보고로 시작되고 있었다.
“좋습니다. 다들 이번 한 주도 탈 없이 흘러가길 바라고…… 혹시 말입니다.”
류태화가 망설이듯 입을 열자 모두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엠바이오젠이라는 기업을 아시는 분 있습니까?”
류태화의 입에서 본론이 나오자 도경의 미간은 찌푸려져 갔다.
“엠바이오젠이라면 우회로 상장한 그 회사가 아닌가요? 창립자가 글로벌 제약회사 출신이고요.”
최우진이 그렇게 입을 떼자 모두가 기억났다는 듯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 씨.”
류태화는 말석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도경을 불렀는데 도경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윤도경 씨.”
“네, 네! 지점장님.”
“엠바이오젠에 대해 잘 아는 표정입니다.”
류태화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도경으로 향했다.
“최근에 제 고객님께서 엠바이오젠에 관해 관심을 가지셔서 따로 공부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혹시 자료가 있습니까?”
“네, 방에 작성하던 자료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류태화는 테이블 위를 정리하고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정리한 자료 들고 제 방으로 좀 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 봐, 회의실은 내가 정리할게.”
옆에 앉은 최우진이 그리 얘기하자 도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엠바이오젠을 얘기하고 있어.”
도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복도를 걸었다.
메시지, 고객, 그리고 지점장 류태화까지 모두가 엠바이오젠에 관심이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답을 원한다는 듯 말이다.
“이게…….”
방으로 돌아온 도경은 책상 위에 정리해 둔 엠바이오젠의 서류를 들어 올리고는 바라보았다.
[기업 분석: 엠바이오젠(4942230. KS) – 유성투자증권 윤도경]메시지가 경고하듯 마치 갈림길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모두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
“대충 보지는 않았으니까.”
지난 며칠간 열심히 분석했다. 그리고 자신의 분석에 대한 신뢰 또한 있었다.
남은 것은 도경의 분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판단뿐이라고 생각한 도경은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네시십분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지은이 : 네시십분
발행인 : 권태완, 우천제
전자책 발행일 : 2022-10-28
정가 : 100원
제공 : KWBOOKS
주소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31길 38-9, 401호
ISBN 979-11-404-4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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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사원이 너무 유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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